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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보길도 ① -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탄생지를 찾아서

by 마음풍경 2011. 2. 21.



보길도


 전남 완도군 보길면

 

고산 윤선도

부용동 원림 : 세연정, 곡수당, 낙서재터, 동천석실

 

보길도는 孤山 윤선도의 자취가 담겨있는 곳으로

병자호란이 일어나 왕이 적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을 들은 고산은

이를 욕되게 생각하고 세상을 등지고자

제주도로 향하던 중

풍랑으로 보길도에 상륙했다가

보길도의 풍경에 반해 정착하게 되었으며
 이후 격자봉 능선아래 부용동이라

이름하고 자신만의 낙원을 꾸며

기거 지역인 낙서재와 학문을 익히며

여러 사람과 교우를 했던 동천석실, 그리고

놀이공간인 세연정 등을 꾸며놓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조선시가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어부사시사 등을 남겼습니다.

 

 

지난번 1월 여수 금오도에 이어 이번에는

남쪽 멀리 해남 땅끝 앞바다에 있는 보길도로 향합니다.

보길도는 행정적으로는 완도군에 속하지만

바다 교통은 이곳 해남 땅끝 선착장에서 떠납니다.

 

땅끝 선착장 주변에는 이색적인 바위들이 많습니다.

배를 타고 길을 떠나는 초입 항구에서부터

자연의 볼거리가 가득한것 같네요.

 

선착장 바로 입구에서 해남 땅끝에서 시작해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삼남길 안내도를 만나게 됩니다.

그나저나 요즘 길 걷기의 열풍이

전국 방방곡곡 가득한것 같네요.

 

 해안가의 방파제와 등대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는 있지만

떨어질 수 없는 친구와 같은 존재인것 같습니다.

 

오늘은 차를 가지고 섬으로 들어갑니다.

산위로 땅끝전망대의 모습도 보이네요.

 

배 갑판에 서있으니 바람도 살랑이고

제 마음도 그 바람과 함께 설레이네요.

 

땅끝 선착장을 떠난 배는 약 30여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노화도 신양진항으로 갑니다.

과거에는 보길도를 가려면

바로 청별항으로 배가 갔는데

보길도와 노화도 사이에 다리가 생겨서

배편이 대부분 노화도로 가고

보길도로 바로 가는 배편은 아주 드물게 있습니다.

 

 이곳 하늘은 비행기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인가 봅니다.

비행기의 지나간 흔적들이

또 하나의 멋진 풍경을 만들어 주네요.

 

 배를 타고 겨우 30여분 가는

뱃길인지라 섬을 간다는 느낌은 덜하지만

중간 중간에 마주치는 작은 섬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참 한가롭습니다.

 

 노화도에 도착해서 구제역 샤워를 먼저하고

보길대교 다리를 건너서 보길도로 들어섭니다.

 

그리고 맨먼저 고산 윤선도의 흔적을 찾아보기 위해

어부사시사의 탄생지라 할 수 있는

부용동의 세연정을 찾아갑니다.

 

남쪽 지역이라 그런지 숲이

주로 커다란 동백나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연정으로 들어서는 양편으로

서대와 동대가 먼저 반겨줍니다.

어부사시사를 읊으며 군무를 즐긴 곳이라고 하네요.

 

세연은 주변경관이 매우 깨끗하고 단정하여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세상사 시름을 버리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를 읊조리며

자연과 한몸이 되는 고산의 모습이 느껴지는 듯 하네요.

 

 화려한 느낌은 없지만 단정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정자인것 같습니다.

 

정자 주변에는 섬에서 있을 것 같지않은

큰 돌들이 이곳 저곳에 있습니다.

바위의 모습들이 무척 특이해서인지

각자의 이름이 정해져 있더군요.

 

연못 주변을 따라 걷습니다.  

 

지난 겨울이 무척 추워서 인지 올해는

동백꽃도 피는 시기가 늦는것 같습니다.

여튼 동백 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왔으면 더욱 좋을뻔 했습니다. 

 

 세연정 연못에는 크고 작은 돌들이 산재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자연의 아름다음과 정원의 인공미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연정은 섬속에 들어 있지만

섬같은 느낌은 전혀 들지않고

그저 한적한 시골 숲속의 느낌만 가득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사는 세상은

늘 욕심과 욕망으로 가득했나 봅니다.

그런 속세를 떠나 자연과 벗하며

자신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꾸미며

살았던 고산 선생이 부럽기만 하네요.

 

 연못을 휘돌아 세연정을

나가려는데 특이한 다리가 보이네요.

우리 나라 조원 유적 중 유일한 석조보로

일명 '굴뚝다리'라 부르며,

세연지의 저수를 위해 만들었으며 건조할 때는

돌다리가 되고 우기에는 작은 폭포가 된다고 합니다.

 

세연정을 나서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낙서재로 향합니다.

 

마을 길을 따라 가니 먼저 곡수당이 나옵니다.

 

주변의 자연 풍경이 참 아늑하고 평화롭습니다.

 

곡수당은 윤선도의 아들인

학관이 휴식하는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작은 개울을 중심으로 초당, 석정, 연지, 다리 등이 좌

우로 조성이 되어 있습니다.

 

고산 윤선도는 물, 돌, 나무 등

자연을 이루는 작은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사는 방법을

알고 실천했던 분인것 같습니다.

 

세연정도 마찬가지지만 이곳도

인공미가 자연스럽게 배여들어 있다는 느낌입니다.

 

곡수당의 위쪽에 자리한

낙서재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낙서재는 고산 윤선도가 보길도에

인조 15년(1637)에 들어와

1670년에 서거하실 때까지 살았던 집이라고 합니다.

 

당초는 3칸의 초가집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후대에 기와집 형태로 복원을 했고요.

 

ㅎㅎ 새롭게 복원한 작은 초가집에도 주소가 있네요.

 

낙서재에서 바라보니 오

른편 아래로는 곡수당이 보이고

건너편 산 아래로는 동천석실이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이 풍경을 보다보니 작년 다녀온

해남 금쇄동에 있는

윤선도의 무덤이 생각이 납니다.

(윤선도 무덤 가는 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81)

그곳도 이곳처럼 적당한 조망이 있고 건너편

산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모습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낙서재를 내려서서 이번에는 건너편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동천석실로 향합니다.

입구 마을 주차장을 중심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유적들이 있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가기가 참 좋네요.

 

숲속의 향기가 참 좋은 그런 길을 걷습니다.

숲의 향기가 무척이나 감미롭네요.

 

점시 눈을 감고 깊은 호흡으로

마음의 길을 걷습니다.

마음과 자연이 잠시 하나된

그런 기분이라고 할까요.

 

멋진 소나무와 바위들이

어우러지는 자연 풍경을 보니

고산이 이곳을 탐낼만도 했네요.

 

거기다가 주변 바위에서 석간수가

 나오기에 차를 마시기에도 좋고요.

 

 밧줄을 타고 가파른 길을 올라서서

동천석실에 도착합니다.

건너편 광대봉과 수리봉을 병풍삼아

부용동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풍경이 참 좋습니다.

 

  동천석실은 윤선도가 특히 사랑한 곳으로

부용동 제일의 명승이라 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부용동 원림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나니

그분이 참 부럽기만 합니다.

요즘 사람들도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그런 이상향의 세상을 현실화하여

이곳에서 평화롭게 살다가셨으니요.

 

이제 올라왔던 숲길을 따라

편안한 마음으로 내려섭니다.

 

 파릇 파릇한 새싹을 보니 봄이 오고 있나봅니다.

지난 겨울이 혹독해서인지 가슴이 설레입니다.

그런 설레임으로 봄을 맞이해야 할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