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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서산 아라메길 - 백제의 미소를 따라 걷다.

by 마음풍경 2011. 4. 3.

 

서산 아라메길 1코스-지선2

 

 

마애삼존불상 입구 ~ 마애 삼존불상 ~ 방선암 ~

보원사지터 ~ 임도 ~ 전망대 왕복 ~ 개심사 ~ 임도 ~

서해안 고속도로 굴다리 ~ 오학리 ~ 해미향교 ~ 해미읍성

(약 14km, 4시간 소요/휴식 포함)

 

 

서산 아라메길(http://www.aramegil.kr/)은 바다의 고유어인

'아라'와 산의 우리말인 '메'가 합져진 말로

서산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서산 아라메길은 서산 둘레를 한바퀴 휘도는 17개 코스로 

이루어져있으나 아직 1 코스만 만들어졌고

오늘 걷는 길은 1 코스의 주변에 있는 4개의 지선 코스중 하나입니다.

아라메길 1코스중 지선2 구간은

용현계곡 입구인 서산 마애삼존불에서 시작합니다.

 

오늘은 인도행 대충방 회원님들과 함께 했습니다.

먼저 마애삼존불을 만나러 갑니다.

 

작은 암자옆으로 조금 가면 마애삼존불이 있는 큰 바위가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곳을 직접 찾기보다는 교과서 등으로만 만나본 간접 경험이 대부분일겁니다.

 

그래서 인지 큰 바위 아래에 있는 불상이 무척이나 작게 보인다고 하네요.

 

 하지만 국보 84호로 마애불중 가장 뛰어난 백제 후기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얼굴에 피어오른 자애로운 미소가 참 마음을 편하게 해주네요.

불상하면 보통 근엄한 모습인데 소박한 얼굴 표정이 정말 친근감이 가는 얼굴입니다.

빛의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이곳에만 계속 있을 수는 없겠지요. ㅎㅎ

 

마애삼존불을 보고 용현계곡을 따라 본격적인 길걷기가 시작됩니다.

 

멋진 계곡과 바위가 있는 곳에 방선암이라는 멋진 글씨가 새겨져 있네요.

그나저나 우리 조상들도 낙서 하길 무척 좋아했나봅니다. ㅋ

 

졸졸 흐르는 봄이 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걷습니다.

 

아라메길.. 이름이 참 예쁘지요.

 

눈에 잘 띄게 노란색의 리본도 아주 친절하게 길을 이끌어 줍니다.

 

잠시 포장된 길을 걷다가 보원사지를 만납니다.

 

보원사지는 현재 발굴중인데 통일신라 및 고려초기의 많은 보물이 있습니다.

보원사지 석조는 보물 102호이고요.

 

당간지주 또한 보물 103호입니다.

보통 당간지주가 보물이 되는 경우가 별로 없는것 같은데

이곳 당간지주는 삼국시대의 기본 양식을 따른 작품이라 하네요.

 

보물 104호인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고려초기의 작품입니다.

날렵한 느낌이 드는 멋진 탑인것 같네요.

 

휴~ 주변에 산재되어 있는 보물이 끝이 없네요.

오른편 법인국사 보승탑은 보물 105호고 법인국사 보승탑비는 보물 106호입니다.

법인국사의 사리와 업적들을 기념하기위한 유물이라고 하네요.

 

향후 발굴 작업이 모두 완료되면 또 얼마나 많은 보물들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보원사지는 보물이 많아서인지 주변에 오랜 세월 함께한 나무마저도 보물처럼 멋진 모습이네요.

 

이제 보원사지를 뒤로하고 본격적인 산행 길이 시작됩니다.

일락산 주변 능선을 넘어서 개심사로 가는 길입니다.

 

아라메길 영향때문인지 주변 나무들이 간벌이 많이 되어있더군요.

정해진 간벌이면 좋겠지만 혹여 이 길을 좀더 편하게 내기위한 벌목이 아니길 바래봅니다.

 

조금 가파른 능선 길을 올라서고 나니 소나무 향이 가득한 숲길을 걷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숲에는 멋진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요.

멋진 나무만 숲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작고 평범한 나무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숲을 이룬다고요.

그래서일까요. 숲길을 걸으면 마음이 잔잔해지고 평화로워지나 봅니다.

 

애구 쇠사슬로 나무에 묶어놓은 이정표의 모습이 왠지 궁색해보이네요.

좀 더 좋은 방법도 있을터인데.

 

향긋한 소나무 향과 포근한 소나무 길..

저는 이 길을 소나무 향기 가득한 길이라고 이름하고 싶네요.

 

참 좋은 길을 흐르듯 걷다보니 개심사 삼거리 갈림길을 만납니다.

정해진 길은 바로 오른편 개심사로 내려서는 것이나

전망대까지가 500미터라 그리 멀지않아 그곳까지 다녀오기로 하네요.

 

역시 아늑한 길을 따라 걸어오니 전망대가 나옵니다.

 

다만 날이 흐려서 조망이 그리 시원하지는 못하네요.

일락산에서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만 바라보입니다.

 

날이 좋았다면 저멀리 천수만 바다 풍경도 보였을텐데요.

하긴 세상 일이 늘 좋기만 하겠습니까.

이런 날도 있으면  또 좋은 날도 있겠지요.

 

다시 개심사 삼거리로 돌아와 개심사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밑둥이 베어진 나무를 보니 나무도 남모르는 상처를 안고 사나봅니다. 

사람 사는 모습이나 나무 사는 모습이나 삶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한평생 사는 내내 가슴 한구석을 아릿하게 하는 그런 상처도

그저 나의 소중한 인연이라 생각해 봅니다.

 

오늘 길은 숲속으로만 들어서면 걷는 내내 소나무 향기가 가득합니다.

 

반대로 가는 이정표가 있는 걸 보니 개심사가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충남의 4대 사찰인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이 창건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곳 대웅전도 보물 143호이고요.

그나저나 서산은 서해 해상을 통해 중국으로 부터 불교와 천주교 등

선진 문물을 최초로 받아들인 내포문화권의 중심지라서인지

참 다양한 보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개심사는 가야산 줄기인 상왕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있으면 마음을 열고 평화를 찾게되는 것일까요.

 

4~5월이면 왕벚꽃이 피는 아름다운 사찰이라고 하는데 아직은 조금 빠르겠지요.

 

주변 산들의 소박하고 정겨운 자연속에 사찰마저도 자연이 되는 그런 느낌입니다.

 

절 아래 작은 연못에 무거운 내 마음 한 조각 던져보네요.

저 연못처럼 늘 잔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면 행복해질까요.

 

하긴 덜어내고 또 덜어내도 늘 무겁기만 한 삶이겠지요.

다만 길을 걷는 동안에는 잠시나마 그 무거움을 잊는 것일테고요.

 

터벅 터벅 걷다보니 개심사 일주문에 도착했습니다.

마애삼존불부터 이곳까지 대략 2시간이 걸렸네요.

 

개심사 입구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한후 다시 길을 이어가야 합니다.

 

이제 전체 길의 절반 정도를 걸었고 나머지 절반을 더 걸어야 하네요.

 

아직은 봄의 푸르름보다는 지난 겨울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시간입니다.

 

잠시 포장길을 걷다가 다시 산길로 접어듭니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은 언제 걸어도 설레이는 마음이지요.

그 숲에는 또 어떤 느낌이 담겨져 있을까 하고요.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다 같은 숲인것 같지만 내가 걸으면서 만나는 숲길의 느낌은 전부 다 다르니요.

숲마다 공기의 맛이 다르고 불어오는 바람의 향기가 다 달라서 그런가 보네요.

 

점심을 먹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잠시 오르막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곤 합니다.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그저 아늑하게만 다가오는 풍경이네요.

 

마른 낙엽 사이 길을 걷다보니

아직은 봄이 아니라 늦가을이라고 해도 좋고 늦 겨울이라 해도 좋습니다.

하긴 어느 계절이든지 귀하지 않겠습니까..

 

숲길 저만치에 피어있는 생강나무의 노란 색 꽃을 보니 봄이 오긴 오나봅니다.

 

올 봄은 여느 해보다 봄이 더디기만 한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더욱 반가운 모습이네요.

 

늘상 반갑게 만나고 설레는 계절의 모습처럼

우리네 인연도 늘 그러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숲길을 이어오다가 훤히 트이는 너른 임도 길을 만납니다.

 

이 길을 혼자 걷다보니 문득 과거에 걸었던 이런 저런 임도 길이 생각이 나네요.

아주 평범한 임도 길이지만 그 길에도 애틋한 추억이 깊게 배여있나봅니다.

 

잠시 아이폰에서 음악을 틀어서 흥얼거리며 걸어보네요.

길과 음악은 왠지 참 잘 어울리는 친구같습니다.

물론 모두 제 고마운 친구이기도 하고요.

 

다시 임도길을 버리고 숲길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제 날도 거의 다 풀린것 같은데

진달래 피는 시간이 가까워지나 보네요.

 

해미 읍성도 이제 10여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비록 하루종일 하늘은 회색빛이었지만

그래도 봄 바람의 싱그러움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네요.

 

조용한 숲길을 걷다가 갑자기 고속도로 차 지나는 소리로 시끄럽습니다.

자연이 만드는 소리는 다 음악처럼 고운데 왜 인간이 만드는 소리는 이처럼 시끄럽기만 한걸까요.

갑자기 차가 세상의 모든 차가 다 사라지는 행복한 세상을 한번 상상해 보았습니다. ㅎㅎ

 

서해안 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를 지납니다.

 

굴다리를 빠져나오니 오학리 마을에 도착합니다.

다만 이곳부터는 아라메길 리본이 보이지가 않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곳으로 우회하는 새로운 숲 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최근 구제역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마을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았을것 같고요.

 

그래도 마을을 빠져나가 큰길 입구에 오니 아라메길 이정표가 반갑게 보입니다.

 

해미 읍성으로 가는 길에 해미 향교가 있어 잠시 들러보기로 합니다.

 

아주 웅장한 나무가 반겨주는 길입니다.

 

그런데 향교에 도착하니 최근에 화재가 난 모양입니다.

안타깝게도 향교 앞채가 전소가 되었던 것 같네요.

 

해미 향교를 나와 읍성 방향으로 길을 걷습니다.

차가 다니는 길이 싫어서 논두렁 길로 길을 이어가고요.

 

해미읍성에 도착했습니다.

개심사 입구에서 이곳까지도 대략 2시간이 걸린것 같네요.

 

해미읍성은 천주교의 순교지이자 성지라

그런지 성밖에도 순교성지가 있더군요.

 

해미읍성은 서해안에 출몰하는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태종에서 세종에 걸쳐 쌓은 석성이라고 합니다.

해미읍성의 정문인 진남문 입구에 나이드신

포졸 두분이 경비를 서고 계시더군요. ㅎㅎ

 

해미 읍성은 성곽의 전체 길이가 1,800미터로 

전남 낙안읍성(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91)의 성곽 길이인

 1,410미터 보다는 조금 더 큰 규모입니다.

우리나라에 대부분의 성이 산에 있는 산성의 형태인데

낙안읍성과 이곳 해미 읍성은 평지에 지어진 석성이고요.

 

또한 해미 읍성은 조선후기 천주교를 탄압하면서

1천여명의 천주교 신자를 처형했던 순교 성지이기도 하네요.

 

이 나무 가지에 줄을 매달아 신자들을 고문했고요.

 

그나저나 가야산이 넉넉하게 바라보이는 이곳에

그런 어두운 역사의 흔적들이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네요.

 

하긴 그런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굳건하게 자리를 할 수 있었겠지요.

요즘 종교의 실망스런 모습을 보면 과거 초심의 모습을

다시한번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잠시 해미 읍성 구경을 하고 빠져나갑니다.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성곽 길을 걸어보지 못했네요.

 

나중에 정식으로 아라메길 1코스를 걷게되면

다시 이곳으로 오기에 그때를 기약해 봅니다.

 

서산 아라메길을 걷고 나서 대전으로 돌아오기 전에

서산에 온 보너스로 천수만에 있는 간월도에 들러봅니다.

만조 시간이라 사람들이 땟목을 타고 건너네요.

 

몇년전 팔봉산 산행을 하고 이곳에 왔을 때는

간조시기여서 그냥 걸어서 갔는데

오늘은 정 반대로 배를 타고 건너갑니다.

 

세월이 지나서일까요.

그때의 정감있는 정취는 느껴지지가 않더군요.

 

사찰 담을 통해 바라보이는 바다만이 그 느낌 그대로 이고요.

 

간월암을 빠져나오는 길은 뱃길이 아니라 물빠지는 바닷길입니다.

작은 모세의 기적이라고 할까요. ㅎㅎ

 

간월도를 찬찬히 바라보며 오늘 하루의 시간을 정리해봅니다.

서산 아라메길에 만났던 많은 보물, 유적들도 생각나고

특히 소나무 향기 가득한 아늑한 숲길도 고마웠습니다.

왠지 아라메길 정식 1코스는 누런 들판이 보이는 가을에 오고픈 생각이 드네요.

이 길위에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기고 새로운 약속 하나를 더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