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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직지문화 모티길 - 뽀드득 뽀드득 걷는 길

by 마음풍경 2011. 1. 31.

 

직지문화 모티길

 

 

 직지문화공원 주차장 ~  직지초등학교 ~ 방하치 마을 ~ 방하재 ~ 돌모마을 ~ 직지문화공원 주차장

(약 11.5km, 약 3시간 소요)

 

 

경북 김천 모티길은 작년 가을에 걸었던 녹색 수도 모티길(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76)과 함께

직지사 주변 길을 걷는 직지문화 모티길이 있습니다.

 

 천년고찰 직지사와 연결되는 코스로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방하치 마을과 돌모마을의 산촌체험 마을이 조성되고있어

옛날 전통과 조상의 숨결을 느껴보면서 동심의 세계로 풍덩 빠져볼 수 있다.

                                                        <직지 문화 모티길 소개 자료에서>

 

대전에서 김천 직지문화 모티길을 가는 내내 눈이 조금씩 내립니다.

물론 차를 주차한 이곳 직지문화공원 입구 주차장에도 눈이 내리고 차가운 바람이 부네요.

 

원래 직지문화모티길은 직지초등학교에서 시작하는지라 약 1km 거리를 더 걸어야 합니다.

때론 얼음이 얼어있는 길이 눈에 살포시 덮여있어 미끄러운 길이 많더군요.

 

직지초등학교 입구에 도착하니 죽어버린 나무 한그루가 마치 조각상처럼 서있습니다.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혹 한없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닌지요.

 

모티길 이정표를 처음 만났습니다.

이제 설레는 마음으로 모티길을 시작해야겠지요.

 

방하치 마을로 가는 동네 오솔길로 접어듭니다.

 

오늘 걷는 길은 방하재 고개를 넘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시계 방향으로 걷는 코스입니다.

 

눈이 살포시 내린 매력적인 길을 걷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가는 길 주변에 비닐하우스가 무척이나 많은걸 보니

이곳 마을은 겨울에도 쉬지 않는것 같지요.

 

마을 분이 눈이 오는 길을 쓸고 계시더군요.

 

ㅎㅎ 호준이네 집 아저씨인가 봅니다.

 

아마 이 집이 호준이네 집인것 같고요.

 

조금은 빛바랜 시그널도 만나게 됩니다.

 

편안한 눈길을 쉬엄쉬엄 걸으니 방하치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추운 겨울이라 그런지 동네에도 지나는 사람들도 없고

그저 적막한 느낌만 드네요.

 

마을 동네 담장에 멋진 나무 그림이 만들어져 있네요.

여튼 자연의 신비로움이란..

 

날이 조금 따뜻하다면 이곳에 앉아 차도 한잔 마실텐데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옹색하게 나무 뒤에 숨어 커피 한잔 했습니다.

 

마을에서 조금 더 올라서니 새롭게 공사중인 주택 단지가 나오더군요.

자꾸만 줄어드는 시골 마을에 새롭게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요.

 

마을길 옆으로 돌탑과 멋진 당산나무가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곳에 올때만 해도 눈이 내리는 날이 었는데

 지금은 화창하게 개였네요.

 

이제 조금은 어수선한 마을 길을 벗어나 본격적인 임도 길을 걷습니다.

 

모퉁이 길을 굽이 굽이 돌아가는 모티길이라는 뜻처럼

눈이 소복하게 쌓인 그 길을 걷습니다.

 

사찰 납골당인지 정체를 모를 작은 건물이 조망 좋은 곳에 있네요.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걷는 그저 걷기만해도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입니다.

 

때론 그 길이 외롭고 힘들 떄도 있겠지요.

 

우리네 인생이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힘들고 어렵고 아파도

내가 걸어야할 길이고 내 인생이기에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하겠지요.

 

참 눈물이 날만큼 길은 아름다운데

오늘은 왠지 걷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하늘이, 구름이, 그리고 걷는 새하얀 길이 이처럼 너무나 아름다운데 말입니다.

 

내 마음속에 욕심과 바램이 너무나 많아서일까요.

 

그래도 살만큼 산다고 생각하는데도

때론 사는게 무언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내가 어디쯤 걷고 있는지

내가 걷는 그 길이 진정 행복인지..

 

그냥 저 시원한 조망처럼 시원하고 가볍게 사는 방법이 무얼까요.

 

이런 저런 생각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방하재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방하치 마을에서 올라왔다해서 방하재라고 한다네요.

제법 걸은것 같은데 아직 절반을 넘지 못했습니다.

 

방하재를 지나자 눈은 더욱 풍성하네요.

조금만 길에서 벗어나도 발목까지 눈이 덮이고요.

다행히 지나간 발자국들이 있어 그 족적을 따라 걷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모퉁이를 휘돌아갑니다.

 

모퉁이를 돌아가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것 같은 기대감으로 설레입니다.

 

이곳이 오늘 걷는 길중에서 가장 높은 곳인것 같아

하늘 한번 쳐다봅니다.

그저 아늑하고 편안하네요.

 

이제 하산을 하듯 내리막 길을 걷습니다.

 

컨테이너가 있는 이곳에서 임도길을 버리고

오른편 돌모 마을로 가는 작은 길을 내려섭니다.

 

내려서는 길은 눈이 수북수북 쌓여 미끄러지듯이 걷습니다.

 

내리막 눈 길을 정신없이 걷다보니 갑자기 멋진 조망이 트이네요.

 

백두대간인 황악산 능선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오늘 걷던 길중에 가장 멋진 선물을 주는 곳입니다.

 

다만 길 주변이 공사로 황폐화되어있어 조금은 마음이 아프더군요.

아마도 돌모생태체험 공간을 조성하려다가 공사가 중단이 된것 같은데요.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이처럼 좋은데

지나친 욕심이 이런 모습을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가요.

여튼 가장 멋진 선물과 가장 씁쓸한 선물을 동시에 느끼게하는 곳입니다.

 

거친 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섰습니다.

이 마을은 돌이 많아서 돌모마을이라고 한답니다.

 

그리고 돌모 마을 주변은 표고버섯 재배 비닐 하우스가 참 많습니다.

김천의 표고버섯은 전국적으로도 알아준다고 합니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봅니다.

오늘은 왠지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처럼 쓸쓸함만이 가득 배여있는것 같습니다.

 

903번 지방도를 따라 걷습니다.

다행히 다니는 차들이 거의 없네요.

 

이제 마지막 남은 약 1km를 걸으며

김천 모티길과의 작은 인연을 생각해 봅니다.

 

인연이란 억지로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고해서 그리되는 것도 아니겠지요.

나와 길과의 인연도 자연의 모습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고요.

 

다시 처음 시작한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가볍게 반나절이면 걸을 수 있는 길이었네요.

날이 춥지만 않다면 직지사도 구경하고 직지문화공원도 구경한다면

직지문화모티길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의 문화를 더욱 아는 시간이 되었을텐데 오늘은 그리 하지 못했네요.

인연이 있다면 다음번에 이 길을 또 걷는 날이 오겠지요. 그때 새롭게 걸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