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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청주 상당산성 길 및 우암산 길 - 성곽길을 걸으며 새해 소원을 빌다.

by 마음풍경 2011. 1. 9.



청주 상당산성 길 및 우암산 길

 


  

상당산성 남문 주차장 -> 서암문 -> 서문 -> 동암문 -> 동문 ->

산성마을(중식) -> 남문 -> 우암생태터널 -> 우암산 ->

송전탑 -> 3.1 공원 주차장 (약 10km, 순수걷기 4시간 소요)

 

 

"상당 산성은 상당산 계곡을 둘러 돌로 쌓아 만든 산성으로

백제 때 부터 이미 이곳에 토성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곳이다.
『삼국사기』에는 통일신라 초기에 김유신의 셋째 아들이

서원술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때 쌓여진 것이 아닌가 추측되기도 한다.

상당(上黨)이란 이름은 백제 때 청주목을 상당현이라 부르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지금의 성은 임진왜란 때에 일부 고쳤으며

숙종 42년(1716)에 돌성으로 다시 쌓은 것이다.

성벽은 네모나게 다듬은 화강암으로 쌓았으며, 비교적 잘 남아있으나

성벽 위에 낮게 쌓은 담(여장)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성 안에 5개의 연못과 3개의 사찰, 관청건물, 창고 등이 있었는데,

현재는 문과 치성이 남아있다.
정상에 오르면 서쪽으로 청주·청원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여

서쪽 방어를 위해 쌓여진 곳이었음을 알 수 있다."
                                                                                                   <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

 

 

오늘은 인생길따라 도보여행 대전충청방(인.도.행 대충방)을 따라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청주 상당산성으로 갑니다.

특히 이번 걷기는 올해 들어 대전을 벗어난 첫 길 걷기인지라

더욱 새로운 마음으로 오늘의 시간을 대하게 됩니다.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과 소복하게 쌓여있는 새하얀 눈과 함께

산성의 풍경이 마음을 참 시원하게 해줍니다.

 

상당산성의 남문으로 올라서봅니다.

 

올 겨울은 삼한사온이 실종된것처럼 매일 추운 날이 지속되지만

그래도 오늘은 날이 조금은 포근해진것 같습니다.

특히 성곽 담장에 쌓여있는 눈 풍경에서 겨울의 포근함이 느껴지네요.

 

남문에 올라서서 이제 시계 방향으로 본격적인 산성 성곽길을 걷습니다.

 

이곳 상당산성의 전체 성곽의 둘레는 4.2km로 대략 10리 성곽길이지요.

 

쌓인 눈 길을 따라 휘돌아가는 곡선 길처럼

내 마음의 길도 오늘은 여유롭게 휘휘 돌아가나 봅니다.

 

요즘 나라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다 해서 연초부터 뒤숭숭한 분위기인데

이처럼 정갈한 풍경을 마음에 담을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작은 고개를 넘어서서 서암문에 도착하니 환상의 풍경이 저를 반겨주네요.

청주 시가지가 아스라한 박무속에 잠겨있습니다.

 

상당산성을 돌고 오후에 이어가야할 우암산(해발 353m)도 귀여운 모습으로 바라보이고요.

우암산의 별칭이 와우산으로 소가 누운 형상이라고 하는데 그저 부담없는 편안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삶의 도반(道伴)이 있듯이

저에게는 길을 걷는 내내 함께하는 도반같은 길 동무가 있지요.

 

길을 가다 만나는 멋진 자연 풍경과 바람소리, 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 등이 전부 나의 길 동무입니다.

특히 숲길과 산길을 걸을때마다 만나는 나무 또한 늘 함께하는 변함없는 길동무이고요.

 

또한 이처험 아름다운 찰나의 모습을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어 주는 카메라도 소중한 길동무이지요.

그래서 터벅 터벅 두발로 걷는 그 길이 항상 외롭지 않는가 봅니다.

 

서암문을 지나 뒤돌아보니 저 아래 보이는 계단이 오후에 이어가야할 우암산으로 가는 길입니다.

 

강물의 흐름처럼 이어지는 성곽너머 서문이 보입니다.

 

오늘 걷는 길은 뒤를 돌아보는 풍경이나 앞으로 바라보이는 풍경이나 판박이처럼 비슷하지요. ㅎㅎ

 

위태롭게 휘어 자라는 재미난 소나무도 만납니다.

세상의 풍경이 그리워 길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걸까요.

 

저멀리 산능선이 마치 구름에 떠있는 성채처럼 보입니다.

충북 청원과 충남 연기의 도 경계에 있는 동림산같기도 한데요.

 

아늑하고도 멋진 조망을 바라보며 겨울 눈길을 걷다보니

제가 좋아하는 안도현 시인의 "겨울 숲에서"라는 시가 읊고 싶어집니다.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 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 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때론 외롭기에 그래서 그립기도 하지만

그리움은 또한 괴로운 일이 되기도 하지요.

세상 사는 일이나 길을 걷는 일이나 똑같이

좋은 것뿐만 아니라 힘든 것도 가지고 있나봅니다.

 

여튼 오늘은 참 좋은 눈 길을 따라 걷는 발걸음이 그리 힘들거나 무겁지 않고

가볍고 편안한 마음이 깃드네요.

 

발 아래로 동문이 보입니다.

 

남문에서 이곳까지 약 1시간 조금 넘게 걸은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망도 멋지고 걷는 길도 좋아서인지 발걸음은 더욱 가볍기만 하고요.

 

항상 길을 걸으며 느끼는거지만 지나온 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편안한 마음의 여유와 함께 참 아름다운 길을 걸어왔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동문을 지나 점심을 먹기위해 식당이 있는 산성마을로 들어가봅니다.

아주 오래전에 왔을 때보다 식당이 참 많이 늘어난것 같더군요.

이곳에서 1시까지 인도행 회원님들과 함께 맛난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도 마치고 식당가 앞 꽁꽁 얼은 저수지를 건너 남문 방향으로 갑니다.

그나저나 최근 날이 춥기 추웠나봅니다. 최근에는 온난화 현상떄문에 저수지에서 얼음지치기 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는데요.

하여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 얼음지치기도 해보았습니다. ㅋ

 

개인적으로 저는 겨울 산을 참 좋아합니다.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자연 풍경, 불어오는 싸한 느낌의 바람소리,

그리고 새하얀 순백의 세상이 좋아서인가 봅니다.

 

ㅎㅎ 다시 남문으로 원점회귀를 했네요.

 

그리고 우암산 들머리 방향으로 가기위해 오전에 걸었던 길을 다시 걷습니다.

 

하여 복습하는 기분으로 아침에 걸으며 보지못했던 재미난 모습들도 만나게되고요.

 

또한 아침 햇살과 오후 햇살이 달라서인지

풍경 또한 새로운 모습으로 보입니다.

 

우암산 능선 방향으로 들어서니 재미난 퍼포먼스를 만나게 됩니다.

 

누가 이곳에 이런 풍경을 만들어 놓았는지는 모르지만

잠시동안 미소짓게 해주어 감사하네요.

 

조금은 어수선한 낙서의 모습도 귀여운 모습들이고요.

 

이제 우암산 방향으로 본격적인 산길을 이어갑니다.

 

상당산성이 우암산보다 해발이 높기에 내내 하산하는 편안한 기분으로 걷습니다.

 

여튼 이런 좋은 길을 걷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해집니다.

 

마음속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작은 평화라고 할까요.

이 시간만큼은 내 자신이 자연으로 스며드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우암산 생태터널 위를 지납니다.

당초 이곳에 사는 동물을 위한 생태길일텐데 오늘은 제가 이용하게 되었네요. ㅎ

저멀리 명암타워 모습을 보니 몇년전 대전둘레산길잇기 회원님들과 청주삼백리 회원님들이 함께

이 근처 산길을 눈을 맞으며 걸었던 생각이 나더군요.

 

이제 우암산을 향해 오르막 길을 가야지요.

바람도 불지않는데 찰나의 인연처럼 나무에 쌓였던 눈이 떨어집니다.

그냥 길 풍경을 찍으러한건데 이처럼 눈까지 내려주고 작은 행운인것 같네요. ㅎㅎ

 

생태터널에서 30여분 올라서니 우암산 정상 부근에 도착했습니다.

실제 정상은 왼편쪽으로 길에서 벗어나 있지요.

 

그리고 방송국 송신탑도 지나고요.

송신기지 옆으로 나무테크 길이 잘되어 있더군요.

 

나무데크 조망터에서 청주 시내가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우암산은 친근한 동네 산처럼 청주의 진산이지요.

 

진달래피는 봄에 이곳에 앉아 시원한 조망을 바라보며 차 한잔하면 참 좋을것 같습니다.

 

이제 운치있는 길을 따라 하산을 합니다.

 

지금은 고요한 겨울 숲이지만 머지않아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새파란 잎들이 다시 자라는 분주함이 있겠지요.

잠시나마 기다림의 소중한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한적한 숲길을 빠져나오니 4시경에 오늘 걷기의 종착점인 3.1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해도 서편으로 저물고 오늘 하루도 이렇게 잔잔한 느낌으로 지나갑니다.

 

그나저나 올해도 작년처럼 많은 길을 걸을것 같습니다.

그길에서 참 다양한 자연의 풍경을 보고 아름다운 인연들을 만나게 되겠지요.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음에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성곽길을 걸으며 올 한해도 무사하게 길을 걸을 수 있게 해달라는

작은 소원 하나 남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