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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김천 수도녹색숲 모티길 - 진한 가을 향기가 배여있는 길

by 마음풍경 2010. 11. 8.

 

김천 수도 녹색숲 모티길

 

 

증산면 수도마을 ~  국유임도 ~ 단지봉 중턱 ~ 낙엽송 보존림 ~ 원황점 마을

(약 15km, 5시간 소요/휴식 및 식사 포함)

 

 

김천 모티길은 직지문화 모티길 등 2개의 길이 있으며

 그중 수도녹색숲 모티길은 경북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와 황점리에 걸쳐있는

해발 1,000미터의 국유 임도를 따라 걷는 코스입니다.

 

 수도녹색숲 모티길의 들머리인 이곳 수도마을은 경북과 경남의 경계지역으로

김천에서도 차로 1시간이 걸리는 해발 700미터의 고지대입니다.

 

마을 주차장 입구에 모티길 이정표가 있네요.

첨에는 마을 주차장 바로 옆쪽으로 난길이

모티길 들머리인줄 알아서 잠시 알바도 했습니다. ㅎㅎ

 

김이 모락모락나는 두부를 만들고 있는

식당 길을 따라 수도암 방향으로 길을 갑니다.

 

가을 하늘의 전형적인 모습처럼 구름 한점없는 풍경이 펼쳐지네요.

억새와 단풍의 조화가 길걷기 시작부터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당초 김천시나 증산면에서는 11월 15일부터 산불통제를 한다고 했는데

실제 이곳의 산불감시 통제를 하는 산림청은

11월 1일부터 통제를 한다고 해서 잠시 혼란스러웠으나

산불 조심 등을 한다는 양해를 구하고 다시 임도 길을 이어갑니다. 휴~

여튼 잘못했으면 새벽밥 먹고 달려왔는데

이 멋진 길을 그냥 두고 발길을 돌릴뻔 했으니

그나저나 우리나라 정부나 지자체의 행정이 참 그렇습니다. 쩝~

 

임도 입구에서 자작나무 군락지를 만납니다.

이곳에는 자작나무뿐만 아니라 음나무, 물푸레 나무, 오리나무

그리고 낙엽송 등의 다양한 나무 군락지가 있습니다.

하얀 빛을 발하는 자작나무를 보니 겨울 눈이 쌓인 날 와도 참 좋을 것 같네요.

 

한적한 숲길을 가다가 하늘이 훤하게 트여 바라보니

입이 다물어지지않는 멋진 하늘 풍경이 나타납니다.

 

파란 캔버스에 펼쳐지는 흰색의 멋진 그림이라고 할까요.

 

누가 자연의 그림을 흉내라도 낼 수가 있을까요.

저는 그저 경외의 눈으로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왠지 가슴 싸한 애틋함이 가득 밀려옵니다.

산다는 것에 대한 막막함이라고 할까요.

가끔식 내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을 만날 때면

느껴지는 이 애틋함 그리고 그리움..

 

 그나저나 이곳에는 참나무 가지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들이 참 많더군요.

어찌보면 새집같기도 하지요. ㅎㅎ

 

오늘 걷는 모티길의 모티는 경상도 말로 모퉁이라고 합니다.

하여 모티길은 구불구불 돌아가는 모퉁이가 많은 그런 길이겠지요.

 

 부드러운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여린 소나무의 모습도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멋진 하늘 풍경과 시원하게 하늘로 솟은 나무들 사이로 난 아름다운 길을 걷습니다.

 

길걷기를 시작한 수도마을이 해발 700여미터인지라 하늘이 가까워서 일까요.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듯 다가오는 하늘입니다.

 

 이곳 수도 모티길은 해발 1300여 미터의 수도산과

단지봉 능선을 따라 이어지기에 주변 풍광이 더더욱 시원하고요.

 

 하늘의 유혹이 너무 황홀해서 하늘을 보며 둥둥 떠가는 것 같지만

실은 이처럼 가을 정취를 뜸뿍 담고 있는 길을 걷고 있었네요.

 

하늘과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그런 길을 걷습니다.

 

벌써 수도리에서 5km를 왔습니다.

10시 반경에 시작했는데 이곳에 12시경에 도착했으니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황점리까지는 10km가 남았으니 1/3을 왔고요.

 

이곳에서 다시 내원마을을 거쳐 수도마을로 돌아가는

약 3.2km의 아름다운 숲길이 새롭게 조성이 되었습니다.

차를 가져오는 경우 약 8,3km의 원점회귀 걷기 길로도 좋을것 같고요.

아마도 마을 주차장 입구에서 알바했던 그 길로 되돌아 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시 아름다운 길을 이어갑니다.

 

낙엽송 군락의 멋진 가을 풍경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네요.  

 

낙엽송하면 문득 지리산 만복대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바라본 가을 풍경이 생각이 납니다.

  

가을 대청호 주변의 아름다운 낙엽송 정취도 생각이 나고요.

 

낙엽송을 만나니 갑자기 과거의 추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되살아 나는 그런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람은 무언가 열중할 때 행복하다고 하지요.

그중에서 이렇게 멋진 길에 빠져 걷고 있을 때가 저는 가장 행복합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미친 놈처럼 이 길 저 풍경을 따라 길을 나서는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주변 멋진 풍경에 들뜬 마음을 잠시 식혀주는 듯

늦가을의 삭막함을 느끼는 회색빛 길을 걷기도합니다.

 

 그리고 그 길을 빠져나가니 이내 시원한 조망이 트이는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그나저나 이 멋진 풍경을 만나니 오늘 가져온 똑딱이 카메라가 아닌

평소 늘 가지고 다니던 DSLR 카메라를 가지고 올걸 하는 후회가 듭니다. 쩝

그러면 가을이 온전히 내려앉은 이 느낌을 좀 더 풍부하게 담아낼 수도 있을텐데

아무래도 색감이나 계조가 조금 미약하네요.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가을의 정취는

단순히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만 남길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햇살에 비추이는 잔상으로 느끼고

살랑 불어오는 바람의 감촉으로도 느끼고

결국은 내 마음속 깊이 자리하는 추억으로 남겠지요.

 

그런 고운 추억들이 하나씩 둘씩 쌓여서

지나간 제 인생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아름답게 만들어 줄수도 있을거구요.

 

그다지 길지 않는 인생을 살면서 늘상 들어온 출세라는게 무얼까요.

명예, 돈만이 출세의 잣대라면 세상이 너무 슬프지는 않을까요.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이제 불혹의 나이를 지나 지천명을 바라보는 저에게는

재가 걸어온 아름다운 길과 그 길에서 만난

멋진 자연의 모습이 제 인생의 출세라고 생각해봅니다.

 

남에 의해 강요되지도 않고 억지로 하는 일도 아닌

이처럼 매력적인 길을 걷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요.

그 길을 걸을 때마다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길을 걷다보니 2시경에

낙엽송 보전림 안내도가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낙엽송을 조림한지가 1930년대라고 하니 벌써 80년의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잘났다해도 묵묵하게 제자리에 서서 자라는

나무의 수명을 따라가지는 못하네요.ㅎ

 

이제 낙엽송 군락지도 지나고 원황점 마을을 향해

아주 편안한 내리막길을 이어가야겠네요.

 

 아름다운 가을을 시로 남긴 시인들은 참 많습니다.

오늘은 김용택 시인의 가을을 이야기한 시를 옮겨보고 싶습니다.  

섬진강 시인인 김용택 시인은 가을 보다는 봄이 더욱 어울릴것 같은데 

그분의 정감으로 느낀 가을은 어떤 모습일지요.

 

가을

                 - 김용택 -

 

산그늘 내린 메밀밭에 희고 서늘한 메밀꽃이라든가
그 윗밭에 키가 큰 수수 모가지라든가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깊은 산속 논두렁에 새하얀 억새꽃이라든가

 

 

논두렁에 앉아 담배를 태우며 노랗게 고개 숙인 벼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농부와 그이 논이라든가

 

 

우북하게 풀 우거진 길섶에 붉은 물봉숭아꽃 고마리꽃
그 꽃 속에 피어 있는 서늘한 구절초꽃 몇송이라든가
가방 메고 탁박타박 혼자 걸어서 집에 가는 빈 들의 아이라든가

 

 

  아무런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 높고 푸른 하늘 한쪽에 나타난 석양빛이라든가
하얗게 저녁 연기 따라 하늘로 사라지는 저물 대로 다 저문 길이라든가


 

한참을 숨가쁘게 지저귀다가 금세 그치는
한수형님네 집 뒤안 감나무가 있는 대밭에 참새들이라든가

 

 

 마을 뒷산 저쪽 끄트머리쯤에 깨끗하게 벌초된
나는 이름도 잘 모르는 사람들의 고요한 무덤들이라든가

 

 

다 헤아릴 수 없이 그리웁고

다 헤아릴 수 없이 정다운
우리나라 가을입니다

 

 

정말 시인의 글처럼 참 그리웁고 정겨운 계절이

바로 우리나라의 가을이 아닐까요.

 

오늘은 참 편안하고 아늑하게 가을 속으로 스며드는 시간입니다.

 

아쉽게도 이제 포장된 길이 나오는 것을 보니

종점인 원황점 마을이 가까워지나 봅니다.

 

그래도 그 마지막 길이 이처럼 시원하게 펼쳐지는 모습이어서

아쉬움은 조금 덜한것 같네요.

 

원황점 마을에 도착해서 수도 녹색숲 모티길 걷기를 마무리합니다.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을 포함하니 약 5시간이 소요가 되었네요.

 

원황점 마을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참 정감이 느껴지는 곳인것 같습니다.

 

소박한 모습의 옛 공소도 있고요.

 

마을을 빠져나가며 마을 안내석도 만납니다.

멋진 돌의 크기만큼 이 마을의 자부심도 큰것은 아닐까요.

 

올 가을에는 배추 파동이 있어서인지

푸르게 자라고 있는 배추 풍경이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ㅎ

여튼 우리네 인간은 배추로 김장을 하며 겨울을 준비하고

자연은 단풍의 화사함으로 겨울을 준비하겠지요.

 

오늘 걸어본 수도 녹색숲 모티길은

대전에서 가볍게 가기에 그리 만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그만큼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곱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 길을 걷는 내내 가을 정취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했고요.

 

모티길을 걷다보니 볕집타는 구수한 냄새처럼

내 몸과 마음에도 어느새 늦가을의 진한 향기가 배여들었네요.

그리움, 쓸쓸함 등의 진한 정취가 스며들듯 말입니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