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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해남 두륜산 대흥사 암자길 - 올가을 마지막 단풍을 만나다.

by 마음풍경 2010. 11. 15.

해남 두륜산 대흥사 암자길

 

 

대흥사 주차장 ~ 대흥사 ~ 표충사 ~ 북미륵암 ~ 만일암터(천년수) ~ 만일재 ~ 구름다리 ~ 두륜봉(630m)

~ 남미륵암 ~ 진불암 ~ 일지암 ~ 대흥사 주차장(약 7km, 4시간 소요)

 

 

전남 해남땅에 있는 두륜산은 우리나라 가을단풍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산으로

구름다리를 비롯한 기암괴석과 시원한 남해 바다 조망이 뛰어난 곳이며

특히 산아래에 자리한 대흥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22교구 본사로

한국 불교의 종가집 같은 역할을 해온 사찰로 일지암을 비롯하여

두륜산 자락에 자리한 암자들을 이어 걷는 길이 참 포근하고 아름답습니다.

 

 

 

저도 올 가을 마지막 단풍의 모습을 담기위해 멀리 해남땅까지 내려왔습니다.

오늘도 역시 산행이라기 보다는 두륜산 주변에 산재되어 있는 사찰과 암자를 따라 천천히 길을 걷기로 합니다.

 

대흥사 주차장 입구에 있는 대흥사 여관터는 5.18 항쟁 사적지이기도 하네요.

 

대흥사로 향하는 주변 길 풍경이 온통 단풍으로 가득합니다.

 

가을 햇살에 비추이는 색감이 참 곱고요.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유선관도 지납니다.

 

1박 2일을 비롯해서 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지요.

사람도 그렇지만 꼭 유명해진다고 늘 좋은 것은 아닐수도 있습니다. ㅎ

 

일주문을 통과하니 부도탑을 만납니다. 

부도탑중 가장 큰 이 탑이 보물 1347호인 서산대사의 부도입니다.

대흥사의 역사에 서산대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요.

 

늦가을이어서인지 아직 한낮인데도 햇살은 해질 무렵같은 느낌이 가득합니다.

 

대흥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 22교구 본사로 한국 불교의 종가집같은 역할을 해온 사찰이라고 합니다.

 

대흥사 경내에서 두륜산 와불이라 불리는 여러 봉우리들이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부처님의 머리에 해당하는 오른편 두륜봉에서부터 시작해서

부처님 가슴부분인 가련봉과 노승봉 그리고 부처님 발인 왼편 고계봉까지 멋진 능선이 이어지네요.

 

좋은 시 한편 있어 잠시 읽어봅니다.

만남과 소유의 인연이 아닌 헤어짐과 무소유의 인연이네요.

온갖 번뇌에서 벗어나는 길은 마음의 욕망을 버리는 것이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는게 늘 문제입니다. ㅎ

 

 

 오늘 걷기의 주제는 산행이 아니라 암자길 걷기이기에

저 바라보이는 멋진 봉우리들은 이처럼 조금 떨어져 바라보기만 할것 같습니다.

그게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은 아닐까요. ㅎㅎ

 

산행을 시작하는 입구에 표충사가 있습니다.

표충사는 서산대사를 모신 사당이지요.

 

구름 한점없는 푸른 하늘과 까치밥이 될 감들이 참 잘어울리는 가을 풍경입니다.

 

이제 경내를 빠져나와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됩니다. 

오를 때는 왼편 북암 방향으로 갔다가 내려올 때는 오른편 일지암 방향으로 나올것 같습니다.  

 

 화려한 단풍 터널을 따라 한적한 길을 걷습니다.

 

11월이라 그런지 단풍의 화려함속에 낙엽의 쓸쓸함도 공존합니다.

 

주차장에서 약 1시간만에 북미륵암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는 국보 308호인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이 있습니다.

 

주변 바위 풍경과 조화로운 소박한 풍경이네요.

 

ㅎㅎ 주변에 있는 바위가 마치 사람의 옆 모습처럼 보이네요.

  

 암자 옆 계단을 따라 좀 더 올라가니 탑옆으로 멋진 조망처가 나옵니다.

 

북미륵암 경내 모습도 보이고

 

그 뒤로 고계봉 능선도 시원하게 바라보이네요.

 

또한 대흥사 모습도 계곡을 따라 펼쳐집니다.

 

대흥사내 여러 암자중에서 가장 조망이 뛰어난 곳이 이곳인것 같습니다.

 

북미륵암을 등지고 다시 만일암터 방향으로 걷습니다.

그나저나 다른 봉우리는 오르지 않더라도 저기 보이는 두륜봉은 올라야 겠네요. ㅎ

 

만일암터 방향으로 가는 길은 편안한 숲길이 이어지다가도

거대한 바위 옆을 지나기도 합니다.

 

너덜겅 길도 만나게 되고요.

 

이 편안한 풍경을 조망하고 있으니

날개가 있다면 저 계곡을 따라 날고픈 생각이 듭니다.

 

만일암터 입구에서 거대한 천년수 나무를 만났습니다.

 

 높이가 22m에 너비가 10m에 가까운 거대한 나무입니다.

북미륵암과 남미륵암 불상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고요.

 

천년수 건너편에는 탑만 덩그라니 서있는 만일암터가 있습니다.

대흥사 암자중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둔사(현 대흥사)가 처음 시작된 곳이라 합니다.

 

만일암터를 지나 조금 오르니 만일재가 나옵니다.

 

왼편으로는 두륜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가련봉(700m)이 우뚝합니다.

 

 고개 건너편은 강진만의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고요.

 

바람에 억새도 살랑거리고 내 마음속에도 시원한 바람이 가득해집니다.

 

두륜봉 옆으로 가지를 치고있는 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무척이나 아름답네요.

 

오심재에서 계속 능선길을 이어왔다면 이곳에서의 시원한 조망과 감동이 덜했을지 모르는데

암자 숲길만 걸어오다보니 느끼는 감동이 더한것 같습니다.  

 

 이제 눈앞에 바라보이는 두륜봉으로 향합니다.

  

 이렇게 바라보기만 해도 좋아서

건너편의 가련봉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없네요.  

 

최근들어 섬을 가지 않아서인지

두륜봉으로 오르는 길옆으로 펼쳐지는 들과 바다의 풍경들은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익숙한 모습들입니다.

 

가는 길에 만나는 바위의 절경과 능선의 아름다움은

지난 날 걸었던 달마산이나 덕룡산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요.

 

나중에 이곳에 다시 오면 저 위봉 능선길을 걷고싶네요. ㅎㅎ

 

가파른 철계단을 지나 두륜봉을 오르려면 꼭 지나가야할 곳이 있지요.

바로 두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입니다.

 

바위로 이어져 있는 돌 다리는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보기 힘든 풍경이지요.

 

 걷기를 시작한지 약 2시간만에 두륜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두륜산 능선이 줄지어 이어집니다.

저멀리 고계봉의 케이블카 시설도 보이네요.

 

시원한 바람과 가슴 탁 트이는 멋진 조망에 따뜻한 차 한잔 빠질수는 없겠지요. ㅎㅎ

 

개인적으로 두륜산 주변에 있는 산인 달마산, 주작산, 덕룡산, 석문산, 만덕산 등은 많게는 3번씩도 가보았는데

이상하게도 이곳 땅끝 지맥의 산중 가장 우두머리인 두륜산은 한번도 오지를 못했네요.

아마도 가장 마지막에 만나라는 인연인가 봅니다.

처음 인연도 중요하지만 가장 나중에 만나는 인연도 또다른 의미를 지닐 수도 있겠지요.

 

 이제 저멀리 도솔봉을 바라보며 하산을 시작합니다.

ㅎㅎ 북미륵암에서 본 바위처럼 이곳 바위도 사람의 옆모습같네요.

 

정상에서의 시원한 조망은 이내 사라지고 다시 햇살이 그리운 숲길을 걷습니다.

 

동백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희미한 숲길도 지나가네요.

 

남미륵암으로 보이는 암자도 지나고요.

 

 그리고 계속 거칠고 희미한 길을 이어가다보니 너른 임도길을 만납니다.

 

임도길옆 진불암에서 잠시 발검을을 멈춰봅니다.

두륜봉 정상이후 첨으로 하늘이 열리는 곳이네요. ㅎ

 

이어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참 편안한 숲길이 나오네요.

두륜산은 동백나무도 많은것 같아 동백꽃이 피는 초봄에 와도 참 좋을것 같습니다.

 

한개의 나뭇가지로 지은 암자라는 뜻의 일지암에 도착했습니다.

왠지 앞서 만난 암자하고는 다른 분위기이네요.

 

이곳 일지암은 우리나라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초의선사가 40여년을 머물면서

다도의 경전이라 불리는 동다송과 다신전 등을 저술한 다도의 성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지암옆의 자우홍련사 건물은 초의선사의 살림채로

연못위에 네개의 돌 기둥을 쌓아 만든 누마루 건물입니다.

 

일지암을 마지막으로 오늘 대흥사 암자 길 걷기는 끝이 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올 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단풍 숲길도 마지막 일지도 모르겠네요.

 

 다시 대흥사 경내로 들어서서 대웅전 방향으로 가는데

천년된 느티나무의 연리근과 소망의 불빛을 밝힐 소망등이 있네요.

연리근 안내판에 적혀있는 고운 글이 있어 읽어봅니다.

 

"오늘 등불 하나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 속 깊은 사랑변치 않도록, 꺼지지 않는 등불 하나

참 고운 등불 하나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가슴속에 촉촉한 등불 하나 간직했으면 좋을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대흥사 대웅보전 마당에서 두륜산 능선 한번 바라봅니다.

따뜻한 지역이라 그런지 이곳 대웅전 경내에 야자나무가 있어 다른 사찰과는 특이한 모습이네요.

 

처음 왔던 길을 되돌아 걷습니다.

 

해가 벌써 저 능선 너머로 기울었는데

단풍의 화려함은 여전합니다.

 

처음 걷기를 시작한 주차장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약 4시간의 대흥사 암자길 걷기였네요.

 

올 가을은 이곳 두륜산에서

마지막 가는 가을 단풍을 화려함으로 만나고 그 가을을 쓸쓸함 속에 떠나보냅니다.

그나저나 우리네 인간의 모습도 4계절의 변화를 닮은것 같지요.

 

파릇 파릇한 연두빛 봄으로 생을 시작하고

치열하고 무성한 녹음의 청년기를 지나

가장 화려한 가을을 장년기처럼 보내고

이제는 머지않아 겨울의 쓸쓸함과 같은 노년기를 준비해야 하니 말입니다.

 

그겨울의 끝은 무얼까요.

다시 희망의 봄이 돌아오긴 하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