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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논산 노성산성길 - 숨겨두고 싶은 아름다운 봄길

by 마음풍경 2011. 4. 25.

 

논산 노성산성길

 

송당리 애향탑 주차장 ~ 노성산 능선 ~ 옥래봉 ~ 노성산 정상(348m) ~

임도길 ~ 금강대도 노성본원 ~ 임도 ~ 주차장

(원점회귀, 약 4km, 2시간소요)

 

 

오늘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남 논산시 노성면과 상월면의 경계에 있는 노성 산성을 찾습니다.

 

오늘 노성산성 걷기의 들머리와 날머리가 될 노성 애향탑은 노성면 송당리에 있습니다.

 23번 국도와 645번 지방도를 타고 노성면으로 들어가기 바로 전 오른편으로

명재 윤증 고택을 지나 조금 더 가면 너른 주차장이 나옵니다.

 

애향탑 뒤로 가니 노성산 등산 안내도가 설치가 되어있으며

애향탑이 있는 이곳 애향공원은 안내도만큼 화장실도 깔끔합니다.

 

노성산을 오르는 들머리는 뒷편 노성면 관광 안내도 바로 옆으로 있네요.

물론 이길 말고도 왼편으로 임도를 따라 가면 편하게 정상으로  갈 수 있는 길도 있으나

그 길은 나중에 하산 때 내려오려 합니다.

그리고 안내도에 보니 노성 산성이 논산 8경중 하나이며

이곳에서 정상까지 약 1.8km 거리입니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파르지만 길이 잘 정비가 되어 있고

주변에 조경도 잘되어 있어 걷기가 참 좋습니다.

 

어제 비가 와서인지 촉촉한 흙 길을 걷는데

주변에 쭉쭉 뻣은 멋진 소나무가 많습니다.

 

도심에는 봄의 대표 꽃인 벚꽃이 벌써 지기 시작하는데

막 피기시작한 벚꽃을 비롯한 화사한 봄꽃들이 반겨주네요.

꽃길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걷는 기분이 참 행복합니다.

 

지난 가을과 겨울을 보낸 말라버린 단풍 잎도

아침 햇살 아래에서는 또 다른 꽃으로 보이네요.

 

주능선을 바로 오르지 않고 조금은 덜 가파르게 이리저리 휘돌아 오릅니다.

 

조망처에서 바라보이는 노성면은 논산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구불 구불 이어지는 노성천은 남쪽에 있는 논산 시내로 흘러가서 아마도 금강을 만나게 되겠지요.

떠나가는 강물은 이별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새로운 만남의 의미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 산은 일부러 심은건지는 모르지만 시원하고 멋진 소나무가 참 많습니다.

 

능선을 휘돌아 올라갈수록 시원한 조망이 탁 트입니다.

지난주 다녀왔던 익산 미륵산성 조망이 생각나더군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32)

 

첩첩산중같은 산 그리메가 이어지는 풍경과는 다른

너른 평야지역에 있는 산의 공통적인 특징이겠지요.

 

능선을 올라서니 노성산 이정표가 나옵니다.

건너편 향적산도 그렇고 논산 지역의 등산 이정표는 모두 다 동일해서인지 눈에 익숙합니다.

능선을 넘어가면 상월면이네요.

 

능선 길은 여느 능선 길처럼 그저 편안하게 이어집니다.

 

가던 길에 만개한 벚꽃을 등지고 있는 작은 무덤 하나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왠지 삶의 화려함과 죽음의 쓸쓸함이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극과 극은 통하는 건지는 몰라도 참 잘 어울리는 풍경처럼 느껴집니다.

 

능선을 따라 가는 길에 왼편으로 애향탑에서 올라오는 등산로가 많습니다.

 

향긋한 소나무 향기와 상쾌한 바람이 능선 길 내내 함께 하네요.

 

도심은 이제 벚꽃이 다 져가는데 산은 아직 벚꽃이 주인인 시간입니다.

귀퉁이 한편에 붉은 겹동백도 만났습니다.

 

연분홍의 복사꽃도 막 개화하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하찮은 꽃이라 해도 그 꽃을 찬찬히 살펴보면

참 조화롭고 아름답지 않은 꽃이 없지요.

자연의 신비로움은 늘 마음을 감동시킵니다.

 

소나무 잎이 깔려있어 포근한 능선 길을 이어가다보니

동쪽 상월초등학교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를 지납니다.

 

산성의 흔적이 보이는 것을 보니 정상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ㅎㅎ 이곳에서 다람쥐를 만났네요.

요즘 숲에 오면 다람쥐보다는 청솔모가 더 눈에 자주 보이는데

오랜만에 귀여운 다람쥐를 보니 마음이 왠지 편해집니다.

 

이윽고 너른 핼기장을 지납니다.

 

요즘 산에 오르면 뿌연 풍경을 자주 보게 되는데

오늘은 참 오랜만에 하늘도 맑게 개였습니다.

 

 

파란 하늘과 벚꽃 화사한 능선너머 고개를 내밀고 있는 뭉게구름 한점..

너무나 아름다워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자연 속에 오면 늘 감동을 가슴 가득 담아가네요.

 

 물론 하늘의 풍경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요.

발밑을 보니 예쁜 현호색이 가득합니다.

 

비록 노성산성이 잘 알려진 멋진 곳은 아니지만

자연의 품속에서는 평범함 또한 의미있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능선너머 상월면의 모습과 그 너머로 계룡산의 모습도 아스라하게 펼쳐집니다.

 

노성산 정상에 가까이 오니 정자가 있네요.

 

가볍게 1시간 정도 걸어서 노성산 정상에 도착을 합니다.

 

노성산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하늘의 구름은 봄 구름이라기 보다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왠지 여름 뭉개 구름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상 주변에는 산성의 흔적들이 있습니다.

황산벌의 북쪽에 있는 노성산성은 황산벌 중심의 황산성 그리고 남쪽의 신흥리 산성과 함께

백제의 마지막 보루인 삼영이었다고 합니다.

 

주변 황산벌에서 계백의 5천 군사가 김유신의 5만 대군과 맞서 싸울 때

이곳 산성도 백제 멸망의 역사를 함께한 지역이겠네요.

그때 죽은 영혼들이 저 의자에 앉아 따스한 봄날을 이야기하며 쉬고 있는 것 같은 상상을 엉뚱하게 해봅니다.

요즘 남북한의 긴장 상태를 보면서 평화의 공존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곳 자연속에 있으니 더욱 간절하게 느껴지네요.

 

이제 하산을 시작해야지요.

내려서는 길은 임도를 따라 걸어가려합니다.

 

편안한 임도 길을 이어가니 조망이 좋은 곳에 작은 사찰이 나옵니다.

 

이 곳은 금강대도 노성본원으로

금강대도는 토암(土庵) 이승여(李承如)를 창도주로 하는 계룡산에서 시작된 종교라고 하네요.

 

그나저나 이곳 주변에 시원한 조망과 함께 벚꽃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떨어지는 벚꽃의 낙화는

마음속으로 연이는 감탄을 하게 하고요.  

 

우수수 떨어지는 풍경이 마치 새하얀 눈이 내리는 모습처럼 느껴집니다.

화창한 봄에 내리는 새하얀 눈 풍경과 같은 모습이라니

어찌 황홀하지 않겠습니까.

 

 땅에는 새하얀 꽃비가 내린 것 같은 고운 풍경이 가득하고요.  

 

벚꽃 나무들이 무척이나 크고 풍성하여 마치 천국에 와있는 기분입니다.

 

평범한 숲길에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숨어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온 길을 뒤돌아보니 잠시였지만 봄의 정취에 아름답게 취한 행복한 시간이었네요.

 

꽃길을 벗어나니 임도길 옆으로 노성산성 안내도가 나오네요.

 

주변에는 복원된 산성의 모습도 보입니다.

 

노성산성은 백제시대 축조된 삼태기 모양으로 둘러쌓은

태뫼식 석축 산성이라고 합니다.

 

산성을 벗어나 임도 길을 이어걷는데

길가에 시를 새겨놓은 나무판들이 눈에 보입니다.

여유로운 발걸음이기에 지나는 길에 시 한편 읽어보고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월명저수지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에는 황토 지압로가 설치가 되어 있고요. 

 

벚꽃의 정취에 취한걸 까요.

참 편하고 아늑한 길을 이어 걷는데

문득 자우림의 봄날은 간다 노래가 저절로 나옵니다. ㅎㅎ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와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 감으면 잡힐 것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와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그나저나 올해 봄은 참 더디게만 왔는데

아쉽게도 그 봄이 너무나 빨리 가버리는 것은 아닌지요.

머지않아 이곳에도 푸른 녹음으로 가득하겠지요.

 
 봄의 정취에 취해 꽃 구름을 걸어오다보니 어느새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오기전에는 큰 기대를 하지않았었는데

막상 이 멋진 길을 걷고나니 꼭꼭 숨겨두고 나만 가끔 와보고 싶은 그런 욕심이 드네요. ㅎㅎ

낙엽이 가득한 가을에 또다시 와보고 싶습니다.

잠시동안이었지만 참 행복한 봄날의 시간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