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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금산사 모악산 길 - 안개 자욱한 산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1. 5. 9.

 

금산사 모악산

 

금산사 주차장 ~ 금산사 ~ 부도전 ~ 연리지(사랑나무) ~ 심원암 ~ 복강3층석탑 ~ 북봉 ~ 모악산 정상 ~

남봉 ~ 장근재 ~ 배재 ~ 금산사 입구 ~ 금산사 주차장(원점 회귀)

(약 13km, 5시간 30분 소요/금산사 경내 구경 포함)

 

이제 봄꽃들의 계절인 4월도 아쉽게 지나고 5월로 접어듭니다.

오늘은 또 어딜까가 생각하다가 대전에서 그리 멀지않은 김제 금산사로 발길을 찾아봅니다. 

 

당초 금산사 구경도 하고 또 사랑나무도 찾아보며 모악산 능선을 걷기위해 왔는데

주차장 입구에 모악산 마실길 안내도가 있네요.

유곽재에서 배재까지 20.6km의 1코스와 금산사 주차장에서 백운동 마을과 금평저수지를 거쳐

다시 원점회귀하는 13.3km의 2코스가 김제 구간에 생긴것 같습니다.

여튼 이 길이 마음에 끌리긴 하지만 오늘은 당초 계획한 대로 모악산 정상 길을 걷기로 합니다.

4월에 이곳에 왔다면 벚꽃 상춘객으로 무척이나 붐볐을 것인데

오늘은 그저 한가하기만 합니다. ㅎㅎ 딱 제 스타일이지요.

 

금산사를 향해 길을 걷는데 길 주변에 전공기념비가 눈에 띄네요.

6.25때 백마고지 전투에서 폭탄을 몸에 묶고 적의 진지에 뛰어들어 전사한

이곳 김제 금산면 출신의 고 안영권 하사 전공 기념비라고 합니다.

다른 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제 아들도 현재 최전방 백골부대에 근무하고 있기에 그래서인지 한번 더 시선이 가더군요.

 

전쟁이 없는 평화만 가득한 세상은 언제 오는걸까요.

어쩌면 인간의 탐욕과 욕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런 세상은 요원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사이좋게 공존하는 이들 나무처럼만 살아도 좋을텐데 말입니다.  

 

산사 입구라 그런지 공기도 상쾌하고 선선한 숲길이 참 좋네요.

 

모악산 마실길 이정표도 길을 따라 드문 드문 설치가 되어 있고요.

 

일반 벚꽃은 이미 다 졌는데 화사한 색의 겹벚꽃은 아직 한창입니다.

남들 다 피고나서 늦게 피는 꽃들이 더욱 귀하고 소중하네요.

 

쉬엄쉬엄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다보니 모악산 금산사 일주문에 도착했습니다.

 

일주문 너머로 오늘 가야할 모악산 정상도 구름사이로 바라보입니다.

날이 흐려서 정상의 조망이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일주문을 지나 바로 산길로 가기 전에 금산사 경내로 들어가봅니다.

 

이곳 금산사는 백제 법왕때 창건한 사찰이며

특히 후백제 때 견훤이 큰아들 신검에 의해 3개월 동안 갇혀던 역사를 지닌 곳입니다.

 

금산사에는 많은 보물이 있지만 특히 국보 62호인 미륵전으로 유명합니다.

 

미륵전은 신라 혜공왕때 처음 건립한 법당이지만 정유재란때 전소가 되어

조선 인조때 재건한 국내 유일의 3층 규모의 대 법당입니다.

 

법당 내부에는 큰 규모의 미륵전에 걸맞게 거대한 미륵불 등 삼존상이 모셔져 있고요.

 

물론 금산사는 미륵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물 26호인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방등계단 사리탑 등 많은 보물이 있습니다.

 

 금산사 경내 구경도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길 걷기가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모악산 정상까지는 약 5km 거리이고요.

 

포장된 숲길을 이어가다보니 오른편 청룡사 가는 길과 왼편 연리지와 심원암을 가는 삼거리를 만납니다.

오늘 걷는 길은 왼편 길로 올라서 사랑나무를 보고 정상을 오른 후 나중에 오른편 길로 내려오려고 합니다.

 

날은 금방이라도 비가 올것 같이 흐린 날이지만

걸을 때는 차라리 이런 날이 참 좋지요.

 

황매화 꽃이 참 화려한 모습으로 반겨줍니다.

흐린 날은 역설적으로 꽃들의 색감이 더욱 화사해지지요.

 

그나저나 부도전너머 숲길로 잠시 가게 되었네요. ㅎㅎ

저는 이곳으로 가면 사랑나무가 있는 줄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더덕 향기가 가득하고 또한 이처럼 운치있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헛수고는 아니었네요.

모악산은 단풍피는 시절에 와도 참 좋을것 같습니다.

 

연리지 보러가는 길은 그냥 포장된 큰 길을 따라 가면 이처럼 친절하게 안내를 해줍니다.

 

하여 잠시 가던 길을 벗어나 사랑나무 방향으로 길을 걷습니다.

 

느낌 좋은 길을 잠시 걸으니 2개의 소나무 가지가 이어진 연리지를 만납니다.

 

국내 이곳 저곳을 다니다 보면 생각보다 참 많은 연리지 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무등산 옛길에서도 만나고(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99),

괴산 산막이 옛길(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10)에서도 만나고

또 함양 상림이나 해남 대흥사 등등 많은 연리지나 연리목을 만날 수 있지요.

특히 지금은 없어졌지만 최고의 연리지 나무는 외연도에서 만난 나무가 아닐까 합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53)

 

사랑나무를 보고 다시 편백나무 숲을 따라 길을 이어갑니다.

 

참 곱고 청순한 느낌의 참꽃마리도 만나고요.

 

다시 삼거리를 만납니다.

물론 저는 왼편 심원암 방향으로 가네요. 오른편 길은 모악정을 거쳐 장근재 능선으로 오르는 길입니다.

 

한적한 마음으로 이어가는 숨어있는 암자 가는 길이네요.

 

가벼운 마음과 발걸음으로 신원암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신원암 오른편으로 난 길을 따라 이제 본격적인 산행길로 접어듭니다.

 

포장된 길을 걷다가 흙 길을 걸으니 더욱 발걸음이 가벼워지네요.

 

오르막 길을 이어가다가 북강 삼층석탑 입구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북강 삼층석탑은 보물 29호로 고래시대에 만든 석탑이라고 합니다.

통일 신라 시대 양식과 고려 시대 양식을 모두 담고 있고요.

 

북강 삼층석탑을 보고 다시 산길을 이어가니 북봉으로 가는 능선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이제 북봉은 1.3km가 남았고 모악산 정상도 2.4km가 남았네요.

 

능선 길이어서 인지 길도 편하고 주변 철쭉의 풍경도 아늑합니다.

 

고도를 높일 수록 안개가 더욱 진해지고 푸르름도 더욱 깊어집니다.

 

참 오랜만에 안개 자욱한 산길을 걸어봅니다.  

 

안개비를 머금은 잎 하나 하나가 다 그림이 되네요.

 

북봉에 도착했습니다.

금산사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약 6km 거리로 2시간 반 정도가 소요가 되었습니다.

물론 금산사와 연리지 나무를 구경했기에 시간은 보통 산행 시간보다는 조금 더 걸린것 같네요.

 

북봉 주변은 온통 안개 세상입니다. 이곳부터는 등산객들도 보이고요.

 

 이제 모악산 주능선 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합니다.

 

봄꽃들이 길가에 피어있는 안개낀 산길을 걷는 기분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명료한 새소리만 들리는 운치있는 자연의 품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오늘은 짙은 안개라 방향을 알기도 쉽지 않아 산행 이정표를 찾아 걷습니다.

 

모악산 정상은 통신 시설이 있어 과거에는 공개가 되지 않았었지요.

 

안개 자욱한 모악산 정상에 왔습니다.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실거리가 6.5km에 3시간 정도가 걸렸네요.

 

비록 주변 조망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처럼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으니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버려야 하는 이치라 위로해 봅니다.

이제 하산을 시작합니다.

 

남릉도 지나고 장근재 방향으로 능선 길을 이어 갑니다.

 

안개낀 오늘은 쉰길 바위가 있는 전망대도 그 구실을 못하겠네요.

 

안개가 낀 산길을 걷다보니 보이는 시야가 좁아서

보통때면 그냥 지나칠 풍경이 시선속으로 들어옵니다.

안개비에 젖어 나뭇가지에 매달린 작은 물방울도 찬찬히 바라보니 적잖은 의미를 주네요.

늘 큰것 화려한 것만 찾는 일상의 타성에서 벗어나

작지만 귀한 것도 있다는 작은 깨우침이라고 할까요.

 

오르는 길이 포근하면 내려서는 길도 그처럼 포근한가 봅니다.

 

이곳 모악산 중간 중간에 있는 의자는 4명이 등을 대고 앉는 모양입니다.

물론 둘이서 배낭을 놓고 옆으로 앉아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겠네요.

다만 길죽한 일반 벤치에 비해 한사람이 누워서 쉬기는 어렵겠네요. ㅎ 

 

비록 정상에서 시원한 조망은 보지못했지만

작은 자연의 몸짓 하나 하나가 다 소중한 모습입니다.

 

안개가 없다면 비에 젖어 있는 철쭉 꽃 한송이도 이런 모습으로 만날 수 없었겠지요.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감동입니다.

최근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임재범의 노래가 요즘 제 머리 속을 맵돕니다.

조금은 거칠고 듣기에 그리 편한 곡은 아니지만 최근 아이돌 중심의 노래만 들리는 환경에서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가슴을 울리고 소위 말하는 필(feel)이 느껴지는 노래여서 그런가 봅니다.

 

이제 고도가 낮아서인지 안개가 조금씩 옅어져 갑니다.

 

하여 안개속에 같혀있던 푸르름이 다시 화사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장근재를 지납니다.

물론 장근재에서 오른편 길을 다라 모악정으로 내려설 수도 있으나 위험구간이라 하네요.

하여 배재가 모악산 마실길의 종점도 되기에 그길로 이어갑니다.

 

ㅎㅎ 마치 입을 쭉 내민 모습과 같지요.

제 입술에 뽀뽀해주세요 하는것 처럼 말입니다.

 

생김새가 다른 두 나무가 서로 포옹하는 모습처럼 보이지않나요.

인종이 다르고 국적이 다르고 사상이 달라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평화와 행복은 저절로 생길텐데요.

 

배재에 도착했습니다.

직진하면 화율봉으로 이어지는 모악기맥이고 왼편으로가면 완주군이지요.

저는 오른편 청련암 방향으로 갑니다.

 

다만 당초 예상했던 모악산 마실길에 대한 설명은 없더군요.

이곳 배재가 구성산 아래 유곽재에서 부터 이어지는 마실길 1구간의 종점이라면 관련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을 것 같은데요.

 

어차피 오늘은 모악산 길을 걷기로 한거니 마실길이든 아니든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고요하고 아늑한 숲길이 내 앞에 펼쳐지는데요.

 

길너머 멀리 구성산 능선이 바라보입니다.

마치 누워있는 사람 얼굴의 옆 모습처럼 보이는 것 같네요.

 

이제 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도 들리기 시작합니다.

모악산은 능선이 깊어서인지 계곡의 물도 풍성한것 같습니다.

 

ㅎㅎ 오늘은 자연의 재미난 모습을 자주 만납니다.

마치 입을 벌리고 있는 물고기처럼 보입니다.

 

숲길을 빠져나오니 청룡사 입구에 도착했네요. 이제 산길은 끝나고 포장길을 걸어야합니다.

 

애구 이곳에서 처음으로 마실길 이정표를 만났네요.

모악산 마실길은 전주와 완주 그리고 김제를 연결하여 모악산을 휘도는 둘레길 코스인것 같은데

김제에서 만든 모악산 마실길 1코스는 전주 경계인 유각재부터 완주 경계인 배재까지만 만들어져 있어서

금산사 주차장 앞 김제 마실길 안내도에는 타 구간이 설명이 되지않아 전주와 완주 지역의 구간도 완성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만일 전 구간이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이 구간만을 가지고 길을 걷기에는 무리가 아닌가 합니다.

이왕 만드는 길 지자체간에 서로 잘 협조해서 함께 만든다면 더욱 좋은 길이 될 것 같습니다.

 

 청룡사 입구에서 금산사로 가는 길은 비록 포장이 된 길이지만

새 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지나가는 스님의 뒷모습만이 나의 곁에 있을뿐입니다.

 

금산사로 내려서는데 참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네요.

너무나 싱그럽고 부드러운 바람입니다.

갑자기 이런 바람을 더운 여름에 늘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ㅎ

 

나를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너무나 좋아

나도 모르게 두팔을 벌려 길을 걸어가는데 오전에 올랐던 삼거리에 다시 도착했습니다.  

 

오르면서는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들이 이어집니다.

아무래도 편한 발걸음이라해도 가야할 목적지가 있기에 산을 오를 때는 조금은 서둘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요.

 

또한 동일한 대상이더라도 보는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되기도 합니다.

 

금산사는 오전에 들렀기에 바로 주차장으로 걷습니다.  

 

금산사는 주차장에서 들어서거나 나서는 길도 참 매력적입니다.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갈래 길이 있기에 이 길 저길을 걸어보는 재미도 있고요.

 

일반적으로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한데

이 길은 산행에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주는 느낌입니다.

 

가는 길에 오르면서 걷지 않았던 작은 산책 공원쪽으로 가봅니다.

 

이 길을 걸으며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겹벚꽃의 풍경도 봅니다.

 

그나저나 오늘 길을 마무리하는 시간에도 온통 꽃밭으로 참 화려합니다.

화려한 봄꽃 아래 소박한 오솔길 그리고 쉴 수 있는 의자가 참 마음을 편안하게 하네요.

 

오늘은 약 12.5km를 5시간 정도 걸려서 천천히 걸어보았습니다.

참 오랜만에 안개비도 촉촉하게 맞고 안개속 아늑한 능선길도 그 시간속에 있었네요.

오늘 촉촉한 길처럼 그렇게 제 마음도 촉촉하게 저며듭니다.

그리고 배재를 내려서서 만나게 된 그 상쾌한 바람은 오래동안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자연속에 있으면 늘 느끼는 거지만 살아있음이 늘 감사하고 또 감사할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