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등천 자전거 길 - 뿌리공원 가는 길

 

유등천 자전거길

 

신성동 ~ 탄동천 ~ 중앙과학관 앞 ~ 엑스포다리 ~

유등천 좌안 ~ 안영교 ~ 뿌리공원(반환점, 17km, 1시간 30분) ~ 

유등천 우안 ~ 대전천 합류 다리 ~ 엑스포다리 ~ 

카이스트 앞 갑천 징검다리 ~ 대전과학고 앞 ~ 신성동

(총 36km, 3시간 소요, 휴식포함)

 

 

지난번 갑천 자전거 길에 이어 2번째로 대전의 또다른 중심 하천인 유등천 길을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집을 나서는데 아파트 정원에 핀 국화 꽃들이 화사한 얼굴로 아침 인사를 하네요.

꽃은 늘 환한 얼굴로 반겨주기에 고맙기만 합니다.

 

어제 비가 와서인지 안개가 약간 낀 길이

아침 햇살과 어울려 제법 운치가 있네요.

 

아직 단풍의 절정은 아니지만 조금 더 있으면

이곳 연구단지 길가도 울긋불긋 화려해지겠습니다.

봄꽃이 필때도 마찬가지이지만 대덕연구단지 주변의 가을 풍경도 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에

가을 단풍을 구경하기위해 멀리 갈 필요가 없지요.

 

탄동천 우측 길을 따라 가다보니

벌써 고운 색을 담은 단풍도 만나게 됩니다.

 

님 그리며 길을 걷는다

길을 걸으며 님 그린다

꽃은 잎을 보지 못하고

잎은 꽃을 보지 못하고

님 그리며 길을 걷는다

길을 걸으며 님 그린다

 

                  < 정호승의 길 >

 

 

호젓한 중앙과학관 옆 탄동천 길을 빠져나와 갑천변으로 나섭니다.

 

 저와 함께하고 있는 자전거는 

블랙캣 임팩트 프로라는 다양한 길에서 탈 수 있는 MTB 입문용 자전거이지요.

 길을 걸을 때는 카메라가 함께하는 친구였는데

라이딩을 할 때는 자전거라는 친구가 하나 더 늘었네요.

 

갑천에서 유등천을 가려면 엑스포 다리를 건너가야 하지요.

 

그리고 둔산 대교 아래를 지나 유등천으로 접어듭니다.

지난번 갑천 자전거 길을 걸을 때도 이곳 길을 조금 이어갔었지요.

 

유등천은 그 이름처럼 강가에 버드나무가 참 많습니다.

 

아침 안개가 약간 끼여서인지 온통 회색인 세상을

코스모스가 화사하게 해줍니다.

 

대전천 합류점을 지나 계속 유등천 좌안 길을 이어갑니다.

 

갑천과 유등천의 합류점을 지나 오늘 갈 뿌리공원까지 가는 길에 만나는 다리를 지도에서 찾아보니

한밭대교, 삼천리교, 수침교, 가장교, 태평교, 유등교, 복수교, 안영교 등 무척이나 많은 다리를 지나갑니다.

 

복수교를 지나니 유등천 좌안으로는 더이상 자전거 길을 이어갈 수 없어

징검다리를 건너 유등천 우안 길로 갑니다.

 

올해 초 이곳에 왔을 때는 이 길이 공사중이었는데

이제는 깔끔하게 완공이 되어서 사람들이 산책길로 이용하더군요.

 

천 건너편은 쟁기봉으로 오르는 대전둘레산길잇기의 코스입니다.

과거 이곳에 소박한 돌 다리가 있어 건너곤 했던 추억이 아스라한데

이제는 자전거 길 공사로 인해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더군요.

천변의 갈대의 풍경도 참 좋았는데 그런 추억이 사라진 것을 보니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안영교를 지나 자전거 산책 길을 이어갑니다.

 

 이윽고 뿌리공원 앞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건너편의 단풍 색감이 울긋 불긋하게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오네요.

 

뿌리공원으로 들어가는 다리도 보이고요.

다만 자전거를 가지고 공원내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이곳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다리 아래로 어도를 만들어 물고기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시설이 설치가 되어 있더군요.

 

최근 신문을 보니 이곳 뿌리공원 유등천 중류 주변에

수달, 수리부엉이, 남생이 등 천연기념물이 13종류가 서식하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하여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는데

다만 이곳 뿌리 공원 주변에는 이미 여러가지 유휴 시설이 들어서 있어서 이를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네요.

아마 이곳도 자연 보존과 개발이라는 풀기 어려운 그런 모습을 보이는 곳이 아닐까 합니다.

 

아침이라 그런지 물의 색감이 무척이나 푸르고

그 물에 비치는 산 그림자도 진한 모습이네요.

 

이제 다시 유등천 우완 길을 따라 되돌아 갑니다.

이곳에 올 때 앞서가던 분이신데 되돌아 갈 때도 앞서 가시네요. ㅎㅎ

 

뿌리공원으로 올 때는 유등천을 거슬러 올라왔기에 조금 힘이 들었는데

갈 때는 유등천과 함께 흐르기에 조금 편하게 갑니다.

아무래도 물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길의 경사 측면에서 더 쉽겠지요.

 

 유등천과 왼편 대전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도착했는데

대전천을 건너는 작은 다리가 만들어져 있더군요.

당초에는 대전천 위로 올라가서 휘돌아 내려오려 했는데요.

 

하여 쉽게 다리를 건너서 조금 길을 이어가니 지난번 갑천 길을 달릴 때 만난

잠수교를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건너갑니다.

그나저나 유등천에 있는 이 잠수교는 다음번 대전천을 갈 때도 꼭 한번은 만나야할 다리이니

대전의 3개 하천의 중앙 핵심 고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억새와 갈대가 우거진 풀 숲에 우뚝하게 서있는 나무를 보고 있으면

때론 나무가 아니고 사람이 홀로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기다림과 그리움이 가득 배여있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이 나무도 숲에 있었으면 다른 나무들과 어우러져서 외롭지 않았을 텐데요.

숙명처럼 강가에 외롭게 서있는 나무를 보고 있으니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김용택 시인의 "그래서 당신"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잎이 필 때 사랑했네
바람 불 때 사랑했네
물들 때 사랑했네

빈 가지, 언 손으로
사랑을 찾아
추운 허공을 헤맸네

내가 죽을 때까지
강가에 나무, 그래서 당신.

 

 

유등천을 지나 다시 엑스포 다리 앞으로 왔습니다.

이곳에 앉아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휴식을 취해보네요.

 

차를 한잔 마시고 다시 월평동 방향으로 좀 더 갑천 길을 따라 가봅니다.

 

당초 유림공원까지 가서 갑천을 건너갈까 했으나

문득 카이스트 앞에 있는 징검 다리가 보여서 이 다리를 건너가기로 합니다.

과거 유림공원이 없을 때는 가까운 주변에

갑천을 건널 수 있는 간이 다리가 이곳 밖에는 없었지요.

거기다가 자전거를 들지않고 편하게 건너게 하는 시설도 없었고요.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던 시기는 아니었지만 무거운 자전거를 들고 낑낑대며 건넜던

지난 생각을 해보면서 편하게 갑천을 건너 되돌아 갑니다.

 

갑천에 나와서 무심하게 흘러가는 강물을 자주 보지만 

지금 보이는 물이 과거에 봤던 물이 아니듯 시간도 세월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그렇기에 더더욱 그리움이 삶의 소중한 의미인 것 같습니다.

 

갑천을 빠져나와 대전과학고 앞을 지나갑니다.

길가의 단풍나무도 이제 노란 옷을 입고 있고

메타쉐쿼이어 나무도 점차 단풍의 색감을 보이네요.

 

오늘 하루 다녀왔던 시간을 차분한 마음으로 정리하며

얼굴을 스쳐가는 바람의 애무를 받으며 한적하고 아늑한 숲길을 따라 갑니다.

 

"고도원의 아침 편지"를 통해 받아본 시가 문득 생각이 나서 마지막으로 읽어봅니다.

 

곱게 물든

은행나무 길을 걷다가

그리움만 줍고 왔습니다

사랑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지만

솔직하게 고백하면, 오늘

그 병에 걸리고 싶더군요.

 

                          <윤보영의 내 안에 그대가 그리운 날 중에서>

 

 

시골의사라는 닉으로 유명한 박경철씨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서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으니 "사람들에게 그리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리움은 사랑의 혼과 생명이라고 하는데

저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이 세상에 사는동안 늘 그리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