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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길

대전천 자전거 길 - 초지공원 가는 길

by 마음풍경 2011. 10. 30.

 

대전천 자전거길

 

 

신성동 ~ 탄동천 ~ 엑스포다리 ~ 유등천 좌안 ~ 대전천 우완 ~

목척교 ~ 옥계교 ~ 초지공원, 낭월다리(반환점, 20km, 1시간 30분) ~ 

대전천 좌안 ~ 목척교 ~ 유등천 ~ 엑스포다리 ~ 화폐박물관 앞길 ~ 신성동

(총 40km, 3시간 소요, 휴식포함)

 

대전 시내를 지나는 하천은 대전천, 유등천 그리고 갑천 등 모두 3개의 하천이 있습니다.

그중 대전천은 대전의 원도심을 관통하여 지나는 가장 중심이 되는 하천으로

오늘은 지난 갑천과 유등천에 이어 세번째로 대전천 자전거 길을 따라 라이딩을 합니다.

 

집을 나서니 제가 사는 동네 주변에도 가을 단풍의 색감이 화사합니다.

 

특히 은행나무의 노란 색감은 노랑색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무척이나 반갑고 고마운 자연의 선물입니다.

 

이 멋진 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려니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대덕연구단지 내의 고즈넉한 단풍의 정취는 여느 유명 단풍 관광지 못지 않습니다.

 

화폐박물관으로 가는 길에도 은행나무가 노란 옷을 입고 있습니다.

봄에는 화사한 벚꽃으로 그리고 가을이면 이처럼 화려한 단풍 풍경으로 멋진 길이지요. 

 

중앙과학관 입구에 수세미 터널이 길게 이어집니다. 

그나저나 요즘 아이들은 수세미가 무언지 알까 궁금합니다.

 

갑천으로 나서니 아직 하늘은 잠에서 덜 깬것 같은 느낌이지요.

회색빛 정취가 화려한 단풍으로 들떠 있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줍니다.

 

그래도 주변에 비둘기의 비상은 분주합니다.

갑천에서 비둘기 떼를 자주 보지는 못한것 같은데요.

 

지난번 지났던 자전거길을 따라 유등천 길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대전천과의 갈림길에서 비로소 대전천으로 라이딩을 하네요.

 

 천변 길을 계속 따라가니 대전의 새로운 명물이 된 목척교가 보이고

주변의 억새 풍경과 함께 멋진 그림을 만들어 줍니다.

 

보통 물가에는 갈대가 피고 산과 들에는 억새가 피는데

이곳에는 이상하게도 억새만 피어있네요.

하긴 갈대면 어떻고 억새면 어떻겠습니까.

주변 가을 풍경과 참 잘어울리는 도심의 모습이 좋기만 합니다.

 

작년 9월에 지금은 군대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과 자전거를 타고 이곳에 왔었는데

벌써 1년이 넘게 흘렀으니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것 같습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55)

그래도 아들놈 최전방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더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이지요. ㅎㅎ

 

이제 목척교를 지나 대전천을 계속 이어갑니다.

다만 대흥교를 지나니 자전거 길은 없어지고 차가 다니는 길을 가야합니다.

특히 도로 폭이 좁아 지나는 차들이 자주 경적을 울리기에 조금 위험하기도 하네요.

 

그리고 인창교를 지나니 다시 자전거 길을 만납니다.

결국은 예산문제이겠지만 이곳에도 소박한 자전거 길이 새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천동쪽으로 휘돌아 잘 포장된 천변 길을 계속 이어갑니다.

정면으로 멋진 식장산이 보일 텐데 오늘은 구름에 가려 그 모습을 보이지 않네요.

 

잘 가던 길이 지난 여름 수해 복구 공사로 인해 막혀서 이곳에서 되돌아 갈까도 생각했으나

옆으로 돌다리가 있어 휘돌아 더 가기로 합니다.

 

오른편에 있는 이 돌다리를 자전거를 들고 건너 왔습니다.

 

그리고 공사가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돌다리를 건너가고요.

 

이곳 길은 대전천에서 처음 보는 깔끔한 이정표도 있습니다.

이왕이면 거리 수치도 함께 나와있으면 더욱 좋으련만..

 

이곳 천 주변은 길 정비가 잘 되어 있고

자연의 풍경도 제법 운치가 있어 아담한 공원과 같은 느낌이더군요.

 

낭월 오투 그란데 아파트가 우뚝하게 보이는 산내 지역으로 들어왔습니다.

 

건너편으로 대전운전면허시험장이 보입니다.

대전으로 내려온 첫해인 1990년에 이곳에서 운전면허를 땄던 기억도 새롭네요.

 

시내에서 벗어날 수록 자연의 정취는 더욱 깊어집니다.

저멀리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도 보이는 것을 보니 제법 멀리 온것 같지요.

 

낭월다리 옆에서 자전거 길은 끝이나고

만인산 방면으로 이어가려면 일반 도로를 가야해서 오늘은 이곳을 반환점으로 합니다.

집에서 이곳까지 20km에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가 되었네요.

 

돌아가는 길에 근처에 있는 초지공원에 잠시 들러봅니다.

대별동 청소년 수련장으로도 부르는 초지공원은 (주)한스코의 고() 정옥현 사장이

지난 1992년 지역주민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기부했던 곳으로

몇년전 새롭게 정비하였으며 아직도 주변 시설이 일부 공사중이더군요.

 

가볍게 걸을 수 있는 탐방로도 조성이 되어 있어서

나중에 만인산까지 라이딩을 하기위해 다시 올때 이곳 길도 함께 걸어보아야겠습니다.

 

초지공원을 나와 다시 코스모스 산들거리는 길을 따라 갑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대전천 우안길이 아닌 좌안 길로 가기위해 다시 돌다리를 건너갑니다.

초지공원을 지나 면허시험장 주변까지 자전거 및 산책 길을 만들기 위한 공사가 진행중이던데

아마도 내년 봄이면 그 길을 따라 라이딩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좌안길도 우안길처럼 자전거 및 산책길이 잘 정비가 되어있습니다.

 

날이 조금 개였는지 식장산이 그 모습을 조금 보여줍니다.

과거에 대전둘레길을 걸을 때 바라 보이는 능선을 따라 옥계동으로 내려온 생각이 나더군요.

 

옥계교 주변에 마치 작은 폭포처럼 물이 펑펑 나와서 무슨 물이 이처럼 많이 나올까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그 이유가 나와있더군요.

대전천에 물이 부족해서 물길 살리기 일환으로

월평 정수장에서 8.7km의 파이프를 통해 물을 끌어올려서 이곳부터 방류를 하는 것 같습니다.

 

천변 옆으로 피어있는 해바라기를 만났는데

벌써 10월 말인데 해바라기가 시들지 않고 피어있는 모습을 보니 참 신기하네요.

 

이제 다시 자전거 길은 사라지고 차가 다니는 길을 가야하네요.

갑천과 유등천은 온전히 자전거가 편하게 갈 수 있는 길만 있는데

대전천은 그렇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도 그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아서 다행이지요.

이곳에 올때는 날이 흐렸는데 이제 목척교 위로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시멘트 가득한 도심에 이처럼 편안한 강의 풍경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요.

도심의 천을 보니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해야 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집니다.

 

그래서인지 비둘기의 비상도 더욱 활기차 보이지요.

그런데 다른 천에 비해서 오늘 대전천에서는 비둘기를 참 많이 만납니다.

 

기차가 다니는 호남선 철교 아래도 지납니다.

 

그리고 다시 유등천과 대전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도착합니다.

 

최근 몇번의 자전거를 타며 새롭게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자전거는 우리네 삶을 무척이나 닮았다는 것을...

 

우리네 삶이 과거로 뒤돌아 갈 수 없듯이 자전거도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자전거 체인을 뒤로 돌리면 그저 헛바퀴만 돌리는 것이 되고요. ㅎㅎ

 

그리고 또 한가지는 페달을 굴리지 않으면 넘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 삶도 늘 바쁘게 살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비록 씁쓸한 기분이지만 자전거는 그런 삶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걷는 것보다는 조금 빠르게, 차를 타고 가는 것 보다는 조금 느리게 갈 수 있는 것이 자전거이기에

가끔씩 그 선택을 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갑천을 벗어나 다시 국립중앙과학관으로 들어왔습니다.

이곳에도 낙엽의 풍경이 가득 펼쳐집니다.

 

나뭇잎이 가지에서 버림을 받는 것 또한 다른 의미의 상처이겠지요.

 

상처 없는 사랑은 없어라

상처 없는 희망은 없어라

 

네가 가장 상처받는 지점이

네가 가장 욕망하는 지점이니

 

그대 눈물로 상처를 돌아보라

아물지 않은 그 상처에

세상의 모든 상처가 비추니

 

상처가 희망이다

 

 

상처받고 있다는 건 네가 살아 있다는 것

상처받고 있다는 건 네가 사랑한다는 것

 

순결한 영혼의 상처를 지닌 자여

상처 난 빛의 가슴을 가진 자여

 

이 아픔이 나 하나의 상처가 아니라면

이 슬픔이 나 하나의 좌절이 아니라면

그대, 상처가 희망이다.

 

                                            < 박노해 - 상처가 희망이다>

 

 

화려함을 뒤로 하고 쓸쓸하게 지는 낙엽의 모습을 보며

때론 그 상처가 새로운 희망이 되고 사랑이 된다는 이별의 진정성을 느끼게 되네요.

 

다시 환상적인 은행나무 터널을 지나갑니다.

이런 길은 자전거를 타고 휘 지나갈 것이 아니라

안장에서 내려 천천히 두발로 걸어가야 하는 길이지요.

낙엽 밟는 소리도 들으면서요.

 

세상이 

잠시 황금빛으로 장엄하다


노란 은행잎들이
마지막 떠나가는 길 위에서
몸 버리는 저들 중에 어느 하나
생애에서 목마른 사랑을 이룬 자 있었을까


마침내 행복한 자가 그 누구였을까

 

 

최후까지 등불을 끄지 않는
기다림의 시간만이 저 혼자 깊어간다


몸은 땅에 떨어져 나뒹굴지라도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노라고
남은 불꽃을 당기는 

저들만의 그리움이 

안타깝게 쌓여가고 있다

 

                                      < 이병금 - 낙엽을 위한 파반느 >

 

 

주변 가을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기에 잠시 시인이 되어 보았네요. ㅎㅎ

 

두발로 걷는 길이든지 아님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이든지

자연과 벗하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고 기쁨만 가득합니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가면 내 속에 있는 무거움들이

내 뺨을 스쳐 지나는 바람에 함께 날려가는 기분이 들곤 하지요.

그런 상쾌함이 있어 가끔씩은 자전거를 타고 싶나 봅니다.

바람을 느낄 수는 있어도 바람 자체는 될 수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