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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길

갑천 자전거길 - 만년교에서 신구교까지

by 마음풍경 2011. 10. 5.

 

갑천 자전거길

 

신성동 ~ 갑천대교 ~ 만년교(다리 건너) ~ 대덕대교 ~ 엑스포 다리 ~ 둔산대교 ~

유등천 ~ 잠수교 ~ 대화천변길 ~ 원촌교(다리 건너) ~ 엑스포 아파트 ~ 용산교 ~

동화울교 ~ 신구교 입구(반환점, 28km, 2시간 30분) ~ 대덕대교 ~ 중앙과학관 ~ 신성동

(총 43km, 3시간 30분 소요)

 

 

가끔씩 자전거를 타곤 했지만 대부분 카메라를 메고 두발로 뚜벅 뚜벅 걷기만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 일상에 조그마한 변화를 주고싶어서

한달에 한번 정도 동네 주변 길을 중심으로 자전거 라이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본격적으로 자전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다니던 중학교 2학년때가 아닌가합니다.

제가 다니던 중학교 주변에는 많은 학교가 있어서

아침 등교 시간에 버스를 타는 것은 콩나무 시루보다 더했지요.

그렇다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걷기에는 그리 튼튼하지 못한 아이였고

또한 학교까지의 거리가 제법 되었기에 가장 최선의 선택은 자전거였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도 중학교 주변에 있는 학교였던지라 고3 때 자전거를 잃어버리기전까지

약 5년동안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했던 것 같습니다.

 

하여 자전거 하면 왠지 아스라한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학창 시절의 많은 추억들이 생각이 나지요.

 

ㅎㅎ 그나저나 사설이 많이 길었습니다.

오늘은 두발로 걷지않고 두 바퀴를 굴려서 아파트를 빠져나갑니다.

 

오늘은 아파트 정원에 핀 들국화의 인사를 받으며

동네 올레길을 걷던 기분과는 다른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집에서 카이스트 동문 앞을 지나 갑천까지 걸어서 나오면 한참이 걸리는데

자전거를 타니 참 빠르게 도착합니다.

 

오늘은 자전거 도로가 개설이 되어 있는 부분까지 갑천 전부를 달려보고자

먼저 갑천 좌안 길을 따라 만년교 방향으로 갑니다.

강에서 좌안과 우안은 강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오른편이 우완이고 왼편이 좌안입니다.

하여 지금 달리는 길이 우완같지만 갑천을 거슬러 가기에 좌안이 되겠네요.

 

 파란 캔버스에 흰 색으로 그림을 그리듯

가을 하늘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한폭의 풍경화가 되었네요.

 

그나저나 두발로 걸을 때는 하늘을 바라보고만 가도 큰 문제가 없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니 하늘만 쳐다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또한 카메라로 멋진 풍경도 담아야 하는데

 무거운 SLR 카메라 보다는 가벼운 카메라를 한손에 들고 스쳐 지나가며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사진의 질감이나 충실도 측면에서는 부족하겠지요.

자전거를 통해 새롭게 얻는게 있으면 손에서 내려놓아야 하는 것도 있는것 같습니다.

 

 둔산대교도 지나고 벌써 만년교가 나타납니다.

만년교를 지나면 도안지구 택지 개발 공사가 현재 진행중이라 더이상 갑천 길을 이어가지는 못합니다.

얼마전 기사를 보니 만년교에서 장태산 자연휴양림까지 갑천 길을 만든다고 하던데

주변 자연 생태를 살려가면서 조화롭게 만든다면 나중에 기분 좋게 자전거 길을 이어갈 수 있겠지요.

 

 만년교에서 다리를 건너 갑천 우안길로 돌아서 달립니다.  

 

 지난 여름 수해로 인해 자전거 포장 길이 많이 훼손이 되었었는데

새롭게 포장을 해서인지 깔끔한 느낌입니다.

 

 대덕대교를 지나 어느새 엑스포 다리 근처에 도착합니다.

엑스포 공원 근처의 높기만한 아파트를 보면 그 뒤에 숨어있는 우성이산이 참 안타깝지요.

저 건물들만 없으면 우성이산 능선이 갑천과 어울려 참 아름다울텐데 말입니다.

 

 엑스포 다리와 둔산 대교를 지나 잠시 유등천을 따라 길을 이어갑니다.

다음번에 유등천과 대전천을 이어서 라이딩을 할 계획이라 오늘은 조금 맛배기만 보는 거지요.

 

 유등천을 따라 길을 이어가다가 왼편 잠수교를 건넙니다.

 

 그리고 다시 갑천 우안길을 가기위해 대화 천변길을 따라 달립니다.

 

 천변에 막 피기 시작한 억새의 풍경을 보고 있으니

불어오는 바람처럼 제 마음도 기분 좋게 흔들립니다.

 

 갑천 주변 고수부지에는 야구장이 참 많습니다.

저도 과거에 연구소 야구부 활동을 할 때 이곳에서 몇번 야구 경기를 했었지요.

그때 생각이 나서 잠시 야구 구경도 해봅니다.

 

 원촌교부터는 자전거 길이 아직 공사중이라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파란 하늘에 흰빛으로 반짝이는 억새의 풍경을 잠시 감상한후

원촌교 다리를 건너 갑천 좌안 길로 갑니다.

억새는 막 피기 시작할 때가 선과 색이 무척이나 조화롭기에 개인적으로 가장 느낌이 좋습니다.

 

 엑스포 아파트로 이어지는 자전거 길도 새롭게 조성이 되어 기존의 도보 길과 분리가 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도 늘 이 길을 지날 때면 가장 생각이 나는 나무이지요.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길 텐데 참 무탈하게 잘 자라는 나무입니다.

 

갑천 건너편으로 KTX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과거에는 기차 옆길을 걷다가 기차가 지나가면 누군지도 모르지만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주는 정감이 있었는데

KTX는 너무나 빨라서 그런 낭만 마저도 없어서 아쉽지요.  

 

 엑스포 아파트 옆을 휘돌아 테크노 지역인 관평동으로 나아갑니다. 

천변은 온통 억새와 갈대의 풍경으로 가득하네요.

지금까지 지나오면서 너무 개발이 되어 강 다운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비로소 강의 자연스런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그 둑길을 마음껏 달려보고 싶었다.

어두워지면 아무 데나 자전거를 세우고

집집마다 불이 켜지는 것도 지켜보고 싶었다.

농가의 소박한 밥상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음식 냄새를 맡으며

잃어버린 나의 순수한 모습과도 마주하고 싶었다.

 

                                           <조은 - 마음이여, 걸어라 중에서>

 

자전거를 타고 둑길을 따라 가니 문득 배낭하나 짊어지고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픈 생각이 듭니다.

일주일이고 한달이고 바람따라 훌훌 떠나고픈 생각이...

 

 이제 이곳 관평천과 갑천이 만나는 곳에서 왼편 관평천으로 휘돌아 갑니다.

 

 많은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니

문득 저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스라하게 떠오르더군요.

연배가 있으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의 어린 시절에는

자전거가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기에 부모님이 주시는 아주 큰 선물이었지요.

 

 이곳 공원은 관평천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지고 자연 생태를 살려가며 조성이 된 느낌이 듭니다.

 

 이제 다시 관평 공원를 빠져나와 갑천으로 나가야지요.

 

 그런데 하늘을 보니 참 웅장한 흰 새 한마리가 구름이 되어 날아갑니다.

 

좌우 날개와 긴 꼬리를 휘날리며 날아가는 새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하늘에 구름이 이처럼 적당하게 있으면 마음도 여유로워지고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내 마음속 욕심도 조금 덜어내고 비어있는 공간이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겠지요.

 

 다시 갑천으로 나와서 신구교 방향으로 가는데 이곳도 역시 일부가 공사중이라 이곳을 반환점으로 합니다.

이곳까지 어느새 28km를 달려왔네요.

그나저나 신구교와 불무교를 지나 조금 더 가면 금강을 만나게 될텐데

올해안에 공사가 전부 마무리가 된다고 하니 나중에 이 길을 이어서 금강까지 가보고 싶습니다.

물론 4대강 공사로 아픈 상처만 가득한 금강이 아니길 소망하면서 말입니다.

 

 돌아가는 길은 위쪽 자전거 제방길이 아닌 옛날 조성이 된 천변 길을 따라 갑니다.

코스모스와 억새 그리고 갈대의 풍경이 풍성하네요.

 

 짧은 기간 가냘프게 피었다가 바스라지는 모습이지만

그래서 더욱 애틋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여느 꽃처럼 시들어 땅에 떨어지지않고 화려하게 피어난 풀이 전부 날리고 나면

꼿꼿하게 선채로 말라 죽어가는 모습에서 나도 마지막 순간에 그 모습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네요.

 

아무래도 강에서 조금 떨어진 제방 길 보다는 천 옆길이 더욱 풍성한것 같습니다.

멋진 다리너머 계족산 능선도 참 반가운 모습으로 다가오네요.

 

엑스포 아파트를 지나 갑천 우완 길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중앙과학관을 지나 탄동천이 흐르는 데덕 사이언스 길로 접어드네요.

 

화폐박물관 옆길은 언제 와도 참 편하고 한적한 길입니다.

이곳에서 화려한 벚꽃을 보던 때가 엊그제인것 같은데 벌써 낙엽이 지고 있네요.

 

  집에 도착해서 오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첫번째 자전거 라이딩을 마무리합니다.

 

소설가 김훈은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위의 길에서 정확히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몸과 마음이 함께 가면 그 길은 길이 아니라 도(道)라는 말이 있는데

두발로 길을 걷는 마음이나 자전거를 타고 길을 달리는 마음이나

조금의 빠름과 느림의 차이만 있지 자연을 벗하며 걷는 기분은 같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