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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제주 노꼬메 오름길 - 최고의 한라산 조망처를 오르다.

by 마음풍경 2011. 12. 1.

 

노꼬메 오름길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산 138

 

노꼬메 오름 주차장 ~ 노꼬메 입구 ~ 돌담 무덤 ~

제1쉼터 ~ 제2쉼터 ~ 노꼬메 오름 정상(원점 회귀)

(약 4.8km, 2시간 소요)

 

 

제주에는 모두 360여개의 오름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한라산의 북서쪽에 위치한 해발 834m의 노꼬메 오름을 찾아갑니다.

노꼬메 오름은 제주 경마 공원 근처에 있으며 1117번 도로를 가다보면

놉고메, 노꼬메라는 안내석이 있는 길을 따라 들어가면 됩니다.

 

입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오름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오름 정상까지는 2.32km라고 하니 왕복을 하면 대략 5km가 조금 못미치는 거리네요.

 

높이가 여느 오름보다 상당히 높아서인지 높다는 뜻의 노꼬메 오름이라 이름하나 봅니다.

물론 큰오름이라는 이름도 있고요.

몇년전 한라산 등산을 하러 왔을 때 다랑쉬 오름을 올랐었는데

다랑쉬 오름이 동부지역의 랜드마크이고 이곳 노꼬메 오름이 서부지역의 오름 랜드마크라고 하네요.

 

 노꼬메 오름 길은 정상을 바로 오르지않고 옆 능선을 휘돌아 올라가는 것이 조금 특이합니다.

 

이곳이 목장 지대라 말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출입구가 한사람이 겨우 지날 정도로 아주 좁더군요.

앞에 보이는 화장실에서 좌측 길로 가야합니다.

 

오늘 노꼬메 오름길 걷기가 아주 좋을려고 그러는지

들머리 입구에서부터 멋진 나무 한그루가 반갑게 맞아주네요.

 

화장실 건물을 지나 본격적인 길을 걷는데 바로 눈 앞에 노꼬메 오름이 나타납니다.

두개의 봉우리가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일반 오름과는 다른 형태의 오름인것 같습니다.

 

목장이라 그런지 길위에 말똥이 여기저기 널려있어 발 아래를 보며 조심조심 걷습니다. ㅎㅎ

 

저 오름 너머로 한라산이 시원하게 펼쳐질것 같은데 벌써 그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네요.

 

길 주변 목장 풍경이 평범한 듯 하면서도 왠지 묘한 이 분위기를 표현하기가 쉽지않습니다.

 

목장길을 지나 오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곳도 역시 좁은 문을 통과해서 가야합니다.

 

길가의 무덤을 보니 왠지 오름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덤이 인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것처럼

오름도 어쩌면 자연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무덤가를 지나니 무성한 숲길이 나옵니다. 

 

과거 다랑쉬 오름을 오를때는 그저 너른 초원만이 가득했는데

이곳에서 이처럼 멋진 숲길을 만날지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삼나무를 따라 이어지는 숲길을 편안한 호흡과 발걸음으로 걷습니다. 

 아침이라 그런지 공기도 무척이나 상쾌하고요.

 

하지만 오름은 그 이름처럼 오르는 길이기에 이내 제법 가파른 길이 이어지네요.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르다 잠시 조망처에서 바라보니 큰바리메 오름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가파른 길을 따라 등산을 하듯 능선으로 오르니 소나무 숲길이 나옵니다.

많은 오름을 올라보지는 않았지만 오름에 이처럼 많은 소나무가 있는 것이 조금 특이하게 느껴지네요.

 

아침햇살에 살랑거리는 억새의 빛깔도 참 곱고요.

 

이제 본격적인 능선 길로 올라서니 한라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섭니다.

 

한라산 정상이 가장 얼짱 각도로 보이는 것을 보니

이곳 오름이 어제 가본 비양도와 한라산을 잇는 선 중간쯤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움에도 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가까이 다가설 수록 왠지 그리움도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한라산을 바라보며 휘돌아 가는 능선길이 참 아름답습니다.

 

마치 오름을 오르는 것이 아니고 오서산와 같은 억새 능선 길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조금 철은 지났지만 마른 쭉정이가 되어버린 억새의 모습도 한없이 황홀하기만 하고요.

 

주변의 작은 오름들과 함께 억새너머 지나온 능선 길도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큰 노꼬메 오름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이곳까지 대략 1시간이 소요된것 같네요.

 

정상 전망대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붐빕니다,

다만 저처럼 외지 관광객은 거의 없는 것을 보니

아마도 노꼬메 오름은 제주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동네 뒷산 성격인것 같더군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느낌이란게 이런 거겠지요.

한마리의 새가 된 느낌이고요.

 

문득 언젠가는 가야할 하늘나라의 모습이 이와 같지는 않을까 생각해 보네요.

 

  지금 꼭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하고 싶은데 너는

내 곁에 없다.

사랑은 동아줄을 타고 너를 찾아

하늘로 간다.

하늘 위에는 가도 가도 하늘이 있고

억만 개의 별이 있고

너는 없다. 네 그림자도 없고

발자국도 없다.

이제야 알겠구나

그것이 사랑인 것을

 

                           <김춘수의 '비가'>

 

 

잠시동안 행복한 무념 무상에 빠져있다가 이제 발걸음을 돌립니다.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과 한라산의 모습이 참 행복하게 바라보이네요.

이 아이들에게는 한라산이 넉넉한 큰바위 얼굴이겠지요.

 

제가 지금 오른 오름은 큰 노꼬메 오름이고 그 옆으로  작은 노꼬메 오름이 있습니다.

물론 이곳에서 작은 노꼬메 오름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고요.

 

발아래로 희미한 길을 따라 작은 노꼬매 오름에서 사람들이 걸어오는 모습도 보입니다.

 

작은 노꼬메 오름으로 너무 멋진 길이 이어지기에 발걸음은 이곳으로 내려가자고 유혹을 하지만

나중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고 제 마음을 위로해 봅니다.

 

세상일이 항상 생각하는 대로 바로 이루어진다면 때론 재미 없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가끔씩은 기다림의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대 눈에서 영원을 살았네
  투명한 우산에 흐르는 하늘은 참으로 아늑했네
  흡입력이 강한건 오로지 내 의지였지만
  열려 있는 그대의 두 눈은 이슬이 담겨 좋았네
  사랑은 정원을 만들어 그대 손끝에 꽃을 피우고
  빛이 스미는 그대 뺨 위에 내 마음 물들었네
 

 

사모하는 이여
  내 말없이 가더라도 노여워 마시길
  그대 눈에서 붉은 꽃잎 따 내 목에 걸고 가노니
  그대 마음 한 조각 오려
  내 가슴에 품고 가노니
  설령 이것이 시작이라도 아프더라도
  내일은 몹시도 그리울 테니
  말없이 더욱 노을 지리니

 

                            <조인선 시인의 '벙어리 연가'>

 

 

한라산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노라니

왠지 아득한 그리움이 가슴속으로 스며듭니다.

 정말 노꼬메 오름은 적당한 거리에서 아늑하게 한라산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오름이 아닐까 하네요.

 

다시 삼나무 숲길을 지나서 오던 길을 되돌아서 갑니다.

 

노꼬메 오름 길은 목장길, 숲길, 억새 능선 길 등 참 다양한 길들이 이어지기에

일반 오름에 비해 무척이나 매력적인 길인것 같습니다.

 

이곳에 눈이 내리는 풍경을 상상해 봅니다.

그너머 펼쳐지는 순백색의 한라산과 함께...

 

 다시 목장 입구 주차장에 도착해서 노꼬메 오름길 걷기를 마무리합니다.

대략 2시간이 걸린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길이지만

내 마음속에 담겨진 노꼬메의 풍경들은 참으로 풍성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