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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려니 숲길 - 신령스러운 숲길을 따라

by 마음풍경 2011. 11. 29.

제주 사려니 숲길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비자림로 입구 주차장 ~ 천미천 ~

]참꽃 나무 숲 ~ 물찻오름 입구 ~ 월든(왕복)

(약 13km, 4시간 소요)

 

제주에서 걷는 길의 대표주자는 올레길이지만

여러 오름길 및 숲길 또한 올레길 못지않은 걷기에 참 좋은 길이며

특히 사려니 숲길은 원시적인 자연속에서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제주의 숲길입니다.

 

 

 사려니 숲길은 삼나무가 빽빽하게 도열하고 있는

 1112번 도로인 비자림로에서 시작합니다.

 

사려니 숲길은 이곳 비자림로에서 시작해서 사려니 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의 1119번 서성로로 빠지는 약 15km의 숲길과

붉은 오름을 지나 동쪽 1118번 남조로로 빠지는 약 10km의 숲길이 있습니다.

이중 월든에서 사려니오름으로 가는 길은 숲 보존을 위해 통제가 되고

행사가 있는 5월경인가 해서 1년에 한번 정도 오픈이 된다고 하네요.

 

주차장을 지나 출입문쪽으로 가는데 입구부터 숲의 아늑한 느낌이 참 좋습니다.

 

지도에 표시된 빨간 줄이 출입이 통제가 되는 구간이지요.

지도 왼편의 물찻오름 입구에서 성판악 방면의 숲길도 통제가 됩니다.

 

이제 본격적인 숲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제주 올레길도 주말이면 걷는 사람들로 무척이나 붐빈다고 하는데

이곳도 유명해져서 주말이면 많은 사람으로 붐빌텐데 그래도 주중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런 숲길은 조용하게 걸어야 하는데 주말에 이곳을 찾는다면 그런 점이 아쉬울 수가 있을 것 같네요.

 

'사려니'라는 말의 뜻으로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더군요.

'산의 안'이라는 솔아니가 변해서 사려니가 되었다는 설도 있고

'살' 혹은 '솔'이 '신성한' 또는 '신령스러운' 의미라고 해서 사려니는 신령스러운 곳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사려니' 라는 단어를 말하거나 들기만 해도 그저 좋기만 한데 다른 뜻이면 또 어떻겠습니까.

저는 이 숲을 들어오자 마자 신령스러운 숲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어서 그리 해석해 보기로 합니다.

 

제주 올레 길이 대부분 산길, 들길 그리고 숲길 등이 혼합된 형태하고 한다면은

이곳은 온전히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숲길만이 있기에 더욱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입니다.

 

길의 훼손 방지를 위해 군데 군데 시멘트로 포장된 길도 있지만

대부분의 길이 화산흙으로 덮여있어서 걷기에 참 좋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를 좋아하나 봅니다.

낙서판이 개개인의 글로 사려니 숲의 나무처럼 아주 빽빽합니다. ㅎㅎ

 

꽈배기 처럼 비비 꼬인 모습의 이 나무는 어떤 이유로 이런 모습을 띄게 되었을까요.

 

길가에 재미난 나무의 모습도 만나고 또 진하게 풍겨오는 숲의 향기도 맡으며 걷습니다.

과거 제주도하면 단순히 신혼여행지로 차를 몰고 바쁘게 이곳 저곳 구경거리만을 찾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제주에도 이처럼 다양한 자연을 직접 체험할 수 명소가 많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천미천은 한라산 해발 1400미터의 어후오름 일원에서 발원하여 표선면 하천리까지 이어지는 하천으로

천의 길이가 약 25.7km로 제주도에서 가장 긴 하천이라고 합니다.

 

천미천도 제주도의 다른 하천처럼 비가 오지 않을 때는 건천으로 있다가

폭우가 오는 시기에는 엄청난 급류가 형성된다고 하네요.

 

참꽃나무 숲을 지납니다.

참꽃나무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봄에 오면 진달래 색감의 화사한 풍경을 만날 수 있겠지요.

 

어제도 사막 오래언덕을 넘었구나 싶은 날

내 말을 가만히 웃으며 들어주는 이와

오래 걷고 싶은 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보다 다섯배 열배나 큰 나무들이

몇시간씩 우리를 가려주는 길

 

 

종처럼 생긴 때죽나무 꽃들이

오리 십리 줄지어 서서

조그맣고 짙은 향기의 종소리를 울리는 길

 

 

이제 그만 초록으로 돌아오라고 우리를 부르는

산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것들을 주체하기 어려운 날

마음도 건천이 된 지 오래인 날

 

 

쏟아진 빗줄기가 순식간에 천미천 같은 개울을 이루고

우리도 환호작약하며 물줄기를 따라가는 길

 

 

나도 그대도 단풍드는 날 오리라는 걸

받아들이게 하는 가을 서어나무 길

 

 

길을 끊어놓은 폭설이

오늘 하루의 속도를 늦추게 해준 걸

고맙게 받아들인 삼나무 숲길

 

 

문득 짐을 싸서 그곳으로 가고 싶은

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라산 중산간

신역으로 뻗어 있는 사려니 숲길 같은

 

                                   - 도종환 시인의 사려니 숲길 -

 

 

 우연히 집에 있는 시집을 펼치다 보니 도종환 시인의 사려니 숲길이라는 시가 눈에 띄여

찍은 사진을 보면서 한구절 한구절 음미해 보았습니다.

 

시처럼 사려니 숲길은 도시 생활에 지치고 힘들 때 짐을 싸서 무작정 걷고 싶은 길이 아닐까 합니다.

 

 이 길을 걸으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고 자연과의 공존만이

우리 인간이 살아갈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아주 값진 시간이 될텐데요.

 

소나무와 서어나무 숲 사이로 아직 저물지 않은 고운 단풍의 모습도 보입니다.

 

하늘로 향하고 있는 삼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의 소중함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물찻오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곳까지 대략 5km에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네요.

이곳에서 물찻오름을 오를 수도 있으나 올 연말까지 휴식년제더군요.

 

물찻오름을 지나니 하늘이 잠시 열립니다.

 

물찻오름 입구를 지나 조금 더 걸으니 성판악으로 가는 길은 출입이 통제가 되더군요.

 하여 이곳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길을 이어걷습니다.

 

늦가을이라 그런지 숲의 느낌이 더욱 담백하고 호젓합니다.

 

 물찻오름을 왼편으로 두고 휘돌아 길을 걷습니다.

 

걷는 내내 그늘진 숲을 걷다가 푸른 하늘과 구름을 보니

늘 평범하게만 마주치는 풍경도 참 아름답게 다가서네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숲길이지만 지나는 길에 다양한 나무들이 나타나기에

늘 새로운 길을 걷는 기분입니다.

 

안내판에 나오는 숫자가 km 단위의 거리를 나타내기에

이제 6km를 온것 같습니다

 

사려니 숲길은 잎이 무성한 계절에 와서 녹음속에 걸어도 좋고

이처럼 가지가 앙상한 시간에 와서 쓸쓸한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걸어도 다 좋은 것 같습니다.

 

가던 길 옆으로 산림 테라피라는 이름의 나무 테크길이 있어 그리 가봅니다.

 

이곳이 치유와 명상의 숲 "월든"인가 봅니다.

월든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도시를 버리고 월든 호수가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이야기를 쓴 책의 이름이기도 하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월든 보다는 더 멋진 제주 방언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이름을 찾아서 사용하면 더 좋을것 같습니다.

 

나무 테크 길을 따라가니 빽빽한 삼나무 숲 길로 이어집니다.

 

물론 나무 테크 길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지만 이곳 삼나무 숲속에 있기만 해도 너무나 마음이 편해집니다.

진정한 몸과 마음의 웰빙이라는 것이 이런것이 아닐까요.

 

사려니 숲의 월든 지역은 삼나무 숲이 무척이나 울창하여

여름에는 이곳에서 가만히 있기만 해도 저절로 피서가 될 것 같네요.

 

사려니 오름으로 가는 길은 이처럼 통제를 하기에 아쉽지만 이곳에서 되돌아 가야합니다.

입구에서 이곳까지 대략 6.7km에 2시간이 소요가 되었네요.

 

물론 원점회귀가 아니라면 붉은 오름이 있는 남조로 방향으로 계속 길을 이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되돌아가면 6.5km를 다시 가야하지만 붉은 오름 방향으로 가면 3.6km만 가면 되고요.

 

멋진 삼나무 숲길을 지나 이어지는 붉은 오름으로 가는 길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네요.

 

하지만 오늘은 차를 가지고 온 관계로 그냥 오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남겨야 나중에 다시 이곳을 찾게 되겠지요.

 

길을 걸으며 늘 느끼는 거지만 같은 길이라도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길이라는 생각이 들지요.

 

이 길을 되돌아 가면서는 보지 못했던 자연의 애틋한 모습도 발견하게 되고요.

 

또한 햇빛의 모습이나 위치가 달라지니 처음 만나는 길을 걷는 기분도 듭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계절에 따라 와도 좋지만 이른 새벽에 이 길을 찾는다면 무척이나 새로운 모습을 만날것 같다고요.

 

새벽 안개 자욱한 숲길이면 더욱 황홀할것 같습니다.

 

주변에 정자와 같은 쉼터가 있는 물찻오름 입구를 다시 지나갑니다.

 

그리고 천미천에 도착해서 잠시 물에 비치는 나무의 그림자를 만나봅니다.

 

길은 외줄기여서 외롭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네 삶이 다 외로운것이기에 역설적으로 이런 외로운 길을 걸으며

잠시나마 삶의 무거움을 툭툭 털어버려도 좋겠지요.

어쩌면 외로운 마음이어야 마음의 욕심을 버릴 수 있는 것 같네요.

 

다시 사려니 숲길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천천히 걸어서인지 약 13km를 걷는데 4시간이 소요가 되었네요.

 

늘 걸어본 사려니 숲길은 화려함이나 내세울 것은 없지만

나무 숲이 지닌 순수한 진정성을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보여주는 곳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길을 걷는 동안 늘 마음이 평화로웠고 아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안개낀 새벽에 다시 꼭 찾고싶은 참 좋은 길을 가슴에 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