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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쉬리공원 수변 산책로 - 화강 제방길을 따라

by 마음풍경 2011. 11. 16.

 

철원 쉬리공원 수변 산책로

 

 

강원 철원군 김화읍 청양리

 

 

루테라스 펜션 ~ 쉬리공원(김화교) ~ 저격능선 전투 전적비 ~ 쉬리공원 수변 산책로 ~ 화강 제방길 ~ 와수천 ~

김화성당 천변(회귀) ~ 학포교 ~ 쉬리공원 수변 산책로 ~ 루테라스 펜션(약 5km, 1시간 30분 소요)

 

 

이번 주말은 올해 3월에 철원으로 군 입대를 한 아들 면회를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말도 걷기를 빠뜨릴 수는 없겠지요. ㅎ

하여 숙박지 가까운 곳에 걷기 좋은 수변길이 있어 그 길을 걸어보고자 합니다.

김화교 쉬리공원 입구에 있는 루테라스 펜션(http://www.luterrace.co.kr/)에서 가벼운 천변 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김화교 아래 쪽으로 내려서니 수변 산책로가 나옵니다.

 

수변 산책로를 본격적으로 걷기에 앞서 쉬리공원 입구에 있는 저격능선 전투 전적비에 들러봅니다.

 

저격능선 전적비는 6.25 전쟁 당시 오성산 우측능선인 김화 저격 능선 전투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1957년에 건립한 기념비라고 합니다.

 

이곳 능선에서 중공군과 무려 42일동안 전투가 발생해 아군 4,683명과 적군 14,867명 등 

거의 2만명 가까운 목숨이 전사한 6.25 한국전사중 대표적인 격전장이었다고 합니다.

 

전적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원 등 다양한 정보가 적혀있어 다른 기념비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만큼 희생이 큰 전투였기에 이 전적비를 세우는 의미 하나 하나가 다 소중해서였겠지요.

 

전적비 능선을 내려서서 이제 본격적인 수변 산책로 길을 걷습니다. 

이곳이 쉬리 공원이라 그런지 주변 다리에 쉬리 물고기 모양의 형상물이 있네요.  

쉬리하면 남과북의 아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 "쉬리"가 생각이 납니다.

 

휘어 자라고 있는 소나무 아래를 통과하면서 수변 산책로 장수길이 시작이 됩니다.

 

겨울철 철새의 보금자리이기도 한 철원군의 대표 새가 두루미라 그런지

두루미 형상을 한 조각상이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학의 다른 이름인 두루미는 평화와 장수의 상징이지요.

 

잘 단장이 되어 있는 수변 산책로를 따라 가벼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곳 김화 남대천은 물이 무척이나 깨끗해서 쉬리 물고기도 있고 다슬기도 많다고 하네요.

남대천은 조금 더 남쪽으로 흘러가다보면 한탄강과 만나게 되겠지요.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절벽 옆으로 만들어진 길을 걷기도 합니다.

 

이곳 김화의 남대천을 화강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여주를 흐르는 남한강을 여강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겠지요.

또한 일반적으로 남대천하면 강릉 양양의 남대천이 유명하기에 그곳과 구분짓기 위해서 화강이라 할 수도 있겠네요.

 

낙엽이 되어 말라가는 잎들이 마치 개나리가 피는 것 같은 모습입니다.

 

철원은 남한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하기에 겨울이 빨리와서 11월 중순이라 해도 한 겨울의 풍경이어야 하는데

최근 계속해서 날이 포근해서인지 마치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오는 느낌이 듭니다.

 

나무 데크 길을 지나니 이제 잘 포장이 된 제방 길이 나옵니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주변의 소박한 풍경이 되려 걷는 발걸음을 무척이나 편안하게 해줍니다.

때론 지나치게 볼거리가 많은 환경이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발걸음을 무겁게 할 때가 있으니요.

 

남대천을 지나 연결되는 와수천 제방 길을 걸어가니 저멀리 서면 와수리 시가지 모습이 나옵니다.

3사단 백골부대가 주둔하는 철원 지역 철책선(GOP)에 근무하는 군인들에게는

그래도 저곳이 가장 번화한 곳이라 '와수베가스'라고 불린다고 하네요.

 

날이 포근해서인지 노란 꽃도 제철을 잊고 피어있습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와 그에 따르는 온난화 현상 때문은 아닐지요.

 

이곳 산책 길은 멋지게 디자인된 가로등만 따라가면 됩니다.

가로등이 있는 곳까지만 길이 만들어져 있으니요.

 

제방을 따라 와수리까지도 갈 수는 있지만 건너편으로 갈 수 있는 작은 돌다리가 있어서

김화성당이 보이는 저곳에서 되돌아 가려고합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돌다리를 건너 갑니다.

물의 수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물이 참 깨끗하고 맑습니다.

 

 세상일이 다 그렇지만 역시 등잔밑이 어두운것 같습니다.

지나온 제방 길을 건너편에서 보니 이처럼 멋지니요.

하여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는 것 같네요.

 

제방 길을 따라 가다가 학포교 다리를 지나 다시 왼편 천변 길로 접어 들어야 합니다.

이 다리가 와수천과 남대천이 합류하는 지점이지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간은 건조하게 말라가는 모습들을 자주 만나게 되지요.

 

하지만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다시 파릇한 봄과 녹음으로 무성한 여름이 온다는 희망도 가지게 됩니다.

 

 다리위로 쉬리 조형물이 보이는 것을 보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나 봅니다.

 

조금씩 날이 저무는 시간이라 그런지 주변 풍경도 쓸쓸하게만 느껴지네요. 

 

어쩌면 너무 화려한 일몰의 모습이 펼쳐진다면 더욱 쓸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쓸쓸함도 이정도로 적당한게 좋겠지요.

 

하여 지는 노을의 모습은 이곳 화강의 소박한 모습처럼 그렇게 잔잔하게 스며드네요.

 

묵은 그리움이

나를 흔든다

 

망망하게

허둥대던 세월이

다가선다

 

 

적막에 길들으니

안 보이던

내가 보이고

 

마음까지도 가릴 수 있는

무상이 나부낀다

 

                 < 김초혜 - 가을의 시>

 

 

인생의 노를 힘차게 저어 가야 경쟁 사회에서 뒤쳐지지 않고 사는 것이 최선이라 말은 하지만

요즘은 문득 문득 이제는 내 인생의 노를 손에서 놓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노를 놓고 그저 흐르는 물결에 내 몸을 온전히 맡기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조용한 강변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남은 삶을 유유자작하면서 가볍게 살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무거운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그리 살아갈 날은 언제나 올까요. ㅎㅎ

  

이제 이 돌다리를 건너면 처음에 걷기를 시작한 곳으로 되돌아 가게됩니다.

 

당초 생각지 않았지만 아들놈 군대 면회를 오게 되어 우연하게 걷게된 수변 산책로였네요. 

남과 북을 평화롭게 넘나드는 두루미의 모습처럼 

이곳 철원에도 하루빨리 전쟁과 증오보다는 평화와 화해의 물결이 가득한 그런 땅이 되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