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휴양림,수목원

예산 봉수산 임존산성 길 - 예당 저수지의 시원한 조망처

by 마음풍경 2012. 1. 1.

 

봉수산 임존산성길

 

- 봉수산 자연휴양림 길을 따라 -

 

충남 예산군 대흥면

 

봉수산 자연휴양림 주차장 ~ 오른편 임도길 ~ 동서리 약수터 ~ 큰비티고개 ~ 봉수산 정상

~  임존성 성곽 ~ 우물지 ~ 남문지 ~ 정자 ~ 봉수산 자연휴양림 주차장

(원점회귀, 약 6km, 2시간 40분 소요)

 

 

2011년 마지막 지는 해넘이를 보기위해 어디로 갈까 하다가

해넘이로 유명한 서해안 왜목마을이나 안면도 등은 사람들로 북적일것 같아서

대전에서 그리 멀지않고 한적한 곳인 충남 예산에 있는 봉수산 자연휴양림을 찾습니다.

 

봉수산 자연휴양림은 광활한 예당 저수지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봉수산 중턱에 있는 휴양림이지요.

 

휴양림 주차장에서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임도길을 따라 걷습니다.

이곳 봉수산에는 휴양림을 중심으로 여러 등산 코스가 있는데

오늘은 반시계 방향으로 봉수산과 임존성을 오르려고 합니다.

 

봉수산 휴양림의 아래 마을인 대흥면이 슬로시티로 지정이 되어서인지

아직은 조금 미완성인것 같지만 이곳에도 새로운 느림 길이 생긴것 같습니다.

 

녹지 않은 눈길을 따라 뽀드득 소리를 내며 걷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물론 일반 길에 비해 눈길이 다리 힘은 더 들지만요.

 

길을 걷는 기분은 언제나 어린시절 기쁜 마음으로 소풍길을 걷던 그런 마음입니다.

또한 올 한해 아프지않고 쉼없이 좋은 길을 행복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어서 늘 감사하고요.

 

임도길을 따라가다보니 주변에 작은 공원도 조성이 되고 있더군요.

공원의 이름처럼 늘 꿈만 꾸며 살면 좋겠습니다. ㅎ

 

대흥면으로 내려서는 사거리를 지나가니 동서리 약수터가 나옵니다.

 

약수터 주변에 눈사이로 수확하지 않은 대파가 시들어 가고 있네요.

도시의 마트에서 살려면 비싼 대파인데..

 

약수터를 지나니 오르막길로 접어듭니다.

눈쌓인 임도길을 걷다보니 작년 겨울에 걸었던 직지 모티길이 문득 생각이 나더군요.

걷던 동안 눈도 내렸던 참 한적한 길이었는데요.

 

고개길을 올라서니 예당 저수지의 모습도 보게 됩니다.

 

그리고 한적한 눈길을 이어 걷다보니 큰비티 고개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부터는 임도길을 버리고 왼편으로 산 능선을 따라 가야합니다.

봉수산 정상까지는 아직 1.2km를 더 가야하고요.

 

군데 군데 가파른 길도 나오지만 겨울 눈길을 차분한 마음으로 걷는 것도 참 좋습니다.

 

작은 능선을 힘들게 넘으면 편안한 소나무 숲 능선이 이어지고요.

 

길 왼편으로는 아스라한 예당호의 모습도 드문 드문 바라보게 됩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었으면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섰겠지요.

 

그나저나 무한하지 않는 삶이기에 그저 숨쉬며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입니다.

하여 유한한 그 시간을 어찌 사는가 하는 것이 늘 숙제이고요.

 

작은 비티 고개에 도착한것 같습니다.

근데 아래쪽 고개는 큰 비티 고개인데 더 높은 곳에 있는 이곳이 작은 비티고개라고 하니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조금 갸우뚱해지네요.

 

이곳에서 처음으로 등산로 안내도를 만났습니다.

지도를 보니 오늘 걷는 길이 봉수산을 가장 길게 휘돌아 도는 1 코스가 되는 것 같네요.

 

작은 비티 고개에서 조금 올라 봉수산 정상(483.9m)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2.6km에 약 1시간이 조금 더 걸렸네요.

봉수산은 봉황의 머리를 닮아서 그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봄에는 진달래 군락의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하고요.

 

당초 이곳에서 2011년의 마지막 지는 해를 보려고 했으나

하늘이 짙은 회색이라 해넘이 생각은 포기합니다.

 발아래 펼쳐지는 예당 저수지의 풍경도 저멀리 아득하게 다가옵니다.

 

바라보이는 풍경처럼 올 한해 참 많이도 아스라하게 보낸것 같습니다.

그래서 화려한 일몰보다는 이런 회색빛 풍광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내 자신을 위로해 보네요.

 

정상을 지나 능선을 이어가자 이번에는 임존성 성곽의 흔적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직진하면 바로 남문지 방향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편으로 휘돌면 성곽을 따라 바깥쪽으로 휘돌아 가는 길이지요.

 

저는 오른편으로 휘돌아 가는 성곽 길을 따라 갑니다.

성벽의 모습은 희미하지만 그래도 성곽 길은 뚜렸하게 이어지네요.

 

성곽을 따라 휘돌다가 성의 중심지에 해당하는 중앙부로 잠시 발걸음을 해봅니다.

아주 멋진 소나무 사이를 지나가야 하고요.

 

주변 조망바위에 올라서니 주변 성곽 모습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임존성 건너편의 내상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모습이 참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저 산을 넘어가면 한우로 유명한 광시면이 나오지요.

 

다시 성곽길로 돌아와 시원한 조망을 친구삼아 길을 이어 걷습니다.

 

능선을 내려서니 임존성의 중심지역인 우물지가 나타납니다.

 

산성 복원 공사가 가장 잘 되어 있고 마사리 마을에서 차로 바로 오르는 길이 있어

사람들이 주로 이곳으로 임존성을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산성 주변에 백제라 쓰여진 노란 깃발이 인상적이네요.

 

그리고 산행 안내도도 잘 설치가 되어 있고요.

그나저나 지도 내용을 보면 등산 출발점이 모두 휴양림 관리사무소로 되어 있어

이 안내도는 휴양림에 설치가 되어야 하는것 같네요. ㅎㅎ

 

여하튼 이곳 임존성은 백제 패망이후 복신의 주류성과 더불어 흑치상치가 활약한 백제 부흥군의 2대 성지라고 하지요.

백제 부활 운동을 생각하니 지난 번에 갔었던 연기군의 운주산성이 떠오릅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85)

 

기록에 따르면 흑치상치는 661년 무렵에 당나라에 투항하게 되지만

주류성의 함락에도 불구하고 지수진 장군의 방어로 663년까지 임존성은 굳건히 버텼다고 합니다.

 

결국은 당나라 군대에 함락이 되지만 백제의 부흥을 위해 최후까지 항전한 임존성이

내포(예산과 홍성)의 자존심이라 이야기 한다네요.

 

노란 깃발만 나부끼는 우물지를 지나 다시 남문지 방향으로 성곽 길을 이어갑니다.

 

뒤돌아 바라보니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 성을 축성한 테뫼식 산성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봉수산 등산을 하지않고 임존성 성곽길만을 걷고자 하는 경우에는

마사리에서 이곳으로 올라와서 둘레가 2.4km인 성곽을 한바퀴 도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성곽길을 따라 걷다보니 남문지가 나옵니다.

오른편으로 내려서게 되면 도침대사가 창건했다는 대련사가 있지요.

 

그리고 남문지를 지나쳐가니 아주 운치있고 느낌이 좋은 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산불감시초소와 정자가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대흥면 마을너머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예당 저수지의 모습이 한눈에 바라보이네요.

비록 오늘은 회색빛 안개에 가려 희미하긴 하지만

이곳 정자 조망처가 아마도 예당 저수지를 가장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인것 같습니다.

 

정자에서 아스라한 예당호 조망을 바라보고 나서 다시 아래쪽 능선을 따라 휴양림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당초 이곳에서 눈길을 걸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리 힘들지 않게 내려설 수 있네요.

 

소나무의 진한 향기가 가득한 이런 포근한 숲길을 마냥 걷고 싶더군요.

 

바위길도 지나고 또 편안한 소나무 길도 지나고 나니 휴양림 통나무 집들이 나타납니다.

 

낮부터 날이 흐려서 당초 보고자 했던 2011년의 마지막 해넘이 풍경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 또한 2011년을 그렇게 보내라는 자연의 섭리라 생각하며

회색빛으로 아스라한 풍경만을 가슴속에 깊이 담았습니다.

 

"길은 풍경이고 추억이고 희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늘 그렇지만 올 한해도 길은 저에게 동무이고 사랑이고 때론 아쉬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볍게 구름처럼 길위를 사뿐 사뿐 가던 때도 있었지만

또 무거운 생각을 가득 짊어지고 나를 길위에 질질 끌고 가던 때도 있었고요.

 

다가오는 새해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어떤 길을 갈지 설레이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그저 인연이 닿는 길을 걷게 되겠지요.

길을 걸을 수 있어서 올 한해 행복하고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아듀! 201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