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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수목원

하늘로 이어지는 장태산 자연휴양림의 숲속 어드벤처 길

by 마음풍경 2010. 10. 4.

 

 

장태산 자연휴양림 - 숲속 어드벤처 길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장태산 자연휴양림(http://www.jangtaesan.or.kr )으로 발길을 옮겨봅니다.

대전시 서구 장안동에 주소를 두고있는 장태산 자연휴양림은 대전 8경의 하나로

대전 시내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약 20km 정도 떨어져 있지요.

 

이곳에 마지막으로 왔던 것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네요.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추억은 90년초에 이런 시설물이 있지 않을 때

직장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러 왔다가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를 만나

근처 정자로 비를 피해 내리는 비를 보면서 고기에 소주를 먹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ㅎㅎ

 

등산로로 걸어도 4km 남짓하고 산책로로 걸어도 2km 남짓한 부담이 없는 편안한 거리입니다.

 

입구를 들어가니 장태산 휴양림을 처음 만드신 임창봉 선생의 흉상이 있습니다.

1972년부터 24만여평의 대지위에 20만그루의 나무를 심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휴양림이 되었다고 합니다.

임종국 선생이라는 개인이 일평생을 바쳐서 일군 전남 장성 축령산의 편백나무 숲도 마찬가지지만

숲과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평생 동안 헌신과 노력을 통해 얻어진 소중한 자원이네요.

 

2002년부터는 대전시에서 인수하여 새롭게 시설을 단장하여 재개장을 하였고요.

 

이곳은 단풍으로 화려한 시기보다는 가을이 끝나가는 늦은 무렵에 오면

더욱 좋고 깊은 느낌일것 같습니다.

 

장태산 휴양림의 새로운 체험거리인 숲속 어드벤처 길로 접어듭니다.

 

처음에는 잘 단장이 되어있는 숲길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숲체험 스카이웨이라는 문패를 만나면 전혀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되지요.

 

 하늘위에 떠있는 길을 걷게 됩니다.

 

 그리고 바라보이는 탑을 빙글 빙글 돌아서 올라가는 체험도 하게되고요.

 

 기둥으로만 이루어져서인지 조금씩 흔들리는 것이 더욱 스릴을 느끼게 합니다.

 

돌고 돌아 정상으로 올라서니 넓은 조망대도 있고 휴식 공간도 있습니다.

 

나무를 아래에서 쳐다보지 않고 나무 중간에 붕 떠서 나무를 대하게 되니

마치 어깨동무하며 걷는것 처럼 나무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더군요. 

 

 발아래를 내려다 보면 조금은 아찔한 기분이 드는 이길을 걷다보니

아주 어릴적 부모님따라 공원에 있는 팔각정 계단을 무척이나 무섭게 오르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ㅎㅎ

그리 높지도 않은 곳도 그러했는데 아마 내가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가 이 길을 걷는다면

생각만해도 무서버라~~ 입니다. ㅋㅋ

 

여튼 다시 생각해도 이 길은 참 기발한 생각입니다.

나무는 항상 올려만 보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에 발상의 변화시켜주니요.

 

숲속 어드벤처를 빠져나와 바로 옆에 있는 등산로로 길을 이어갑니다.

 

물봉선 꽃도 수줍은 듯 살작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코스모스와 함께 초가을의 상징인 들국화도 이슬을 머금고 있네요.

자연에 소박하게 피어있는 꽃들은 언제봐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합니다.

 

등산로 초입은 조금 가파르지만 조금 걷다 올라선 능선길은 편안합니다.

 

계속 등산로로 갈까하려다 다음번을 기약하고 다시 산책로로 내려서니 펜션형태의 숙소가 나오네요.

 

 이제 다시 시원한 나무를 벗삼아 산책로를 걸어갑니다.  

 

시원하게 하늘을 향해 쑥쑥 자란 나무들을 보며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내 키를 보면 ㅋㅋ 무척이나 부럽네요.  

 

나무와 숲사이로 참 아름다운 길이 숨어있습니다.

 

낙엽이 지고 눈이 오는 날 걸어도 참 좋은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남 담양 등 메타쉐콰이어로 유명한 곳은 대부분 가로수 길이지만

이곳처럼 숲으로 이루어진 곳은 찾기가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주변 긴의자에 누워 하늘을 바라봅니다.

너무 편해서 살포시 잠이 오는데 깊은 잠을 잘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부전자전이라고 아들과 제가 둘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환절기에 고생하고 있는데

좋은 나무의 공기를 맡으면 비염이 조금은 좋아질것 같아서 아들과 왔는데

가까운 거리에 있다면 매일 산책삼아 오고픈 생각이 간절해 집니다.

 

긴의자에 누워 눈을 감고 있으니

문득 떠오르는 우종영님의 책 "나는 나무처럼 살고싶다" 에 나오는 몇 구절이 생각납니다.

 

"삶에서 진정한 휴식은 흔히 생각하듯 놀고 먹는 게 아니다.

삶에 대해 반성하고 더 큰 도약을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휴식이다.

 

한번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에게 물어보자.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게 무엇인지...

그것은 지금 우리의 삶이 바쁘고 숨가쁘기에 더욱 필요한 일이다.

 

쉴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만들어라.

일을 배우고 익히듯. 쉬는 것도 익힐 노릇이다.

나무는 오늘도 나에게 조용히 가르쳐 준다.

휴식은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얻어야할

삶의 중요한 자양분임을."

 

 

오래 머물고 싶지만 그리할 수 없어 다시 숲길을 이어갑니다.

 

 ㅎㅎ 간이 매점 옆에 소박한 무인 문고가 있네요.

 

날씨 좋은 날 와서 책 한권 읽는 것도 참 좋은 휴식이 될것 같습니다.

 

ㅎㅎ 길가 담장에 있는 듯 없는 듯 써있는 글들..

 

일상에서 늘 들어본 글이지만 실천하기가 쉽지만은 않은것 같습니다.

 

화해, 사랑, 그리고 희망.

늘 가슴속에 담고있으면서 잊지 말아야할 단어들이겠지요.

그나저나 나무와 있으면 이런 말들은 필요가 없을것도 같네요.

나무와의 편안한 교감 그자체가 바로 사랑이고 희망일테니..

 

길을 걷다보니 재미있는 풍경을 만납니다.

거미줄에 걸린 나뭇잎 하나 공중에 빙글 빙글 돕니다.

 

땅에 떨어지기 싫어서 일까요.

아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미줄에 걸려 어쩔 수 없이 도는 걸까요.

 

이 모습을 보니 문득 내 삶의 모습이 투영이 됩니다.

나는 내 의지대로 세상을 살아가는지

아니면 무언가의 굴레에 의해 그저 그렇게 살아지고 있는지가..

 

어떤 삶의 모습이든지 길을 걸을 때만은 확실하네요.

내 스스로의 의지로 걷는다는 것 만은..

 

저는 제 아들의 모습에서 가끔 소박하고 편안한 나무와 같은 모습을 보곤합니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은 비단 나무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저마다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루살이 같은 삶, 내일이 보이지 않는 삶이라 하더라도

분명 살아가는 이유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가치를 알고 묵묵히 역할을 해낼 때,

결국 그것이 자신을 지키고 세상을 지키는 길이 된다.

 

남과 비교해서 스스로를 평가하고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의 삶 하나만을 두고 거기에만 충실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생의 의미를 얻고 삶을 영위할 힘을 받는다.

 

내가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내 삶의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늘 기억하며 살아갈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말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말이지만 숲길을 걸으며 그 말의 참 의미를 다시금 느껴봅니다.

  

약 2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오랫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고 고맙습니다. 

장태산 자연휴양림이 아주 먼거리에 있는 곳이 아닌지라 11월 늦은 가을에 한번 다시 와야겠습니다.

왠지 이곳에서 가을이 가는 마지막 모습을 보고싶네요.

자연의 숲이 진한 갈색으로 변화된 그곳에 서있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