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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수목원

청원 미동산 수목원 건강 숲길 - 슬로우의 미학을 생각하며

by 마음풍경 2012. 4. 30.

 

미동산 건강 숲길

 

충북 청원군 미원면 미원리 20

 

미동산 수목원 정문~ 우측도로 ~ MTB 코스에서 우측 등산로

~ 464m봉 ~ 549m봉 ~ 정상 ~

하산길 ~ 수목원시설 탐방 ~ 수목원 정문

(7.3km, 3시간 30분 소요, 점심 및 휴식 포함)

 

 

미동산 수목원은 충북 산림환경 연구소 및

산림 과학 박물관(http://forest.cb21.net/)이라고도 불리며

청원군 미원면(米院面)의 동()쪽에 있어 이름한

미동산(557.6m)의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전에서 미동산 수목원까지 약 1시간이 걸려

도착한 입구에서 귀여운 미동산 수목원 캐릭터들이 반겨줍니다.

 

수목원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등산로 안내판이 나오고 오른편 길 방향으로 걷습니다.

 

대전만 해도 벚꽃이 전부 졌는데 이곳은 산이라 그런지 제법 벚꽃이 남아있네요.

 

초가 원두막이 있는 이곳에서 임도길을 버리고 산길로 접어듭니다.

정상까지는 약 4km 가까이 되지만 바로 능선으로 오르기에 큰 부담은 없네요.

 

오늘은 산 능선 길을 따라 미동산 정상에 오르고

내려오는 길은 수목원 시설이 있는 계곡을 따라 내려올 계획입니다.

다음번에 오면 임도 길을 한바퀴 걷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이제 본격적인 산행 길을 시작해야지요.

진달래가 반겨주는 나무 계단을 따라 능선으로 오릅니다.

 

늘 변함없이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는 꽃들이 참 고맙습니다.

세상사는 것에는 공짜가 없다고 하지만

계절마다 만나는 자연의 모습들을 늘 댓가 없이 받는 것 같아 미안할 때도 있네요.

 

잠시 가파른 길을 걷다가 능선으로 올라서니 포근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숲 사이로 드문 드문 시원한 조망도 나옵니다.

다만 오늘도 역시 그리 맑은 조망은 아닙니다.

 

그나저나 걷기에 무척이나 매력적인 길이 이어지기에

산길을 걷는다기 보다는 새소리 낭낭하게 들리는

조용하고 한적한 숲속을 걷는 기분이네요.

 

길가에 조용하게 피어있는 각시붓꽃도 만납니다.

 

봄의 시간이 좋은 것은 자연 어디에서나

생명의 기운을 가득 느낄 수 있기 때문인것 같네요.

 

편안한 능선 길을 가볍게 이어오다보니 어느새 정상이 눈앞입니다.

 

입구에서 이곳까지 약 4km에 1시간 40분 정도가 걸렸네요.

 

오늘은 아주 맑은 날이 아니어서 아주 시원한 조망을 만나지는 못합니다.

특히 동쪽으로 속리산 능선이 펼쳐지지만 나무에 가려 보지 못하고요.

 

그래도 다양한 색감의 연두빛 가득한 세상이 펼쳐집니다.

 

정상에서 바로 내려서는 길은 제법 가파르나

주변 꽃들을 보느라 붕 떠서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내려오는 길에 쉼터 정자가 있어 점심도 먹고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도 맞으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다시 MTB 순환 임도 길에 도착합니다.

 

 이제 산길도 끝나고 점심 식사도 했겠다

아주 가볍고 편한 발걸음으로 길을 걸으며

독일의 작가겸 다큐멘터리 감독인 플로리안 오피츠가 쓴 

"슬로우"라는 책의 내용을 오늘 걷는 주제로 삼아볼까 합니다.

 

빨라진 속도는 이제 활동의 자유를 가져다주지도 못하고

자기 발전에 대한 희망도 심어주지 못합니다.

압박은 점점 심해지는데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는 느낌은 가질 수 없지요.

세상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도 점차 사라져갑니다.

더 이상 경제 성장과 가속화로 삶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압박만 심해졌습니다.

여기서 집단 우울증이 발생합니다.

 

 

우리는 속도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고

이제 생존을 위해 더욱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빨라져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책에서 언급한 것 처럼 현 상태를 유지만 하는데도

더 빠르게 세상이 움직여야 한다고 하지요.

참 힘들고 어려운 세상입니다.

그래서인지 앞서 천천히 걷는 두분의 모습이 더욱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네요.

 

책에서는 이런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칠레 파타고니아에 살면서 주변 땅을 사서

국립공원으로 만들고 있는 노스페이스 창업자인

더글라스 톰긴스의 이야기 등 몇몇의 사례를 말합니다.

그중에서 먼저 스위스 산골에서 목축을 하는 농부 아내의 말이 떠오르네요.

 

불안은 사람을 병들게 한답니다.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아요.

먼 앞날을 미리부터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냥 모든 걸 받아들이면서 사는 거예요.

그러면 하루하루가 새롭답니다.

 

 

 하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너무나 많은 고민을 미리 떠안고 살지요.

스위스의 농부처럼 그냥 자연에 순응하면서

그날 그날을 충실하게 살면될텐데요.

 

그리고 책에서는 부탄학 연구소 소장인 다쇼 카르마의 대화도 소개합니다.

부탄의 평균소득은 세계 137위지만 행복지수는

13위로 가난과 행복이 공존하는 아주 흥미로운 나라이지요.

 

국민총행복에서는 하루를 세 부분으로 나눕니다.

8시간은 일을 하고 8시간은 자유시간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8시간은 잠을 자는 것이죠.

이런 분할은 인간의 행복과 평안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합니다.

 

이 나라는 특이하게도 국민총생산보다는

국민총행복이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특히 국민의 행복 및 국가 발전의 철학을

실천하는 국민총행복부라는 정부 부처도 있고요.

돈과 행복이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어찌보면 평범한 진실을 현실에서 실천하고 있는 나라이지요.

 

현실을 살다보면 늘 현실과 행복 사이에서

아슬 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 들곤 하지요.

책 내용중 마지막으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글이 있어 옮겨봅니다.

 

행복으로 향하는 길은 자기 자신의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진정 중요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책의 내용도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면서

주변 풍경에 자연스레 빠져 걷다보니 어느새 고라니 관찰원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계곡을 따라 미동산 수목원 시설들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물론 주변에 화사한 꽃들도 무척이나 많습니다.

앵초과에 속하는 봄맞이 꽃도 만나고요.

 

또 무척이나 아름다운 꽃인 금낭화도 카메라에 담습니다.

 

파릇 파릇하게 자라는 나무 숲 테크 길을 따라 걷습니다.

 

미동산 수목원은 아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주어진 자연의 환경을 거스르지않고

잘 살리면서 주변 시설을 적절하게 배치한 것 같습니다.

 

메타세콰이어 나무 사이로 구불 구불 이어지는 길도 참 매력적이고요.

 

사랑하는 사람끼리 자전거를 타고가도 참 낭만적이고 매력적이겠지요.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은 모습이 제 렌즈로 들어왔습니다. ㅎ

 

하늘 매발톱 꽃도 만나고

오늘 이곳에서 보고 싶었던 봄꽃들은 거의 다 보는 것 같습니다.

 

아주 작은 모습의 꽃마리와 함께 사이좋게 피어있는

제비꽃 풍경도 참 고와서 한참을 바라보았네요.

 

습지원을 지나자 산림환경생태관이 나옵니다.

 

이곳은 산림환경생태관뿐만 아니라

주변 정원 등 다양한 시설이 잘 단장이 되어있습니다. 

 

아이들의 자연에 대한 공부를 위해서인지 곤충의 모습도 참 귀엽지요. ㅎㅎ

 

계곡 물길을 따라 산책길이 계속 이어져서인지 참 마음이 가볍고 편안합니다.

 

하여 주변에 들리는 소리는 그저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새소리만이 존재하네요.

이곳에서만은 주변 사람의 소리도 자연의 소리에 뭍혀버립니다.

 

손을 맞잡고 지나가는 젊은 연인의 뒷모습도 참 정겹지요.

아마도 자연 속이라 그런지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너무나도 바쁜 세상이기에 잠시동안이라도 이렇게

천천히 걷고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하겠지요.

 

도심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이

새근새근 숨쉬고 있는지도 새삼 느껴보고요.

 

꽃길을 따라 목재문화체험장, 산야초 전시원 등

여러 수목원 시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수목원 길을 걷고 다시 정문으로 나서려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행사가 있더군요.

비록 이름은 숲길 걷기 행사라지만 이곳은 마이크를 크게 틀고

노래를 부르며 잔치를 하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이곳은 놀이공원이 아니고 수목원이고 산림 환경 연구소인데

 행사를 하더라도 그에 걸맞게 조용하게 할 수는 없을까요.

숲길 걷기라고 부모따라 왔는데 잔치하고 노는 행태를 보인다면

자라는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산나물이나 산약초 채취뿐만 아니라 이처럼 자연을

시끄럽게 하는 것도 처벌을 해야하지 않을까요.

하긴 입구를 나서면서 수목원 직원분들에게 말씀을 드려도

공무원들이 하는 일이라 자신들은 힘이 없다고 하시네요.

참 씁쓸하더군요. 쩝~

 

다시 미동산 수목원 입구로 돌아왔습니다.

처음부터 다 좋았는데 마지막 10분이 참 아쉽게 마무리를 짓게되었네요.

주변 자연 환경이 너무나 좋고 수목원 시설들도 잘 단장이 되어

참 좋은 곳에 잠시 머물수 있어서 참 행복했었는데요.

 

인간의 흔적이 없는 곳으로 갈수록 자연이 더 푸근하게 느껴진다는 말이 있지요.

자연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일뿐인데

오만한 인간은 자꾸 그 사실을 잊어버리는 걸까요.

여튼 마지막 마무리가 안좋긴했으나

미동산 수목원은 자주 찾고싶은 그런 곳입니다.

하여 올 가을 단풍이 내려앉으면 조용히 다시 찾아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