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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수목원

서천 희리산 자연휴양림 - 솔숲 캠핑과 순환임도길 산책

by 마음풍경 2012. 6. 5.

 

서천 희리산 해송자연휴양림

(솔숲 캠핑과 순환임도길)

 

충남 서천군 종천면 희리산길 206

 

희리산 휴양림 야영장 -> 휴양림 입구 우측 순환임도 ->

사방댐 -> 몽골텐트 -> 야생화 관찰원 -> 야영장

(약 4km, 1시간 소요)

 

 

희리산 정상인 문수봉을 휘도는 능선 산행(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79)을 하고 나서

이곳 야영장에 텐트를 치고 숲속에서 하루밤을 보냅니다.

아주 오래전에 백양사 입구 오토캠핑장에서 콜멘사의 이벤트로

텐트, 타프 등 캠핑 장비의 일체를 빌려서 보낸 적이 있었지요.

4월초로 밤의 추위에 무척 고생했던 기억도 생생하고요.

 

  나무 데크위에 텐트를 치니 뚝딱 포근한 집이 한채 생겼습니다.

물론 단 몇 초면 완성이 되는 편리한 텐트로 어차피 4계절내내 캠핑을 할것도 아니니 간단모드가 가장 실속이 있겠지요.

 

머리위로는 때죽나무 꽃이 향기를 피우고 있고 주변 새소리도 무척이나 정겹습니다.

늘 이런 환경에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희리산 휴양림은 캠핑 시설이 무척 훌륭합니다.

화장실도 아주 깨끗하고 거기다가 더운 물이 나오는 칸막이 샤워실도 있고요.

하여 호사스런 샤워도 하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책을 읽습니다.

김용규님의 "숲에서 온 편지"라는 책이지요.

 

캠핑애 대한 로망 중 하나는 자연속에 머물면서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편안한 의자에 몸을 기대고 차를 마시는 시간이 아닐까요.

물론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의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면 환상이겠지요.

 

또한 어둠이 찾아오면 낭만적인 불빛을 벗삼아

아름다운 노래를 소근 소근 듣는 재미도 참 좋습니다.

 

 

분위기가 이러하니 시원한 맥주 한잔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드네요. ㅎ

 

이제 행복한 마음으로 꿈나라로 가야겠습니다. 쿨쿨~

 

아침부터 분주한 새 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나저나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 본적이 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참 오랜만에 맛보는 여유로움과 행복이네요.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이제 산책을 나서봅니다.

 

희리산은 수종의 95%가 해송이어서

산림욕의 천혜적인 조건을 지닌 자연 휴양림인것 같습니다.

다만 꽃이 필때 오면 온통 노란 송화가루를 뒤집어 쓰겠지요. ㅋㅋ

 

푸른 숲이 이어지는 순환임도길을 따라 걷습니다.

아침이라 공기가 더욱 상쾌한 것 같네요.

 

새소리만이 간간이 들리는 조용한 숲길을 걸으며

어제 읽었던 책의 좋은 구절들이 생각이 나서 풍경 사진 속에 함께 담아봅니다.

 

그립다 하여 모든 것을 당장 품어서 안고 살 수는 없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산마늘은 대략 5년을 살고 나야 첫 꽃을 피웁니다.

씨앗이 처음으로 싹을 틔우고 무려 다섯 번의 모진 추위를 무사히 견뎌내야만

제 첫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입니다.

 

 

저들이 벌을 부르고 나비를 이웃하기까지,

그렇게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급하게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고 늘 이야기하지만

그 이치를 자주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반성해봅니다.

 

이곳에 풀이 자라고 나무가 무성하게 키를 키우는 것이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간과 계절이 지나서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 고운 숲길을 걸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글을 다시 떠올리며 숲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건너편 봉우리보다 높게 올라온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아침도 능선너머 서해 바다는 여전히 희미하기만 하네요.

 

어제 걸었던 산 능선도 바라보이고 임도길이지만 꽤 올라오네요.

이제 이 고개길만 넘어서면 내리막길이 이어질것 같습니다.

 

 

평온한 숲길을 걸으며 책의 한구절을 더 떠올려 봅니다.

 

일상의 대부분이 평정의 상태이면 부처일까?

그 고요한 충만이 삶의 대부분을 채워야 이 삶이 행복할까?

 

 

아니면 평정에 발 딛고 서서 기쁨과 분노와 슬픔과 즐거움을 시시각각

나답게 드러내며 사는 것이 더 행복할까?

 

이 질문에 대해 저도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저자의 말처럼 희노애락의 균형을 이루며 사는 것이 가장 인간적이고 가식없는 자연의 길이 아닌가 합니다.

기쁠 때 기뻐하고 또 슬퍼야 할 일이 있으면 슬퍼하며 사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어느 한편으로 지나치지 않는 삶의 균형은 필요하겠지요.

 

임도길을 가다보니 갈림길이 나오네요.

순환임도 길은 오른편 길이지만 왠지 왼편 숲길이 제 발길을 이끌어 그리로 내려섭니다.

 

아침 햇살이 가늘게 비추는 숲속의 느낌이 참 좋습니다.

명암이 대비가 되어 더욱 삶과 죽음의 경계가 뚜렷해지고

하여 살아있다는 의미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네요.

 

또한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싸한 바람소리가 가득한 숲의 모습도 너무나 매혹적이고요.

 

사방댐에 도착했습니다.

물에 비친 소나무의 모습과 하늘이 한폭의 고운 그림이 됩니다.

 

자연속에 머물다보면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좋다, 아름답다, 행복하다 라는 긍정적인 말, 좋은 말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여 늘 자연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그런 자연이 내곁에 있어서 늘 고맙고 감사하지요.

 

사방댐 산책로를 휘돌아 몽골텐트 야영장을 지나갑니다.

이곳 야영장이 휴양림의 가장 위쪽에 위치하고 있네요.

 

내려서는 길에 야생화 관찰원이 있어서 인지

만나보기 쉽지 않은 고운 색의 매발톱 꽃이 여기 저기 피어있네요.

 

아름다운 꽃의 모습들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으니 책에서 읽은 구절이 다시 떠오릅니다.

 

자연 속에서 버려서 다시 시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버리되 뿌리를 지킬 수만 있다면,

떨구되 꿈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다시 꽃을 피울 수가 있습니다.

모든 생명의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 무너지지 않는 것입니다.

 

자연은 늘 우리에게 버려야 사는 법을 이야기 하지요.

작은 생명의 시작부터 그 스러짐까지 변함없이 반복되는 사계절의 이치 또한 그러합니다.

 

이제 다시 야영장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가벼운 아침 산책이었지만 어제 읽은 책도 다시 떠올려보며

잠시동안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네요.

 

작고 소박한 그리움이 삶의 원동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여 그 그리움 하나 잊지않고 가슴에 담고 사는 것도 삶의 힘이 되는 것이겠지요.

 

저는 이곳에서 어떤 그리움을 가슴에 담을 수 있었을까요.

또 어떤 욕심과 헛된 꿈을 길에 내려놓을 수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