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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21)] 비오는 자운대 수운교 길

by 마음풍경 2012. 7. 2.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21번째

- 자운대 수운교 길 -

 

신성동 ~ 자운대 입구 4거리 ~ 자운대 ~ 광덕문 ~ 수운교 천단 ~ 자운대 ~ 신성동

(약 10km, 2시간 소요)

 

 

올해는 봄부터 초여름인 지금까지 비가 오지 않아

무척이나 가물었는데 참 오랜만에 비가 옵니다.

장마비가 이처럼 반가운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여튼 오늘은 비가 와서 멀리 가기도 어렵기에 동네에서 가까운 곳인

자운대 금병산 자락에 위치한 수운교 본부를 찾아가기위해 집을 나섭니다.

 

우산을 쓰고 비내리는 길을 걷는 것도 참 오랜만인것 같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며 사는 평범한 자연의 모습은 언제보아도 늘 감동이고요.

 

그래서인지 비를 내리는 회색 빛 구름이 오늘은 참 분위기 좋은 수채화처럼 보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 자연과 함께 길을 걷는 느낌은

언제나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네요.

 

호남고속도로 옆으로 자운대로 바로 가는 조그만 길이 숨겨져 있지요.

 

가늘게 내리다가 다시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자운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금병산 방향으로 시원하게 쭉 뻣은 길을 걷습니다.

 

자운대는 육군 교육 사령부 및 간호사관학교 등 주로 군대의 교육기관이 들어서 있는 곳이지요.

 

여러 군 부대를 지나고 복지회관 근처에 있는 수운교 본부 입구에 도착합니다.

 

입구에는 자운 솔밭 공원이 조성이 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대전시에서 소나무 숲이 가장 광범위하게 조성된 곳이라 그런지

정말 걷기에 매력적인 길입니다.

 

수운교는 동학을 일으킨 수운(水雲) 최제우를 교조(敎祖)로 하여

이상룡 선생께서 1923년에 개교한 하늘님을 숭배하는 유불선 합일을 추구하는 종교라고 합니다.

 

사인여천(事人如天), 즉 사람을 섬기기를 하늘과 같이 한다는 동학의 사람 섬김의 정신을 이어받았고요.

 

입구에 수운교 본부 사무실 건물이 아담하게 있습니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비록 소박한 건물이지만 지난 역사의 우여곡절이 많았던 건물이네요.

 

수운교의 본부는 천단(도솔천)과 광덕문, 그리고 육각으로 지은 종각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건축은 경복궁을 중건한 최원식 목수가 맡았다고 합니다.

 

저는 자운대 수운교라고 해서 처음에는 자운대 내에 있는 오래된 다리 이름인줄 알았습니다. ㅎ

 

과거 대전둘레산길 잇기로 이곳 뒷산인 금병산을 산행할 때 여러 비석들을 만났었는데

그 이후에 수운교라는 종교에 대해 알게 되었지요.

 

천단에 들어서려면 먼저 광덕문(廣德門)을 지나야 합니다.

 

 

대문에는 사천왕이 그려져 있고 양쪽으로 예쁜 그림이 그려진 벽화가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왼편 벽화의 사군자와 더불어 오른편 벽화에는 모란, 목련, 연꽃, 무궁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부귀와 영광의 상징인 모란, 추운겨울 이기고 나온 선구자로 상징되는 목련,

더러운 진흙 속에서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연꽃, 정조 있고 결백함을 뜻하는 무궁화를 의미한다고 하고요.

 

물론 수운교가 불교는 아니지만 조용한 사찰로 들어서는 느낌이 드네요. 

 

비오는 날 고요한 사찰을 걷는 기분은 사람의 마음을 참 편하게 해주는데

오늘도 딱 그런 기분이 드네요.

 

수운교 천단은 1929년에 세워진 목조건물로서 수운교의 상징적인 건물로

1999년 5월 26일 대전유형문화재 제28호로 재지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관련 자료를 보니 수운교의 본전이기도 한 천단은 천상에 무형으로 존재하는 천궁(천국, 극락, 천당등)을 상징해 지상에 만든 것으로

천단 건립에 동원된 건축술은 조선시대 건축술을 잘 보여준다고 하네요.

 

천단 창살의 무늬와 색상이 소박하면서도 참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천단 서편 옆으로 동물 모양의 석종이 있는데 이를 두드리면 쇠북소리가 난다고 해서 일명 석고라고도 불린다네요.

출처는 충남 보령군 청라면 황룡리에 거주하는 송종독이 연 3일 밤을 수운교로 인도해달라는 꿈을 꾸고

1926년에 수운교로 운반해 현재 이곳에 안치되었습니다.

이 석고가 스스로 소리를 내면 세계 평화가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다고도 하고요.

 

이곳 천단 주변은 석종말고도 기이한 형태의 돌이 더 있습니다.

 

하긴 자연중에서 바위는 늘 단단하고 한결같은 마음이기에

고난의 동학 사상을 이어받은 수운교와 어울리는 이미지일지도 모르겠네요.

 

천단의 뒷마당도 참 정감이 가득한 느낌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라 그런지 왠지 정갈한 느낌이 더욱 진합니다.

 

종교를 떠나 아무 때나 와서 잠시 무거운 생각을 내려놓고

가볍게 산책을 하면 참 좋은 곳인것 같습니다.

 

이 배롱나무에 붉은 꽃이 피는 늦여름에 다시 한번 와봐야겠네요. 

 

천단을 빠져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수운교 범종과 종각을 찾아봅니다.

 

그런데 단순한 범종과 종각이 아니고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335호입니다.

 

특히 범종은 한국 전쟁 때 사용된 탄피를 녹여 만든거라고 하고요.

글고보니 이곳 수운교가 있는 지역은 군대와 연관이 많아 자운대라는 군 시설이 들어설 운명이었나 봅니다.

하긴 북쪽으로 금병산이 막고 있고 남쪽으로는 너른 땅이 있기에 계룡대처럼 군사적으로 활용 가치가 큰 것 같네요.

 

이제 천단을 뒤로 하고 다시 집으로 되돌아 갑니다.

 

이곳은 주변에 멋진 나무도 많고 주변 조경도 정말 잘되어 있습니다.

 

특히 등뒤로는 아늑하게 멋진 금병산 능선이 이어지고요.

 

또한 입구의 소나무 숲길은 정말 매력적인 풍경입니다.

 

간간이 차만 지나는 한가한 자운대 길을 이어걷습니다.

 

촉촉하게 맺힌 빗방울의 모습도 참 곱기만 하지요.

 

금병산이 있는 자운대는 탄동천의 발원지이기도 합니다.

 

자운대는 여러 군 시설이 있지만 내부에 볼링장도 있고 골프장도 있어서 

입구에서 검문은 하지만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로운 곳입니다.

 

자운대 입구에 있는 공원으로 들어섭니다.

관리가 조금 되지 않아서 풀들이 많이 자랐더군요.

 

하지만 입구쪽으로 더 나가니 이곳은 깔끔하게 잘 단장이 된 휴식처고요.

 

자운대 사거리에 수운교 본부를 알리는 안내판이 크게 되어있습니다.

들어갈 때는 다른 샛길로 가서 나오는 길에 보게되네요.

 

비는 계속 내립니다.

자운대를 품에 안은 금병산 능선도 여전히 비구름에 가려있네요.

 

참 오랜만에 비가오니 여름이 더욱 성큼 다가서는 느낌입니다.

나리꽃도 얼굴을 활짝 열어 단비를 가득 담는 것 같습니다.

비를 맞고 있는 꽃을 보고 있으니 문득 생각나는 글귀가 있네요.

 

"당신의 사랑을 생활의 모든 순간에 불어넣으십시요"

 

자연이 우리에게 늘 주는 사랑의 모습처럼

저도 늘 마주하는 일상에서 사소하지만 소박한 사랑 가득 담아야 겠다 생각해 봅니다.

 

그나저나 집에서 가까이 있지만 가보지 못했던 자운대 수운교 본부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그곳이 참 맘에 들어 산책삼아 자주 가보게 될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