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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19)] 봄을 기다리며 걷는 적오산성 길

by 마음풍경 2012. 2. 19.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19번째

[적오산성 길]

 

 

신성동 ~ 자운대 입구 4거리 ~ 충렬사 ~ 적오산 농장 ~ 적오산성 ~

화암사거리 ~ 대덕사이언스 1구간 일부 ~ 대덕대학 ~ 신성동

(약 11km, 3시간 소요)

 

 

2월 들어 입춘도 지나고 내일이면 벌써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입니다.

하지만 날은 아직 겨울의 한가운데 있는 것 같네요.

그나저나 제가 사는 동네의 아기자기한 길을 찾아서 걸어본 것도 벌써 19번째가 되었습니다.

동네 주변의 새로운 길을 찾아 걸을 때 마다 마치 학창시절에 소풍을 가서 했던 보물찾기와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요.

오늘도 역시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적오산성을 찾아 가기위해 아파트 뒷 쪽문길을 나서봅니다.

 

ㅎㅎ 누가 나무에다 이런 푯말을 걸어놓았을까요.

이유가 무엇이든지간에 늘 열린 마음으로 살수만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걷는 길 주변의 문닫은 상가의 모습도 한적하네요.

유리창에 걸려있는 인형의 얼굴 표정이 재미나서 한참을 쳐다보았습니다.

 

신성동 동네를 지나 큰길로 나서는데 재미난 자동차를 만났습니다.

어떤 분의 작품인지 궁금하네요. ㅎㅎ

 

바람이 불고 추운 날에는 하늘도 무척이나 맑습니다.

아마도 추운 겨울 바람이 포근한 구름들을 멀리 날려보냈나 보지요.

 

자운대 4거리 너머 바라보이는 산이 오늘 가야할 적오산입니다.

산의 왼편에는 군 부대인 자운대가 있어서 오른편 큰길로 휘돌아 가야 합니다.

 

가는 길에 잠시 충렬사에 들러봅니다.

충렬사는 일제의 침략에 항거하다 살신구국하신

민영환 선생, 최익현 선생, 이준 열사,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등 다섯분의 위폐를 봉안한 곳이라고 합니다.

 

그분들의 뜻을 기려 매년 4월 이곳 제단에서 제향을 올린다고 하네요.

개인의 목숨은 누구나 다 소중하고 귀한것인데

나라를 위해 그 목숨을 바치는 그런 아픈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않되겠습니다.

 

충렬사를 잠시 구경하고 되돌아 나올까 하려다 뒤쪽 능선을 넘어 호남고속도로 옆길을 따라 걷습니다.

고속도로를 지나가는 차에서 저를 보면 어떤 사람이라 할까요. ㅎㅎ

 

고속도로 옆을 따라 길을 만들어 걷다가 더이상 갈 수 있는 길이 없어서

기계연구원 근처에서 다시 큰 길로 나섭니다.

 

나무들 위로 하얀 구름 한점 두둥실 떠서 흘러갑니다.

제 마음도 저 구름처럼 그렇게 무심하게 흘러가면 좋겠네요.

 

 당초 화암사거리를 지나 아주미술관 입구에서 적오산을 오르려했으나

적오산 농장 방면으로 적오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을 것 같아서 무작정 그 길을 따라 갑니다.

오늘도 나의 예감을 한번 믿어봐야겠습니다.

 

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도 지나가야 하고요.

 

자운대 철조망을 따라 한적한 길을 이어갑니다.

이곳에 이런 한적한 길이 있을지는 전혀 생각지 못했네요.

 

길은 적오산 주말 농장 너머로 계속 이어집니다.

 

지나는 길에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있는 모습처럼 보이는 소나무 한그루를 만났습니다.

아주 작은 희망만이라도 있는 기다림은 그 시간이 영원하다해도 행복이겠지요.

 

개들이 요란하게 짖는 축사를 지나자 뚜렷한 길은 끊어지고

그 옆으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걸으니 오래된 묘가 나옵니다.

 

묘 이후부터는 길이 없어서 그냥 능선을 따라 오르는데 산성의 흔적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풀이나 잡목이 없는 겨울이라 가능하지 여름이면 걷기가 쉽지 않겠더군요.

 

무너진 산성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방치된 군 초소가 있는 적오산의 정상에 도착합니다.

집에서 이곳까지 약 5km에 1시간 30분이 소요가 되었네요.

 

용바위 고개를 지나 금병산으로 가는 길이나 아니면 아주미술관에서 오르는 길

그리고 화암 사거리에서 오는 길만이 이정표로 있고

제가 조금전 걸어왔던 적오산 농장길을 따라 오르는 길은 길 이정표가 없었네요.

 

관평동 테크노 아파트 지역도 발아래로 보입니다.

 

적오산 너머에는 바로 원자력 연구소가 있어서 핵 개발을 하려했던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는

무척이나 중요한 시설이었기에 이런 초소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죽고나서 원자력연구소도 그이름이 에너지연구소로 변경이 되기도 했지요.

 

 낡은 초소옆으로 벤치가 있어서 그곳에 앉아 커피 한잔 합니다.

머리를 들고 바라본 푸른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 풍경이 너무나 아늑하고 편안하네요. 

 

따뜻한 커피도 한잔 하고 이제 화암 4거리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적오산성은 적오산(255.1m) 정상에 자연 지형을 이용해 테를 두르듯 돌을 쌓아 만든

백제시대의 성으로 덕진산성이라고도 한답니다.

대전둘레산길을 걸으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대전은 교통 및 국방의 요충지라 그런지

주변 산에 산성의 흔적들이 아주 많습니다.

 

화암 4거리로 내려서는 길은 아주 편하고 좋습니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에 와도 아주 좋을 것 같고요.

 

계속 능선을 따라 직진으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화암4거리 이정표는 보이지 않고 갑자기 방현동이라는 이정표가 나오네요.

계속 가면 화암4거리와는 너무 멀어질 것 같아서 왼편으로 길이 나있어서 그 길을 따라 갑니다.

여튼 방현동이면 제가 조금 전 올랐던 적오산성 농장쪽인것 같은데 어느 쪽으로 나가게 되는지 궁금하네요.

 

그 길을 이어내려가니 다시 화암4거리 이정표를 만나게 됩니다.

여튼 다음번에 오면 어디로 나서게 되는지 방현동 방향으로 내려가 봐야겠습니다.

 

적오산이 그리 큰산이 아닌데도 숲길은 아주 깊고 한적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바람따라 불어오는 나무와 풀의 향기도 참 구수하고요.

 

그리고 적오산 숲길을 빠져나오니 지나가는 차들로 분주한 화암4거리 입구가 나옵니다.

 

전봇대 사이에 이처럼 이정표가 숨어 있으니 과거에 이곳을 차로 지나면서는 전혀 볼 수가 없었네요.

 

화암4거리를 건너 작년 5월에 갔었던 대덕 사이언스 1구간을 다시 걷습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44)

 

오르는 능선길에서 바라보니 지나온 적오산 능선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대덕 사이언스 길도 사람들이 제법 다녀갔는지 제법 맨질맨질해졌네요.

 

작년에 왔을 때는 이곳 태전사 입구에서 길을 찾지못해서 헤매였는데

오늘은 이정표가 설치가 되어 있어서 길을 쉽게 찾습니다.

 

작년에는 산 전체가 온통 아카시 향기로 가득한 길이었는데

오늘 걷는 길은 나무마저 모든걸 툴툴 털어버린 가볍기만한 그런 길인것 같네요.

 

그나저나 길은 그냥 걷기만 하면 되지 이처럼 꼭 나 다녀갔네 하는 흔적들을 남겨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래되어 남루하면 보기도 싫고 그렇다고 길을 안내해 주는 이정표 역할도 아닌 것 같은데요.

길을 걷는 것은 무언가 되기위한 목적이 아니고 그 자체가 순수한 즐거움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긴 사람의 모습이 다르듯이 사람의 마음도 다르고

각자의 삶의 의미 또한 다 다르겠지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해 주는 것도 자연을 닮아가는 것일테고요.

저도 너무 세상을 제 자신의 생각만으로 편협하게 바라봐서는 않될것 같습니다.

 

이제 이곳 갈림길에서 대덕 사이언스 길을 벗어나 대덕대학으로 향합니다.

 

대덕대학으로 내려서는 길에서 오늘 걸었던 길 중 가장 시원한 조망을 만납니다.

오른편으로 우산봉에서 부터 왼편 수통골 금수봉 능선까지  

계룡산을 포함한 주변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는 아주 시원한 조망처입니다.

이곳에 이런 멋진 조망처가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네요.

 

갑하산 능선너머 하얀 눈으로 덮힌 계룡산도 아스라하게 다가옵니다.

이곳에서 보니 제가 사는 동네의 아파트 주변 배경도 참 멋지네요.

 

이곳에서 저 능선 너머로 사라지는 일몰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나중에 일몰 사진 찍으러 다시 와야겠습니다.

 

시원한 조망 풍경도 보고 내려서니 대덕대학 캠퍼스내로 들어섰습니다.

 

오늘이 토요일이고 아직 방학 시즌이라 그런지 캠퍼스가 아주 한산하네요.

 

이제 대덕대학을 빠져나와 백일홍 나무가 도열해있는 길을 따라 집으로 향합니다.

 

예전같으면 화학연구원 담장에 영춘화가 노랗게 피어있을텐데

올해는 겨울이 길어서인지 아직 화사한 꽃의 모습을 보지는 못합니다.

 

하긴 내일이 비록 우수라지만 아직 2월의 중반이기에

조금 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것 같습니다.

그 봄을 기다리며 "이성부 시인의 봄"이라는 시를 옮겨봅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물 웅덩이 같은데를 기웃 거리다가
한눈좀 팔고 싸움도 한판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 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올 겨울은 하얀 눈이 쌓인 산이 전혀 그립지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느끼면서도 늘 눈쌓인 겨울 산이 설레였는데요.

그저 올 겨울은 봄이 오길 기다리는 마음뿐입니다.

어차피 와야할 봄이기에 더디게 오더라도 꼭 오겠지요.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걸어본 적오산성 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