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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17)] 월평공원 도솔산 길

by 마음풍경 2011. 12. 19.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17번째

[월평공원 도솔산 길]

 

신성동 ~ KAIST 기숙사 길 ~ 유림공원 ~ 갑천 우안길~ 가새바위 ~ 도솔산 정상(207m) ~ 내원사 ~

도솔정 ~ 월평정수장 입구 ~ 갈마동 ~ 월평초등학교 앞 ~ 갑천 ~ KAIST ~ 신성동(약 20km, 5시간 소요)

 

 

12월 중순이 넘어가니 하루 하루가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네요.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도 멀리가지 않고 주변의 동네 올레길을 걷기로 합니다.

다만 오늘은 대전 서구에 있는 월평공원 도솔산까지 왕복을 하려 하기에

지금까지 걸었던 17번의 동네 올레길중 가장 먼길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가야할 길도 멀고해서 오늘은 항공우주연구원 앞길을 따라

가장 빠르게 갑천변으로 갈 수 있는 코스를 택합니다.

 

카이스트 기숙사 길을 지나 쪽문으로 나서니 바로 유림공원이 있는 갑천이 나옵니다.

 

최근 날이 무척이나 추워서인지 갑천 강물이 꽁꽁 얼었습니다.

조금 더 날이 추워지면 이곳에서 썰매를 타는 모습도 보이겠지요.

 

유림공원 앞 나무 다리를 건너 갑천 우안길로 접어듭니다.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맞으며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의 모습에서

부평초같은 우리네 삶을 떠올려봅니다.

잊혀져가는 그리움처럼 그리 살아지는게 또한 우리네 모습이겠지요.

 

어차피 홀로 왔다가 홀로 가는 세상살이지만

그 세상살이에는 만남, 인연, 사랑, 그리움 등 참 많은 사연이 담겨져있네요.

 

늘 자전거로만 가던 길을 오늘은 두발로 천천히 걸어가니

익숙한 길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갑천 우안길로 계속 걸어가니 이제 포장 길은 끝이 나고 걷기에 참 좋은 길이 이어지지요.

 

지난번에는 이 갑천 누리길을 자전거를 타고 덜컹거리며 갔었는데

오늘은 포근한 발걸음입니다.

 

도안 신도시로 이어지는 다리 공사 현장 아래도 지나갑니다.

 

공사중인 다리를 지나자 마자 갑천의 자연스러운 풍경이 나타나지요.

 

전체 갑천 길중에서도 특히 이곳 주변이 자연의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참 좋은 느낌이 가슴으로 스며드는 그런 풍경이지요.

저도 이런 풍경을 닮아야 하는데 왜 그렇게 늘 부족함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이곳은 자연이 잘 보존이 되어 있는  반딧불이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다만 주변에 다리공사뿐만이 아니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설이 되고 있어서

지금까지처럼 잘 보존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번에 이 길을 자전거로 지나가면데 나중에 다시와서 두발로 걸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느낌이 좋은 이 길이 자꾸 생각이 나서인지 2주만에 다시 왔습니다.

 

자연의 모습이 풍부한 강을 따라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은

그리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길은 아니지요.

하여 천천히 음미하듯이 그리 길지 않은 이 길을 한걸음 한걸음 내딛습니다.

 

멀리 산 능선너머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아파트 모습이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갈대와 억새가 어우러지는 자연의 풍경은 한폭의 그림같습니다.

 

지난 12월 첫째주에 갑천누리길을 따라 이곳까지 자전거로 왔었지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23)

그때는 흑석리까지 가기위해 오른편 천변쪽으로 계속 갔지만

오늘은 도솔산을 오르기 위해 왼편 산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가파른 길을 조금 올라가니 도솔산 이정표도 만납니다.

 

도솔산 능선을 따라 가던 길에 가위 모양으로 생긴 가새바위도 만나고요.

 

가새바위 안내판을 읽어보니 콩쥐와 팥쥐 이야기와 아주 유사한 내용의 전설이 있네요.

 

 

가새바위를 지나 만난 조망처에서 시원하게 펼쳐지는 갑천 풍경을 만났습니다.

삭막한 아파트 숲을 보니 더더욱 산과 강, 그리고 숲의 고마움을 새삼 느껴봅니다.

 

 

산길을 따라 오르니 등산객으로 붐비는 도솔산 정상이 바로 지척입니다.

집에서 이곳까지 약 9km에 2시간 조금 넘게 걸렸네요.

 

도솔산은 높이가 207m로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지만 주변 풍광은 참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저도 대전 주변의 산들은 대부분 몇번씩 가보았지만 이 산은 오늘이 처음이네요.

이처럼 좋은 곳을 빨리 오지 못하고 왜 이렇게 늦게 오게되었는지 조금 안타깝기만 합니다.

인연이란게 늘 제때에 만날 수만은 없는게 인생이겠지요.

 

좌측으로 멀리 구봉산 능선이 한눈에 다가오네요.

 

도솔산이 있는 이곳 월평공원은 이곳 저곳으로 산길이 무척이나 많이 있습니다.

다만 전체 등산 안내도도 볼 수가 없어서 오던 길에 내원사 이정표를 보았기에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갑니다.

 

가새바위를 지나 내원사 이정표에서 우측으로 내려서니 작은 약수터가 나오네요.

 

그리고 그 앞으로 해선삼거리가 나옵니다.

도솔봉 정상에서 오른편 길로 내려와도 되나봅니다.

 

편안한 숲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내원사라는 절이 나옵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배롱나무와 함께 어우러지는 대웅전의 모습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더군요.

이곳은 대웅전이 주변에 있는 다른 건물에 비해 무척 작은 것이 조금 특이합니다.

 

내원사를 구경하고 다시 능선길로 접어들어 길을 걸으니 도솔정이라는 정자가 나옵니다.

보통 이런 정자는 정상에 있는데 이곳은 조금 떨어진 능선에 있더군요.

 

정자에 올라서니 보문산과 식장산이 함께 바라보입니다.

내년 1월부터 매월 혼자서 대전둘레산길잇기를 4번째이자 마지막으로 해보려는데

1코스의 시작점인 보문산이 이렇게 보이니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하네요.

 

도솔정을 지나 편하게 이어지는 능선 길을 갑니다.

 

이처럼 멋진 풍경이 바라보이는 조망처를 만나

멀리 구봉산의 실루엣과 함께 어우러지는 갑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네요.

 

조망이 있는 능선 길을 걷다가 다시 아주 편하고 널찍한 메타쉐콰이어 임도길을 걷기도 합니다.

 

이곳 도솔산은 여러 갈래로  아주 많은 길이 나있어서 어느 길을 가야하나 잠시 망설이기도 하지만

그냥 월평정수장이라는 이정표만 보고 따라가네요.

다음번에 이곳에 오면 이정표에 있는 싸이클 경기장 방향으로도 가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이곳은 참 다른 느낌의 다양한 길들이 이리 저리 이어집니다.

일반 산 능선길이기도 하다가 또 어느 길은 편안한 숲길이 이어지기도 하고요.

 

너른 포장길이 나오는 것을 보니 월평정수장 입구에 도착한것 같습니다.

 

월평정수장 입구에서 왼편 갑천 방향으로 내려설까 하다가

그길로 가면 당초 가고자했던 월평산성으로 가지 못하고 바로 갑천변으로 갈것 같아

오른편 낡은 건물이 있는 방향으로 산길이 이어져있어 그 길을 따라 가봅니다.

 

이 길은 정수장 철책을 따라 바깥쪽으로 이어지지요.

마치 대전동물원 주변을 따라 걷는 대둘길같은 느낌이 듭니다.

 

철책을 따라 고개를 넘어서니 둔산지역 아파트가 바라보입니다.

정말 산빼고는 전부 아파트 군락이네요.

 

다시 철책을 따라 길을 내려서니 동편쪽 월평정수장 입구가 나오고 이내 갈마동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이 길로 왔지만 결국은 당초 계획했던 월평 산성으로는 가지 못하네요.

 

한밭고교 옆길을 따라 갈마동을 빠져나오니 길 건너편에 월평동 계룡사옥이 보입니다.

 

계룡로를 건너고 월평초등학교를 지나 다시 갑천변으로 나왔습니다.

육교에서 바라보는 갑천의 풍경도 참 새롭게 다가오네요.

 

갈대와 친구하며 걷는 이 길은 언제 걸어도 참 좋은 추억이 됩니다.

 

지난 소중한 추억은 힘들고 외로울 때 자신을 위로해 주는 힘이 된다고 하는데

그런 추억들 잊어버리지 말고 차곡차곡 잘 쌓아놓아야 겠네요.

 

개나리가 피어있는 유림공원을 지나고 갑천을 벗어나 다시 집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20km가 넘는 길을 걸어보았네요.

오늘은 유성구를 벗어나 서구 정림동까지 다녀왔으니 동네 올레길로는 가장 긴 거리의 길이었습니다.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는 글이 있는데

오늘은 그 그리움이 갑천 강가를 따라 도솔산까지 이어져 있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