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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⑮] 구름 안개 자욱한 우산봉 길

by 마음풍경 2011. 9. 14.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15번째

[우산봉 길]

 

 

반석 7단지 근린 공원 입구 ~ 법성암 ~ 구암사 갈림길 ~ 우산봉  ~ 반석 7, 6단지 갈림길 ~

반석 6단지 ~ 반석 7단지 근린공원 입구(약 7km, 3시간 소요)

 

 

추석 연휴내내 비도 오고 날이 흐리더니 연휴 마지막날 아침도 여전히 흐린 하루로 시작합니다.

차례 음식으로 먹고 자고를 반복했서인지 몸도 무겁고 해서 15번째 동네 올레길을 위해 집을 나섭니다.

오늘은 집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고 노은지구 반석 7단지 끝에 있는 근린공원에서 시작합니다.

 

새롭게 조성이 된 곳이라 깨끗하고 왠지 풋풋한 느낌이 나는 것 같네요.

 

뒤돌아 바라보니 반석 7단지와 그 왼편으로 당진-서천 고속도로가 보입니다.

 

우산봉을 가는 등산로는 농구장 등 체육시설이 있는 왼편 길로 올라서야 합니다.

주변에 시설들은 잘 단장이 된것 같은데

공원 입구에 우산봉 등산 안내도나 아님 등산 이정표라도

하나쯤은 설치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이제 왼편 길로 본격적인 등산 길이 시작됩니다.

 

참 이 길은 유성온천에서 세종시까지 걸어가는 세종&유성 올레길 3개 코스 중 1코스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온통 공사중이라 나중에 세종시 건설이 어느정도 이루어지면 한번 걸어봐야 할것 같네요.

 

한국불교 법륜종에 속하는 법성암을 지납니다.

 

조계종이나 천태종은 익숙한데 법륜종은 처음 들어보는 종단인것 같아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1988년에 재단법인으로 창종하였고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삼고 고려말의 승려 보우를 종조로 삼는 종단이라고 합니다.

 

법륜종은 대전 보광사에서 창종을 선언했다고 하니 대전과 인연이 많은 종단인가봅니다.

 

암자위쪽으로 2개의 기도터가 있는데 그중 한곳에 물고기가 사는 작은 약수터가 있더군요.

 

법성암을 지나 조금 오르니 반석 6단지와 우산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물론 오른편 우산봉으로 올라갔다가 나중에 하산 시에는 6단지 방향으로 갈까하네요.

 

초입의 가파른 길을 지나니 참 편안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하늘은 안개가 가려 회색빛이지만 촉촉하고 시원한 소나무들이 있어 참 좋네요.

 

어찌보면 소박하고 수수한 숲길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길은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때론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릴 수가 있겠지요.

 

남루한 모습이 과거에 설치한 등산 이정표 같은데 최근에 설치한 것과는 거리가 조금 다르더군요.

반석 7단지에서 우산봉까지 최소 3km는 넘을 것 같은데 이것은 2.6km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차라리 이 이정표는 철거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편안한 숲길을 이어가니 구암사로 가는 갈림길을 만납니다.

이곳에서 우산봉쪽이 아닌 오른편 구암사로 가는 길이 세종유성 올레길이고요.

 

우산봉의 남서쪽에 군수사령부가 있기에 그 담장을 끼고 가기도 합니다.

 

오르는 길에 조망터도 만났지만 안개에 가려 도심의 모습이 희미하기만 합니다.

 

제법 가파른 길이 많아 금새 몸이 땀에 절었습니다.

조금전 만난 구암사 길은 작은 샛길이고 이 길이 구암사로 가는 메인 길이지요.

 

다시 가파른 길을 올라서니 멋진 소나무 숲길이 반겨줍니다.

 

습기가 많아서인지 소나무의 향기가 무척이나 진하네요.

잠시 눈을 감고 깊게 호흡을 해봅니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과연 만난 적이나 있었던 걸까
  나무에게 말을 걸어본다
 
  서로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가진 것은 모두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과연 우리가 만난 적이나 있었던 걸까
  바람도 없는데 보일 듯 말 듯
  나무가 몸을 비튼다

 

                          <나태주 - 나무에게 말을 걸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니 바위 능선 길이 나옵니다.

물론 조망은 안개에 가려있고요.

 

이곳에서 지난 과거의 애틋한 흔적을 만났습니다.

함께 산행대장을 하던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기리고자

사람들과 작은 비석을 등에 지고 올라와서 이곳에 세웠는데

이제 비석은 없고 그 흔적만 남아 있네요.

그때는 참 안타깝고 힘든 마음만 가득했는데 시간이 역시 약인가 봅니다.

이제는 그런 기억마저도 아스라해지니요.

 

약 3.5km를 1시간 30분 걸려서 우산봉에 도착했습니다.

대전둘레산길잇기를 하면서 자주 올랐던 곳이기도 하지요.

 

우산봉에서 갑하산으로 이어지는 멋진 능선은 구름 안개에 가려있습니다.

 

비록 우산봉에서 바라보는 시원한 계룡산 능선의 조망을 보지는 못하지만

구름이 능선을 따라 넘나드는 멋진 풍경이 그를 대신합니다.

 

시들어가는 강아지풀의 살랑거림이 제 마음도 함께 살랑거리게 하네요.

 

시선을 멀리두니 강아지 풀은 사라지고 구름이 피어오르는 능선만 바라보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이치도 이처럼 같은 곳을 바라본다고 해도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겠지요.

 

너덜바위에 걸터앉아 커피도 한잔하고 변화무쌍한 구름의 유희를 그저 바라만 봅니다.

강요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평화로움.. 그리고 위안의 마음..

삶이 늘 자연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갑하산 능선은 구름에 가려 사라져갑니다.

이제 커피도 마셨고 땀도 식혔으니 오던 길을 되돌아 하산을 시작해야겠습니다.

 

하산길에도 시원한 조망대신 아스라한 안개만 자욱합니다.

 

조금 전 지나간 길이지만 낯설고 새롭게만 느껴지는 것이 산행의 또다른 묘미가 아닐까요.

 

힘든 숨을 내쉬느라 보지 못했던 소박한 풍경도 만날 수 있고요.

 

하산길은 발걸음에 여유가 있어서인지

당초 산행을 하고자 하는 초심이 무언지를 다시 일깨워 주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를 읊조려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러하겠지요.

 

세상은 혼자서만 살 수 없고 사랑도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자연과의 공감도 관심과 사랑이 우선이 되야할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휘돌아가는 아담한 숲길을 참 좋아합니다.

세상은 늘 똑바른 길만 가라고 하지요.

그래야 빨리 갈 수 있고 남보다 앞서 간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빨리 간다고 무엇을 더 할 것이며 앞서 간다고 무슨 보람이 있겠습니까.

수천만년 동안 강도 휘돌아 흐르고 자연의 길도 휘휘 돌아 갑니다.

저도 이처럼 휘돌고 돌아 살고프네요.

 

이제 오를 때 만난 갈림길에서 반석 7단지가 아닌 반석 6단지 방향으로 갑니다.

 

시간이 흘렀는지 이제는 노은 지역 아파트 모습이 선명하게 바라보이네요.

 

7단지에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만 한데

이곳은 참 한적하고 편안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좋은 숲길을 마지막으로 걷고 나서

반석 6단지 아파트가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니 오늘 걷기도 거의 마무리가 되는 것 같지요.

 

6단지 입구에서 우산봉으로 오르는 길은 내가 내려온 길 말고도 그 옆으로 다른 길도 있더군요.

 

7단지 입구와는 다르게 6단지 입구 길가에는 우산봉으로 오르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여튼 제법 가파른 산길이 이어지는 오름 길이 3km가 넘으니 그리 쉬운 등산 길은 아닌 것 같네요.

그리고 동네 산길인데 차라리 거리를 표시하는 것보다 일반 사람이 걸어서 갈 때

소요되는 평균 시간을 적어서 안내하면 어떨까 합니다.

예를 들면 '구암사 1시간, 우산봉 2시간 소요' 정도로 말입니다.

어차피 큰 산을 오르는 전문 산악인에게는 거리가 의미가 있지만

짧은 거리의 동네 산길을 걷는 일반 사람에게는 대충 소요되는 시간이 더욱 정보로써 의미가 있겠지요.

 

6단지 뒷길을 따라 다시 7단지 근린공원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7km 정도의 짧은 거리였지만 참 오랜만에 산행다운 산행을 해보았네요. ㅎㅎ

물론 뻑세고 힘든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참 매력적이고 편안한 숲길도 있었지요.

정상에서 바라보는 안개 구름의 풍경도 또한 매혹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