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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23)] 과학마을 축제를 가다.

by 마음풍경 2012. 11. 11.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23번째

 

 

 

- 2012 Hello! 과학 마을 축제를 가다 -

 

 

올 가을 단풍은 작년에 비해 무척이나 화려하고 또 물들어있는 시기도 더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은 멀리 가지않고 집 주변을 둘러보며 쉬기로 했는데

마침 동네 연구단지 운동장에서 과학 마을 축제가 있고

축제의 일환으로 '장기하와 얼굴들' 등이 출연하는 미니 콘서트도 있어서 동네 마실 삼아 다녀왔습니다.

 

 

과학마을 축제 콘서트 구경도 하고 낙엽진 길도 잠시 걷기위헤

아파트 쪽문을 통과해서 집 앞으로 단풍으로 단장한 길을 나섭니다.

 

저녁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때문인지 날은 흐리지만

그렇다고 고운 색감의 단풍 정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더군요.

 

작년에는 가뭄 등 여러 요인때문에 단풍이 그리 좋지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더더욱 올해 가을은 참 화려하고 풍성합니다.

 

모과도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열려있고요.

이렇게 크고 무거운 과실이 지난 태풍과 강풍도 견디며

 가느다란 가지에서 자란다는 것이 참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정말 매일 매일 제 가슴에 불을 지르는 붉디 붉은 모습이네요.

 

제 마음은 저 장미처럼 채 피지 않은 고운 봉우리를 담고 있는데

단풍은 자꾸만 피어오르라고 부채질합니다. ㅎ

 

운동장 방향으로 동네 길을 걷는데 어느 것 하나 붉지 않은 것이 없네요.

 

지난번에 연구소 단풍 길을 걸으며 올해의 가을과는 이별을 하려 했는데

이처럼 아름다운 정취에 빠지다 보니 이별의 다짐은 온데간데가 없습니다.

 

하긴 세상의 살아있는 만물과의 인연이란게

한번 가면 영영 다시 오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요.

 

세상의 인연도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反)'

즉, 만나면 헤어짐이 정한 이치이고 헤어지면 반드시 만난다는 이치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인연이란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바다과 같은 것은 아닐까요.

 

밀려오고 밀려가는 큰 조수의 흐름속에

그 밀물과 썰물이 한번이 아니고 여러번 인것처럼...

 

마음속의 수많은 썰물과 밀물의 흐름을 통해

결국은 만남 혹은 이별의 외길을 걷는 것이 인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 만남과 이별 또한 단지 이세상의 일이지 저세상의 일은 아니기에

인연의 그 끝이 어딘지는 누구도 알 수 없겠지요.

 

땅에 떨어진 고운 낙엽을 밟으며 이별과 만남을 생각하다보니 잠시 잊고 있었던

오늘 산책의 동기가 된 과학 마을 축제에 대한 안내 문구를 만났네요.

 

하여 멋지게 물드는 메타쉐콰이어가 바라보이는 항우연 입구에서 발걸음을 운동장으로 돌립니다.

 

왔던 길은 빨간 단풍의 세상이었는데 돌아가는 길은 노란 단풍의 세상입니다.

 

늘 이 계절이면 가을 느낌이 가득한 은행나무 길이지요.

 

제가 참 좋아하는 길을 빨갛게 또 노랗게 물들여주는 참 고마운 자연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늘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의 진심을 저절로 깨닫게 하지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 세상에 자연이 없었으면, 산이 없고 강이 없고 들길이 없었다면

이 막막한 세상을 어찌 버티고 기대며 살았을지를...

 

이제 노란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지나 음악 소리로 떠들썩한 운동장으로 들어섭니다.

 

이곳에도 여전히 화려하고 고운 가을 정취가 가득하네요.

늘 쓸쓸하기만한 공원 벤치도 오늘은 참 감성적으로 다가옵니다.

 

김용택 시인의 시 중에 다음과 같은 시가 있습니다.

 

"저 봄이 내 봄이 되게 해야지요.

저 봄이 지금 어디 그냥 봄입니까.

 

그런데 봄을 가을로 대치한다해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네요.

 

"저 가을이 내 가을이 되게 해야지요.

저 가을이 지금 어디 그냥 가을입니까.

 

봄과 가을은 전혀 다른 계절이지만 그 느낌과 모습만은 서로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올 가을에 들어서면서 봄과 가을이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사는 곳인 대덕연구단지 운동장에서 늦은 가을에 열리는 축제입니다.

근데 작년에 이 축제가 있었는지는 가울가울한데

아마도 집을 떠나 우리나라 산천의 가을 정취를 찾아 헤메다니고 있었겠지요. ㅎ

 

무대에는 조금은 낯이 익은 김소정이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김소정은 이곳 KAIST 출신으로 2010년 슈퍼스타K2 Top11에 올랐었지요.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시작한다고 하더군요. 

 

과거 슈스케에서 보던 애띤 모습에서 많이 성숙한 느낌이었고

또 무대에서 격렬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데도 호흡이 무척 안정적인걸 보면

많은 훈련과 노력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튼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과학 기술을 통해서만은 아니기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재능이 있는 노래를 통해

세상에 좀 더 나은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값진 것이겠지요.

 

김소정의 시원하고 멋진 무대를 보고 이제 축제의 마지막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릅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2008년 '싸구려 커피'라는 곡으로 데뷔를 하였으며

독특한 리듬과 재미난 노래말로 대중에게 알려진 인디밴드 입니다.

 

'별 일 없이 산다', '그렇고 그런 사이' 그리고 '우리 지금 만나 ' 등의 아주 재미난 노래들이 있고요.

 

오늘도 역시 조금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쉽게 부르는 듯한 노래이지만

재미나고 열광적인 무대를 만들어 줍니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

 

ㅎㅎ 그의 노래를 가까이서 들으니 더욱 어깨가 들썩거리는 것 같습니다.

 

이제 무대도 어두워져가고 저도 집으로 돌아가야 겠네요.

 

오늘은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재미난 축제가 있어서 잠시 즐거운 동네 마실을 즐겼네요.

장기하의 노래처럼 뭐 무겁게 살필요가 있겠습니까.

하루 하루 마음이 즐겁고 사는게 재미있으면 되겠지요. ㅎ

오늘처럼 저도 매일 그렇게 살아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