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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계룡산 갑사 암자길 - 시원한 갑사계곡 물소리를 따라

by 마음풍경 2012. 8. 20.

 

계룡산 갑사 암자길

 

갑사 주차장 ~ 갑사탐방지원센터 ~ 자연 산책로 ~ 철당간지주 ~ 대적전 ~ 갑사 ~

내원암 길 ~ 신흥암 ~ 용문폭포 ~ 대성암 ~ 일주문 ~ 주차장

(약 6km, 3시간 소요/식사, 휴식 포함)

 

 

계룡산 갑사 암자길은 갑사를 거쳐 멋진 수정암릉이 바라보이는 신흥암까지 이어지는 왕복 약 6km의 길로

갑사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를 따라 가볍게 걷기에 아주 좋은 숲길입니다.

특히 내원암을 지나 신흥암 입구로 이어지는 숨어있는 한적한 임도길을 걷다보면

무거운 몸과 마음이 저절로 가벼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1990년 대전으로 내려오고 나서 가장 많이 가본 산이 계룡산이고

또한 능선너머 동학사와 함께 가장 많이 찾아온 사찰이 갑사가 아닌가 합니다.

 

오늘도 산에 오른다는 생각을 버리고 갑사 계곡을 따라 신흥암까지 천천히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기로 합니다.

하여 빠른 발걸음이나 급한 마음에는 볼 수 없는 자연의 소중함도 만나고요.

 

춘 마곡 추 갑사라고 하는데 저는 이상하게 가을보다는 여름에 갑사를 자주 찾는 것 같네요.

그나저나 우리 조상님들은 아홉이라는 숫자를 참 좋아했나봅니다.

달도 차면 기울기에 어쩌면 열에서 하나가 비어 있는 것이 더욱 아름다움의 절정이라 생각한 것은 아닐까요.

 

일주문을 지나 이곳 탐방지원센터에서 큰길을 가지않고 오른편으로 나있는 한적한 자연산책로로 향합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서 아주 한적하고 좋은 산책길입니다.

ㅎㅎ 식당 이름이 철탑상회라니 조금 이상하지요.

아마도 이 길을 따라가면 만나는 철당간 지주가 있어서 그리 이름을 한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길옆으로 졸졸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흘러가는 작은 계곡도 있습니다.

 

철탑상회 앞에서 다리를 건너 아주 호젓한 숲길을 지나니 보물 256호인 공주 갑사의 철당간이 나옵니다.

절에 행사가 있을 때 절 입구에 당이라는 깃발을 달아두는데 이 깃발을 달아두는 장대를 당간이라고 하고

장대를 양쪽에서 지탱해 주는 두 돌기둥을 당간지주라고 합니다.

 

이 당간은 높이가 15m이며 통일신라시대의 당간으로는 유일하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갑사는 와도 주변에 이런 보물이 있는 것은 대부분 모르는 것 같더군요.

 

철당간을 지나면 제가 개인적으로 갑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길이 나오지요.

 

아늑한 숲과 소박한 돌계단 그리고 그 너머로 펼쳐지는 멋진 소나무의 풍경이 참 잘 어울리는 길입니다.

 

거기다가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대적전 지붕 귀퉁이의 모습 또한 제 마음을 늘 설레게 하는 풍경이지요.

왠지 운치가 있다는 표현이 딱 맞는 그런 곳입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백일홍 나무가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는 대적전에 도착합니다.

어쩌면 이곳을 여름에 자주 오는 이유가 바로 이 백일홍 나무에 피는 꽃 때문인것 같고요.

 

대전적 앞 마당에 있는 부도는 보물 257호로 나말여초에 조성된 팔각원당형 부도라고 합니다.

실제 갑사 본당에는 국보나 보물과 같은 문화재가 없는데 주변에 이처럼 보물들이 숨어있네요.

 

과거 이곳이 갑사 대웅전이 있던 곳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왠지 그 느낌이나 깊이가 조금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는 길이 너무나 아름다워서인지 그 길에 있는 이곳 대적전 풍경 또한 너무나 황홀합니다.

 

아름다움의 기원은 '안다'에 있다고 하는데

세상 이치가 알아야만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도 보이겠지요.

하긴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고 무관심이듯이 말입니다.

 

 대적전을 빠져나와 갑사 본당 방향으로 가다보니 갑사구곡의 제 5곡인 금계암이 나옵니다.

특히 이곳 아래 계곡은 과거 1박 2일에서 박찬호 선수가 추운 겨울에 몸을 담궜던 장소이기도 하지요.

 

금계암 앞 다리를 건너 운치 있는 작은 돌담 문을 통해서 갑사 앞 마당으로 들어섭니다.

저는 갑사에 오면 늘 대웅전 앞 큰 길보다는 이 문을 통해 들어가네요.

 

그나저나 갑사는 다른 사찰에 비해 하늘을 배경으로 멋지게 만들어진

돌 계단길이 무척이나 매력적인것 같습니다.

저 나무에 붉은 단풍이 물든다면 멋진 한폭의 풍경화가 되겠지요.

 

갑사라는 사찰의 유명세에 비하면 너무나 소박한 대웅전과 본당 경내입니다.

 

어쩌면 계룡산이라는 멋진 산속에 머물고 있기에 달리 치장을 하거나

웅장하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갑사 본당을 빠져나와 왼편에 있는 길로 올라가니 표충원 건물이 나오네요.

갑사 표충원은 임진왜란 때 승병을 조직하여 활약한

서산대사, 사명대사, 그리고 영규대사의 영정을 모신곳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표충원 건물의 위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니 아담한 팔상전 건물이 나옵니다.

과거에는 갑사하면 대웅전 건물만 보고 지나갔는데

배롱나무 꽃 화려한 대각전도 그렇고 갑사는 주변에 산재해있는 사찰 시설을 만나보는 재미도 좋습니다.

 

갑사 팔상전은 석가여래의 일대기를 그린 팔상탱화와

불교의 재래 신인 호법신을 묘사한 그림인 신중탱화를 모신 곳이지요.

 

팔상전을 나와서 갑사로 내려서지 않고 계속 산쪽으로 길을 이어 내원암에 가봅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그랬지만 내원암은 아직 내부 수리중인것 같습니다.

 

내원암에서 신흥암을 가기위해 사찰 관련 차가 다니는 임도 길을 따라 길을 이어걷습니다.

이 길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길이어서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고 무척이나 한적하네요.

 

근데 임도길을 넘어가다 중간에 오른편으로 가로질러가는 작은 오솔길이 있어 그 길로 가다보니 방향을 잃고

다시 만난 임도 길을 신흥암으로 가는 일반 등산로로 착각해서 되돌아 가는 알바도 잠시 했네요.

수정암릉의 모습이 이처럼 우측에 보이면 안되거든요. ㅎㅎ

 

이 길이 임도 길과 등산로가 만나는 곳이지요.

 

수정암릉의 멋진 풍경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신흥암에 도착한 모양입니다.

갑사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임도길로 휘돌아 왔는데도 약 3km에 1시간 반 정도가 걸린 것 같습니다.

몇년전 여름에 이곳에 왔을 때 하늘 가득 펼쳐지는 구름의 환상적인 풍경이 생각이 나네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46)

 

이곳 신흥암은 계룡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 중 하나인 수정봉 바로 아래에 자리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볼 때 용아장성을 배경으로 한 설악산 봉정암과 함께 가장 멋진 암자가 아닌가 합니다.

 

신흥암은 대웅전 뒷편에 부처님 사리를 모신 천연 석탑인 천진보탑이 있습니다.

 

하여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곳에는 부처상을 두지 않기에

이곳 대웅전에도 부처상이 없고 뒷 창문을 통해 천진보탑이 보이도록 했지요.

오늘이 백중을 앞둔 기도일이라 그런지 사찰뿐만 아니라 암자에도 찾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저 수정암릉을 보고 있으니 저곳 능선에 올라본지도 참 오래되었습니다.

하여 블로그에서 찾아보니 가장 마지막으로 올랐던 것이 2008년 8월이더군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227)

바로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

세월에 저항하면 주름이 생기고 세월을 받아들이면 연륜이 생긴다는 어느분의 말처럼

마치 계곡의 물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속에 순응하고 살아야 하겠지요.

 

이제 신흥암을 반환점으로 계곡을 따라 되돌아 갑니다.

신흥암이 해발 400미터 정도 되는데 바로 이곳까지도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기에

더운 여름에 오더라도 숲 그늘이 함께하는 참 좋은 걷기 길이 될 것 같네요.

 

최근에 비가 많이 와서인지 멋진 폭포도 새롭게 많이 생긴 것 같네요.

이곳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시원함도 느끼며 잠시 쉽니다.

 

휴식을 취하고 계곡 길을 내려서는데 갑자기 비가 제법 많이 내립니다.

그나저나 산에서 비를 만나본 것도 참 오랜만입니다.

문득 지리산 육모정 구룡계곡에서 만났던 비오는 정취가 떠오르네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30)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 김재진의 '토닥토닥' -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 풍경을 보며 내리는 비와 친구하다보니

어느새 갑사 구곡중 팔곡인 용문폭포에 도착합니다.

동학사의 은선폭포와 함께 계룡산의 많지 않은 폭포중 하나이지요.

 

과거에 계룡산 등산을 하면서 이곳 용문 폭포를 많이 보았지만

비가 와서인지 가장 시원하고 웅장한 폭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용문폭포를 지나서 오늘 암자길에서 만나는 마지막 암자인 대성암을 지납니다.물론 갑사에서 연천봉으로 오르는 또 다른 길에 대자암이라는 암자가 하나가 더 있기는 하지요.

 

대성암을 지나 갑사 경내 입구에 다시 도착합니다.

과거 계곡옆에 있던 이 건물은 운치가 있는 찻집으로 쓰이다가 폐쇄가 되었는데

다시 복구 작업을 하는 것 같네요.

 

갑사 계곡이 너무나 시원해서 그냥 바로 나가기가 아쉬워 찻집 건물 옆 계곡으로 들어가서 만들어온 냉커피도 한잔하며

두 다리도 시원한 물속에 내려놓고 자연속에 머물러 봅니다.

 

ㅎㅎ 오랜만에 제 커피잔이 출연을 했네요.

제가 길을 걸을 때까지 아니 그 걷기를 멈추더라도 이세상에서 저랑 영원히 함께할 친구입니다.

 

이곳 바위에 누워 잠도 자고 오래 쉴 생각을 했으나 비가 계속 올것 같아서 계곡에 계속 머물 수는 없네요.

갑사 본당 앞을 지나 갑사를 빠져나갑니다.

 

마음이 먼저 가 절을 만난다.

더러는 만남보다 먼저 이별이 오고

더러는 삶보다 먼저 죽음이 온다.

설령 우리가 다음 생에서 만난다 한들

만나서 숲이 되거나

물이 되어 흘러간들 무엇하랴.

 

 

절은 꽃 아래 그늘을 길러 어둠을 맞고

문 열린 대웅전은 빈 배 같아라.

왔어도 머물지 못해 지나가는 바람은

이맘때 내가 버린 슬픔 같은데

더러는 기쁨보다 슬픔이 먼저 오고

더러는 용서보다 상실이 먼저 오니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한 생은 눈물 같아라.

 

                        - 김재진의 '마음의 절' -

 

 

갑사 사천왕문을 지나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길은

언제 찾아도 늘 변함없이 행복하고 고마운 길입니다.

마치 삶과 죽음사이의 비어있는 공간이거나

또는 기쁨과 슬픔 사이 어찌 표현할 수 없는 무 존재감이 느껴지는 곳이지요.

 

오늘 걸어온 길의 궤적을 보니 주차장에서 갑사를 가운데 두고 신흥암까지 8자 형태로 길을 걸었네요.

과거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찾아오면 늘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던 곳이라 그런지

언제 찾아도 늘 잔잔한 감동을 주고 편안한 휴식을 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이 길을 걸으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길은 늘 저에게 추억이고 또 새로운 희망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