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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화성 융건릉 솔숲길 - 사도세자와 정조의 왕릉을 찾아서

by 마음풍경 2012. 10. 9.

 

융건릉(隆健陵) 솔숲길

 

경기도 화성시 안녕동

 

 

융건릉 주차장 ~ 융릉 ~ 건릉 ~  주차장

(약 4km, 1시간 30분 소요)

 

 

융건릉(http://hwaseong.cha.go.kr)은 조선 22대 왕인 정조와 아버지인 사도(장헌)세자의 왕능을 모신곳으로

융릉은 장조로 추촌된 사도세자와 헌경황후로 추존된 혜경궁 홍씨를 모신 합장릉이며 건릉은 정조와 효의황후의 합장릉입니다.

나즈막한 언덕 동편에 있는 융릉에서 언덕 서편에 위치한 건릉으로 이어지는 소나무 향기 가득한 숲길은

도심속에 이처럼 아름다운 숲이 있다는 감탄과 함께 조선왕조의 비극적인 역사인 사도세자의 죽음과

그 뒤 이어지는 정조의 개혁과 효심 등에 대한 역사가 느껴지는 길입니다.

 

 

용주사를 먼저 다녀오고 나서 지척에 있는 융건릉을 돌아보기로 합니다.

(화성 용주사 사찰길 - 정조의 효심이 깃든 곳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27)

융건릉은 수원 화성 및 용주사와 함께 정조의 역사적 흔적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네요.

 

입구에서 만난 오래된 향나무 모습에서 융건릉에 얽힌 역사를 보는 듯 합니다.

 

길 입구에서부터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는 소나무 길 풍경이 무척이나 시원합니다.

 

이곳 삼거리에서 오른편 융릉 방향으로 갑니다.

사도세자가 정조의 아버지이기에 융릉을 먼저 찾는 것이 도리이겠지요.

 

먼저 융릉을 들리고 건릉으로 휘돌아가는 산책길을 따라 반시계방향으로 걸을 계획입니다.

 

흙길을 따라 늘씬한 소나무들의 인사를 받으며 걷는 길이 무척이나 편안합니다.

 

소나무 길을 따라 걷다가 융릉 입구에 있는 연못인 곤신지에 먼저 들러봅니다.

 

이와 같은 연못은 왕릉에서는 보기 드물다고 하네요.

 

원형 연못은 용의 여의주를 상징하는 것으로 아버지를 연모했던 정조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곤신지를 둘러보고 홍살문을 지나 사도세자와 현경왕후의 능인 융릉에 도착합니다.

 

정자각 너머 융릉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융릉은 정조 13년인 1789년에 양주 배봉산에 있던 영우원을 이곳으로 옮기고 현릉원으로 불렀고

광무 3년인 1899년에 사도세자를 장조로 추촌하고 융릉으로 높혔다고 하네요.

 

정자각 내부에는 제사를 지내는 내용이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깔끔하게 단장이 된 융릉 너머 병풍처럼 펼쳐지는 소나무의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다만 능 주변이 출입금지라 가까이 가볼 수가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쉽네요.

 

정조가 이곳에 소나무를 심은 것은 능이 위치한 화산이 천하제일의 복지로

생기가 항상 충만토록 하기위함이었다고 합니다.

 

융릉을 둘러보고 건릉을 휘돌아 가기위해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을 걷습니다.

 

한적하면서도 참 매력적인 솔숲이 길을 따라 계속 이어집니다.

새벽안개낀 날 찾아보면 참 좋을것 같네요.

 

서울에 있는 선릉이나 홍릉도 그렇지만 도심속에 자리한 왕릉들은

역사의 흔적뿐만 아니라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고 지친 도시인에게 쉼터 역할을 제공합니다.

 

특히 융건릉 산책길은 전체가 포근한 흙길로 이루어져서 더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대전 계족산 황토길이 맨발로 걷는 길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지만

이곳도 잘 정비하면 산책로 전 구간을 맨발로 걸어도 좋은 길이 될것 같습니다.

 

융건릉 소나무들은 정조의 노여움 때문에 송충이의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조가 능을 거닐다가 솔잎에 피해를 주는 송충이를 이빨로 깨물어 죽였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하는데

그래서인지 이곳 소나무들은 병에 걸린 소나무도 없이 너무나 생생하게 잘 자라고 있나보네요.

 

여튼 과거의 무거운 역사들도 결국은 사람간의 인연이나 사는 도리가 담겨서인지

어찌보면 조금은 과장된 것 같은 이야기도 현대에는 좋은 이야기 거리가 되나 봅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해도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이 부모에게 효를 다하는 것이나

나비가 꽃을 찾는 자연의 이치나 별반 다를 것이 없겠지요.

 

길옆 작은 언덕에 올라서니 하늘이 탁 트이고 수원 시가지의 모습도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아늑하고 향기로운 솔숲길을 걷다보니 지난번 다녀왔던 다산초당이 생각이 나네요.

(강진 다산초당 뿌리 길 - 다산 실학의 산실를 찾아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23)

 

지나간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겠지만 만일 사도세자가 죽지않고

왕이 되었다면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변화하고 또 정조는 여전히 개혁군주의 모습이었을까요.

또한 다산 정약용 선생은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존재로 남았을까요.

 

ㅎㅎ 역사라는 것이 서로 고리로 연결된것처럼 이어져있어서

하나의 고리를 달리 생각해보니 줄줄이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네요.

그나저나 문명은 발달하고 세상은 발전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기본적인 도리나 사고는 과거의 역사에서 배워야 하는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사람으로써의 생각이나 철학은 되려 퇴보하고 있는 것 같으니요.

 

이런 저런 엉뚱한 생각도 해보면서 아늑한 숲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정조와 효의왕후의 능인 건릉에 도착합니다.

 

건릉은 1800년 현릉원 동쪽 두번째 언덕에 정조를 안장하였으나

1821년인 순조 21년에 지금의 자리인 현릉원 서쪽 산줄기로 옮겼다고 합니다.

 

이곳 융건릉을 포함해서 519년의 역사를 지닌 조선의 왕릉은 모두 42기로 그중 북한에 있는 제릉과 후릉을 제외한

40기가 남한에 있으며 어느것 하나 훼손됨이 없이 완전하게 보존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조선왕릉은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되었고요.

 

왕릉의 잘 단장이된 잔디처럼 정자각 지붕너머로 보이는 하늘 또한 참 정갈하고 아름답네요.

 

이제 건릉을 빠져나와 되돌아갑니다.

특이하게 다른 곳은 전부 소나무 숲으로 울창한데 건릉 주변 길은 참나무숲으로 울창하네요.

 

사도세자를 포함하여 영조에서 정조에 이르는 역사는 마치 한편의 영화와 같은 이야기인지라

왕이 되지못하고 죽은 아버지와 왕이 된 아들이 함께 뭍혀있는 융건릉의 모습도 여느 왕릉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두 왕릉을 따라 이어지는 소나무 향기 가득한 솔숲길은

마치 아버지와 아들을 이어주는 애틋한 마음의 길처럼 너무나 포근하고 아름다운 길이었네요.

오늘은 자연속 길을 걸으며 지난 역사를 새롭게 느껴보는 시간이 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