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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수목원

태안 천리포 수목원 밀러가든 길 - 비밀의 정원에 머물다.

by 마음풍경 2012. 10. 17.

천리포수목원

 

- 밀러가든 길 -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 1길

 

 

 

정문 주차장 ~ 수생식물원 ~ 습지원 ~ 억새원 ~ 우드랜드 ~ 수국원 ~ 민병갈 기념관 ~ 정문

 

(약 2km, 1시간 30분 소요)

 

 

충남 태안의 해변가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http://www.taekids.com/gnu/chollipo.html)은

1979년 한국으로 귀화한 민병갈 원장에 의해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수목원으로

약 13,200여종의 식물종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식물종 보유 수목원입니다.

수목원이 설립된 이후 40년동안 비개방 수목원이었다가 2009년 3월부터 총 7개 관리지역 중

민병갈 원장의 미국 이름을 딴 첫번째 정원인 밀러가든을 일반인에 개방하였으며

불어오는 바닷 내음을 맡으며 걷는 숲길은 마치 비밀의 정원에 머무는 기분이 드는 곳입니다.

 

 

 

2006년 4월에 이곳 수목원을 처음 오고 참 오랜만에 천리포 수목원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태안 천리포 수목원의 봄꽃 풍경 : http://blog.daum.net/sannasdas/6918093)

천리포수목원 부지의 총면적은 18만 7천평이지만 공개되어 관람이 가능한 지역은 약 2만평의 밀러가든입니다.

 

오늘은 안내도에 나온 것처럼 천리포 수목원을 반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려고 하네요.

 

입구를 들어서니 싱그러운 소나무 향기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천리포 수목원은 다양한 꽃이 피는 봄에 오면 가장 좋지만

이처럼 보라색 꽃이 가득한 가을에 오는 것도 또다른 묘미를 줍니다.

 

과거에 왔을 때도 이 등탑이 인상적이었는데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이곳 수목원은 나무와 꽃들의 천국입니다.

물론 꽃이 있으니 벌과 나비 또한 함께 하겠지요.

꿀을 주는 꽃과 꽃가루를 옮겨주는 나비와의 관계를 보면 상생이란게 무언지 저절로 알게 됩니다.

 

가을의 전령사인 구철초 꽃도 아름답게 피어있습니다.

 

맑은 하늘이 펼쳐지는 정원을 걷다가 그늘로 우거진 숲길을 걷기도 합니다.

 

높은 하늘과 노란 단풍으로 변해가는 자연의 풍경을 보니

가을이 정말 우리곁에 성큼 다가선 느낌이네요.

 

이곳 수목원에서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곳인 억새원에 도착합니다.

 

여러 종류의 억새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억새가 있어 찾아보니

벼과에 속하는 '서닝데일 실버'라는 팜파스 그라스라고 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화려한 색의 단풍보다는 은빛의 억새 물결이 더욱 가을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억새는 은은한 화려함과 애잔한 이별의 분위기를 전부 지니고 있어서 인가 보네요.

 

이곳 저곳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도 있고요.

주변이 아름다워서인지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는 모습으로 느껴집니다.

 

늦여름에 왔으면 고운 연꽃도 만났을텐데 만남에도 때가 있는 것처럼

세상사 자연의 순리대로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고요.

 

내년에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저버리는 모습에서

산다는 것이 참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하늘로 시원하게 뻣어있는 나무 사이를 산책하며 우드랜드 지역을 지납니다.

 

과거에 왔을 때보다는 군데 군데에 숙박시설들이 많이 생긴것 같습니다.

이런 아늑한 숲속과 멋진 한옥에서 하룻밤 머물다 가도 좋겠네요.

 

천리포 수목원이 서해 바다를 끼고 있어서인지 숲길을 빠져나오니 바로 바다 풍경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천리포 수목원을 설립하신 민병갈 원장의 이야기가 담긴 안내판이 있습니다.

 

지난 여름 장성 축령산의 숲길을 걸으면서도 느낀거지만

(장성 축령산 치유 숲길 - 편백향기 가득한 에코 힐링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12)

사람이 자연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꾸었고 이제는 그 자연이 사람을 치유하는 선순환 구조라고 할까요.

 

천리포 수목원의 민병갈 원장이나 장성 축령산을 만든 임종국 선생과 같은 선각자가 있어서

우리가 지금 이런 좋은 혜택을 누리고 사는 것이겠지요.

 

늘 느끼고 공감하는거지만 자연을 바라보고 살면 인간으로써의 지나친 욕심이 사라집니다.

 

세상에서 벗어나 자연에 가까이 할 수록 인간의 욕망이 허망해지는 것이 느껴지고

가벼워지고 싶다는 생각만이 간절해집니다.

 

지는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그런 욕망이나 욕심으로 부터 벗어나기 때문은 아닐까요.

 

우리네 인간도 그런 모습을 닮아가면 좋겠는데

요즘 세상 이야기를 보면 나이를 먹어갈 수록 추해지는 모습들만 보게되네요.

세상에 무슨 원한이 그리 많아서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그렇게 증오하고 미워하는지요.

반대로 세상이 서로 미워하고 질시하더라도 세상을 더 많이 산 연륜으로 그런 아픈 세상을

치유하고 보듬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여튼 나이를 헛먹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참 안타깝습니다.

자연은 이처럼 푸르름과 늙어감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사는데요.

 

천리포 수목원의 가장 중심에 있는 민병갈 기념관에 잠시 들러봅니다.

 

이곳 2층에는 고 민병갈 기념전이 열리고 있네요.

 

민병갈 원장과 관련된 빛바랜 추억의 사진들이 전시가 되어 있고요.

 

저도 요즘은 작지만 아름다운 숲 하나 가꾸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루지못할 꿈이 되겠지만 조금은 이분의 마음을 닮고 싶네요.

 

2층 테라스로 나가서 시원하게 펼쳐지는 수목원 앞 마당을 바라봅니다.

 

뺨을 가볍게 스치는 바람과 함께 편안한 풍경이 제 앞에 펼쳐지네요.

자연은 자연 그대로 일 때 가장 아름다울 수 있지만

이처럼 사랑을 담뿍 담아서 자연을 가꾸면 더욱 새롭고 고운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2층을 내려와 아래층에 있는 카페에서 따뜻한 카페라떼 한잔 하면서

참 좋은 가을날의 햇살과 은은한 향기를 여유롭게 즐겨봅니다.

 

 기념관을 빠져나가니 2011년에 제막한 민병갈 선생의 흉상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앞으로는 민병갈 선생의 수목장이 있습니다.

서거 10주년을 맞은 올해에 생전에 좋아했던 목련나무 밑에 안장을 했다고 하네요.

 

저도 나중에 이 세상을 뜨게 되면 수목장을 하고 싶은데 어떤 나무와 함께 하면 좋을까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동안

가을빛은 제 몫을 다한다.

늘 우리들 뒤켠에 서서도

욕심을 내지 않는 가을 햇살

 

                             <노원호, 가을을 위하여>

 

 

 

가을은 풍성한 수확을 하고 결실을 맺는 계절이지만

또한 지닌 욕심을 버리고 무거운 모든 것을 내려놓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천리포 수목원의 전경을 바라보니 참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갈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어쩌면 설립자인 그분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겨져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네요.

 

수목원을 빠져나가며 다시 파도소리 들리는 바다 풍경을 만납니다.

 

이곳의 바다는 수목원을 닮아서 그런지 역시 포근하고 아늑합니다.

 

향긋한 소나무 향기가 가득한 솔숲길도 한걸음 한걸음 아끼면서 걷고싶습니다.

 

천리포 수목원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99'의

충청남도 Best 8중 한 곳으로 선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비록 수목원 전체 개방은 아니고 아주 일부만 개방한거라 아쉬움도 있지만

이 길만을 걸어도 아름답고 근사하한 비밀스런 정원에 오래오래 머물렀다는 기분이 드는 곳입니다.

 

"나는 3백년 뒤를 보고 수목원사업을 시작했다. 나의 미완성 사업이 내가 죽은 뒤에도

계속 이어져 내가 제2조국으로 삼은 우리나라에 값진 선물로 남기를 바란다.

 

- 민병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