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휴양림,수목원

양구 광치계곡 단풍길 - 옹녀 폭포와 변강쇠 바위를 찾아서

by 마음풍경 2012. 10. 23.

 

양구 광치계곡 단풍길

 

- 광치 자연휴양림 길을 따라 -

 

강원도 양구군 남면 가오작리

 

광치자연휴양림 휴양관 입구 ~ 광치계곡 ~ 강쇠바위 ~

옹녀 폭포(원점회귀) ~ 휴양관 입구

(약 9km, 3시간 소요)

 

양구군 광치자연휴양림에 위치한 광치계곡은

고층습원인 용늪이 있는 대암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중 하나로

계곡 및 주변 자연경관이 무척이나 수려하며

변강쇠와 옹녀의 해학적인 이야기가 있는 곳입니다.

특히 가을에는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색감의 단풍으로

붉게 물드는 숨어있는 단풍의 명소이기도 합니다.

 

 

광치계곡의 단풍길을 걷기위해 계곡 초입에 자리한

광치자연휴양림(http://www.kwangchi.or.kr/)에 도착합니다.

 

휴양관 앞에 차를 주차하고 광치계곡을 찾아갑니다.

이곳 휴양림에는 휴양관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숲속의 집 등 관련 휴양림 시설 등이 있지요.

 

광치 계곡으로 오르는 길 주변 풍경도

고운 색의 단풍으로 물들어 갑니다.

이 풍경에서 붉은 색감과 노란 색감을

조금씩 빼면 연두 빛의 봄을 닮은 것 같기도 하네요.

 

하늘은 구름 한점 없는 푸른 모습으로 반겨주고요

공기가 깨끗해서인지 하늘이 더욱 깊어보이는 것 같습니다.

 

사계절 중에서도 가을은 은은하면서도

강력한 원색의 색감을 그대로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초입에서부터 너무나 아름답고

화려한 단풍의 풍경을 만나네요.

 

휴양관에서 포장 길을 10여분 걸어올라가니

 광치 계곡의 초입에 도착합니다.

 

양구에는 10년 장생길(혹은 소지섭길)이라는 이름으로

총 10개의 걷기 코스가 조성이 되어 있고

그중 이 길은 네번째 코스인 4년길이고요.

 

오늘은 옥녀 폭포까지만 다녀오려고 합니다.

솔봉을 지나 용늪이 있는 대암산 정상은

군부대가 있는 DMZ 지역이어서 보통 때는 출입이 금지된 지역이지요.

 

이곳에서 옹녀 폭포 까지는 2.5km의 거리인지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본격적인 단풍길을 시작합니다.

 

산책로 중간 중간에 호랑이, 노루, 새 등 동물 모형을

만들어 놓았는데 진짜인줄 알고 놀래기도 했네요 .ㅎ

 

광치 계곡이 숨어있는 단풍의 명소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계곡 초입부터 아름다운 단풍을 마주합니다.

 

나무에게 단풍은 혹독한 겨울을 지내기 위한

자신 스스로의 버림이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인간의 눈에는

이처럼 곱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왼편 후곡 약수터와 옹녀 폭포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납니다.

 

낙엽 쌓인 운치있는 나무 다리도 건너가고요.

 

늦 가을의 쓸쓸함과 단풍의 화려함이 교차하는 시간이네요.

 

하여 사계절 중에서도 가을은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어디쯤인지

앞으로 가야할 길은 또 어디까지인지...

 

흘러가버린 안타까운 인연을 생각하고

아쉬운 지난 삶을 반추해 보기도 합니다.

 

최근 비가 많이 오지 않았는데

이곳 계곡은 수량이 풍부해서인지

제법 세차게 물줄기가 흐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의 소리와 계곡의 물소리가

한편의 운치있는 노래가 되기도 하네요.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화려한 단풍의 터널을 지나며

문득 양희은의 노래가 생각나 중얼거려봅니다.

어쩌면 사는 것 자체가 참 쓸쓸한 일이기도 하지요.

 

단풍 터널을 빠져나가니 강쇠바위를 만납니다.

50m 위에 있는 옹녀폭포와 함께 거시기(?)한 이야기가 있네요. ㅎ

 

강쇠바위를 지나니 바로 세찬 물줄기를

내뿜고 있는 옹녀폭포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이런 이야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엉뚱한 상상은 잠시 미소를 짓게 합니다.

물론 판소리 12마당에 속하는 변강쇠 타령은

지리산 자락인 함양 마천 지역을 무대로 하고

제가 알기에는 금강산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안내판을 읽고나니 정말 바위의 모습이 엉덩이처럼 생겼습니다.

 

가문 가을인데도 엉덩이 사이로

물이 세차게 흐르니 조금 엉뚱한 상상도 하게 되네요. ㅋ

 

옹녀폭포 위로 올라가니

바위 사이로 이처럼 물이 흘러내리고 있고요.

무척 더디지만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자연의 모습입니다.

 

그나저나 옛 사람들은 얼굴을 붉힐 음담패설도

가볍고 즐거운 해학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긴 양면적인 얼굴을 지니고 있는

성이라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재미난 이야기 소재에 빠질 수는 없겠지요.

 

여튼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도 다

이곳 광치 계곡의 가을 단풍이

너무나 아름답고 화려해서 생긴 일이겠지요.

 

몸도 마음도 다 붉게 물들기에

이곳에서 짜릿한 사랑도 나누고 싶어했을 것 같습니다.

 

여튼 에로스적인 사랑이든 아님 아가페적인 사랑이든지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을 할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축복입니다.

한평생 살면서 제대로된 사랑 한번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테니요.

 

이제 다시 단풍 쌓인 아늑한 길을 따라 오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계곡의 물소리와 낙엽 밟는 발자욱 소리만이 들리는 청정의 세계입니다.

 

고운 단풍과 고요한 계곡의 풍경이 제 마음을 사로잡네요.

 

 세상이 잠시 황금빛으로 장엄하다

노란 은행잎들이

마지막 떠나가는 길 위에서

몸 버리는 저들 중에 어느 하나

 

 

생애에서 목마른 사랑을 이룬 자 있었을까

마침내 행복한 자가 그 누구였을까

최후까지 등불을 끄지 않는

기다림의 시간만이 저 혼자 깊어간다

 

 

몸은 땅에 떨어져 나뒹굴지라도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노라고

남은 불꽃을 당기는 저들만의

그리움이 안타깝게 쌓여가고 있다

 

                                       <이병금 시인의 '낙엽을 위한 파반느'>

 

 

이처럼 너무나 황홀하고 또 너무나 쓸쓸한 길을 걷다보면

누구나 저절로 시인의 마음을 지니게 되겠지요.

 

계곡에 떨어져 쌓인 낙엽들을 보면서 지나온 추억을 떠올립니다.

이제는 그 그리운 추억들도 계곡 물위에 떠도는

저 낙엽처럼 빛바랜 모습은 아닐까요.

 

때론 아프고 슬프며 또 때론 기쁘고 황홀했던 지난 기억들도

이제는 하나 하나가 다 저 형형색색으로

저무는 단풍의 모습들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계곡의 단풍에 푹 빠져 걷다보니 어느새 광치계곡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3시간 남짓 걸었던 광치계곡 단풍 길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아늑한 꿈길을 걸은 기분입니다.

 

단풍 계곡을 벗어나 포장길을 걷고 있는 이 순간에도

아직 그 쓸쓸하면서도 화려한 꿈에서 덜 깬 것 같고요.

 

광치 자연휴양림 휴양관 앞에 도착해서

약 3시간의 꿈과 같은 단풍 길을 마무리 합니다.

숲과 계곡과 공기가 너무나 좋고

거기다가 화려하고 운치있는 단풍까지

함께 했으니 이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까요.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