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들,강변,해안

설악산 울산바위 조망길 - 새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by 마음풍경 2013. 2. 7.

 

설악산 울산바위 조망길

 

설악산 소공원 ~ 신흥사 ~ 계조암(흔들바위) ~ 울산바위 ~ 계조암 ~ 내원암 ~ 소공원

(약 8.5km, 3시간 30분 소요)

 

 

설악산 동쪽에 위치한 울산바위는 해발 873m, 둘레는 약 4km에 달하는 수직 암릉 봉우리로 

옛날 조물주가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산인 금강산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명산과 바위를 모집할 때

울산을 대표하는 바위가 이에 참가코자 먼 길을 떠나 왔으나 거대한 몸집으로 인해 시기를 놓쳐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설악의 풍경에 반해 이 자리에 눌러 앉게 되었다는 재미난 전설이 있는 산으로

최근에 과거의 가파른 계단을 대신해서 새로운 우회 계단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설악산은 대청봉, 공룡능선, 천불동 계곡 등 아름다운 곳이 너무나 많아서

울산바위는 그저 멀리서 한번 바라보는 곳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르기가 그리 힘들지 않으면서도 시원하고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묘한 매력을 지녔지요.

 

설악산 소공원 입구에서 노적봉과 칠선봉의 우뚝한 봉우리들을 바라보니 설악산에 왔음이 실감이 나네요.

2008년 1월에 가족과 함께 설악산 귀때기청봉을 오르고 참 오랜만에 설악산을 다시 찾게되었습니다.

(설악산 귀때기청봉 너덜바위길 - 겨울 설악의 속살을 조망하는 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2125863)

 

눈이 수복하게 쌓인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가면서 오늘 산행의 안전을 기원해 봅니다.

힘들고 험한 산이 아닐지라도 자연앞에서는 늘 겸손해야하는 것이 산을 대하는 우리의 도리이겠지요.

 

거대한 불상 너머로 오늘 가야할 울산바위가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과거에 이 앞을 무수하게 지나갔어도 울산바위가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었는데

역시 오늘 가야할 목적지라 그런지 관심이 있는 만큼 보이는 것 같네요.

 

신흥사 앞 계곡에도 눈이 곱게 쌓여있어서 포근하고 참 아늑한 풍경을 남겨줍니다.

산사의 겨울은 스님들의 동안거 때문인지는 몰라도 참 고즈넉한 느낌이 가득하지요.

 

그나저나 울산바위 하면 저에게는 아주 재미난 경험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주 오래전 늦가을에 산행대장을 맡고 첫 산행지로 흘림골을 가려고 왔었는데

산불방지기간인지 모르고 당황하다가 대신 가게된 곳이 울산바위였는데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니 멋진 풍광이 단지 땜방 수준은 아닌것 같지요. ㅎ

 

새하얀 눈과 기와지붕 그리고 멋진 돌담과 담쟁이 덩굴이 참 아름답고 조화로운 동양화처럼 느껴집니다.

우연과 인연이 만나서 만들어지는 자연의 경외로움...

어쩌면 제가 찍는 사진도 우연이 인연이 되는 과정의 삼물은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백두대간 능선을 너머 계곡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지 않고

마치 봄바람처럼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구름한점 없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밝은 회색빛으로 단장을 한 울산바위의 모습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황홀해집니다.

 

눈길을 밟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르다보니 어느새 흔들바위로 유명한 계조암에 도착합니다.

 

과거에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설악산으로 오게되면 빠지지 않고 들러보는 곳이 이곳 흔들바위이지요. ㅎ

물론 저도 30여년전에 아스라하게 이곳을 다녀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계조암에는 흔들바위 말고도 신라 진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건립한 계조암 석굴도 있습니다.

원효대사, 의상조사에게 계승하였다고 해서 암자의 이름도 계조암이 되었고요.

 

계조암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길로 접어드니 힘든 발품만큼 멋진 조망도 만나게 됩니다.

 

또한 머리위로는 울산바위가 거대한 모습으로 저를 반겨주는 것 같습니다.

 

울산바위는 웅장하지만 이상하게도 위압적이거나 두려움을 주는 곳은 아니고 그저 편하고 넉넉한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과거 수직으로 이어지던 계단길이 스릴은 있었지만요. ㅎ

 

물론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길이 울산바위를 왼편에서 휘돌아 올라가는 조금은 완만한 길이지만

경사가 있는 계단도 계속 이어집니다.

 

가파른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때 마다

저멀리 대청봉에서 부터 중청을 거쳐 마등령까지 이어지는 공룡 능선도 아늑하게 펼쳐집니다.

 

울산바위를 오르는 계단길이 힘들어서인지

친절하게 정상까지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안내판도 설치가 되어 있네요.

 

하지만 산에서 다 왔다는 말을 믿으면 않된다는 진실 아닌 진실이 있습니다. ㅎ

수직 바위 옆으로 계단을 만들어서 제법 스릴이 느껴지는 철계단이 이리저리 이어집니다.

 

설악산의 산그리메를 바라보고 있으니 설악산은 보는 조망처마다 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면

정말 여러가지 개성을 지닌 애인과 같은 산이 맞는 것 같네요.

 

멋진 바위와 더 멋진 소나무가 만들어내는 자연의 모습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철계단 발밑은 낭떨어지인데 저멀리 바라보이는 풍경은 아득하게 다가오고

저는 마치 한마리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드네요.

 

주변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워서인지 가파른 계단길에

에스컬레이터가 놓인 듯 금방 울산바위 정상에 도착합니다.

 

정상 옆으로 과거에 가파르게 오르던 옛 철 계단 길은 통제가 되었고요.

 

그래도 과거에 이곳에서 만났던 귀여운 새의 모습으로 보이던 바위는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수직으로 오르지않고 휘돌아서인지 거리는 더 늘어난것 같아도

덜 가파르고 또 계단의 폭도 넓어져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조금 더 편해진것 같습니다.

 

정상으로 들어서려는데 입구에 새 한마리가 가까이 가도 날아가지 않고 저를 반겨줍니다.

조금전에 봤던 새모양 바위와 닮은 것 같지요.

 

소공원 주차장에서 이곳 울산바위까지 약 4km에 2시간이 걸렸네요.

옛날에 이곳에 왔을 때는 바람이 무척이나 세차게 불었는데

오늘은 한겨울인데도 바람도 거의 없고 마치 봄처럼 느껴집니다.

 

멋진 울산바위 뒤로는 황철봉에서 미시령을 거쳐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한눈에 다가오네요.

 

울산바위의 기기묘묘한 바위를 넘어서 황철봉으로 건너가고 싶어집니다. ㅎ

물론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자연에서는 그런 상상도 넉넉한 행복이 되네요.

 

정상에서 아래쪽 계단으로 내려서도 시원하고 멋진 풍경은 여전합니다.

 

울산바위를 오를 때 만났던 바위에 새 두마리가 앉아서 재잘거리는 모습이 참 편안해보입니다.

이런 멋진 조망속에서 커피도 한잔하니 이보다도 더 멋진 카페가 어디있을까요.

 

 이제 다시 올랐던 계단 길을 따라 내려서야 합니다.

오를 때는 몰랐는데 내려서면서 보니 제법 아찔함도 느껴지네요.

 

철계단길을 내려서서 다시 계조암을 지나 포근하고 아늑한 겨울 숲속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오를 때는 보지 못했던 내원암도 잠시 들러봅니다.

 

ㅎㅎ 이곳에는 해우소 안내가 똥광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이곳에 계시는 스님은 유머와 위트가 많은신 분 같습니다.

 

또한 내원암 처마지붕에 매달린 풍경너머 바라보이는 설악산의 모습에서는

가벼움보다는 반대로 진지함의 깊이도 느껴지고요.

 

자연스러운 풍경을 바라보며 편하게 걷다보니 문득 책에서 읽은 글귀가 생각이 나네요.

 

사랑을 받았다면 모든 걸 비워야 할 때가 온다.

사랑을 할 때도 마찬가지.

살다보면 그렇게 됩니다.

아무것도 셈하지 않고, 무엇도 바라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일.

 

 

살다보면 사랑도 그렇게 완성될 겁니다.

우리가 사랑을 하면서 이토록 힘이 드는 건,

행복을 바라기보다 맨 앞에다

자꾸 사랑을 앞세우기 때문입니다.

 

 

멋진 소나무와 노적봉의 풍경이 아름다운 소공원에 다시 도착했습니다.

 

등뒤로는 어둑해지는 설악산 능선의 모습도 황홀하게 다가오네요.

 

울산바위 산행을 마치고 속초에서 밤을 보내고 나니 멀리 동해로 떠오르는 고운 일출을 만납니다.

 

설악산 달마봉에서 울산바위로 이어지는 능선위로는 아직 잠들지 못한 반달이 떠있고요.

 

설악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미시령에서 만난 울산바위의 뒷모습도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아름다운 병풍처럼 펼쳐지는 울산바위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으니

산을 그리고 자연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저절로 느끼게 됩니다.

여행, 떠남, 그리고 사랑의 의미를 떠올려보게 되고요.

 

인간적으로 우리 사랑을 하자.

인간의 모든 여행은 사랑을 여행하는 것이다.

사람은 사랑 안에서 여행하게 되어 있다.

사랑을 떠났다가 사랑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사랑은 삶도 전부도 아니다. 사랑은 여행이다.

사랑은 여행일 때만 삶에서 유효하다.

                          <이병률의 '사랑도 여행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