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들,강변,해안

계룡산 자연성릉 길 - 겨울 계룡의 백미

by 마음풍경 2013. 2. 24.

 

계룡산 자연성릉 길

 

  

동학사 입구 주차장 ~ 천장골 ~ 큰배재 ~ 남매탑 ~ 삼불봉 ~

자연성릉 ~ 관음봉 ~ 은선폭포 ~ 동학사 ~ 동학사 입구 주차장

(약 10km, 4시간 소요)

 

 

계룡산 자연성릉 길은 삼불봉과 관음봉을 잇는 계룡산의 가장 중심이 되는 주능선이며

능선이 마치 자연스런 모습의 성곽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특히 계룡산의 설경을 가장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겨울 계룡산의 백미와 같은 길입니다.

 

 

오늘은 가벼운 배낭과 가벼운 카메라를 들고 가까운 계룡산을 찾아갑니다.

흰 눈에 덮인 계룡산 쌀개봉 능선이 먼저 반겨주네요.

 

천장이골을 따라 한적한 눈길을 걸어갑니다.

오늘 걷는 길은 동학사 입구를 원점으로 해서 계룡산 주 능선 길을 걷는 코스로

이 코스를 마지막으로 걸었던 것이 2008년 초가을이었더군요.

계룡산 주능선길 - 삼불봉과 관음봉을 잇는 자연성릉(http://blog.daum.net/sannasdas/13389269)

 

세월이 빠르다는 것은 늘 알고 있는 일이지만 지난 흘러간 추억들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보면정말 빠르고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거의 없고 참 평화로운 느낌이네요.

 

올 겨울은 다른 해에 비해 길고 유난히도 눈도 많고 추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봄은 다가오는지 눈이 녹은 계곡의 물도 소리를 내며 흘러갑니다.

 

조금 아픈뒤에 오랜만에 걷는 길이라 아직은 몸이 무겁지만

주변의 정갈하고 맑은 풍경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네요.

 

천장이골을 지나 큰배재를 넘어 남매탑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하면 사람들과 어울리는 즐거움은 있지만 이런 여유로운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않지요.

세상일이라는게 어느 것을 선택헤도 좋음과 나쁨이 늘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맛난 커피를 한잔 마시고 나서 이제 삼불봉을 향해 본격적인 계룡산 능선 산행을 시작합니다.

어제 비가와서 계룡산에서는 눈꽃이나 혹은 빙화 풍경을 만날거라 생각했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도 눈꽃과는 인연이 없는 것 같네요. ㅎ

 

그래도 멋진 겨울 풍경과 함께 이처럼 탁 트인 조망이 있으니 더 이상 바랄게 없습니다.

 

삼불봉에 도착해서 계룡산 천황봉 능선을 바라보니

그저 좋다라는 생각밖에는 들지가 않습니다.

무한한 감동을 주는 자연을 눈앞에 대하게 되면 말이나 글이 필요가 없고

그저 온 몸과 마음을 열고 바라보기만 해도 되지요.

 

눈에 덮힌 소나무가 만들어 주는 겨울 설경의 모습도 참 아름답습니다.

 

비록 풍성한 눈 풍경은 아니지만 봄의 문턱에서

그래도 이처럼 아름다운 겨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하지요.

 

삼불봉을 내려서서 걷는데 연천봉으로 이어지는 백색의 능선도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소나무옆 조망처에 앉아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바라보았네요.

 

삼불봉의 설화는 계룡 팔경 중 제2경일 만큼

겨울 눈과 멋진 암릉 그리고 소나무가 만들어주는 풍경이 참 멋집니다.

 

겨울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풍경들이 줄지어 이어지니 발걸음도 덩달아 둥둥 떠가는 기분입니다.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흥분이 담긴 행복감이라고 할까요.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자연성릉의 기기묘묘한 능선풍경을 바라보니

계룡산이 지리산에 이어 2번째로 국립공원이 된 의미를 저절로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멋진 풍경에 도취된 마음을 잠시 진정하라는 듯 차분한 눈길도 만나게됩니다.

이 길을 돌아서면 또 어떤 멋진 풍광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느끼면서...

 

계룡산 자연성릉은 삼불봉에서 관음봉까지 약 1.6km 거리인데 이곳이 딱 절반이네요.

 

오늘은 정말 구름 한점 없는 아주 맑은 날씨로

드문 드문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은 있지만 정말 겨울치고는 좋은 날입니다.

 

쌀개봉에서 황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아늑하게 펼쳐집니다.

아주 오래전에 딱 한번 계룡산을 종주하느라 저 능선을 걸어보았었지요.

물론 몰래 새벽에 올라 걸었던 길이었고요. ㅎ

 

계룡산이 국립공원 중에서는 월출산 다음으로 규모가 작고 높이도 높지 않지만

이러한 암봉의 아름다움이 있기에 국립공원으로써의 충분한 자격을 지닌것 같지요.

 

정말 이 멋진 자연을 대하고 있으니 내 몸과 마음이 저절로 열립니다.

그래서 자연을 몸과 마음 깊숙하게 받아들이고 느끼고 애무하는 기분이 드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이 세상에 산이 없고 자연과 벗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 없다는

상상만 해도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지요.

 

무작정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감이 가득 차오르는 좋은 대상..

세상에서도 늘 자연과 같은 그런 인연만 만날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이곳 조망처에서 계룡산 능선을 바라보며 그냥 하루 종일 머물고 싶어집니다.

 

 정자가 보이는 것을 보니 이제 관음봉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마지막 힘든 고비가 되는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하지요.

 

비록 오르는 길은 힘들어도 등뒤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니 힘듬도 저절로 잊게되네요.

계룡산의 여러 코스중에서도 겨울 산행의 백미가 바로 이곳 자연성릉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칼바위 능선너머로 겨울의 정취에 담겨있는 동학사의 모습도 보입니다.

산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모습들은 어느것 하나 버릴 것이 없지요.

그래서 나중에 찍은 사진을 고르다보면 참 어렵고 힘들기도 하네요.

 

계룡산 산 봉우리는 닭머리 형상이고 정상에서 이어지는 능선은

용의 비늘처럼 보인다고 해서 계룡산이라고 이름했다고 하는데

이 멋진 풍경을 바라보니 정말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산 능선이 계룡산 능선처럼 멋지게 곡선을 이루는 곳도 찾기가 무척이나 어렵겠지요.

 

멋진 자연성릉 길을 걸어서 관음봉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약 5km에 2시간 30분이 소요가 되었네요.

 

주변의 새소리를 들으며 정자에 앉아 가져온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겨울이라 새들의 먹이가 없을 것 같아 빵 조각을 난간에 놓으니 새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잠시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 새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요. ㅎ

 

여튼 잠시 눈치를 살피더니 잽싸게 물어서 가져갑니다.

그나저나 어쩌다보니 저 혼자한 식사가 아니라 여러 새들과 함께한 점심 식사가 되었네요.

 

식사를 간단하게 하고나서 관음봉 정상에 올라 주변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합니다.

가까이 다가온 문필봉과 연천봉의 멋진 모습도 지척이고요.

 

걸어왔던 삼불봉과 자연성릉의 능선도 한눈에 펼쳐지고

왼편으로 수정봉의 모습도 보이고 그 아래로 수정암릉도 보입니다.

 

누군가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있길래

실루엣이 아름다워서 잠시 모델을 빌렸네요. ㅋ

 

계룡산에 오면 늘 아쉬운 것이 관음봉에서 지척인 천황봉 정상을 가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근데 무슨 인연인지 나의 마음의 산인 무등산도 그러하고 저의 두번째 고향의 산인 계룡산도 그러합니다.

내 지난 삶의 절름발이 사랑도 내가 사랑하는 산의 마음 아픈 모습을 닮은 것은 아닌지..

 

관음봉을 내려서서 이제 은선 폭포를 향해 하산을 시작합니다.

 

삼불봉 능선의 풍경도 이제 마지막으로 제 눈과 마음속에 담아봅니다.

 

겨울 산사의 고즈넉한 풍경도 발아래 펼쳐집니다.

 

겨울이라 수량이 부족해서 졸졸 흐르는 은선폭포도 만나고요.

 

늘 와도 언제나 새로운 얼굴로 반겨주는 은선폭포 주변 풍경입니다.

눈에 덮여 있는 암릉의 모습이 무척 색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은선폭포를 지나 얼음장밑으로 흐르는 계곡 물을 보니 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기쁨과 즐거움은 새벽 이슬처럼 덧없이 스러지고

슬픔은 상여를 타고 북망으로 갈 때까지 길게 이어진다오.

인생이 고해라고 하지 않소?

 

 

 늘 힘들기만한 어려운 세상사에서 그래도 이처럼 기쁨과 행복을 주는 풍요로운 자연이 있으니

비록 고해와 같은 삶이지만 그래도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제 자신을 위로해봅니다.

 

동안거에 들어간 동학사의 모습도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무척이나 한가롭습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찾은 계룡산이지만 늘 변함없는 친구처럼 반겨주었습니다.

또한 매번 걸었던 같은 길이지만 늘 새로운 길을 걷는 신선함도 있고요.

 

자연은 겨울이라는 잠에서 깨어나면 또 어떤 화사한 얼굴로 다가올지

벌써부터 제 마음이 설레입니다.

삶은 늘 설레여야 하는데 다가오는 봄 마중으로 그 설레임을 채워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