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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진해 장복산 진달래 능선길 - 봄꽃과 편백 향기 가득한 조망길

by 마음풍경 2013. 4. 14.

 

진해 장복산 진달래 능선길

 

장복산 조각공원 ~ 삼밀사 입구 임도 ~ 편백숲길 - 장복산 ~

덕주봉 ~  안민고개 입구 ~ 안민데크로드~ 태백동 공영주차장

(10km, 5시간 소요/휴식 및 점심 포함)

 

 

경남 진해 장복산은 웅산(시루봉)과 함께 진해를 감싸고 있는 산으로

진해 벚꽃이 지고난 이후에도 진달래 꽃과 산벚꽃의 봄꽃 향연이 펼쳐지는 산이며

특히 바닷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편백나무의 향기가 매력적인 시원한 조망 길입니다.

 

 

경남 진해하면 매년 4월초에 벚꽃을 보기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입니다.

하지만 진해에는 벚꽃이 지고나도 또 한번 아름다운 봄꽃의 향연이 펼쳐지지요.

하여 그 향연의 주인공인 장복산 진달래 꽃을 보기위해 진해 장복산 조각공원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이곳 조각공원도 지난 주만 해도 벚꽃이 만개했을텐데 이제는 화려한 시간은 지나고

오가는 사람마저 드문 한가한 곳이 되었습니다.

 

조각공원을 뒤로하고 장복산 산행 들머리로 접어드니

고운 색감의 진달래 꽃이 오늘 산행의 의미를 예고하는 듯 행복한 모습으로 반겨주네요.

 

장복산으로 오르는 길 주변이 아늑한 편백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산 정상을 오르지 않고 이곳 숲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지만

다음번에 편백숲을 찾기로 하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삼밀사 입구에서 진해 드림로드라 불리는 임도길을 가로질러 갑니다.

물론 이 임도 길을 이용하면 장복산 정상 능선을 지나 안민고개에서 다시 이곳으로 원점 회귀도 할 수 있네요.

 

삼밀사를 지나서 본격적인 된비알 길이 정상까지 계속되는데

보통 산행 용어로 사용하는 된비알은 힘듬을 나타내는 되다와 비탈을 뜻하는 비알이 합쳐져서 된 순 우리말입니다.

그래도 정상까지 편백숲 또한 계속 이어지기에 편백의 피톤치드 덕분인지 힘든 발걸음도 조금은 편해지는 것 같네요.

 

물론 봄 햇살에 반짝이는 곱디 고운 진달래 꽃에 잠시 마음도 빼앗겨 보고요.

늘 이렇게 봄꽃의 정취에 마음을 뺏기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ㅎ

 

장복산 조각공원에서 약 1.4km의 가파른 산길을 걸어올라오니 장복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1km 남짓한 짧은 거리지만 가파른 길이라 그런지 1시간이 소요되었네요.

 

장복산 장상에 올라서니 탁 트인 조망이 사방으로 펼쳐집니다.

서편으로는 마산만 너머 마산시가지의 모습도 보이고요.

 

정상 동편으로는 앞으로 가야할 장복산 ~ 덕주봉 능선뿐만 아니라

남북방향으로 불모산과 웅산(시루봉) 능선의 모습도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또한 바다가 바라보이는 남쪽으로는 진해 시가지와 진해만의 바다 풍경이 어우러져

한폭의 고운 수채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제 누리길이라는 나무 테크 길을 따라 덕주봉을 향해 본격적인 진달래 꽃길을 이어갑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 본 장복산 정상의 모습도 참 웅장하고 멋집니다.

보통 시루봉이 전국적인 명성이 있기에 웅산과 시루봉 능선을 많이 찾지만

저 개인 생각으로는 장복산과 덕주봉 능선이 더욱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또한 이곳 장복산 능선의 숨어있는 매력은 바로 산 능선까지 조성이 되어있는 편백나무 숲인데

그 건강한 모습도 넉넉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네요.

 

이제 능선길 사이로 피어있는 진달래 꽃과 친구되어 편안한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오른편으로 펼쳐지는 아늑하고 시원한 바다 조망은 오늘 산행의 보너스이기도 하네요.

 

진달래와 산벚꽃이 피어있는 능선길이 정말 곱네요.

너무나 아름답고 고운 자연속에 머물고 있으니 저절로 콧노래도 흥얼거려집니다.

 

장복산 너머로 진해와 마산을 잇는 마창대교의 풍경도 보이고요.

지나온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서인지 발걸음은 앞을 향하고 있는데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물론 앞으로 가야할 저 능선을 넘어서면 또 얼마나 황홀한 모습을 만날까 하는 설레임도 가득합니다.

정말 오늘 걷는 길은 앞뒤를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는 환상적인 길이네요. 

 

능선에는 진달래뿐만 아니라 산벚꽃까지 만개하니 저절로 봄꽃의 향기에 취해 걷습니다.

 

산이 좋아 산에 오른다고 해서 나무에 대해 많이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없는 고장 사람들, 그들이 산의 나무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다.

 

 

스치고 지나가면 모르는 것이 많다.

천천히 가야 꽃잎이 몇개인지 알 수 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 안도현 - 천천히 지나가면 중에서 발췌 >

 

 

 안도현 시인의 시 구절도 흥얼거리며 정말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주변 풍광이 너무나 좋아서 저절로 발걸음이 그곳에 머무네요.

 

바다를 향한 나무 계단 길을 걸을 때는 마치 한마리 새가 되어 바다를 향해 풍덩 뛰어들고픈 기분도 듭니다.

 

푸른 편백나무 사이로 핀 곱디 고운 연봉홍 색의 진달래 꽃 풍경을 바라보니

문득 어린 시절 그렸던 연한 파스텔 그림이 아련하게 떠오르네요.

어린 시절로 돌아가 사생대회하는 기분으로 이곳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도 싶고요.

 

장복산 정상이 벌써 저 멀리 바라보이니 제법 긴 거리를 걸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봄 정취에 빠져서인지 1초의 시간도 지나가지 않은것만 같습니다.

이곳은 이상하게 좋은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는 상대성 원리에 반하는 그런 세상이네요.

 

이처럼 장엄한 편백숲의 모습을 만날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가지런히 자라고 있는 편백숲을 보니 온몸에 감동의 전율이 느껴집니다.

 

장복산 능선상에 있는 덕주봉과 건너편 웅산 시루봉이 서로 닮은 모습으로 마주보고 있는 풍경이

참 이색적이면서도 장엄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바다쪽에서 능선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무척이나 세차게 불었지만

그 덕분인지 능선까지 빼꼭하게 자라고 있는 편백나무의 향기는 더욱 진하게 느껴지네요.

 

진달래 꽃의 화사함과 함께 코끝으로 진하게 느껴지는 편백의 향기는

다른 산의 능선 길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이곳 장복산만의 매력입니다.

 

이제 우뚝한 덕주봉도 지척에 바라보이고 시원한 바다 풍경도 능선 너머 한없이 펼쳐집니다.

덕주봉에서 안민고개로 이어지는 능선이 마치 작은 공룡 능선을 보는 기분이네요.

 

세찬 바람이 부는 능선에 서서

오늘 가장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자연의 풍경을 가슴에 담습니다.

참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고 그리움으로 남는 그런 모습이네요.

 

'그리움이 없으면 추억이 아니라 기억일뿐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자연의 모습을 한없이 그리운 마음으로 오래 오래 바라봅니다.

시간이 지나가면 잊혀지는 기억이 아니라 오래 오래 내 인생이 다하는 날까지

그리움으로 남는 고마운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서....

 

그리움, 추억, 기억 등의 단어를 떠올리니 최근 개봉한 영화중에서

탐 크루즈가 주연한 망각이라는 뜻의 '오블리비언(Oblivion)'이라는 매력적인 SF 영화가 생각이 납니다.

과거의 기억이 지워진 주인공이 다시 그 기억이 되살려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구하게 되는 내용인데

그 기억을 되살리는 모티브가 되는 것이 바로 과거의 추억이지요.

 

특히 과거의 추억 중에서도 애틋한 그리움이 있는 사랑의 추억만이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유일한 열쇠가 되는데

영혼과 영혼은 영원히 사랑으로 연결이 되어있다는 영화속 대사처럼 사랑의 흔적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가 봅니다.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추억의 의미를 떠올리다 보니 어느새 덕주봉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하루 지나온 길은 기억이 아닌 아름답고 향기로운 추억이 되어 남네요.

 

발아래로 펼쳐지는 풍경 또한 말이나 글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만큼 시원하고 아름답습니다.

 

 웅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또한 제 몸과 마음을 황홀이라는 세계로 푹 빠지게 합니다.

 

바람부는 능선에 서서 프랑스 시인인 폴 발레리의 시 구절을 떠올려봅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 겠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이렇게 탁트인 세상을 바라보니

저절로 사는게 참 좋은거구나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이 나이를 먹어도 제가 부족해서인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사람과의 관계가 서툴기에 늘 외롭다고, 늘 혼자라고 느낀적이 많지만

그래도 이처럼 저에게 감동을 주는 자연이라는 변함없는 친구가 있기에 오늘도 저는 외롭지가 않습니다.

 

아쉽지만 이제 안민고개를 향해 내려서야지요.

산길을 따라 이어진 산벚꽃과 진달래 꽃의 고운 풍경은 여전히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포근한 봄햇살을 맞으며 산벚꽃 만개한 꽃 터널 길을 행복한 기분으로 지나갑니다.

요즘 베스트셀러인 '꾸뻬씨의 행복 여행'이라는 책을 보면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라고 하는데

오늘이 딱 그런 행복의 느낌인것 같네요.

 

산 능선을 빠져나와 안민고개 입구로 내려서니

안민고개에서 안민도로 입구까지 약 3km의 나무 데크로 이어진 안민데크로드를 만납니다.

 

비록 화려한 벚꽃의 풍경은 다 지고 없지만

차라리 차와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한적한 이 길이 더욱 좋습니다.

 

조용하고 편안한 길을 걸으면서 머리위로 펼쳐지는 지나왔던 능선도 바라보며

오늘 하루 장복산과의 인연 속에 한없이 들뜨고 설레였던 마음을 다독여봅니다.

 

끝으로 오늘 하루 여행을 마무리 지으며 꾸뻬씨의 행복의 의미를 다시 떠올려보네요.

 

"행복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오늘 걸었던 장복산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는 산이었지만

저에게 행복을 가득 담아준 산으로 오래오래 추억될것 같습니다.

진달래 꽃과 산벚꽃, 편백 향기 그득한 바람과 멋진 능선 그리고 시원한 조망이 가득한 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