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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고창 선운산 배맨바위 조망길 - 선운산의 속살을 만나다.

by 마음풍경 2013. 4. 21.

 

 

고창 선운산 배맨바위 조망길

 

 

선운사 주차장 ~ 선운사 ~ 도솔계곡 ~

도솔제 ~ 투구바위 ~ 사자암 ~ 쥐바위봉 ~ 청룡산 ~ 

배맨바위 ~ 천마봉 ~ 선운사 ~ 주차장

(14km, 5시간 소요/점심 및 휴식 포함)

 

 

고창 선운산의 천마봉에서 배맨바위와 청룡산을 거쳐

사자암와 투구바위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도솔산과 천상봉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산행 코스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코스이지만

배맨바위를 비롯하여 선운산의 장대한 암릉과

숨겨져있는 아름다운 속살을 조망하는 바위 능선길입니다.

 

 

2012년 1월에 선운사 및 주변 암자를 찾는 길을 걷기 위해

선운사를 찾고 이번에는 봄철에 다시 왔습니다.

(선운사 4대 암자 길 - 도솔천의 겨울 정취를 따라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39)

생각해보니 선운사도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정취가

가득하기에 자주 찾는 곳이 되네요.

 

주차장 입구에서 송악을 구경하고

선운사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아직 채 지지않은 벚꽃과 동백꽃이 반겨줍니다.

 

봄꽃의 낙화에는 쓸쓸함보다는

희망이 깃들어 있습니다.

꽃이 피고 져야 열매를 맺을테니까요.

 

하여 화려한 봄꽃의 만개뿐만 아니라

낙화의 모습까지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선운사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화려한 풍경으로 가득하니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네요.

 

봄의 정취도 가득 느끼면서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걸어서 선운사 일주문에 도착합니다.

 

선운사 앞을 흐르는 도솔 계곡의

봄 품경도 참 정감이 있네요.

물론 새벽 안개 피워오르는 가을 단풍의 모습은

글이나 말로는 표현이 어려운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선운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동백입니다.

천연기념물 184호인 선운사의 동백은

봄에 피는 동백이라고 하여 춘백이라 불린다네요.

 

이곳 고창 삼인리 동백나무 숲은

제인지는 모르지만 산불로 부터

사찰을 보호하기위해 조성하였다고 합니다.

 

선운사 대웅전 뒷산을 약 2천여 그루의

동백이 꽃을 피우며 장관을 이룹니다.

 

특히 선운사 동백이 유명해지게 된것은

바로 미당 서정주 시인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를 통해서지요.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

 

 

그래도 저는 오늘 만개한 동백의 풍경을

가슴에 가득 담을 수 있어서

목이 쉰 육자배기 가락은 듣지 않았도 되겠네요.

 

대웅전 뒷편의 동백숲을 거닐다 보니 

송창식의 '선운사'라는 노래가 떠올라 흥얼거려봅니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뚝하고

동백꽃이 땅으로 떨어지니

'눈물처럼 후둑둑 떨어지는 꽃'이라는

가사가 딱 어울리는 그런 풍경이네요.

 

당초 동백꽃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선물과 같은 선운사 동백을 구경하고

선운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문을 빠져나와 다시 산으로 향합니다.

 

이어지는 도솔 계곡의 졸졸거리는 물소리도 들으며

새소리 지저귀는 숲길을 걷습니다.

 

자연의 집 휴게소 앞에서 도솔암으로 가는

오른편 길을 버리고 왼편 길을 따라 가니 도솔제가 나옵니다.

 

선암산을 여러번 왔지만 이곳에 이처럼

너른 저수지가 숨어있는지 몰랐습니다.

 

제방에 올라서니 탁트인 하늘을 배경으로

연두빛 봄 기운이 가득 펼쳐집니다.

 

저멀리 경수산 능선도 펼쳐지고 지나온 길이

무척이나 아늑하게 느껴지네요.

 

도솔제 제방을 지나 투구바위 방향으로 길을 이어 걷는데

길이 참 포근해서 단풍 가득한 가을에 다시 찾고 싶어집니다.

 

편안한 길을 조금 걸으니 이제 본격적인 산행 길로 접어듭니다.

 

한적한 산길을 따라 땀을 조금 흘리며 올라

투구 바위를 만나게 됩니다.

선운산 속살바위와 함께 대표적인 암벽등반 장소이지요.

 

거대한 바위가 양편으로 서있고

그 사이로 길을 걷는데 마치 탐험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풍경이 펼쳐지네요.

그리고 바위 곳곳에 암벽 등반을 위한 카라비너들이

설치가 되어있고 루트별로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투구바위를 지나 밧줄을 타고 오르니

탁 트인 능선 조망이 펼쳐지고

뒤로는 사자바위와 도솔산 봉우리가 보입니다.

 

그리고 앞쪽으로는 천마봉과 도솔암으로 가는

오솔길도 발아래로 펼쳐지네요.

 

가운데에 우뚝한 천마봉과 내원궁 바위에서 부터

왼편 능선너머로 보이는 배맨바위와 오른편의 낙조대까지

기존에 다녔던 산행 코스로는 만날 수 없는 풍경이 가득합니다.

 

능선 왼편으로는 선운산의

가장 동쪽 능선에 자리한 안장바위와

그너머로 병바위와 소반바위가 있는

반암 마을도 내려다 보이네요.

(술취한 신선이 만든 기묘한 병바위와 소반바위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40)

 

기존에는 선운산을 육산으로만 생각했는데

이처럼 멋진 암릉 풍경이 펼쳐지니 그 생각을 바꿔야 겠습니다.

 

선운산 산행 길은 늘 편안한 숲길같은 느낌이었고

이처럼 바라보이는 도솔암과 내원궁처럼

가끔씩 바위 풍경이 나올뿐이었는데요.

 

앞으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니 선운산의 숨겨진

은밀한 속살이 한눈에 가득 펼쳐집니다.

 

왼편 천마봉과 도솔암 내원궁의 멋진 모습을

이런 하나의 풍경으로 만날지는 생각이 못했습니다.

늘 천마봉에서 도솔암 내원궁 풍경만을 구도에 담았었는데요.

 

진달래와 벗하며 시원한 바람도 맞으며

능선을 걷다보니 웅장한 모습의 사자암이

길 앞에 우뚝 서있습니다.

 

제법 가파른 길이지만 밧줄과 받침대가

설치가 되어있어 크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밧줄에 의지해서 사자암에 올라서니

지나온 능선길이 하나 가득 눈에 들어옵니다.

이런 짜릿한 기분 때문에 힘든 오르막을

땀을 흘리며 오르는 것이겠지요.

 

발 아래로는 제법 스릴이 있는

좁다란 절벽 암릉길이 나오고

저멀리 쥐바위봉과 청룡산이 그 모습을 보입니다.

 

좁다란 절벽길을 조심해서 지나니 사자암 이정표가 나옵니다.

이제 반환점으로 볼 수 있는 청룡산까지는 2.3km가 남았네요.

 

바람에 살랑거리는 진달래 꽃의 풍경과 함께

편안한 능선 길을 이어걷습니다.

 

사자암에서 약 1km 길을 넘어오니

희여재로 이어지는 삼거리가 있는 국기봉에 도착합니다.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약 6km에 2시간이 소요가 되었네요.

 

국기봉에서 김밥으로 간단히 점심을 하고

다시 쥐바위봉을 향해 산행을 이어갑니다.

 

돌탑너머 멀리 배맨바위가 바라보이는데

옆에서 보니 마치 거북이가 걸어가는 모습처럼 보이네요.

 

 시원한 조망이 트이는 쥐바위봉에 도착합니다.

선운산의 남쪽 방면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아스라하게 다가오네요.

 

그나저나 이곳 등산로는 천마봉을 시점으로 해서인지

봉우리나 바위를 지나면 해당 이정표가 나옵니다. ㅎ

 

쥐바위봉 암릉을 넘어서니 쥐모양의 바위를 만나게 되는데

아마도 이 바위때문에 쥐바위봉이라는

이름을 붙여진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근데 옆에서 바위를 보니 마치 한쌍의 귀여운 쥐처럼 생겼는데

특히 뒤에 있는 작은 쥐가 앞에 있는 큰 쥐를

토닥토닥 안마해 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ㅋ

 

쥐바위봉을 지나서 이제 배멘바위를

바라보며 능선 길을 걷습니다.

 

옆에서 보면 영락없는 거북이 모양인데

왜 배맨바위가 되었는지 그 유래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그나저나 가는 길 주변에서 만나는 진달래 풍경은

선운사 경내에서 만난 동백꽃과 함께 

생각지 못한 보너스인것 같습니다.

 

선운산 능선에서 남쪽으로 조망되는

해리면 마을 풍경도 참 아늑하게 다가옵니다.

선운산은 능선의 높이가 200~300m 정도여서

산에서 바라보는 주변 마을의 풍경도 정겹게 느껴지네요.

 

오늘 산행의 반환점이 되는 청룡산에 도착했습니다.

시계방향으로 U자형으로 도는 거라

이곳이 가장 남쪽 포인트가 되겠지요.

 

청룡산 정상에서 바라보니 배맨바위에서

천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천마봉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앞 봉우리에 가려

배맨바위가 보이지가 않아서

이곳에 이처럼 멋진 바위가 있는지 몰랐었지요.

 

하지만 배맨바위로 가까이 다가설 수록

정말 멋진 바위인것 같아

선운산의 천마봉이나 다른 바위에 비해

이 바위가 선운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위의 얼굴 부분은 마치 코브라처럼 하늘을 향해

고개를 처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 머리 부분이 배를 밧줄로 고정하는 항구의 기둥처럼 생겨서

배맨 바위로 이름한것 같기도 하고요.

물론 왼편이 서해안 바다인지라

과거에는 이곳까지 배가 들어올 수도 있었고

바위 부분이 융기가 되어 이처럼 산이 되었을거라 추측해 봅니다.

 

배맨바위를 우회하여 돌아서서 바라보니

이곳에서는 웃는 거북이의 얼굴처럼 보이네요.

 

배맨바위의 모습도 보는 각도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지니

세상 일 또한 하나의 시선만으로 대상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를 이 바위를 보며 새삼 느껴봅니다.

 

배맨바위를 지나 천마봉쪽으로 걷는데 오

전에 밧줄을 타고 넘어왔던 사자암의 모습도 보이고

그뒤로 안장바위도 한 시선에 바라보입니다.

오늘 산행은 하나의 산이지만 U자형 능선이라 

참 다양한 구도를 만들어 주지요.

 

낙조대가 바라보이니 이제 수직 철계단만

내려서면 천마봉에 도착할것 같습니다.

 

다른 사진도 마찬가지였지만 낙조대와 천마봉을

이렇게 반대편에서 바라보기는 처음이라 그런지

선운산이 아닌 다른 산에 와있는 기분이 듭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천마봉에 도착하니

등산객들이 제법 많더군요.

참 멋진 조망처이기에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두런 두런 이야기하며 쉬는 분들도 보이고요.

사람이 주인이 아닌 풍경으로 피어나는 모습 같습니다.

 

낙조대 능선은 곱디 고운 연두빛 옷을 두른 듯

마치 한폭의 파스텔화처럼 보입니다.

 

멋진 바위가 둘러쌓여있는

도솔암 내원궁의 모습도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한국의 작은 그랜드 캐년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자연의 풍경이지요.

 

연두빛 봄 세상에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얼마전 SBS 힐링캠프에 영화배우인 한석규씨가 나와서

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문득 생각이 나네요.

 

"행복보다도 일보다도 평온함 보다도 자연이 가장 중요하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자연을 그토록 사랑한다는 사실에

묘한 동지감을 느끼게 되더군요. ㅎ

 

하긴 이처럼 아름답고 장대한 자연을

사랑 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더 어렵겠지요.

오늘은 천마봉이 더욱 신비롭고 멋지게 바라보이는 것 같습니다.

 

자연에 대한 예찬은 아무리 많아도

과하지 않고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 가사도 있지만

자연은 모든게 다 아름답지만

모든 사람이 다 꽃보다 아름답지는 않네요. ㅎ

 

도솔암 입구 찻집에서 흘러나오는 향기도 맡으며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의 풍경과

함께 편안한 길을 걸어갑니다.

 

오래전에 걸었던 질마재 백리길 중 보은길(소금길)

안내 지도를 만나니 4년전 이 길을 걷던 추억이 새록 새록 떠오르네요.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 걷기-(2)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82)

 

함께했던 흔적들이 곳곳에

한뼘 한뼘 새겨져 있는데 사라지려 한다.

붙잡을 수 없으니 안타깝고, 지난 날이 생생하니

눈이 부셔도 꾸역꾸역 눈에 담는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색이 바래도, 조금씩 차가워져도,

단 한줄기라도 남아 있으면 좋겠다.

 

 

자꾸만 아스라해지고 점점 잊혀져가는

나의 지난 흔적들이 때론 두렵습니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봄날의 풍경들을 보면

 왠지 알 수 없는 눈물이 핑돌기도 하네요.

 

내가 앞으로 얼마나

이 세상에 존재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육신은 사라진다고 해도

내 아름다운 추억의 흔적만큼은

이 세상에 오래오래 남았으면 합니다.

 

사는게 비록 허망한 바람같다고는 하지만

이 아름다운 추억들이 다 사라지고 잊혀지면

사는 동안 내내 너무나 슬플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다시 선운사 앞으로 되돌아 왔는데

한가한 오전에 비해서는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삶에도 인연이 있듯이 길에도

그에 맞는 인연이 있는 것 같네요.

오래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코스였는데

벚꽃이 지기 시작한 오늘에서야 그 길을 찾게되었습니다.

다섯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감동을 주는

자연속에 머물렀기에 오늘도 산길을 걷는 내내 참 행복했네요.

단풍이 깊어가는 늦가을에 이 길을 또 걷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