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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관악산 연주대길 - 조망이 시원한 용마능선을 따라 오르다.

by 마음풍경 2013. 6. 9.

 

 

관악산 연주대길

 

 

과천향교 ~ 용마능선 ~ 관악문 ~ 연주대 ~ 연주암 ~ 자하동천 계곡 ~ 과천향교

(7km, 5시간 소요)

 

관악산(631m)은 서울과 과천 그리고 안양시에 걸쳐있는 산으로 개성 송악산, 가평 화악산,

파주 감악산,그리고 포천 운악산과 함께 경기 오악으로 불리는 산입니다.

관악산 정상인 연주대에 오르는 수많은 코스중

특히 용마능선은 서울의 강남과 과천 시가지를 시원하게 조망하며 걷는 암릉길이며

연주대에서 삼성산으로 이어지는 관악산의 주능선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2004년에 관악산을 산행하고 정말 오랜만에 관악산을 다시 찾았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궁금함으로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이곳 과천향교에서 시작해서 용마능선을 따라 연주대에 오르고 다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으로

제가 다니는 산악회분들과 함께하는 산행이자 특히 참 오랜만에 반갑게 만나는 분들과의 산행이기도 합니다.

 

자하동천 계곡을 벗어나서 오른편 용마 능선길로 접어드니 관악산 주능선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등뒤로는 청계산 아래 과천 시가지도 한눈에 바라보이고요.

대학시절 과천에 살았던 것이 1983년으로 벌써 30년이 지났으니 정말 세월이 총알처럼 빠르게 흘러간것 같습니다.

 

관악산에는 수많은 등산로가 있는데 과천에서 오르는 이곳 용마능선은 햇살이 따가운 암릉길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래도 관악산 주능선을 한눈에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서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주변의 멋진 조망을 감상하며 잠시 옛 생각에 빠져 길을 걷는데 문득 글 하나가 생각이 납니다.

 

때로는 기억이 사라지는 것도 괜찮은 일 아닐까요.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너무 아름다운 추억들만 남아있다면  눈을 감기가 힘들테니까요.

그래도 추억할 수 없다면 살아있는게 아니겠죠.

 

제 개인에게 서울이라는 도시는 참 아련하고 애틋하지만 또한 아직까지도 낯설기만한 곳이라

지난 추억이 없다면 살아있는게 아니라는 말이 더욱 마음을 울리나 보네요.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고 바뀌지만 그래도 자연은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저를 반겨주지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바라보는 모습의 이 바위처럼 말입니다. ㅎ

 

날이 조금 흐려서인지 시원한 조망은 없지만 아스라하게 펼쳐지는 풍경 또한 능선을 걷는 산행의 묘미겠지요.

 

용마 능선뿐만 아니라 관악산은 주변 능선이 온통 멋진 바위 전시장같네요.

가끔 서울에 있는 산을 찾다보면 이 산들이 서울에 있지않고 다른 곳에 있다면 더욱 매력적인 산일텐데 하는 생각을 하곤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날이 더워서 사람들로 많이 붐비지 않는데 좋은 계절에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오고 싶지 않는 산이 되거든요.

 

비록 날은 더워서 땀은 많이 나지만 그래도 한걸음 한걸음 걸으니 정상인 연주대의 모습도 가깝게 다가옵니다.

숲길과 들길을 걸을 때는 명확한 목표가 없지만 산행은 올라야할 정상처럼 정해놓은 목표가 있지요.

물론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각자 그만의 매력이 있을것 같습니다.

 

 능선을 오르는 도중 멋진 병풍같은 모습의 바위 아래를 지나기도 합니다.

 

물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조망처도 가는 도중에 넉넉하게 만날 수 있고요.

능선너머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도 때론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껴보는 시간입니다.

 

사당능선과 만나는 안부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봉우리를 넘으니 관악문에 도착합니다.

 

관악문을 통과해서 바라보니 마치 바위들이 꽃으로 피어닌 것 같은 모습입니다.

물론 그곳에 있는 사람들도 꽃을 장식하는 장식품같고요. ㅎ

 

그 꽃 바위들 중에는 한반도 지도 모습을 한 바위도 있습니다.

 

또한 눈사람 같은 귀여운 모습의 바위도 만날 수 있고요.

이러한 멋진 바위들을 만들어낸 자연에 또 한번 감탄을 해봅니다.

 

자연을 느끼며 감탄하고 감동하는 일들이 많을 수록 우리네 몸과 마음은 편해지고 가벼워지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하여 사람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기위해 자연을 찾게되고요.

이제 연주대의 응진전도 이제 가깝게 바라보이네요.

 

어느 누군가의 소망을 담은 아주 작은 돌탑도 바위 위에 위태롭게 서있습니다.

비록 늘 외줄을 타는 것 같은 뒤뚱거리는 삶이지만 희망, 소망이 있기에 버티며 사는 힘이 되겠지요.

 

 서울 사당동 방면의 모습도 조금은 휘뿌였게 바라보이네요.

물론 날이 좋으면 한강도 보이고 남산도 시원하게 보이겠지만

시커먼 스모그 층을 이루는 서울 하늘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이처럼 조금은 희미한 모습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른 계절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토요일이라 그런지 산행을 온 사람들로 가는 길마다 붐비네요.

이제 본격적인 암릉길을 넘어 올라야 합니다.

 

물론 힘들게 오른 만큼 이처럼 시원한 조망을 선물로 받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바위에 걸터앉아 오래 오래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네요.

 

건너편 서울대 캠퍼스의 모습도 발아래 보입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을 보니 넉넉하고 여유로운 대학 캠퍼스라기 보다는 공장같은 느낌이 드네요.

하긴 요즘 대학은 안정되고 월급 많이 주는 직장을 목표로 경쟁하는 획일적인 인간들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나 다름없지요.

 

뿌연 모습으로 바라보이는 서울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20대의 가장 좋은 시절을 보낸 곳이 이곳 서울이지만 반가움이나 설레임보다는 왠지 낯선 이름으로 다가서는 느낌입니다.

 

이제 가장 가파른 암릉 길을 올라서면 관악산의 정상인 연주대에 오르게 됩니다.

 

그래도 오늘은 사람들이 많지않아서 시간은 많이 걸릴것 같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늘 편안한 길만 걷다가 참 오랜만에 밧줄을 잡고 바위을 올라보는 것 같네요.

 

쇠밧줄을 잡고 조심 조심 올라서니 지나온 길들이 멋지게 펼쳐집니다.

역시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것 같지요. ㅎ

 

지나온 용마 능선 너머로 과천 경마장도 나타납니다.

30년전에 과천에 살 때는 경마장과 근처에 있는 서울 랜드도 자전거를 타고 가곤했지요.

 

이제 힘든 코스는 다 넘었고 통신탑들이 줄지어 자리한 연주대 주능선에 도착했습니다.

 

관악산 정상석에는 기념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여전히 붐비네요.

 

일반적으로 산 정상은 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곳만은 특이하게도 연주대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물론 정상 근처 바위 절벽에 응진전이라는 이름의 작은 암자가 있는데 이곳의 이름이 연주대이지요.

 

연주대는 신라의 승려인 의상대사가 문무왕 시절 이곳 주변에 관악사를 건립할 때 의상대라는 이름으로 함께 지은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연주암과 연주대로 그 이름이 바뀌었는데 지금처럼 변경된 것에는 2가지의 내력이 있다고 하네요.

 

그 하나는 조선 개국 후 고려에 대한 연민을 간직한 사람들이 이곳에 들러

개성을 바라보며 고려의 충신과 망해버린 왕조를 연모했다고 해서

연주대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첫번째이고요.

 

또 하나는 조선 태종의 첫째 왕자인 양녕 대군과 둘째 왕자인 효령대군이 왕위 계승에서 멀어진 뒤 방랑을 하다가

이곳에 올라 왕위에 대한 미련과 동경의 심정을 담아 왕궁을 바라보았다 하여 연주대라 이름지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연주암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연주대의 모습은 정말 멋지고 아름다워서 관악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라고 하겠지요.

암자아래로 가득하게 운해라도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황홀한 풍경일까요.

 

전망대에서 연주대를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발걸음을 돌려 연주암에 도착합니다.

 

형형색색으로 장식한 연등으로 사찰 앞마당이 무척이나 화사한 모습이네요.

 

살아갈수록 버릴 것이 많아진다

예전에 잘 간직했던 것들을 버리게 된다.

하나씩 둘 씩 또는 한꺼번에

버려가는 일이 개운하다

내 마음의 쓰레기도 그때 그때

산에 들어가면 모두 사라진다

버리고 사라지는 것들이 있던 자리에

살며시 들어와 앉은 이 기쁨!

 

<이성부 시인의 기쁨>

 

산행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은 몸에서 흘리는 땀뿐만 아니라 마음에 켜켜이 쌓여있는 땀도 함께 배출되는 것입니다.

하여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그 짜릿한 행복감이 느껴지고요.

 

연주암에서 시원한 아이스께끼를 먹고 잠시 쉬다가 이제 과천향교를 향해 하산을 시작합니다.

 

이곳 계곡은 조선 후기의 시인이자 문인 화가인 신위 선생의 집이 이곳에 있어서

그 호를 따서 자하동천이라 지었다고 합니다.

신위선생은 보물 1684호인 해서천자문을 남기신 분이라고 하네요.

 

계곡에서 잠시 몸도 식히고 터벅터벅 걸으니 오전에 용마 능선으로 올랐던 갈림길이 나옵니다.

 

과천향교로 내려가는 길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란 장미 꽃도 만나보며

참 오랜만에 찾아본 관악산에서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오래 익은 술일수록 그윽하고 깊은 맛이 나는 것처럼 사진도 오래 묵어 낡은 것일수록 귀하고 소중하다.

금방 현상소에서 빼낸, 따근따근한, 화려한 컬러 사진보다는 누추한 풍경을 담은, 빛바랜, 촌스런 흑백사진이 오히려 빛을 발할 때가 많다.

그것은 사진이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얽히고설킨 주변 이야기를 사진 속에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를 돌아보는 일은 후회할 일이 많은 자들의 몫이다.

 

<안도현 시인의 오래 묵은 것일수록>

 

이번 관악산 산행은 참 오랜만에 찾아온 곳이라 그런지 산행내내 20대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이 떠오르더군요.

때론 즐겁고 또 때론 안타까웠던 감정들이 교차한 질풍노도와 같은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다 제 기억속에는 오래 묵은 술과 사진처럼 아름답게 남아있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