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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금강소나무숲길 3구간 - 오백년된 금강송을 찾아서

by 마음풍경 2013. 7. 9.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3구간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소광2리 금강송펜션 ~ 저진터재 ~ 너삼밭 ~ 소광천 입구 ~

화전민터 ~ 금강송 관리사 ~ 오백년 소나무(왕복)

(16.3km, 7시간 소요)

 

울진 금강소나무숲길(http://www.uljintrail.or.kr)은 산림청이 조성한 1호 숲길로

보부상들이 울진 앞바다에서 생산된 해산물이나 소금 등을 지게에 이고

안동, 봉화 등 내륙지역으로 나르던 옛길이며

아름드리 금강 소나무가 군락을 형성하고 자연이 잘 보존이 되어 있어

비무장지대 다음으로 멸종위기종인 산양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금강 소나무 숲길은 십이령 고갯길(보부상길)로 이름난 1구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5개 구간이 조성이 되었으나 개방이 되는 구간은 1, 2-1, 3구간이며

특히 3구간은 울진 금강소나무 숲의 오백년된 소나무 등

멋진 소나무들을 구경하며 걷는 길입니다.

 

 

금강 소나무 숲이 있는 울진은 대전에서 참 멀리 떨어져 있어서

크게 마음 먹기 전에는 쉽게 가보기가 어려운 곳이지만

오늘은 참 오랜만에 인도행 대충방(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대전충청방)

회원님들과 함께 1박 2일로 찾게 되었습니다.

이곳 금강송펜션이 있는 소광2리는 3구간의 출발점이자

원점회귀코스라 도착점이 되고 또한 1구간의 종점이 되기도 하네요.

 

금강소나무숲길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숲 해설사를 따라 길걷기를 시작합니다.

이곳은 길을 안내하고 설명해주는 가이드가 있어서

다른 길에 비해 이정표도 무척이나 적고 단순합니다.

 

마을 뒷산을 휘돌아 올라가니 거미줄마저도 여유롭게 보이는 한적한 숲길이 나옵니다.

 

길의 초입에 들어서면 오늘은 어떤 길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가득한데

초입부터 아름답고 멋진 길을 만나니 오늘 하루 걷는 길에 대한 설레임이 가득하네요.

 

저진터재로 오르는 숲길이 너무나 울창하기에

오르막길을 걷는 더운 날인데도 그다지 덥지가 않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과거 화전민이 모여 살았던 저진터재에 도착합니다.

오늘 걷는 3코스는 두 개의 재를 넘고 또 그 고개를 다시 되돌아서 넘어와야 하네요.

물론 이길은 마을에서 소광천 입구까지는 보부상길로 불리는 1구간과 길이 중복이 됩니다.

 

길을 걷는 동안 빽빽한 금강송 군락을 보지는 못하지만

군데 군데 멋진 소나무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명랑한 새소리와 함께 아늑한 숲의 정취를 느끼니

 걷는 발걸음 또한 한없이 가벼워지는 시간입니다.

 

졸졸 흐르는 깊은 계곡의 물소리 및 숲을 스쳐가는 바람소리와

친구하며 속삭이듯 걷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자연의 소리는 건조한 도시의 소리에 비해 무척이나 부드럽습니다.

마치 도시의 소리가 디지털이라면 이곳 자연은 아날로그 소리라고 할까요.

저도 주로 압축된 화일을 통해 디지털 음악을 듣지만

가끔씩 집에서 있는 턴테이블을 이용해서

LP판으로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참 편해지고 정감이 느껴지지요.

어쩌면 사람도 그 구조는 아날로그이기에

자연의 소리는 사람을 참 편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눈을 감고 걷고 싶지만 걷는 길 옆이 낭떨어지라 때론 조심조심 걷기도 하네요.

 

마을에서 약 3~4km의 숲길을 빠져나가니

금강송 관리사로 가는 비포장된 임도길을 만납니다.

 

과거에는 관리사 입구까지 차를 가지고 들어가서

1시간 남짓이면 금강송 군락지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사람들의 출입이 너무 많아서 몇년전부터 차로는

출입이 폐쇄가 되고 이처럼 걸어서 출입이 가능합니다.

 

하늘을 향해 뻣어있는 멋진 소나무들의 호휘를 받으며

길을 걷는 기분도 푸른 하늘처럼 참 상쾌합니다.

 

길은 임도길을 벗어나서 다시 아늑한 숲길을 따라 걷습니다.

보통 길은 이정표를 보고 지도를 확인하며 찾아가야 하지만

 이곳은 숲 해설사분만 따라가면 되기에 참 여유로운 발걸음이네요.

 

시원한 그늘이 가득한 낙엽송 숲길을 걷기도 합니다.

 

 또한 소광천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과 사람들의 뒷모습이

한폭의 그림과 같이 다가오는 풍경도 만납니다.

 

깊고 깊은 숲속에서 만나는 작지만 곱기만한 계곡을 바라보니

더위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기분이네요.

 

 오늘은 함께 걷는 사람들도 그다지 많지가 않아서 잠시 떨어져서 혼자 걸어도 좋고

또는 사람들과 미소를 주고 받으며 걸어도 좋습니다.

 

금강송 관리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해서

마을 주민분들이 준비해준 맛난 밥을 부페식으로 먹습니다.

이곳 울진 숲길의 모토 중 하나가 '공정 여행'이라고 하는데 

일반 식당의 음식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감칠맛이 있고 정감이 느껴지는 식사입니다.

어차피 이곳 숲은 길을 걷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 동안 이 숲을 지키고 가꾼 이곳 마을 사람들의 것이기도 하기에

이 작은 한끼의 점심 식사야말로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참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맛난 점심을 하고

적당한 졸림과 포만감을 안고 다시 금강송 구경을 하러 갑니다.

이곳 금강송 숲의 면적은 여의도의 7배가 넘는

 2,274ha로 8만여그루의 노송이 있다고 하네요.

 

 목질이 금강석처럼 단단하여 이름한 금강송의 본래 이름은

속이 노랗다고 해서 황장목입니다.

또한 표피가 붉어서 적송이라고도 하고

줄기가 매끈하게 뻗었다고 해서 미인송으로도 불리며

목재의 집산지가 봉화 춘양이라하여 춘양목으로도 불립니다.

숲 해설사 분의 정열적인 이야기를 듣다보니

졸음도 달아나고 걸어야할 숲길만 꿈길처럼 이어집니다.

 

기둥이 2개로 나눠져서 마치 U자형으로 자라고 있는 소나무도 만납니다.

 

인간이건 동물이건 나무건 세상을 사는데 사연없는 경우가 있겠습니까.

사는게 공짜가 아니기에 다 그만의 사연을 지니고 있겠지요.

 

소나무 숲길을 걷다보니 오늘 구간의 하일라이트인 약 520년된 소나무를 만납니다.

 

마치 학 한마리 가 날개짓하며 노닐것 같은 그런 풍치가 가득합니다.

 

이 금강송은 조선 성종 때 태어난것으로 추정하며

이 숲의 많은 소나무들의 수령이 평균 100여년 정도이기에

울진 금강소나무숲의 역사를 대변해주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못난 자식이 부모곁을 지키고 못생긴 나무가 숲을 지킨다는 말처럼

이 소나무 또한 곧게 자라서 쓸모가 있었다면

일제의 벌목과 개발의 광풍을 넘기지는 못했겠지요.

키가 약 25m라고 하는데 정말 늘씬하고 멋진 금강송입니다.

 

주변 소나무의 크기가 비교하니 정말 오래되고 큰 소나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500년된 소나무를 구경하고나서 잠시 소나무 길을 걷다가

U턴을 해서 숲길로 들어서네요.

당초 구간 설명에는 미인송이 나와있던데 오늘은 보지못하고 갑니다.

 

숲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에게 잘나고 못나고 하는 잣대나

이쁘고 못생기고 하는 척도가 따로 있겠습니까.

숲에서는 모든게 평등하고 공평하지요.

우리네 삶도 그렇고 죽음도 그러한 것 같네요.

 

늘 자연을 대면하면 느끼는 거지만

자연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비록 바쁜 삶속에서 늘 잊고 놓치고 살지만

이 숲에 머무는 동안에는 다시한번 깨닫고 느끼고 싶네요.

 

아늑한 숲길을 빠져나와

이제 너른 임도를 따라 조금은 지루한 길을 걷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길을 따라 시원한 바람도 불고

햇살도 구름에 자주 가리기에 무거운 발걸음은 아닙니다.

 

너른 임도길을 벗어나 너삼밭재를 향해 앞서 걸었던 숲길로 다시 들어섭니다.

 

이 아늑한 숲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것은

지리산 둘레길을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긴 지리산 둘레길도 옛 사람들이 생활을 위해 다니던 길이었고

보부상길 혹은 십이령길인 이 길 또한 보부상들이 넘나들던

삶의 길이였기에 서로 닮지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너삼밭재를 다시 넘습니다.

너삼은 고삼이라고도 불리며 성분이 인삼과 비슷해서

한약재로 쓰였으나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약초라고 합니다.

 

이곳 길에는 의외로 단풍나무나 활엽수가 많아서 가을에 와도 참 좋을것 같습니다. 

 

몇시간전에 지나온 숲길인데도 다시 걷는 이 길이 참 새롭게 다가옵니다.

 

 "사랑은 손이 아닌 눈으로 만져진다는 걸

그래서 사랑은 멀리서 바라만 볼 수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

 

 

이 아늑하고 평온한 길을 걷다보니 잠시나마 집착과 욕심을 버리게 됩니다.

 

 자연을 향한 내 사랑이 이처럼 늘 눈으로 만져지 듯이

세상에 대한 사랑 또한 그렇게 만지고 싶습니다.

 

 마을에서 오르는 길에도 이 귀여운 강아지를 만났는데

3구간 길을 다 마치는 시간에도

여전히 혀를 내밀고 천진스런 표정으로 반겨줍니다. ㅎ

 

오래전부터 이곳 금강송 숲을 찾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금강송숲이 배경이된 영화 "가을로"때문이었지요.

(우이도를 생각하며 영화"가을로"를 떠올려봅니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80)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는 아직도 가슴속에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우리네 마음속에는 어떤 숲이 자리하고 있을까요?

어떤 추억의 숲이 자리하면 좋을까요?

 

"가슴속 시원하게 해주는 바람 한줄기 느껴지니?

우리가 도착한 이곳에서 우린 어떤 숲을 만나게 될까.

여행 끝에서 나는 생각해

널 만나서 내가 커졌고 너 때문에 매일 새로워지고

널 보면 난 힘이나...

내 마음속 숲은 바로 너였나봐..

네 마음속 숲 또한 나였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