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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내변산 세봉능선 조망길 - 23년만에 처음 개방된 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3. 5. 26.

 

 

내변산 세봉능선 조망길

 

 

전북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

 

 

내변산 탐방지원센터 ~ 인장바위 ~ 가마소 갈림길 ~ 세봉 ~ 관음봉(424m) ~

재백이 고개 ~ 직소 폭포 ~ 분옥담 ~ 내변산 탐방 지원센터

(약 9km, 5시간 30분 소요)

 

 

내변산 사자동 구간은 직소폭포로 대변되는

 아름다운 봉래구곡 및 세봉과 관음봉을 잇는 능선길 등

내소사 및 남여치 구간과 함께 계절마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대표적인 산행 코스로

특히 인장바위를 지나 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변산반도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23년만에

처음으로 개방된 숨어있는 내변산 최고의 조망 능선길입니다.

 

 

오늘은 제가 다니는 산악회인

한밭토요산악회 분들과 함께 내변산을 산행하기위해

전북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에 위치한

내변산 탐방지원센터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작년 가을에 이곳을 찾아오고 올 봄에 다시 찾게 되었는데

같은 장소라 해도 봄과 가을의 정취는

많이 다르기에 전혀 새로운 곳에 온 기분입니다.

 

사자동 내변산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니 능선너머로

우뚝한 인장바위가 고개를 내밀고 어서오라고 반겨줍니다.

 

오늘은 입구 왼편에 있는 나무 다리를 건너서

시계방향으로 원점회귀 산행을 시작합니다.

 

다리를 건너 숲으로 들어서니

변산바람꽃 개방 자생지가 나오는데

나중에 꽃필 때 한번 와야겠네요.

변산바람꽃은 기다림과 덧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는 봄의 전령사입니다.

 

인장바위 옆을 지나고 숲길을 이어걷는데

건너편으로 멋진 천종산(266.4m)이 그 모습을 보이는데

푸른 옷을 입고 있어서인지 봉우리의 자태가 더욱 아름다운 것 같네요.

 

이제 가마소 삼거리에서 왼편 가마소 방향으로 가지않고

세봉 삼거리로 직진합니다.

여기서부터 세봉 삼거리 갈림길까지 약 1.2km 구간이

2011년 5월에 처음으로 개방이 된 구간인데

특별한 이름이 없어서 저는 그냥 세봉능선으로 이름을 붙여봅니다.

변산반도가 국립공원이 된 것이 1988년이니

무려 23년만에 합법적으로 개방이 된것이네요.

이제 그동안 꽁꽁 숨겨진 풍경이

어떤 모습일까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조금은 가파른 산길을 올라서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풍경이 나타납니다.

 

비록 뿌연 안개에 가려 선명한 풍경은 아니지만

천종산 너머로 덕성봉이 보이고 또 그너머로

저 멀리 내변산의 최고봉인 의상봉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또한 좌측으로는 부안호의 호수 풍경도 고운 모습으로 바라보이네요.

그동안 출입 통제 지역이라 내변산에 오면

관음봉 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으로 만족했었는데

이곳 세봉능선이 내변산의 숨은 비경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곳 바위 조망처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주변 풍경을 바라보니

여름같은 날씨에 땀 범벅이 된

몸과 마음이 한순간에 시원해지는 기분입니다.

 

세봉으로 가는 길 곳곳마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이 펼쳐지고

우뚝한 관음봉의 모습도 가깝게 다가섭니다.

 

군데 군데 이어지는 암릉길도 산행의 묘미를 더해주네요.

 

멀리 의상봉과 그 오른편으로 쇠뿔바위봉까지

 내변산 속살을 온전히 보는 기분입니다.

정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저절로 감탄이 나오는 능선길이네요.

 

멋진 조망이 펼쳐진 세봉 능선은 끝이 나고

가마소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를 만납니다.

 

이제 세봉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묘미가 있는 능선 길을 걸어야겠지요.

 

이곳 이정표는 조금 특이한 것이 세봉과 관음봉을

안내하지 않고 그곳 삼거리를 안내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삼거리에서 내소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만큼 내소사의 유명세가 크다는 뜻이겠지요.

 

세봉 삼거리에서 맛난 점심을 하고

다시 관음봉을 향해 능선 길을 이어갑니다.

능선 사이로 이어지는 골짜기의 풍경도

참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경치를 선물하네요.

 

세봉 능선은 멋진 조망도 주지만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니 능선 자체도 참 멋진 곳입니다.

 

세봉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주는

최대의 선물은 내소사를 한눈에 바라보는 것과 함께

변산 앞바다의 아스라한 바다 조망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멋진 관음봉 바위 능선과 전나무 숲이 아름다운 내소사,

염전 모습 너머 펼쳐지는 바다의 풍경, 

그리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눈 앞에 펼쳐지는 한폭의 그림과 같은 모습은

세봉에서 만났던 것과는 다른 또다른 산행의 묘미를 안겨줍니다.

 

세봉을 거쳐 관음봉으로 가는 길은

곳곳이 암릉이라 이 또한 산행의 재미난 선물이네요.

 

멋진 조망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과거에 저 해안 길을 따라

일명 '변산 마실길'을 걸었던 추억이 떠오르는데

내소사 너머 보이는 저 해변은 아마도 모항에서

곰소로 이어지는 변산마실길 3-2구간인것 같네요.

해안길을 걷다가 청보리밭 너머 바라보이던

관음봉 능선의 모습도 뚜렷하게 생각이 납니다.

(변산 마실길 3-2구간 : 제방따라 청자골 가는 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39)

 

산행을 시작한지 약 3시간만에 관음봉에 도착합니다.

물론 중간에 점심 식사를 했기에

등산만 한다면 2시간 반이면 될것 같네요.

내변산의 최고 봉우리는 의상봉(508.6m)인데 의상봉은 출입금지이기에

내소사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능선에서

가장 높은 관음봉(424m)이 내변산을 대표하는 봉우리 역할을 합니다.

 

내소사 너머 곰소의 모습도 아스라하게 다가옵니다.

곰소는 젓갈로 유명한데 그 이유가 바로

바둑판처럼 보이는 염전에서 나오는 소금이 좋기 때문이지요.

 

이제 관음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직소폭로를 향해 하산을 시작합니다.

 

발아래로는 직소폭포가 있는 사자동 저수지의 모습도 보이네요.

봉래구곡의 제 1곡인 대소폭포에서 시작한 물이

 직소폭포를 지나 고이는 곳입니다.

 

관음봉에서 관음봉 삼거리까지는 또 하나의 봉우리를 넘기에

실제 본격적인 하산은 이곳 관음봉 삼거리에서 부터 시작입니다.

 

관음봉 삼거리를 지나 재백이 고개로 가는 길도

시원한 바다 조망이 펼쳐집니다.

다만 오늘은 조망이 선명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네요. 

 

뒤돌아보니 관음봉의 모습이 웅장하게 다가오는데

정상에 서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처럼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니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산입니다.

 

재백이 고개에 도착해서 오른편 직소폭포 방향으로

 발걸음을 이어걷습니다.

능선을 따라 신선봉 방면으로 계속 직진을 하면

봉래구곡중 제 1곡인 대소 폭포를 만날 수 있겠지만 그곳은 출입금지지역이고요.

 

재백이 고개를 내려서니 물소리가 싱그러운 계곡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잠시 탁족을 하면서 더운 몸을 잠시 식혀보네요.

정말 오늘은 무척이나 더워 여름 산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 계곡 물에 풍덩 빠져서 알탕을 하고픈 유혹도 느껴집니다. ㅎ

 

나무는 우리 몸에 이로운 피톤치드를 주고

계곡은 우리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음이온을 선사합니다.

현대화된 도시 자체가 거대한 양이온이기에

이처럼 음이온이 가득한 곳에 머물러야 사람이 병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청량한 새소리와 물소리만이 들리는 아늑한 숲길을 걸으니

저절로 세상의 근심이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한층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이지만 그 실천이 어렵거나 거창한 것은 아니고

물과 숲이 있는 곳에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되지요.

 

그 고운 숲길을 빠져나오니 물소리가 세차게 들리는

내변산의 하일라이트인 직소폭포가 나옵니다.

폭포 주변 풍경과 소리에 매료가 되어 

난간에 기대어 이 풍경을 오래동안 바라보았네요.

 

작년 가을에 왔을 때는 형형색색 고운 단풍 풍경이었는데

지금은 녹색으로 이루어진 담백하고 정갈한 직소폭포의 모습입니다.

 

"경이로운 삶에 대한 감동이 남아 있는 동안에 그것을 맘껏 누리고 싶다"는 말처럼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자연이 주는 감동을 자유롭게 맘껏 누리고 싶습니다.

 

행복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동안 순간 순간 느끼는

 소박한 감동과 기쁨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이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보고 걷는 이 순간 순간이 나에게는 참 행복이네요.

 

작년 가을에 이곳에 왔을 때는 이곳 전망대 데크가 공사중이라 어수선 했는데

지금은 편안하게 내변산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잠시 계단에 앉아 잔잔한 호수너머 바라보이는

관음봉과 주변 봉우리의 모습을 감상해봅니다.

언젠가 시간이 허락된다면 매달 이곳에 와서

계절에 따라 변해가는 이곳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싶네요.

겨울에 눈이 와서 눈꽃이 피어 새하얗게 변한 모습은

얼마나 황홀할지 상상만해도 좋습니다.

 

다시 편안한 숲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잠시 함께온 분들과 떨어져서 홀로 걷는 시간을 가져보네요.

 

내변산의 멋진 봉우리중 하나인

선인봉을 병풍삼아 위치한 실상사도 지나갑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안도현 시인의 '간격'이라는 시가 인상적이었는데

오늘은 그 옆 자리에 배치된 윤영지님의 '길'이라는 시를 가슴에 담아봅니다.

 

너, 나 임자가 따로있나

굽으면 굽은 대로

곧으면 곧은 대로

자유로운 길 위를 걷는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청보리너머 멋지게 자리한

인장바위의 모습을 보니 자연이 그저 고맙습니다.

 

"꾸뻬씨의 행복 여행"이라는 책을 보면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라는데

자연은 늘 제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느끼게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푸르른 단풍터널 위로 보이는

아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행복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자연이 주는 고마운 행복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해야겠네요.

물론 그 실천 방법은 늘 숙제이지만

어쩌면 제가 경험한 자연의 풍경과 느낌을

비록 부족한 내용일지라도 지금처럼 변함없이

블로그에 올리는 일도 그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