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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아산 천년의 숲길 - 천년비손길 및 봉곡사 솔바람길을 따라

by 마음풍경 2013. 6. 23.

 

아산 천년의 숲길

(봉곡사 솔바람길 및 천년 비손길)

 

 

충남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봉곡사 주차장 ~ 봉곡사 ~ 배틀바위 ~ 갈매봉 ~ 오형제 고개 ~ 오돌개 마을 ~ 봉곡사 임도 ~ 냉풍 체험장 ~ 거북이 쉼터 ~ 봉곡사 주차장

(약 8.5km, 약 3시간 30분 소요/점심 포함)

 

 

아산 천년의 숲길은 봉곡사와 궁평(송악) 저수지 주변의 길을 이어주는 숲길로 모두 4개의 코스가 있으며

이중 봉곡사를 중심으로 봉수산 자락과 봉곡사 임도길을 이어주는 길은 소나무의 향기가 가득하고

아주 편하게 숲길을 걸을 수 있는 코스로 천년 비손길의 일부와 봉곡사 솔바람길을 이어 걷는 길입니다.

 

 

공주에서 아산으로 이어지는 39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송악저수지 못미쳐 봉곡사 이정표를 보고

좌측 길로 빠져나가 좁은 마을 길을 따라 오르니 봉곡사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대전에서는 약 60km 거리에 차로 1시간 정도가 걸리더군요.

주차장에서 커다란 천년의 숲길 안내판이 먼저 반겨줍니다.

 

오늘은 아산 천년의 숲길 중 1번째 코스인 천년비손길부터 걷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비손이라는 뜻이 궁금했는데 안내판에도 그 의미는 나오지 않고 나중에 '비손'이라는 단어의 뜻를 찾아보니

두손을 비비며 치성을 드린다는 뜻이던데 이곳 길과 맞는 의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인 사찰이면 입구에서 일주문을 만나는데 이곳은 일반 대문이 그 역할을 하네요.

 

문을 들어서자 마자 울창한 숲을 만나니 마치 다른 세상에 발을 딛는 기분이 듭니다.  

 

주차장에서 봉곡사에 이르는 약 700미터의 길 전체가 천년된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국의 산을 다니면서 자주 보았지만 이곳도 일제 때 연료로 쓰기위해 송진을 채취한 아픈 흔적들이 남아있네요.

이런 상처를 안고 묵묵하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를 보면서 살면서 얻게되는 우리네 상처도 담담하게 위로해 봅니다.

 

이 숲길이 수년전 산림청에서 주최한 아름다운 거리숲 부문에서 장려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정말 아름다운 소나무 풍경이 이어집니다.

 

지금까지 전국의 수많은 길을 걸어다녔으면서도 이처럼 운치있고 아름다운 길이

대전에서 그다지 멀지않은 이곳 봉곡사에 있었는지 몰랐었습니다.

더운 여름이라 그늘지고 시원한 숲길을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된 곳인데 정말 대박입니다. ㅎ

다음번에 이곳을 찾는다면 새벽 안개 자욱한 길을 걷고 싶은데 정말 생각만해도 마음이 황홀해지네요.

 

포근한 소나무를 따라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길을 올라서니 사거리를 만나게됩니다.

 

천년 비손길은 왼편으로 가게되고 직진하면 봉곡사로 가게됩니다.

또한 오른편 임도길은 봉곡사 솔바람길로 오늘 천년 비손길을 따라 걷다가 돌아오는 길이기도 하네요.

 

먼저 봉곡사를 구경하기위해 소나무 숲길을 따라 행복한 발걸음을 이어걷습니다.

길 우측 아래로는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도 들리고 더위가 한순간에 사라진 기분입니다.

 

또한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서늘함과 상쾌함만이 가득합니다.

마음이 가벼우니 주변에 만나는 자연의 모습들도 참 편하게 다가오네요.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어느새 봉곡사에 도착했습니다.

아늑한 느낌때문인지 나무사이로 바라보이는 봉곡사의 모습 또한 자연의 일부분인 것처럼 바라보입니다.

 

봉곡사는 신라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천년의 역사를 지닌 절로

처음에는 모연고찰이라 하였고 고려 때 보조국사가 다시 건립하여 절 이름을 석암사로 지었으며

현재의 이름인 봉곡사라 불리운 것은 조선 정조 때라고 합니다.

물론 지금의 절은 임진왜란 때 폐허가 되고 인조때 다시 중창을 하였다고 하고요.

 

절 마당으로 들어서자 입구에 만공스님의 깨달음을 담은 만공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만공선사가 이곳에서 문득 법계성을 크게 깨달아 오동송을 읊은 유명한 성지라고 합니다.

 

다른 사찰에 비해 그다지 규모는 크지않지만 왠지 정갈하면서도 깊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대웅전입니다. 

 

절의 규모는 참 소박하고 아담하지만 대웅전 뒷편으로 펼쳐지는 멋진 소나무 숲의 풍경은 큰 사찰 못지않네요.

 

대나무숲과 소나무 숲이 층을 이루는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저절로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깨끗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오는 도중에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잘되어 있어서 봉곡사 경내에도 천년 비손길 안내도가 있는 줄 알았으나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를 찾지못해서 조금전 만났던 사거리로 다시 내려와서 길을 이어걷습니다.

물론 경내 입구에서 오른편 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보였으나 왠지 이 길이 더 운치가 있는 것 같아서 다시 내려오게 되었네요.

 

조금 가파른 길을 올라서자 봉곡사에서 오는 길과 다시 만나게 되네요.

아무래도 사찰 경내라 길 이정표를 설치할 수는 없었나 봅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으로 산길 도중에 마치 사오정 모습을 한 바위도 만납니다.

 

산길을 가다가 왼편 봉수산으로 가는 길과 오른편 오형제 고개로 바로 가는 삼거리를 만납니다.

저는 봉수산을 거치지 않고 바로 오른편 오형제 고개 방향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휴~ 오늘 걷는 길을 저는 그냥 숲길이라 생각했는데 가파른 산길이 계속이어지는 산행길입니다.

 

그나저나 처음 안내도에 나온 것처럼 오형재 고개 방향으로 가면 베틀바위를 만날 줄 알았는데

베틀바위는 이곳 안부에서 다시 왼편 봉수산 정상 방향으로 400여미터를 가야 만날 수가 있습니다.

차라리 이전 삼거리에서 봉수산 방향으로 가서 베틀바위를 보고 이곳으로 오는 것이 나은것 같은데

천년이 숲길 안내도에는 나와있지만 어느 곳에도 베틀바위에 대한 이정표를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가는 도중에 멋진 바위를 만났는데 저는 이바위가 베틀바위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조금 길을 더 이어가자 거대한 바위군락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베틀바위라고 하네요.

봉수산은 전체가 육산인데 정상 봉우리도 아니고 중턱에 이처럼 많은 바위들이 있다는 것이 조금 신기합니다.

 

보통의 전설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인데 이곳은 6.25때 만들어진 이야기인지라 제법 믿고 싶은 전설이네요.

 

여튼 이곳이 아주 높은 산은 아니면서도 깊은 오지같은 곳이라 전쟁 때 피난하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베틀바위를 구경하고 다시 되돌아 나와 안부 사거리를 지나고 포근한 소나무 숲 능선 길을 계속 이어갑니다.

 

제법 가파른 몇개의 봉우리를 넘어서자 휴식공간이 있는 갈매봉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오형제 고개까지는 1.2km가 남았고 이제 내리막 길만 이어집니다.

봉수산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각흘고개를 지나 U자형으로 휘돌면 광덕산까지 갈 수도 있네요.

 

능선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시원하고 소나무의 향기는 얼마나 상쾌하든지

이 길을 걷는 내내 행복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이 행복함과 아늑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니 절대 바꾸고 싶지않을 소중한 자연의 선물입니다.

 

이 아늑한  숲에서는 따가운 햇살마저도 그립게 만드네요.

 

오래 오래 걷고 싶어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소나무 숲길을 내려서니 616번 지방도가 지나는 오형제 고개에 도착합니다.

 

사람들의 욕심이 얼마나 무지하고 탐욕스러운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는 고개네요.

 

오형제 고개 주변에는 식당이 몇개 있는데 오늘은 점심 식사로 두부 음식이 먹고 싶어서 이 식당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식당입구에서 오래된 풍금을 보니 어린 시절이 생각나 건반을 눌러보니 소리는 나지 않네요. ㅎ

 

식당의 주메뉴는 두부와 염소 요리로 가격대도 적당한것 같습니다.

 

밑반찬도 식당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지않고 시골 친척집에서 먹는 느낌이 드는 맛이고

주메뉴인 두부 전골 또한 무척이나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두부전골은 먹느라 바빠서 미처 사진에 담지 못했네요. ㅎ

 

저는 여행을 가면 가급적 잘 알려진 유명한 식당은 피하게 되고 또 이런 저런 이유로 제 블로그에 식당에 대한 포스팅은 하지 않지만

이 식당은 천년의 숲길을 걷는 분들에게 추천하고픈 곳이네요.

 

 맛난 식사를 마치고 차길을 건너 오돌개 마을 방향으로 길을 이어 걷습니다.

 

마을로 이어지는 포장된 길보다는 옆으로 이어지는 이 흙길에 마음이 가네요.

 

물론 포장된 길이지만 마을로 이어지는 이 길 또한 참 소박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마을로 들어서니 아산시 향토음식체험장 오돌개라는 음식점이 나오는데

이곳이 누에 마을이라 주로 뽕잎과 관련된 음식들을 합니다.

 

마당앞 장독대의 모습도 참 정갈하고 다음번에 이 길을 찾게되면 그때는 이곳에서 점심을 해야겠습니다. 

 

마을 광장에는 오돌개 마을에 대한 설명도 잘 나와있습니다.

그나저나 시골을 살릴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더 많이 개발이 되어야 할텐데

천년의 숲길 또한 이곳 마을에 도움이 되는 작은 역할이라도 되었으면 하네요.

 

이제 천년비손길과는 이별을 하고 약 3.5km의 봉곡사 솔바람길이 이어지는 임도길로 들어섭니다.

 

휘휘 돌아가는 임도를 따라 여유롭게 노래도 흥얼거리며 걷습니다.

 

바람에 실려오는 솔향기뿐만 아니라 길가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들을 구경하며 걷는 꽃밭 가득한 길입니다.

 

꽃들이 많아서인지 이곳 저곳으로 날아다니는 나비들도 무척이나 많네요.

꽃들이 화려하고 예쁜 이유는 개체의 생존을 위해 나비를 불러들이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비처럼 내 인생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오늘과 같이 자연속의 길을 걷고 그 느낌과 감동을 사진과 글로 남기는 것은 아닐까합니다.

 

 청아한 새소리와 조용하게 속삭이는 바람 소리만이 가득한 자연의 세상입니다.

 

머리위로 도열하듯 시원하게 펼쳐지는 소나무 숲도 무척이나 매력적이고요.

 

겨울에 부는 바람은 얄밉고 차갑지만 같은 바람인데도 여름에 부는 바람은 고맙고 시원하지요. ㅎ

어쪄면 바람처럼 세상 사는 일과 인연에도 '때'라는 것이 맞아야 하나봅니다.

 

잠시 정자 난간에 앉아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혀봅니다.

문득 이곳에 자리를 깔고 누워서 잠시나마 낮잠을 자고 싶어지네요.

어차피 자연 속에서 길을 걷는 행위는 주어진 길을 완주하는 것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잠시 지친 몸과 마음을 자연에 기대어 쉬게하는 것일테니까요.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향긋한 꽃길을 이어갑니다.

정말 이길은 솔바람길이라기 보다는 지금같은 시기에는 솔바람 꽃길이라 하는게 더 맞을것 같습니다.

 

자연의 풍경들은 대부분 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편안합니다.

 

하지만 길의 풍경들은 세로의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이처럼 자연이 만들어주는 가로와 세로의 완벽한 조화로움 속에서 제 자신은 마냥 행복해지네요.

이 길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한참을 그냥 바라만 보았습니다. 

 

가는 길 도중에 냉풍 체험장이라는 이정표가 있어서 잠시 그길로 들어가봅니다.

 

그 길 끝에는 걸터앉아 쉴 수 있는 바위 몇개만 있을뿐 냉풍 체험장에 맞는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곳으로 불어어는 바람이 주변에 비해 더욱 시원하다는 느낌은 있더군요.

 

다시 길로 돌아와 거북이 쉼터에 도착합니다.

ㅎㅎ 나무 의자가 거북이 등 모습으로 만들어서 거북이 쉼터인가 보네요.

 

눈 쌓인 겨울에 걸어도 참 좋겠다 생각하면서 흐르는 길을 따라 내 마음도 함께 편하게 흐르듯 걷습니다.

 

이제 아침에 만났던 봉곡사 입구 사거리에 도착합니다.

 

오돌개 마을에서 이곳까지 이어지는 봉곡사 솔바람길을 다 걸었네요.

앞선 길이 주로 산행길이라면 이 길은 그냥 산책하듯이 걸을 수 있는 편안한 길이기에

한 여름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인것 같습니다.

특히 눈 내리는 날 겨울에 이길을 따라 오돌개 마을로 넘어가서 점심을 하고 다시 이길로 되돌아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봉곡사 소나무 숲길을 따라 왔던 길을 내려섭니다.

아침보다 바람에 실려오는 소나무의 향기가 더욱 진하게 느껴지네요.

 

정말 오늘 이곳에서 참 좋은 매력적인 숲길을 만났다는 기쁨에 발걸음 또한 가볍기만 합니다.

'꾸뻬씨의 행복 여행'이라는 책에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라는 글이 있는데

오늘 걸었던 이 길이 바로 딱 그런 행복을 만들어 주는 길이었던것 같네요.

 

다시 봉곡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해서 참 편안하고 시원했던 아산 천년의 숲길 걷기를 마무리합니다.

입구에서 부터 이어지는 상쾌한 소나무 숲과 능선에서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황홀했던 꽃밭이 너무나 매력적인 길이었습니다.

또한 제가 사는 곳에서도 그리 멀지않기에 시간이 허락된다면 자주 찾아오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