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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금강소나무숲길 2-1구간 - 울진 배추고도 길

by 마음풍경 2013. 7. 10.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2-1구간

 

 

경북 울진군 근남면 수산리

 

소광2리 금강송펜션 ~ 한나무재 ~ 넓재 ~ 쌍전리 산돌배나무 ~ 광회리 마을회관

(12km, 6시간 소요)

 

 

울진 금강소나무숲길(http://www.uljintrail.or.kr)은 산림청이 조성한 1호 숲길로

보부상들이 울진 앞바다에서 생산된 해산물이나 소금 등을 지게에 이고

안동, 봉화 등 내륙지역으로 나르던 옛길이며

아름드리 금강소나무가 군락을 형성하고 자연이 잘 보존이 되어 있어

비무장지대 다음으로 멸종위기종인 산양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금강소나무 숲길은 십이령 고갯길로 이름난 1구간을 시작으로 

5개 구간이 조성이 되었으나 개방이 되는 구간은 1, 2-1, 3, 구간으로

2-1구간은 주말에 한해 20명씩만 출입이 허락이 되는 보존지역으로

천연기념물 408호인 산돌배나무도 구경하고

특히 걷는 길에 만나는 고랭지 배추밭 풍경이 무척이나 이색적인 울진 배추고도 길입니다.

 

 

어제 3구간을 걷고 소광리 금강펜션에서 하루밤을 자고나서

오늘은 주말만 출입이 허용되는 2-1구간을 걷습니다.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3구간 - 오백년된 금강송을 찾아서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18)

2-1구간은 총 16.7km의 2구간에서 원곡마을과

구암사 구간을 생략하고 12km로 단축한 시범 개방구간이며

1구간과 함께 울진에서 봉화로 이어지는 십이령길(보부상길) 구간입니다.

 

1구간의 종점이자 2,3,4구간의 출발점인 이곳 금강송 펜션은

지금은 폐교가 된 소광국민학교를

이곳 길을 찾는 사람들의 숙박시설로 리모델링한 곳입니다.

 

일요일인 오늘도 금강소나무 숲길을 걷는 사람들로 제법 주차장이 붐비네요.

 

물론 오늘 걷는 2-1구간은 토요일과 일요일만 20명에 한해서 개방하는 코스라

어제 걸었던 3 코스에 비해 한적하며 5월 시범 개방 이후 저희가 17번째라고 합니다.

 

3구간은 마을 아래쪽으로 내려갔는데 오늘은 자수정 광업소가 있는

마을 위쪽으로 가다가 왼편 다리를 건너 포장된 임도길을 따라 걷습니다.

참 어제 밤에 달빛도보를 하며 이 길을 걸었는데 하늘의 별도 환상이었지만 반딧불이도 많더군요.

반딧불이가 내 눈앞에 빙빙돌다가 사라지는 모습은 정말 동화속 풍경이었습니다. ㅎ

 

임도길을 따라 들어가니 마을입구에서 

거대한 느릅나무와 엄나무가 서있는 풍경을 만나게 되는데

이처럼 큰 느릅나무를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길을 따라 이어지는 주변 풍경은 그저 여유롭고 평범한 시골풍경입니다.

 

친환경 농법인 우렁이로 키우는 논도 만나볼 수 있었고요.

 

마을 길을 지나 본격적으로 작은 넓재라고도 불리는 한나무재를 향해 오릅니다.

 

딱딱한 포장길을 걷다가 포근한 흙길을 걸으니 더욱 아늑하고 정겨운 기분이 듭니다.

사람이 풍경이 되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세상은 없겠지요.

 

능선을 따라 낙동정맥이 지나가는 곳인 한나무재를 넘어갑니다.

 

해발 약 800미터의 고개를 넘어서니 말 그대로 날아갈것 같은 가벼운 발걸음입니다.

어제 걸었던 길이 지리산 둘레길을 닮았다면 오늘 걷는 길은 지리산길과 강릉 바우길을 합해놓은것 같은 느낌이네요.

 

당초 주말내내 비가 온다고 했는데 푸른 하늘과 여름 햇살만 쨍쨍합니다. ㅎ

 

물론 비가 오는 풍경도 멋지겠지만 푸르른 초록과

화원과 같은 꽃 풍경은 역시 햇살 아래 봐야지 제멋이겠지요.

개망초꽃이 가득피어있어서 멀리서보면

메밀꽃이 새하얗게 핀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ㅎㅎ 물론 아직 메밀꽃이 피기는 이르긴하지요.

 

소박한 꽃길을 빠져나가니 생각지도 않았던 고랭지 배추밭이 시원하게 펼쳐지네요.

 

낙엽송과 배추밭 풍경이 왠지 이색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과거 태백에서 만났던 배추고도 귀내미 마을을 떠올리기 되니

(배추고도 귀네미 마을에서 사랑을 보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44)

오늘 걷는 길을 "울진 배추고도 길"로 이름하고 싶습니다.

 

배추밭을 지나서 다시 2번째 고갯길인 넓재를 지납니다.

앞서 만난 한나무재에 비하면 무척이나 편한 고갯길이네요.

 

숲길을 따라 고개를 넘어가니 이곳에도 배추밭이 길옆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배추밭 아래 소나무 그늘 아래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맛난 점심을 먹습니다.

어제 3구간과 마찬가지로 소천리 마을 분들이 준비한 식사로

화려한 반찬은 아니지만 하나 하나가 다 감칠맛이 있는 마음까지도 풍요로운 시간이네요.

 

오늘도 접시에 담긴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 다 깨끗하게 먹고 다시 배추고도 길을 따라 길을 이어걷습니다.

 

야~~ 정말 당초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풍경을 마주하니 왠지 횡재한 기분이 들고

카메라에 풍경을 담는 마음 또한 분주해집니다.

 

이 척박한 오지 땅에 배추밭을 일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과 땀을 흘렸을까 생각하면

우리가 쉽게 먹고 버리는 김치 하나도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또한 시골은 차츰 노령화가 심화되고 빈집들이 늘어나니 미래의 우리네 먹거리가 걱정이고요.

 

이처럼 멋진 자연이 병풍처럼 펼쳐지는데 사람들은 자꾸만 시골을 떠나니 말입니다.

이 집이 제집이라면 은퇴후 이곳 오지 마을에 머물며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것 같네요.

 

어제와 오늘 금강소나무숲길을 걸으며 만났던 이정표중에서 가장 멋진 시그널처럼 보입니다.

위에 보이는 시골 집 마당을 거쳐서 왼편으로 휘돌아가는 표시겠지요.

 

집 앞마당을 조심스럽게 지나가는데 이곳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시원한 물이라도 축이고 가라고하는 마음이 참 고마우셔서

할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사진 한장 찍어드리려고 했는데

부끄러우신지 고개를 돌리시네요. ㅎ

 

집 마당으로 길을 걷는 저희가 불청객이고 불편하지 않으시냐고 여쭸더니

안그래도 늘 사람이 없어 적적한데 주말이라도

렇게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장마철인데 아직 감자를 수확하지 않은 이유를

여쭤봤더니 팔곳이 없어서 수확을 하지 않으셨다고 하는데

주말마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팔면 좋겠더군요.

어차피 남은 길도 편하고 얼마 되지 않기에 말입니다.

왠지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않아 두분이 사시는 곳을

뒤돌아보며 두분다 오래오래 건강하시라고 기원해봅니다.

 

다시 작은 고개를 하나 넘어서니 천연기념물 408호인 쌍전리 산돌배나무가 나옵니다.

 

이 나무는 나이가 250년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는 25m이고 둘레는 4.3m의 크기로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산 돌배나무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라고 합니다.

 

길게 살아야 백년도 못사는 우리네 삶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한자리에서 수백년동안 자라는 나무를 보면 왠지 경외감이 느껴집니다.

 

이제 오늘 걷는 길의 마지막 포인트였던 산돌배나무도 구경하고

마무리 발걸음으로 내려서는데 재미난 모습을 한 인형을 만났습니다.

외양은 허접해보여도 태양광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최첨단 인형이네요. ㅎㅎ

 

오늘 길 걷기의 종점인 두천리를 향해 포장길을 터벅 터벅

내려서면서 어제 오늘 걸었던 길을 정리해봅니다.

현재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5개 구간중에서

십이령길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구간은 1, 2구간이며

실제 금강소나무 숲길로 내세울 수 있는 구간도 3구간 일부뿐입니다.

 

하여 십이령길을 울진군에서 멈추지 말고 봉화군과 서로 협조하여 

120리 길 전체를 하나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울진에서 만들었거나 만들 예정인 나머지 숲길은 십이령길의 분지길로 이름하고요.

또한 십이령길 주변에 분천역과 양원역이 있기에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백두대간 협곡관광열차인 V-train과 연계를 하면 더욱 큰 시너지가 날것 같습니다.

 

햇살이 따갑게 비치는 고통스런 길을 계속 걷다가도

시원한 바람과 그늘이 있는 숲길을 걷게되면

어느새 지난 고통의 기억은 사라지고 행복한 느낌만 가득해집니다.

빵도 앙꼬만 가득하다면 맛이 없는 것처럼 우리네 삶도 어느정도

힘듬과 고통이 있어야만 역설적으로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있는 것 같습니다.

잠을 설쳐가며 먼곳을 와서 이틀동안 길을 걸었지만 그중에는 힘들고 맘에 안드는 길도 있었지만

 다 걷고난 지금에는 행복하고 편안한 기억만 떠오르네요.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을 걸고나서 길은 인생을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새삼 해보게됩니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 걷지못한 1구간도 마저 걸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