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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진안 운장산 설경길 - 금남정맥 최고의 조망처

by 마음풍경 2013. 2. 11.

 

진안 운장산 설경길

 

피암목재 ~ 활목재 ~ 칠성대(서봉, 1120m) ~ 운장대(운장산, 1126m) ~ 삼장봉(동봉, 1133m) ~ 내처사동

(약 6.5km, 4시간 소요)

 

 

전북 진안 운장산은 금강 남쪽으로 뻗은 금남정맥의 최고봉으로

넉넉한 육산과 멋진 암릉 바위가 공존하며

주변 조망이 장쾌하게 펼쳐지는 1,000m가 넘는 조망처이기도 합니다.

 

 

참 오랜만에 운장산을 찾기위해 피암목재에 도착합니다.

마지막으로 피암목재를 찾아온게 2007년 3월이니 벌써 만 6년이 다되어 가네요.

흘러가는 구름처럼 바람처럼 시간이란 놈 참 빠르게 지나갑니다.

(전북 진안 운장산~구봉산 능선길 산행 : http://blog.daum.net/sannasdas/9706753)

 

서편 하늘은 푸른 얼굴로 반겨주는데

운장산 능선너머 동편 하늘은 아침 해가 아직 구름에 가려있습니다.

 

겨울 운장산의 멋진 상고대도 기대하면서 산악회분들과 함께

서봉인 칠성대를 향해 약 2km의 오르막 길 산행을 시작합니다.

 

지난 몇일 무척 추운 날씨였는데 오늘은 능선에 올라도

바람도 거의 불지 않고 날도 풀리는 것 같습니다.

 

운장산도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 그런지

등산로 옆으로는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네요.

 

길가에서 떨어지지않고 가지에서 말라버린 나뭇잎을 만났습니다,

 

저 낙엽은 말해 주는 것 같다.

아주 작은 희망만 있어도,

마음 속에 작은 물기를 간직해 아주 메마르지만 않아도

산산이 부서지진 않는다고.... 그러니 견뎌내라고.

 

늘 세상 사는게 두렵고 힘들어도 자연은 우리에게 묵묵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절망속에도 희망의 싹은 있다고..

 

눈쌓인 숲길을 거친 숨으로 오르니 멋진 조망이 나타납니다.

북쪽으로 금남정맥을 따라 완주 장군봉의 봉우리도 보이네요.

 

하늘에 무심하게 떠가는 흰 구름도 참 한가롭습니다.

그 한가로움 속에 마음과 몸의 휴식이 생기네요.

 

흰눈에 능선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인지

산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겨울이 제일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이 담백함..

기꺼이 버릴 수 있기에 이러한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겠지요.

저 또한 무엇을 버려야 저런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을까요.

 

왼편으로 펼쳐지는 대아수목원 뒷편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만나니

지난 봄에 대아수목원에서 바라본 아늑한 운장산 능선이 떠오르네요.

(전북 대아수목원 금낭화 꽃길 - 금낭화 가득한 동화속 세상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72)

 

등뒤의 탁트인 조망뿐만 아니라 올라가야할 운장산 능선도 참 아늑하게 바라보입니다.

 

구름도 걷히고 날도 차츰 맑아져서 푸르디 푸른 하늘과 흰 구름

그리고 순백색의 설경의 풍경이 추운 느낌이 아니고 정말 포근하게 다가옵니다.

 

시원한 조망을 주는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 활목재에 도착합니다.

 

물론 피암목재를 통하지않고 독자동 계곡을 따라 이곳으로 오를 수도 있습니다.

피암목재인 동상휴게소나 독자동에서나 오르는 거리는 동일하네요.

 

겨울 운장산에는 상고대 서리꽃이 많이 피기에 오늘도 상고대 기대를 하고 왔으나

정상 능선에도 상고대는 보이지 않고 이곳에서만 아주 작은 서리꽃을 만났네요.

이상하게 올 겨울에는 눈꽃이나 서리꽃을 만나기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하긴 늘 기대하는게 다 이루어 진다면 그 소중함을 잊어버리기에

내년 겨울의 기다림과 설레임을 위해 잠시 그 기대를 접어두네요.

 

마지막 가파른 눈길을 올라서는데 눈도 조금 내리고 눈을 밟고 가는 느낌이 그저 좋습니다.

어쩌면 산의 매력중 하나가 육체는 힘든데 반대로 마음은 편해지는 것은 아닌지요.

 

물론 정상에 올라서면 몸과 마음이 다 가벼워지고 편해지는 최고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지요.

하여 그런 설레임으로 운장산 서봉인 칠성대에 도착했습니다.

 

운장산이 금남정맥 최고의 조망처라는 명성이 맞게 사방팔방으로 탁 트인 조망이 반겨줍니다.

특히 남쪽으로 이어지는 조망이 정말 좋아서 새가 되어 저 능선을 따라 흘러가고 싶더군요.

 

저는 산 정상에 올라 세상을 바라보면 늘 희망이 가슴속으로 저며옵니다.

그 희망이 이루어지거나 이루어지지 않거나 하는 것의 여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그런 편안한 희망이지요.

 

인간이란 살면서 무작정 기다리는 뭔가를 하나쯤 지녀야

메마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저에게 산에서 느끼는 희망이란 막연하지만 늘 가슴속에 지니고 사는 그리움입니다.

또한 그리움이 있어야 기다림도 있기에

지난한 기다림과 같은 힘든 삶이지만 그래도 지치지 않고 살아지는 것은 아닐까요.

 

운장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인 칠성대에서 가슴에 오래 간직할만한 풍경을 만납니다.

어쩌면 당초 기대한 상고대 풍경보다 더욱 고운 풍경을 담는 것 같네요.

 

그나저나 과거에 운장산 서봉이라는 평범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 보다는 칠성대라는 이름이 더욱 잘 어울립니다.

어쩌면 제 이름을 찾은 것 같고요.

 

운장산 주봉인 운장대와 동봉인 삼장봉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이제 칠성대를 지나 운장산 주봉우리인 운장대를 향해서 갑니다.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보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설날 연휴여서인지 '김시천의 안부'라는 시가 생각이 납니다.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또한 그 아픔을 치유해 주는 것도 사람이겠지요.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정호승 시인의 말처럼 사람이 희망이 되게 만들어야 하는데

늘 절름발이 사랑처럼 50년을 살아도 아직 서툴기만 하니

늘 어렵고 풀기 힘든 것 또한 사람과의 인연이 아닐까합니다.

 

운장산의 편한 능선을 걷다보니 어느새 운장대에 도착합니다.

 

 운장대에 서서 바라보니 가야할 삼장봉도 보이고

또한 북두봉 및 구봉산 모습도 저 멀리 바라보입니다.

 

건너편 삼장봉 능선에는 고운 서리꽃도 조금 피어있는 것 같고요.

 

운장산은 멀리서 바라보면 아주 편안한 육산처럼 보이지만

밧줄을 의지하며 지나야하는 제법 앙팡진 바위 길도 있지요.

이제 칠성대와 운장대도 멀어져 갑니다.

 

운장산 세 봉우리 중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다고 해서 과거에는 동봉으로 불리었으나

이제는 새 이름을 얻은 삼장봉에 도착했습니다.

과거 등산 지도를 보면 가운데 봉우리인 운장산 주봉이 1125.9m로 가장 높았으며

이곳 동봉은 1113.3m였는데 무슨 이유인지 높이가 변동이 되어

이제는 이곳 상장봉이 1133m로 가장 높은 봉우리가 되었네요.

 

이제 삼장봉을 넘어 운장산 주 능선 길을 버리고 내처사동으로 내려섭니다.

 

순백의 눈길을 걸으면서 가수 알리가 부른 '지우개'라는 노래를 듣습니다.

최근에 왠지 그 음율이 좋아서 마음에 끌리는 노래이지요.

 

그나저나 세상의 모든 것을 덮는 눈처럼

지난 아픈 기억들을 지워버리는 지우개가 있으면 좋겠네요. ㅎ

 

그래서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추억만 남을 수 있게 말입니다.

한살 한살 더 먹어갈 수록 지난 아프고 아린 상처에 무뎌지고 희미해져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아픈 추억들이 불현듯 생채기가 되고 그 상처들을 간직할 자신이 점점 없어지네요.

 

노래를 흥얼거리며 내처사동으로 내려서는데 아주 연노란색으로 덮인 고로쇠나무 군락을 만났습니다.

초봄이면 운장산에서 고로쇠 축제도 열리는데 이제 봄도 가까이 오나보네요.

 

능선길을 빠져나오자 계곡이 나오는 것을 보니 내처사동 입구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마을로 들어서니 멋진 토종닭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도 보고

시골의 정취가 가득 느껴집니다.

 

그나저나 오늘이 섯달 그믐날이기에 반가운 사람을 만나러 많은 사람들이 먼길을 떠나고

또 보고픈 사람들을 만나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 되겠지요.

하여 이번 운장산 산길을 걸으면서 사람과의 만남을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늘 풀기 힘든 인생의 영원한 숙제와 같은 그 인연에 대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