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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전북 진안 운장산~구봉산 능선길 산행

by 마음풍경 2007. 3. 4.

 

진안 운장산(1125.9m)

 

산행코스 : 피암목재 ~ 활목재 ~ 서봉 ~ 운장산 ~ 동봉 ~ 각우목재 ~ 1087봉 ~ 복두봉

               ~ 구봉산(천황봉) ~ 칼크미재 ~ 천황암 ~ 양명재 ~ 윗양명 주차장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 약 15km, 8시간 30분)

 

 

 


운장산은 금강 남쪽으로 뻗은 지맥인 금남정맥의 최고봉이며

雲長이라는 이름은 조선 중기 성리학자이자 시인인 송익필의 字라고 합니다.

 

진안의 명소 운일암 반일암을 지나 9시20분경에 피암목재에 도착합니다.

 

새벽까지 비가 와서인지 아직은 구름과 안개에 가려있습니다.

 


 

운일암을 지날때 구름이 걷히는것 같아

빠른 걸음으로 서봉에 오르면 멋진 운해를 감상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다시 안개에 갇히니 운해 감상은 어려울것 같네요.

 

9시 30분경에 차분하게 함께한 산우들과 함께 산행을 시작합니다. 

 

봄비가 와서인지 모든게 촉촉하게 느껴집니다.

 

빗물을 머금은 나무가지에도 봄이 오는것 같습니다.

도시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가 쉽지 않은데

산에오면 그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있지요.

 

그래도 조금씩 구름이 멀어져 가네요.

 

활목재에 오르기전에 제법 가파른 암릉길도 지나고요.

 

뒤돌아보니 구름이 멋진 형상을 만들어 줍니다.

날도 맑아져 가네요.

 

물기를 담뿍 머금은 산길을 걷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질퍽거리는 길을 걷기란 조금은 힘이 더 들지요.

 

하늘로부터는 아침 햇살이 조금씩 비추이고요.

 

10시 30분경에 활목재를 지납니다.

왼편길은 내처사동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입니다.

 


이제부터 서봉 정상까지는 상당히 가파른 길입니다.

날이 포근해서인지 오랜만에 땀도 많이 흘립니다. 

이곳은 산죽이라 불리는 조릿대가 상당히 많이 퍼져있네요. 

 

고도가 높아지니 질퍽이는 땅뿐만 아니라 빙판길도 드문 드문 나타납니다.

 

아침햇살에 비추이는 산길의 느낌이 참 좋더군요.

 

이제 정상이 얼마 남지 않은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와서인지 지나온 길은 낯설었지만

이곳은 뚜렷하게 기억에 있네요.

 

11시경에 서봉 안부에 도착했습니다.

2.5km 거리를 1시간 30분에 올라왔습니다.

 

당초 날이 밝아지길래 서봉에서의 멋진 조망을 기대했지만

구름 안개에 가려 조망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운장상 서봉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지도상에는 1113m로 되어 있던데

이곳 정상석에는 1122m로 되어 있네요

 

여하튼 뜨거워진 몸을 시원한 바람에 식히고 다시 주봉을 향해 갑니다.

 

아직까지도 구름에 가려있고요.

 

조금 더 있으면 날이 갤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만 남기고

발길을 재촉합니다.

 

뒤돌아보니 구름속에 서봉 정상에는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각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안개속의 조각상을 보는 느낌이네요. ㅎㅎ

 

상여바위 옆으로 내려서는 길도 그리 만만치는 않지요.

 

그래도 이 운장산의 능선길은 참 아름답고 편하게 다가오는 산길입니다.

 

능선을 내려다보니 초록빛이 한눈에 들어오네요.

봄이 오고 있습니다.

 

운장산의 정상은 그리 멋진 모습이 아니지만

이 서봉이 정상이 아닐까할 정도로 멋진 봉우리이지요.

 

그래서인지 앞을 보며 걸어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네요.

 

 

 

오른편 발아래로 독자동 계곡이 내려다 보이고요.

 

옛 산성의 흔적도 보이네요.

 

11시 30분경에 운장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그사이에 구름도 멀어지고 하늘이 환하게 드러나서인지

서쪽으로는 서봉이

 

동쪽으로는 동봉이 시원하게 다가옵니다.

 

이제 동봉을 향해 내려서는데 빙판길이 나오네요.

 

밧줄을 잡고 내려서서 뒤돌아보니 저 바위길을 우회해서 내려선거네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동봉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정상에서 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참 아름다운 곡선을 지닌 길이고요.

문득 곱디 고운 지난 늦가을의 무등산 백마능선이 생각납니다.

 

나무가지가 바위뒤로 휘어져 있네요. ㅎㅎ

햇살이 부끄러워서일까요.

 

11시 50분경에 운장산 동봉에 도착합니다.

지도상으로는 1113.3m로 되어 있는데

이곳 정상석에는 1127m로 되어 있더군요.

어느것이 맞는지???

 

동봉에서 바라보니 앞으로 가야할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오른편으로 쇠막골이라 불리는 계곡이 참 예쁘네요.

 

동봉을  내려서서 내처사동으로 빠지는 삼거리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각우목재로 내려서는데 만만치 않는 빙판길이 나오네요

 

산길 옆으로는 얼음이 금방이라도 떨어질듯이 보이고요.

 

조심스럽게 내려서고 나니 다시 주변 아름다운 풍경이 보입니다.

 

각우목재로 내려서는 길은 한참이나 되네요.

한참을 내려섰다가 다시 저 봉우리를 오를 생각을 하니.. ㅎㅎㅎ

 

저에게 날개가 있다면 저 계곡길로 날고픈 충동을 느낍니다.

 

각우목재를 내려서는데 고로쇠나무도 보게됩니다.

 1시 10분경에 각우목재 임도길에 도착합니다.

이 임도길로 내려서면 내처사동이 바로 나오고요.

 

그나저나 해발 600미터까지 내려왔는데 다시 1000미터까지 오를 생각을 하니

몸이 조금씩 무거워짐을 느끼게 되네요.

 

그래도 가야지요.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저멀리 동봉이 잘가라고 하는것 같습니다.

임도길의 곡선미가 재미있게 보이네요

 

내 키보다 더 큰 산죽을 헤치고 오르니 파란 하늘이 나옵니다.

 

주변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고요.

 

왼편으로는 복두봉이 오른편으로는 구봉산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1087봉에 거의 다달은것 같습니다.

 

푸석이는 마른 억새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지네요.

 

1057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불어오는 바람처럼 참 시원했습니다.

 

 

하늘의 하얀 구름도 또한 좋고요.

 


 2시경에 다시 저멀리 보이는 복두봉으로 향해 출발합니다.

 

파란 하늘이

그리고 하얀 구름이 한폭의 풍경화를 선사합니다.

 

 

그 하늘이 너무 좋아서 자꾸만 발을 헛딛고요.

복두봉가는 길도 너무나 편하고 좋아

구름을 걷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걷기 편한 길을 걷다보니 2시 30분경에 2번째 임도길을 만나게 됩니다.

벌써 산행한지 5시간이 되어 가네요.

오른편 임도길로 가면 운장산 자연휴양림으로 갑니다.

 

운장산 정상에서 5.6km를 왔으니 대략 8km를 왔습니다.

절반을 넘게 왔지요. ㅎㅎ

 


복두봉은 이제 0.6km 정도 남았고 구봉산까지는 3.3km가 남았네요.

 

조금씩 힘이 들긴하나 파란 하늘은 피로회복제와 같네요. ㅎㅎ

 

다시 힘든 오르막을 오르니 2시 50분경에 복두봉에 도착하게 됩니다.

 

복두봉은 벼슬아치두건봉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정상 뒤로 구봉산 정상과 구봉이 가깝게 다가오네요.

 

구봉너머 용담호도 아스라히 보이고요.

 

 

운장산맥이라 불리는 이 능선길에서도 복두봉 정상은

암릉으로 솟아있는 모습이 특이하지요.

 

구봉산을 향해가는데 군데 군데 재미난 모양의 바위도 만나고요.

 977봉 직전에 왼편으로 내려섭니다.

 

오늘은 오르막 내리막이 제법 심한 산길이어서인지

제법 만만치않은 산행길이죠.

 

나무는 죽어서도 다른 생명체에 보금자리를 만들어주지요.

 

마치 만화에 나오는 모습의 나무네요. ㅎㅎ

 

이제 구봉산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또 가파른 오르막길입니다.

정말 오늘은 3개의 별개의 산을 오르는 느낌이지요.

 

4시경에 구봉산 천왕봉에 도착합니다.

지난 11월인가 오고 다시 오게되네요.

 

이곳에서 바라보는 용담호 풍경은 여전히 멋지고요.

 

 

발아래로 펼쳐지는 구봉 암릉의 굴곡도 여전히 매력적이고요.

 

이제 마지막? 하산길만 남았습니다.

 

구봉의 곡선미는 언제 보아도 참 멋지지요.

조물주가 장난감으로 만든건지요. ㅋㅋㅋ

 

가파른 길을 따라 한참을 내러서니

마지막 하산길의 고비를 만나게 됩니다.

평소에도 쉽게 갈 수 없는 길인데

비가와서 더욱 미끄러운것 같습니다.

 

이곳 능선에는 샘터가 없어 목이 말랐는데 바위에서 떨어지는 약수물도 먹고요.

참 물맛이 시원하고 맛나더군요.

 

몇번 엉덩방아를 �고 5시경에 칼크미재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스틱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그래도 카메라를 포기할 수는 없지요.

 


구봉 방향으로 갈까하다가 그 길은 자주 가본 길이기에

오늘은 가보지 않은 천황암 계곡길로 가보고 싶네요.

 

역시나 멋지더군요. 구봉에서는 구봉의 모습을 볼 수 없는데

이곳에서는 그 구봉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가 있고요.

 

5시 30분경에 천황암에 도착합니다.

 


 

비록 초라한 암자였지만 구봉을 병풍처럼 끼고 있는 주변 풍경이 참 멋진 곳입니다.

또한 한적함이 고요함이 더욱 좋고요.

 

오늘 이 코스로의 선택이 정말 좋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네요.

 

전날 내린 비때문인지 계곡 수량도 참 풍부합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계곡이지만 호젓한 분위기는 일품입니다. 

 

더운 여름에 조용히 다시 찾고픈 곳이고요.

 

 

물론 여름에 치열한 산행 후 알탕을 해도 참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계곡길을 벗어나니 양명제가 나오네요.

 

호수에 비친 풍경이 오늘 산행의 또다른 보너스네요.

 

 

오늘 산행은 너무나 많은 선물을 한아름 받는 그런 기분입니다.

정말 좋습니다. ㅎㅎ

 

저수지를 내려서니 윗양명 마을이 보입니다.

이제 길고 길었던 오늘 산행도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나 봅니다.

 

구봉의 멋진 조형미도 다시 느껴보고요.

항상 산행의 끝에서는 걸어온 그 산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요.

 


사는것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보면 항상 아쉬움만 남으니요.

 

길고 오랜 산행을 해서인지 머리속이 텅빈것 같은 느낌이 좋습니다.

비록 도시로 돌아가면 이런 저런 생각으로 가득 차겠지만

잠시나마 이 비어있음이 행복합니다.

 

마을 입구에서 마지막 시원한 물줄기를 만나고요.

 

6시경에 주차장에 도착해서 오늘 긴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구봉의 모습도 이제 조금씩 어둠으로 물들어 갑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장산에서 구봉산까지의 길고긴 당일 산행길이었습니다.

 


산행할 때는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이렇게 뒤돌아 보면 다시금 행복감이 느껴지는 것이 바로 산행의 묘미이겠지요.

 


사람은 삶의 준말입니다.

사람의 분자와 분모를 약분하면 삶이 된다고 합니다.

우리의 삶은 사람과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가장 아픈 상처도 사람이 남기고 가며

가장 큰 기쁨도 사람으로부터 온다고 합니다.

 


오늘 산행을 하며 산우들과 나눈 대화속에

문득 신영복님의 글이 생각나더군요.

여하튼 산행은 제 자신이 살아있음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