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들,강변,해안

지리산 천왕봉 산길 - 마야 계곡을 따라걷는 봄맞이 길

by 마음풍경 2007. 2. 26.

 

지리산 천왕봉 마야계곡길

 

 

중산리 ~ 순두류 ~ 로타리산장 ~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약 15km, 7시간 30분)

 

 

항상 가고 또 가도 그립기만 한 산이 지리산입니다.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넉넉함도 포근함도 함께 가지고 있는 산이지요.

 

 

대전에서 새벽밥을 먹고 차를 몰고 9시경에 중산리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올해부터는 매표소가 아니라 시집이 있는 시인의 마을로 변경되었지요.

입장료가 아까운것이 아니라 돈을 지불하며 들어가는 산이 아니어서인지

산을 들어가는 경건함은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 중산리는 3개의 빨치산 아지트가 있었다고 합니다.

순두류 아지트, 법계사 아지트, 그리고 칼바위 아지트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이지요

 

중산리 계곡에 세차게 흐르는 물은 없지만

무언가 봄이 올것 같은 설레임이 있더군요.

 

보통 이곳에서 왼편 칼바위 방향으로 가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사람들이 잘가지 않는 순두류 방향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아침 햇살이 아직은 저 깊은 숲 너머에 있네요.

 

과거 지리산이 두류산이었답니다.

그중에서 이곳이 가장 산세가 순해서 순두류라는 명칭이 붙여졌고요.

조금은 지루하지만 편안한 길을 걸어갑니다.

 

잠에서 깨어난 산의 모습에서 오늘 산행의 설레임이 느껴지네요.

 

9시 50분경에 3km을 걸어서 경남 자연학습원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 소방 항공 대원의 위령비가 있네요.

 

자연학습원 입구에서 좌측편으로 이제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입니다.

 

오르다 보니 화장실도 있네요.   

한적한 산죽길도 지나고요.

사람이 많은 멋진 길보다 이처럼 소박하지만 조용한 길이 참 좋습니다.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에...

 

첫번째 출렁다리를 만납니다.

머리위로 써리봉 능선이 나옵니다.

 

조금 오르다 우측으로 잠시 벗어나니 10시경에 순두류 아지트가 나옵니다.

 

이 높고 깊숙한 곳에 사람이 기거할만한 멋진 장소가 나오네요.

길에서는 이런 장소가 보이지 않은데..

여름이면 물에 발도 담그면서 낮잠도 자면 참 좋은곳인것 같습니다.

 

벌써 지리산에는 고로쇠 수액이 나온다고 합니다.

물론 이곳은 국립공원지역이라 채취가 금지되어 있고요.

요즘은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그런 단어가 되었지요.

 

조금씩 고도를 높히니 천왕봉 정상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기존 육산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그런 느낌이 들지요.

 

 

하지만 로타리로 가는 길 곳곳은 아직 겨울입니다.

제법 힘든 빙판길이 이어지니요.

 

그래도 이제 법계사가 1km도 남지 않았습니다.

순두류길이 칼바위로 오르는 길보다 약 2.4km를 더 걷지만 길은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하나가 쉬우면 다른 것은 어렵지요.

세상 이치가 다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모든게 결국은 0으로 돌아가는 세상...

 

마야 계곡 줄기에는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시간이네요.

 

아들놈이 고드름이 먹고 싶었나 봅니다.

하긴 어릴적 겨울에 자주 먹던 간식?이었지요.

 

조금 가파른 길을 오르니 11시경에 로타리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후 이제 힘든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힘든 길인 만큼 자연이 주는 선물도 있지요.

 

산 너머 또 산... 그 아스라한 능선들..

 

고등학생이 되기전 마지막 산행을 지리산에서 보내게 됩니다.

 

광양의 백운산도 그 모습을 멋지게 보이네요..

 

제석봉쪽 풍경도 좋고

  

날이 좋아서인지 그 조망의 깊이도 또한 깊게 다가오네요.

 

구름 한점 없는 그 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시려옵니다.

 

발걸음은 앞을 향하고 있지만

눈은 자꾸만 뒤를 쳐다보고 있고요.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이 하늘 색감...

 

지리산은 크게 두드리지 않으면 대답이 없는 산이라고 하던데

오늘만은 조용히 그리고 가슴 가득하게 다가오는 산입니다.

 

개선문에 도착합니다. 이제 정상도 그리 멀지 않지요.

 

 

써리봉 능선너머 펼쳐지는 풍경도 참 아름답네요.

 

물론 눈을 올리면 오늘 가야할 정상이 바로 가파르게 보입니다.

 

참 아름다운 우리나라 산하의 풍경입니다.

 

헉! 등산객 한분이 맨발로 지리산을 오르고 계시네요..

저도 나중에 맨발로 한번 걸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정상에 가까이 갈 수록 하늘은 더더욱 깊어집니다.

 

저멀리 반야봉이 넉넉하게 다가오고요.

 

굽이 굽이 흐르는 것은 강물만이 아닌것 같습니다.

산들로 이렇게 보니 이리 저리 흐르고 또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천왕샘에 도착해서 시원하게 목도 축이고요.

남강의 발원지라고 합니다.

흘러내린 물은 덕천강을 따라 경호강을 만나 남강을 이루고 다시 낙동강으로 흘러가네요.

 

이제 마지막 가파른 길을 오르니 정상이 지척에 다가옵니다. 

 

뒤돌아 본 풍경은 여전히 멋지고요.

 

12시 30분경에 천왕봉 정상에 도착합니다.

 

아들놈은 약 1년반만에 이곳을 다시 오게되네요.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아 ~~ 저 능선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속에서 무언가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옵니다.

촛대봉도 반야봉도 그리고 그 뒤로 뾰족한 노고단도...

 

영주도 이제 이런 산에서의 감동을 충분히 느끼고 스스로 즐길 줄 아나봅니다.

 

 

백무동 쪽도 참 평안한 풍경으로 다가오네요.

 

여하튼 날이 참 좋아서 정상 바로 아래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비싸고 화려한 음식이 부럽지 않은 천상에서의 식사를 한 기분입니다. 

이런 멋진 그림을 보면서 말이죠.

 

이제 식사도 마치고 1시 30분경에 제석봉을 향합니다.

 

통천문도 지나고요. 그늘진 곳이 단단한 빙판길이라 쉽게 지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아직은 완고하게 겨울임을 고집하는 산길이고요. ㅎㅎ

 

가는 겨울의 아쉬움을 달래듯 눈길을 걷습니다. 

하늘에는 멋진 구름 한점.. 떠있습니다.

 

개인의 조그만 소망을 담은 돌탑도 귀엽고요.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같은 자연의 선물이지요..

 

뒤돌아보니 벌써 천왕봉이 저만치 멀어져있네요.

 

2시경에 제석봉에 도착합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보는 그 느낌은 조금은 색다르더군요.

 

아들놈도 이제 찍사까지 겸합니다.

부전자전이겠지요 ㅋㅋㅋ

 

인간에 의해 파괴된 이곳이지만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하며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황량함에서 오는 그 쓸쓸함은 어찌할 수 없더군요.

 

멀리 반야봉을 동경하듯이 서 있는 나무 풍경을 보면서

가슴 깊이 베여오는 그리움..

삶의 또 다른 이름은 그리움..

때론 지독하게 또 때론 저리게 다가오는 그리움.

그 막막함...

 

멋진 풍경을 아쉽게 뒤로하고 2시 20분경에 장터목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에서는 구름이 없었는데

이제 제법 하늘에 구름이 많아졌네요.

구름 한점 없는 막막함 보다는

드문 드문 빈 공간에 하얀 구름으로 채우는 것이 왠지 더 편해지네요.

 

물론 하늘은 여전히 깊고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봄이 오는 소리를 함께 듣습니다.

 

저 하늘의 색감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저 쳐다보기만 할뿐이죠..

 

이 아름다운 지리산 천왕봉 능선을...

 

 

제법 내려왔나 했는데 이제 유암폭포에 도착하네요.

아직 중산리까지는 3.7km나 남았습니다. 휴~~

이상하게 지리산은 오를 때보다도 내려서는 길이 개인적으로는

참 힘듭니다. ㅎㅎ

 

홈바위 다리도 지나고요.

 

중산리 계곡의 너덜 바위 풍경도 장관입니다.

해발 1000미터가 넘는곳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게 홈바위인지???? ㅎㅎ

 

재미난 색깔의 버섯도 만납니다. 색상이 참 곱더군요.

 

ㅎㅎ 구멍 나무인가요..

재미난 나무도 만나고요..

 

계곡에 고여있는 물은 하늘 빛보다도 더 진하더군요.

 

 4시경에 천왕봉에서 바로내려서는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칼바위도 지나고요.

이제 중산리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ㅎㅎ 잠시 계곡물에 발을 담가보는데

헉~~ 너무나 차가워서 오래 있을 수가 없습니다. ㅎㅎㅎ 

4시 30분경에 중산리 입구에 도착합니다. 아침에 출발한 원점으로

다시 되돌아 왔습니다.

 

영주는 고등학교 가기전에 우리나라 4대 산을 복습하듯 다녀왔네요.

지난 가을 설악산과 겨울에 한라산과 덕유산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리산까지...

 

이제 3년이라는 힘든 고등학교 생활이 다가오지만

산에서 주는 이 넉넉함처럼

그렇게 보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너무 급하게 가지않고 산처럼 때론 강물처럼

휘돌아 가는 자신이 스스로 만드는 삶이 되길..

 

 지리산에도 이제 봄 기운이 물씬합니다.

 올해는 유난히도 겨울이 짧게만 느껴지고요.

하여 아쉽지만 그 겨울 떠나보내야 할것 같습니다.

 

어차피 겨울은 오고 또 올것이기에.

봄 또한 그처럼 가고 오기에..

 

세월을 원망하지 말게

봄은 다시 오고

또 봄은 다시 온다네

시간은 공평하다네

훗날 주름진 모습이

우리의 삶을 말해주지

 

어느 분의 글귀가 잠시 생각납니다.

산다는 것은 오고 가고, 보내고 안고를 반복하는 것이기에

이상 지리산 봄맞이 산행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