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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울진 불영사 사색길 - 연못에 비치는 부처 그림자 찾기

by 마음풍경 2013. 7. 11.

  

울진 불영사 사색길

 

 

울진군 서면 하원리

 

 

경북 울진의 불영사(佛影寺)는 조계종 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로

신라 진덕여왕 때 의산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천축산과 불영계곡에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빼어난 주변 자연 경관을 보여주며

입구에서 대웅보전까지 이어지는 숲길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색하기에 무척이나 좋은 길입니다.

특히 절 이름처럼 절 앞마당의 연못에 비추이는 부처 형상의 바위 그림자를 찾아보는 길이기도 합니다.

 

 

금강송 군락지과 멀지 않은 곳에 불영계곡과 불영사가 있습니다.

하여 가벼운 발걸음으로 잠시 불영사를 찾기로 합니다.

 불영사를 감싸고 있는 산이 천축산이기에 일주문에는 "천축산 불영사"라고 적혀있네요.

과거에는 불영사를 끼고 천축산 산행 코스가 있었는데 지금도 개방이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입장료를 내고 일주문을 지나자 정갈한 느낌의 흙길이 이어집니다.

 

불영사는 불영계곡의 서쪽에 있기에 절로 가기위해서는 다리를 건너서 가야합니다.

 

명승 6호인 불영계곡은 장장 15km에 이르는 깊은 계곡으로

기암괴석과 수직 절벽, 그리고 맑은 물과 푸른 숲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곳입니다.

 

특히 가을 단풍이 물들면 환상적인 경치를 보여주지요.

 

또한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릴 정도로 계곡이 깊고 웅장합니다.

 

멋진 소나무가 반겨주고 멋진 계곡이 길을 따라 이어지는 정말 환상적인 길이네요.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지니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지고 머리가 가벼워지는 시간입니다.

 

주변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 숲에서 퍼져오는 솔향기는 어찌나 감미롭던지요.

 

그런 아름다운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사찰 지붕이 보이는 경내에 도착하게 됩니다.

 

본당 앞마당에 이처럼 아름답고 너른 연못이 있는 사찰을 보기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특히 서편 능선에 자리한 바위에서 연못으로 비추이는 바위 그림자가 마치 부처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당초 절의 이름인 천축사에서 불영사로 바뀌게 되었다고 하는데

연못에 살랑거리는 그림자를 바라보니 정말 부처 바위의 모습이 보입니다.

 

지금은 여름이라 바위가 나무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겨울에 오면 더욱 뚜렷하게 보일것 같습니다.

영화 '가을로'에서도 이곳의 유례에 대해 촬영하는 장면과 유지태가 불영사 입구 식당에서 밥을 먹는 장면 등이 나오지요.

 

여기는 아직도 수달이 살만큼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야.

높은데서 부는 바람은 냄새가 다른 것 같아.

올해는 여름이 빨리 오려나 봐. 냄새 속에서 습기가 느껴지지.

 

 

연못에서 부처 그림자를 만나고 나서 약수물로 목을 축이고 발걸음을 안마당으로 옮기자 보물 1201호인 대웅보전이 나옵니다.

유명 사찰에 비해 큰 규모는 아니지만 불영사 전체 느낌처럼 정갈한 모습이네요.

 

이곳에서 특이한 점은 대웅보전 계단 옆 좌우로 거북이 형상의 조각상이 있는데 화마를 막기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웅보전 내부에는 보물 1272호인 영산회상도가 있는데 보물속에 또 보물이 들어있는 셈이네요.

조선 영조때 그려진 이 그림은 격조있는 양식과 양호한 보존상태로 인해 18세기 초 조선불화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라고 합니다. 

 

이곳 불영사에는 모두 3개의 보물이 있는데 그 마지막은 보물 730호인 응진전입니다.

단아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모습에서 보물로써의 가치를 느낄 수 있네요.

 

불영사는 비구니 사찰이라 그런지 몰라도 경내가 참 단정하고 정갈합니다.

 

어느 곳으로 시선을 하더라도 흐트러짐이나 어지러움이 없는 포근한 느낌이고요.

 

주변 풍경도 사찰을 닮아서인지 소박하면서도 참 곱습니다.

저는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곱다는 말이 참 정겹고 좋습니다.

아름답다는 말이 왠지 외향을 표현하는 말이라면 곱다는 말은 내면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 같아서 인것 같네요.

 

불영사 경내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천축산 자락의 북바위 모습도 한폭의 고운 풍경화처럼 다가옵니다.

 

경내 구경을 하고 돌아나오는 길에 재미난 소나무를 만났는데

얼굴 모습이 2중으로 되어있는 마치 피카소 풍의 그림처럼 보이네요. ㅎ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기에 이 모습도 딱 그리 정할 수는 없겠지만 저의 눈에는 그리 보입니다.

 

혼자 있는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이라면,

홀로 있다는 것은 나 자신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입니다.

혼자 있다는 것이 외로움과 관계가 있다면

홀로 있다는 것은 고독과 관계가 있습니다.

외로움이 상대적이고 사회적인 것이라면

고독은 절대적이고 존재적인 것입니다.

혼자 있을 때는 외롭지만 홀로 있을 때는 외롭지 않습니다.

 

                                                            <정호승 산문집 -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중에서 >

 

 

개인적으로 자연과 가까이 하면서부터 무겁고 답답한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려 점차 자연으로 향하게됩니다.

그리고 등뒤로 시간의 벽돌을 하나씩 하나씩 쌓고 있고요.

어쩌면 나중에 세상과의 소통은 이곳 블로그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곤하지만

혼자가 아닌 홀로있는 시간이 늘어나기에 두려움이나 걱정은 없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동일한 길을 걷고 같은 생각을 하며 살 필요는 없겠지요. ㅎ

그나저나 왕복 약 3km 거리에 한시간 남짓한 산책이었지만 마음이 참 평온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단풍 우거진 가을에 이곳을 다시 찾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