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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공주 마곡사 솔바람길 - 늦은봄 백범명상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3. 6. 1.

 

공주 마곡사 솔바람길

(백범 명상길 1코스)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567

 

마곡사 주차장 ~ 일주문 ~ 마곡사

(백범명상길 1코스: 대웅보전 ~ 삭발바위 ~ 영은교 ~

군왕대 ~ 극락교, 3km) ~ 일주문 ~ 주차장

(약 5km, 2시간 소요)

 

 

공주 마곡사 솔바람길은 천년 고찰인 마곡사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태화산을 연계하는 걷기 길로

최근에는 3개 코스의 백범 명상길로 재탄생하였으며

그중 1코스는 마곡사 사찰의 앞산을 도는

약 3km의 가장 짧은 코스로 가벼운 마음으로

명상을 하며 걸을 수 있는 산책길입니다.

 

 

2009년 가을에 마곡사의 단풍 구경을 하고

참 오랜만에 다시 마곡사를 찾습니다.

(공주 태화산 능선길 - 가을 정취 가득한 마곡사를 찾아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77)

늘 느끼는 거지만 과거에 왔던 익숙한 곳을

다시 찾아 오면 그 사이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감을

새삼 깨닫게 되네요.

 

일주문을 지나 매표소에 도착하니 과거에는 없던

걷기 길 안내도가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냥 태화산 등산로 안내도만 있었는데

이곳도 길 걷기의 열풍(?)을 피할 수 는 없나 보네요. ㅎ

오늘은 가볍게 삭발바위와 군왕대를 거치는 1코스를 걷기로 합니다.

 

다른 사찰도 비슷하지만 마곡사도

경내로 들어가는 길이 참 편하고 아늑합니다.

이제 봄도 그 끝자락에 있기에 연두색은 아니지만

짙어만 가는 잎의 푸르름이 마음을 참 시원하게 해주네요.

 

특히 마곡사 가는 길이 좋은 것은 일주문을 지나

법당으로 들어가는 길 옆으로 바로

시원한 계곡물이 흘러가는 것이지요.

잠시 눈을 감고 푸른 그늘과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시간은 나 자신을 새롭게 느껴보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공주 마곡사(http://www.magoksa.or.kr/)는

640년 신라 고승인 지장 율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며

계종의 제6교구 본사로 유명한 계룡산의 갑사, 동학사,

신원사가 모두 마곡사의 말사이지요.

또한 마곡사는 산과 땅의 형세가 산태극수태극(山太極水太極)이어서

난세에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하나이자,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 불릴 만큼

주변 경치가 아늑하면서도 빼어난 곳입니다.

 

아늑한 숲길을 따라 걸으니 먼저 해탈문을 지납니다.

해탈문은 마곡사의 정문에 해당하며 이 문을 지나면

속세를 벗어나 부처의 세계로 들어가는 해탈을 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해탈문을 지나자 바로 이번에는 천왕문을 만났습니다.

마곡사가 다른 사찰에 비해 특이한 점은 보통은 해탈문 다음에

천왕문이 있다고 하는데 이곳은 해탈문이 먼저 있는 것입니다.

 

천왕문을 지니고 극락교 다리를 건너

본당 앞 마당으로 들어섭니다.

마곡사에는 모두 4개의 보물이 있는데 이곳 본당 앞마당 건너편으로

3개의 보물이 층층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일 앞은 처음에는 13층 탑이었지만 임진왜란때 무너져 5층탑으로 다시 세운

일명 다보탑 또는 금탑으로 불리는 보물 799호의 오층 석탑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건물인 대광보전은 보물 802호이며

제일 뒤에 자리한 대웅보전은 보물 801호입니다.

또한 이곳에 없는 또 하나의 보물은 근처에 자리한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보물 800호 영산전이네요.

 

2층으로 되어있는 대웅보전을 보고 있으니 과거에 다녀왔던

부여 만수산 무량사의 본당인 미륵전이 생각이 납니다.

(부여 만수산 무량사 매월당 길 - 김시습의 마지막 거처를 찾아서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65)

규모는 조금 다르지만 마곡사 대웅보전과

무량사 미륵전의 건축 모습은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매월당 김시습의 머물렀던 무량사처럼

마곡사 또한 매월당이 기거했던 기록이 있다고 하는데

매월당은 이런 건물을 좋아했나 보네요.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 이처럼 가깝게 나란히

자리한 모습도 마곡사의 독특한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

 

이제 본격적인 백범 명상길을 걷기위해

대웅보전 옆 계곡쪽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늦은 봄의 향긋한 향기가 풍기는

그늘 숲길을 따라 계곡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길 주변에는 온통 수백년된 소나무가

울창하게 자리하고 있어서 기분이 한층 상쾌해집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가 시해된 해인 1896년에

일본군 중좌를 죽이고 사형수로 복역중

교도소를 탈출하여 마곡사에서 은신하다가

이곳 냇가에서 상투를 삭발하고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출가를 하셨다고 합니다.

하여 백범 선생이 출가후 명상을 하며 걷던 길이라하여

백범 명상길로 명명한것 같습니다.

 

삭발바위에서 마곡천을 잇는 다리인 백범교를 건너가는데

지금의 녹음 우거진 풍경도 좋지만

계곡물에 비친 단풍이 물든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울 것 같네요.

 

백범교를 지나고 영은교 옆을 스쳐 군왕대 방향으로 길을 걷습니다.

 

영은교 주변에는 템블스테이 신축 건물 관련 공사로 어수선하지만

 그곳을 벗어나니 다시 계곡을 따라 호젓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자연을 벗삼아 두발로 길을 걷는 일은 참 단순한 행위 같지만

온 우주를 내 품에 안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무리 하찮게 보이는 꽃이라 할지라도 자세히 바라보면

그 속에 우주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지요.

 

계곡에서 산길을 올라서니 입구에

김구 선생의 말이 써져있는 쉼터가 나옵니다.

 

최근 뉴라이트에서 만든 국사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는데

그 책에는 백범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서술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하지만 국사라는 것은 우리 민족과 국가의 관점에서 봐야하기에

나라를 불법적으로 빼앗은 일본에 대항하는 자기저항을

독립투사로 인식해야지 행위만을 보고 테레리스트로 단정한다는 것은

마치 달을 보지않고 손가락만을 보는 아전인수적인 잘못된 모습이지요.

 

군왕대로 오르는 길 주변에 매발톱 꽃들이 무수하게 피어있더군요.

다만 모두 고개를 땅으로 숙이고 있어서

그 고운 자태를 카메라에 제대로 담지는 못했습니다.

 

 삭발바위에서 1.2km왔으니 마곡사부터

따지면 전체 3km 중 절반은 온것 같습니다.

 

군데 군데 쉴 수 있는 의자도 설치가 되어있고

그옆으로는 졸졸 흐르는 개울도 만나게 됩니다.

둥근 나무 의자위에 사람들의 작은 소망도 켜켜이 담겨있고요.

 

보통 꽃들은 태양이 떠있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있는데

하나같이 땅만을 바라보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때죽나무 꽃들도 만납니다.

어쩌면 하늘보다는 땅에 꽃들의

그리움이 담겨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정상 고개를 넘어서니 이번에는

솔향이 가득한 소나무 숲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풍경이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이 들어 생각해보니

서천 희리산 자연휴양림에서 만났던

해송 숲길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서천 희리산 자연휴양림- 향기로운 해송 바람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79)

 

개인적으로는 편백숲을 가장 좋아하지만

그래도 수천년 동안 우리나라 고유의 멋과 향기를 담고 있는

소나무 숲의 매력 또한 그에 못지 않습니다.

 

매력적인 소나무 숲길을 이어걷다보니

어느새 군왕대에 도착했습니다.

 

이곳 땅의 기운이 너무 강하고 왕이 나올

지세라해서 군왕대라고 부른답니다.

그래서인지 군왕대에 서있으니

지금은 나무가 커서 가려있지만

이곳을 중심으로 주변 산들이 마치 신하의 모습으로

둘러싸고 있는 형국처럼 느껴지네요.

 

이제 군왕대를 내려서서

백범명상길의 마지막인 영산전으로 갑니다.

 

깊은 숲 사이로 비추이는 햇살과 함께 참 포근하고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숲길이 계속 이어지네요.

 

영산전 입구를 지나 다시  

극락교 다리 입구에 도착합니다.

 

마곡사의 사찰 담벽 모습처럼 오늘 걸었던 길도

참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이었습니다.

 

비록 김구 선생의 의거가 나라의 울분과

독립을 위한 행동이었겠지만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 했던 행위에 대해서는 

마음이 무척이나 무거웠을것 같습니다.

 

하여 백범 선생이 이곳 마곡사에

머물면서 사색과 명상을 하며

분노보다는 사랑을 배우고, 거짓을 이기는 힘은

바로 진실이라는 것들을 깨닫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거짓을 물리치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일이고

궁극적으로는 인류를 사랑하는 숭고한 행위라는 것을...

 

마곡사는 매월당과 백범의 흔적이 머물러 있는 곳이자

포근하고 아늑한 솔숲 길이 한없이

이어져 있는 보물같은 곳입니다.

또한 정처없는 바람과 무심한 구름마저도

가슴에 와닿는 의미를 만들어 주는 곳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