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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강릉 바우길 - 선자령 풍차길과 대관령옛길을 이어걷다.

by 마음풍경 2013. 6. 16.

 

강릉 바우길 1코스, 2코스

(선자령 풍차길, 대관령 옛길)

 

구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상행휴게소 - 양떼목장 옆길 - 풍해조림지 - 샘터 - 선자령 - 전망대 -

국사성황당 갈림길- 대관령옛길 - 반정 - 옛길주막 - 하제민원 - 계곡 징검다리 - 대관령 박물관

(약 18km,  6시간 소요)

 

바우길은 강릉지역의 백두대간과 산, 바다 그리고 마을을 따라 걷는

자연적이며 인간친화적인 걷기 길로

강릉바우길, 대관령바우길, 울트라바우길, 계곡바우길 등

총 연장 350km, 18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1코스인 선자령 풍차길은 백두대간 능선 및 풍차 조망이 좋고 높은 고도에 위치하여

여름에도 공기가 시원하며 겨울에 가는 선자령 길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숲과 계곡이 숨어있는 구간입니다.

2코스인 대관령 옛길은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넘던 길이며

송강 정철이 이길을 걸어 관동별곡을 썼던 옛길로

선자령 능선에서 한적한 숲길과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아주 편한 길입니다.

 

 

2010년 7월에 바우길을 걷기위해 왔었고 만 3년만에 다시 산악회 분들과 함께 산행을 주관하기 위해서 이 길을 찾아 왔습니다.

그때는 1박 2일 동안 바우길 1, 2, 3 구간을 걸었었는데 오늘은 당일로 1, 2 구간만을 걷게 되며

또한 3년전에는 없었던 하제민원에서 대관령박물관으로 가는 약 1.3km의 계곡 징검 다리길을 새롭게 걸을 것 같네요.

(바우길 1구간 : 선자령 풍차길] 운해 가득한 선자령 길을 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17)

([바우길 2구간 : 대관령 옛길] 시원한 계곡이 있는 옛길 그리고 마을 옛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18)

 

어느 곳을 가도 항상 느끼는 거지만 세월은 흘러가도 자연의 변함 없는 모습에 마음이 편해집니다.

우리네 바쁜 삶은 늘 변화하기를 강요하는데 자연은 늘 여유롭고 넉넉하니까요.

 

그나저나 3년전에 이길을 처음 찾아왔을 때는 설레임과 호기심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 드는 시간이었는데

두번째 찾게되는 오늘은 옛 기억을 더듬어 가며 잠시 추억속에 빠져보기도 하는 시간이 됩니다.

 

기분 좋은 숲길을 빠져나가니 양떼 목장이 나오는데 그사이 담장이 무척이나 높아졌습니다.

담장의 높이는 욕심만큼 높아진다고 하는데 낮은 담장이라고 해도 바우길을 걷기위해 이곳 담장을 넘어갈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멀리서나마 카메라에 양떼 목장의 풍경을 담을 수도 없으니 조금은 아쉽고 서글프네요.

 

대관령에서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길은 야생화의 천국이기도 합니다.

하여 길을 걷는 내내 곳곳에 다소곳이 피어있는 예쁜 꽃들을 자주 만나네요.

 

향긋한 풀과 나무의 향기를 맡으며 걷다보니 길과 내가 하나가 되는 기분입니다.

 

물속으로 풍덩 빠지는 기분처럼 숲의 공간속으로 내 자신이 저절로 스며드는 느낌이지요.

3년의 세월이 흘러서인지 숲의 울창함은 그 깊이를 더한 것 같습니다.

 

너무나 포근하고 편한 자연 속에서는 사람 또한 풍경으로 피어납니다.

어쩌면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행복한 공간이 아닐까 하네요.

 

3년전 이 길을 걸을 때도 참 행복했는데 다시 추억에 잠겨 걷는 이 순간도

저린 그리움 마냥 애틋함과 함께 편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새소리와 물소리 그리고 바람 소리만이 가득한 천상의 정원같은 느낌이 드는 숲에 잠시 마음을 기대봅니다.

숲이 얼마나 깊은 지 따가운 햇살마저도 그리워지고 감미롭게 느껴지는 곳이네요.

 

깊은 숲 그늘 길만을 걷다가 잠시 하늘이 트이면서 선자령의 명물인 거대한 바람개비도 보입니다.

 

물론 숲의 아늑함은 여전하지만 능선에 가까워서 인지 불어오는 바람은 더욱 시원하고요.

 

감히 한 걸음 한 걸음 걷기에도 너무나 아까운 흙길인데 이런 고운 길을 후다닥 걸을 수는 없겠지요.

등산도 사회의 모습을 닮아서인지 안타깝게도 빠르게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최고인양 하는 모습들을 자주 봅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빠진 동그라미가 되어서 길가의 풀잎과도 인사하고 어여쁜 나비와도 친구하며

여유롭고 한가로운 마음으로 길을 걷는 시간도 필요하겠지요.

 

이제 안개가 자욱한 임도길을 휘돌아 오르면 선자령 정상이 나오겠지요.

 

선자령에서 북쪽 곤신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조망이 무척이나 아름다운데

오늘는 구름 안개가 심술을 부리는지 자욱한 구름속에 가려있습니다.

 

선자령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참 곱고 아름다운 산철쭉 한송이를 만났습니다.

한 때는 흔하게 보는 꽃이지만 또 이렇게 뜻밖의 인연으로 만나니 그 기쁨은 배가 되네요.

 

사람들로 제법 붐비는 선자령 정상에 도착합니다.

 

ㅎㅎ 오늘은 선자령 정상비의 앞모습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겨울에는 사람들도 붐벼서 사람없는 모습을 담기가 무척이나 어렵지요.

 

선자령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이제 능선을 따라 되돌아 가야하는데 안개 자욱한 풍경만 가득하네요.

 

물론 시원한 조망이 필쳐지는 풍경도 좋지만

이처럼 아스라한 모습도 거대한 바람개비와 어우러져서 묘한 운치를 줍니다.

 

또한 푸른 초록과 어우러지는 안개의 모습은

흰눈만 가득 덮힌 겨울 선자령에서는 볼 수 없는 계절의 선물이기도 하고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안개속 길을 걷는데

문득 아리고 매콤한 기억을 가지고 있냐고 물었던 안도현 시인의 시 한구절이 생각이 납니다.

 

그대는 아리고 매콤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움'이라고 일컫기엔 너무나 크고,

'기다림'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넓은, 이 보고 싶음...

 

 

삶이란게 견딜 수 없는 것이면서 또한 견뎌내야 하는 거라지만,

이 끝없는 보고 싶음 앞에서는 삶도 무엇도 속수무책일 뿐이다.

보지 않고서는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하지만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는 건,

마음이 썩게 내버려 주는 일이나 다름없다.

그대를 찾아 나서야겠다고 마음을 먹어 봐라.

순간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랑이란 어쩌면 여러 인연의 굴레속에서 그리움과 기다림의 씨줄과 날줄로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무언가를 아직도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찾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기쁨이고 행복이고요.

3년전 여러차례 버스를 갈아타고 이 먼길을 찾아올 때도 그와같은 마음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마치 추억속에 잠긴 것 같은 구름 안개 자욱한 풍차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ㅎㅎ 물론 이곳도 구름에 가려 동해 바다쪽 조망은 보이지 않지요.

하지만 바람이..  바다로 부터 불어오는 그 바람이 너무나 시원했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안개 자욱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이순간은

기다림마저도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으로 불어오는 듯하네요.

 

전망대를 내려서서 길을 이어가는데 마치 우주발사대나 UFO와 같은 건물이 나타납니다.

이 건물은 무선표지소인데 나중에 찾아보니 비행기에게 하늘의 등대 역할을 하는거라 하더군요.

 

매력적인 숲길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정말 겨울 선자령에서는 상상하거나 만나볼 수 없는 그런 아늑한 숲길이지요.

 

조금전에 보았던 무선표지소 입구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포장길을 조금 걸어내려서니 바우길 2구간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등산로 안내를 보니 대관령 옛길을 걸어 내려가다가 주막터에서 남쪽 제왕산을 거쳐 대관령 휴게소로 원점 회귀하는 코스도 있는 것 같네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길도 한번 걸어봐야겠습니다.

 

이제 구불 구불이어지는 옛길을 따라 바우길 2구간을 걷는데 이처럼 참 좋은 길은 자주 걷는다 해도 전혀 지루하거나 싫증나지가 않지요.

3년전의 좋은 기억들을 떠올려 보며 다시 이 포근한 세상속으로 들어갑니다.

대관령의 옛이름인 대굴령의 느낌처럼 대굴대둘 구르며 가는 길이 아닌 오늘은 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가는 길이네요. ㅎ

 

강릉에서 대관령을 넘는 이 고개길이 아흔아홉구비라고 하는데 정말 구불 구불 이어갑니다.

강릉에 살던 율곡 선생이 과거를 보러 한양에 가는 길에 곶감 100개를 챙겨서 고개 굽이를 넘을 때마다 하나씩 먹었는데

대관령을 전부 넘고보니 딱 한개의 곶감이 남아서 대관령을 아흔아홉 굽이라고 한다네요.

여튼 세상의 길은 적선으로 이어져야만이 최고이지만 자연의 길은 이처럼 휘휘돌아가는 것이 미덕이고 자연의 이치가 아닐까 합니다.

 

너무나 포근해서 마치 양탄자 위를 나는 것 같은 기분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반정에 도착합니다.

반정은 강릉 구산에서 평창 횡계까지 이어지는 대관령 길중에서 딱 반이어서 그리 이름하였다고 하네요.

 

대관령 옛길은 반정을 중심으로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뉘는 기분이지요.

물론 옛 영동고속도로가 없었다면 과거에는 그냥 계속 이어지는 길이었을 것이고요.

이 길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100개의 길중에 하나입니다.

 

반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아늑하고 편안한 숲길을 구불구불 이어걷습니다.

 

내려서는 길에 길 옆으로 차소리가 들려 찾아보니 새로 생긴 영동 고속도로도 발아래로 나타나네요.

자연의 소리는 아무리 커도 귀에 거슬리지가 않는데 사람이 만들어낸 소리는 작게 들려도 참 듣기가 불편합니다. ㅎ

 

대관령 옛길을 내려설 수록 거대한 크기의 소나무들을 많이 만날 수가 있습니다.

 

바람에 실려오는 그 소나무들의 향기가 어찌나 진하고 좋든지 잠시 의자에 앉아 솔향에 흠뻑 빠져봅니다.

 

아주 상쾌한 솔향기가 가득하고 푹신한 낙엽 쌓인 길로 인해 저의 발걸음은 마냥 행복해집니다.

행복은 목적이 되는 순간 불행해진다고 하는데 오늘은 시간으로 미분을 해도 행복이 되고 적분을 해도 행복만 남네요.

 

최근에 제가 가장 자주 생각해보는 것이 '행복'이라는 단어입니다.

어찌 살면 행복할지, 그 행복을 키우고 지키기 위해서는 어찌 살아야 하는지...

하여 최근에 읽었던 책이 "꾸뻬씨의 행복 여행"으로 참 소중한 글들이 많이 담겨있어서 오늘도 몇 글자 옮겨봅니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자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겁니다.

 

 

그렇지요. 지금 대관령 옛길을 걸으며 자연과 하나되는 충만감을 느끼는 이 순간 순간이 행복이겠지요.

ㅎ 그래서인지 발걸음이 나는 듯 가벼워지고 어느새 옛주막터에 도착합니다.

 

마치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처럼 느껴지는 아늑한 숲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이 옛길은 단지 숲길만 있는 것은 아니고

선자령과 제왕산 자락에서 흘러나오는 물들이 멋진 계곡을 이루는 물길이기도 합니다.

 

대관령 옛길은 정말 산과 숲 그리고 나무와 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길입니다.

두번째 걷는 길인데도 새롭게 거듭 거듭 감탄이 나오네요.

 

시원하고 깨끗한 물과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어우러져서 정말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줍니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다보니 우주선 모양의 화장실이 있는 하제민원 마을에 도착합니다.

제민원이란 길손에게 숙박 등 편의 시설을 제공하던 곳으로 제민원이 있던 마을을 제뱅이라고 한다네요.

또한 제민원이 있던 위쪽을 상제민원, 아래쪽을 하제민원이라 불렀고요.

 

마을을 지나자 만나는 이정표에서 오늘은 오른편 계곡쪽 길을 택해갑니다.

삼년전에는 없던 길인데 최근 바우길 홈페이지를 보니 대관령 박물관으로 가는 계곡길을 새롭게 만들었더군요.

 

이제 돌 다리를 건너 새롭게 만들어진 길을 걸어봅니다.

바우길을 3코스까지 계속 이어가려면 대관령 박물관이 아니고 대관령 유스호스텔로 가야합니다.

 

계곡을 따라 숲길을 걷다가 다시 돌다리를 따라 계곡을 건너기도 합니다.

물론 계곡에 물이 많아 돌다리가 잠기면 이 길을 이용할 수가 없겠지요.

 

대관령을 옛날에는 원울이재로도 불리었다고 하는데 강릉으로 부임하던 원님들이 대관령을 넘으면서

먼 객지로 오는 것을 신세 한탄하면서 울지만

임기를 마친 후에는 강릉의 훈훈한 인심을 뒤로하고 떠나기가 섭섭해서 두번 운하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한 대관령 옛길의 아래쪽을 굴면이라고 이름 하는데 그 뜻은 대관령 정상에서 험한 고갯길을 여러번 뒹굴며 내려왔으나

이곳에 오면 길이 좋아서 뒹구는 것을 면한다해서 붙여진 지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정말 길이 편하고 참 좋습니다. ㅎㅎ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한적하고 좁은 길을 이어가니 계곡 전망대가 바위위에 자리하고 있네요. 

 

위험해서인지 난간을 2중으로 해놓았지만 조망을 가깝게 보기에는 조금 어려운 아쉬운 점도 있더군요.

 

그래도 발 아래로 펼처지는 계곡의 아름다움에는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습니다.

 

 한 여름이라면 이 계곡을 따라 계곡 트레킹을 하고픈 생각이 들만큼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대관령박물관에서 시작해서 이곳 계곡을 따라 온몸을 물에 담구며 걷는 것도 참 좋을것 같네요.

 

이제 계곡을 빠져나와 다시 포장된 길을 만납니다.

과거에는 이길을 따라 내려와서 대관령 박물관쪽으로 갔었네요.

 

 멋지게 도열하고 있는 듯 보이는 소나무 숲을 따라 오늘 하루 18km 걷기의 긴여정에 대한 마침표를 찍습니다.

바우길 걷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꾸뻬 씨의 행복여행이라는 책의 마지막 장을 읽는데 가슴에 와닿은 말이 있네요.

 

우린 다른 사람들과 사귀고, 그들의 결점들과도 사귈 수 있어.

이것은 우리를 평화롭게 만들어 주지.

그리고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를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스스로 느낄 수 있어.

이것은 근원적인 행복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지.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하는데

오늘 주관한 길 걷기에 많은 사람들이 만족해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 또한 행복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