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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백두대간 협곡열차 V-Train 기찻길 - 분천역 체르마트길

by 마음풍경 2013. 7. 15.

 

백두대간 협곡열차 V-Train 기찻길

 

- 분천역 체르마트 오지길을 걷다 -

 

 

양원역 ~ 비동마을 입구(체르마트 길, 2.2km) ~ 분천역

(약 7.2km, 2시간 30분 소요)

 

 

백두대간 협곡관광열차인 V-Train(아기 백호)은

백두대간의 협곡 구간인 분천역에서 양원역 및 승부역을 지나

철암역까지 이어지는 국내 최초 개방형 관광열차로 

 중앙선과 태백선 그리고 정선선 및 영동선을 연결하는

중부내륙 순환관광열차인 O-Train과 연계한 오지 기차 여행을 할 수 있으며

특히 V-Train를 이용하여 분천역에서 양원역으로 이어지는

체르마트길을 걷는 영동선 오지 트레킹도 겸할 수 있습니다.

 

 

올해 4월에 중부내륙 순환 열차인 O-train 기차와

백두대간 협곡열차인 V-Train이 첫 선을 보인 이후로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서 기차표를 구하기가

힘들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기사를 보고

올 여름이 지나기 전에 기차 여행도 하고 덤으로 오지 길로

걸어보자는 생각으로 1일 기차 여행을 시작합니다.

 다만 대전에서 출발하여 V-Train 기차를 타고 체르마트 길을 걷고

다시 대전으로 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5번의 기차를 갈아타야합니다.

 

대전역(7:00) ~ 제천역 O-Train(9:06, 9:55)  ~ 철암역 V-train(12:14, 12:35) ~

양원역(1:14) ~ 체르마트길 걷기 ~ 분천역 O-Train(5:45)  ~

제천역(7:47, 9:00) ~ 대전역(11:04), 총 열차비용 약 56,000원

 

 

오늘 하루동안의 기차 여행은 아침 7시 대전발 제천행 무궁화 기차로 부터 시작합니다.

나중에 제천역에서 다시 대전역으로 오면

대략 밤 11시가 조금 넘기에 무려 16시간의 긴 기차여행입니다.

 

대전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9시 조금 넘겨서 제천역에 도착합니다.

제천역 광장으로 나가니 박달이와 금봉이라는 귀여운 조각상이 반겨주네요.

 

제천역 광장에 나가 잠시 구경을 하고 나니

제천역에서 9시 55분 출발하는 O-Train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옵니다.

O-Train 열차는 순환형으로 태백 방향으로 가는 시계방향 노선이 있고

또 비슷한 시간에 영주 방향으로 가는 반시계 방향 노선이 있습니다.

물론 V-Trian 시작점인 분천역으로 먼저 가려면 영주 방향 기차를 타야하고

또 다른 V-Train 시작점인 철암역으로 가려면 태백 방향 기차를 타는 것이 가는 시간이 짧게 걸립니다.

 

O-Train 기차도 관광열차라 각 객차마다 독특한 형태로 좌석이 꾸며져있습니다.

저는 작은 카페가 있는 2호차의 오른편 개별 좌석으로 사전에 좌석을 예약을 했는데

좌석이 창밖으로 고정이 된것이 아니고 사방으로 돌릴 수가 있어서

다양한 창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일반 기차 좌석 형태의 객차도 있으며

의자가 일반 열차하고는 다르게 예쁘게 단장이 되어있지요.

 

또한 4개의 좌석과 테이블이 있는 패밀리석과

칸막이로 되어 있는 2명 커플석이 있는 객차도 있습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들을 바라봅니다.

영월역에서는 과거에 관광 열차로 쓰인것 같은

공룡이 그려진 오래된 객차도 만나게되네요.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차를 몰고가거나

혹은 버스를 타는 것에 비해 가슴으로 스며드는 정취가 다릅니다.

내 마음속에 부는 노스탈지아라고 할까요.

 

달리는 기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자연의 풍경도

 무척이나 여유롭고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정말 기차 여행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가네요.

 

또한 기찻길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산골 오지의 풍경들도 한없이 펼쳐집니다.

 

영월을 지나고 민둥산의 능선 풍경을

감상하고 나니 민둥산역에 도착합니다.

민둥산역의 과거 이름은 증산역으로 이곳역은

영화 가을로의 촬영지이기도 해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네요.

 

민둥산역과 고한역을 지나 고갯길을 한참 오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인 추전역에 도착합니다.

추전역은 몇년전 여름에 차를 몰고 다녀온 곳인데

기차를 타고 다시 오니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네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 - 추전역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47)

 

추천역 너머로는 백두대간 능선인 매봉산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능선위 바람개비의 모습도 그대로입니다.

 

과거에는 이 모습은 볼 수가 없었는데 기차 여행이 활성화 되면서

이곳 역도 간이 매점 등 새로운 시설물들이 많아졌습니다.

 

O-Train은 귀여운 다람쥐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일명 다람쥐 열차로도 불린답니다.

 

이제 다시 기차는 추전역을 출발하여 철암역까지

약 30여분의 시간이 있어서 기차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합니다.

제가 먹은 것은 떡갈비 도시락으로 가격은 1만원인데 그럭저럭 먹을만 하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나니 O-Train은 12시 14분경에 철암역에 도착합니다.

 

철암역에서 V-Train으로 기차를 갈아타야하는데

약 20분 정도밖에 시간이 없어서

철암역 앞으로 나가 옛 탄광촌의 풍경만을 잠시 카메라에 담습니다.

한때는 사람들로 붐비던 삶의 현장이었지만

지금은 마치 오래된 영화 세트장처럼 남았네요.

 

기차 담장에 그려진 벽화도 구경하고

또 세월의 근심걱정이 담겨져 있는 진솔한 글도 만나봅니다.

 

"탄광은 생산이 목적이라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고달픈 탄광촌 삶의 고달픔이 벽화 글에 고스란히 담겨있네요.

 

잠깐동안 철암역 앞 풍경을 만나보고 다시 급하게 역안으로 돌아와서

이제는 백두대간 협곡열차인 V-Train을 만나러 갑니다.

 

V-Train은 전기가 아닌 디젤 기관차로

호랑이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아기 백호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객차의 모습도 일반 열차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마치 만화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모습이지요.

 

기차 내부로 들어가보니 전체가

아기자기하고 예쁜 장식으로 꾸며져있습니다.

이 기차는 에어컨도 없고 화장실도 없으며 겨

울에는 석탄난로로 난방을 하고 여름에는 선풍기로 더위를 식혀야 합니다.

 

제일 마지막 객차의 뒷부분은 유리창으로 되어있어

기차 꽁무니에 매달려 흘러가는 기차 궤도의 풍경을

바라보던 아스라한 옛 추억도 떠올리게 합니다.

 

 객차는 오픈이 되어있어서 사방으로 펼쳐지는

주변 풍경을 감상하기가 아주 좋습니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백두대간 오지의 청청 공기도 마시고요.

물론 이 기차의 좌석도 인터넷에서 미리 예약을 할 수가 있습니다.

 

터널을 통과할 때면 객차 천장에 설치된

야광 스티커가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2호차를 제외하고 1호차와 3호차에서만 이 풍경을 볼 수가 있네요.

 

철암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낙동강 협곡을 따라

 분천역을 향해 아주 느린 속도로 달려갑니다.

 

작년 겨울 승부역에서 석포역까지

오지 트레킹을 할 때 길 옆에서 만났던 멋진 바위인데

기차를 타고 가면서 다시 보게되니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요즘이 장마철이라 비가 오면 어쩌나 했는데 흐린날이라

따가운 햇살도 피하게 되고 기차 여행하는데는 최적의 날씨인것 같네요.

 

V-Train은 모두 비슷한 3개의 객차로 되어있는데

제일 끝에 있는 3호차가 뒷 부분이 개방이 되어있어서

시원하게 주변 조망을 감상할 수가 있어서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기차가 많은 창문으로 개방이 되어있어서인지

터널을 지날 때 만나는 독특한 풍경도 다른 기차에서는 볼 수 없는 정취입니다.

 

외로울 때는 사랑을 꿈꿀 수 있지만,

사랑에 깊이 빠진 뒤에는 외로움을 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니 사랑하고 싶거든 외로워할 줄도 알아야 한다.

 

사랑과 외로움의 상관 관계를 잘 표현한 어느 시인의 싯구처럼

기차 여행은 사랑과 외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합니다.

 

느림보 기차는 석포역도 지나고

이제 이 철교만 지나면 승부역에 도착합니다.

작년 겨울 승부역 길을 걸을 때 이 철교를 지나는 기차를

멀리서 담기 위해 길가에서 오래 기다렸던 추억도 떠오르더군요.

 

승부역은 지난 겨울에 기차로 승부역에 도착해서 석포역까지 걸었었는데

여름에 다시 오니 색다른 기분도 들고 반갑기도 합니다.

(봉화 승부역 오지길 - 승부역에서 석포역까지 눈길을 따라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58)

  

기차는 승부역에서 잠시 머물다가 다시 낙동강 강물을 따라 분천역을 향해 갑니다. 

 

창밖에 펼쳐지는 다양한 자연의 모습들을 낭낭한 목소리로 설명을 해주기에

더욱 편안하게 풍경을 마음에 담을 수 가 있습니다.

 

열려진 유리창 틈으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냄새가 무척이나 상쾌하고 감미롭습니다.

물론 지나는 길마다 마주치는 자연의 정취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철암역에서 약 40여분을 달려오니 양원역에 도착해서

 승부역과 마찬가지로 10여분간 정차를 합니다.

이제 분천역까지는 약 20여분 정도면 가게되고요.

 

 저는 이곳에서 내려서 분천역까지 이어지는

 체르마트길을 걷기로 하기에 떠나는 기차를 바라봅니다. 

 

기차 선로를 타고 멀어져가는 기차를 보니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는 심정이네요. ㅎ

 

이제 함께 했던 여행객들도 모두 떠나고 한가로운 마음으로 양원역을 둘러봅니다.

 

ㅎㅎ 아주 작고 높이가 낮은 옛 화장실도 구경하고요.

그나저나 이 낮고 좁은 곳에서 어찌 일을 보았는지 궁금합니다.

 

양원역은 이곳 원곡 마을 주민들이 직접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역이라고 합니다.

 

지난 시간의 삶과 애환이 있는 마을 이야기들이 담겨져있고요.

 

이곳 양원역에서 2.2km의 체르마트길을 걷고

또 4.6km를 더 걸어야 분천역에 도착하게됩니다.

 

영동선 오지 트래킹 지도를 보니

이곳 양원역에서 승부역으로 가는 길도 만들어졌나봅니다.

하여 지도대로라면 양원역이나 승부역을 기점으로

한바퀴를 도는 약 14.3km의 트래킹 코스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또한 이곳은 지난주에 걸었던 금강소나무숲길 2구간이 지나는 곳이기도 하지만

저는 짧은 2-1구간을 걸었기에 이곳으로 오지는 못했네요.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2-1구간 - 울진 배추고도 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19)

 

이제 분천역을 향해 체르마트길을 따라 첫발을 내딛습니다.

 

가찻길을 따라 함께 걷는 것은 다른 걷는 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재미가 있지요.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네요.

 

걷는 길에 기차라도 지나간다면 손이라도 흔들어 줄텐데

기차가 자주 다니는 곳이 아니라서 조금은 아쉽네요.

 

애구 철교 아래를 지나니 화물 기차가 머리위로 지나갑니다. ㅎㅎ

 

지난번 승부역 가는 길에서도 비슷한 정취였지만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가벼운 마음입니다.

어릴 때 제가 사는 곳 주변에도 기찻길이 있어서

기찻길 주변에서 놀던 추억도 함께 떠오르고요.

 

철길을 따라 낙동강 상류의 비경도 함께 펼쳐집니다.

 

철교를 직접 건널 수 없기에 군데 군데 설치된 낮은 다리를 건너가야 합니다.

다만 비가 많이 오면 이 길을 건너가기가 쉼지는 않을 것 같네요.

 

마침 분천역에서 철암역으로  가는 V-Train이 지나가기에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더니 신기한 듯 쳐다보더군요. ㅋ

 

지난번 승부역 걷는 길에서도 철교위를 지나는 기차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오늘도 운좋게 비슷한 풍경을 담게됩니다.

멀리서 봐도 참 아름답고 멋진 기차인것 같습니다.

 

이제 포장길을 벗어나 풀이 우거진 길을 따라 걷기도 합니다.

 

조금은 가파른 산길도 올라야하고요.

 

산길을 올라서니 길 확장 공사로 어수선한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그곳으로 길 안내 리본이 있어서 가보았는데 ㅎㅎ 알바였네요.

어쩌면 조금 전에 만난 포장길과 연결하여

대체 길을 만들기 위한 공사인가 봅니다.

 

산길로 올라서서 왼편으로 이어지는 아주 소박한 길로 가야합니다.

이정표가 산길 조금 아래쪽에 위치하던데

조금 위쪽인 이곳 갈림길 입구에 두면 좋을 것 같더군요.

 

좁은 산길을 따라 걸으니 좌측으로 낙동강 풍경이 아늑하게 펼쳐집니다.

 

걷는 숲길 또한 너무나 아늑해서 이 길이 오래 오래 이어지면 좋겠더군요.

 

포근한 오솔길을 따라 작은 고갯길을 넘어서니

이제 체르마트길의 끝인 비동까지는 0.4km밖에 남지가 않았습니다.

 

잠시 산길을 내려서니 비동 간이 승강장의 철교가 나옵니다.

오늘 걷는 길중에서 유일하게 철교를 건너는 곳이기도 하네요.

 

ㅎ 이 터널을 지나왔으면 금방 왔겠지만 호젓한 산길을 걷는 기분도 참좋습니다.

 

철교위를 지나가는데 어릴시절에 발 아래로 구멍이 뽕뽕 뚤린

철교위를 지날 때 무척이나 무서웠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물론 이곳은 철교옆으로 안전한 길이 있어서 무섭지는 않지요.

 

철교위에서 낙동강 상류의 아름다운 풍경을

이처럼 편안하게 바라볼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그런 기회를 만들어 주었네요.

 

저는 양원역에서 반대로 왔지만

당초 이곳에서 양원역까지 2.2km가 체르마트 길입니다.

 

체르마트길을 걷기위해 분천역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곳 비동승강장에서 잠시 정차를 한다고 합니다.

 

백두대간 협곡 열차는 하루에 3차례 왕복 운행을 하기에

시간표를 잘알고 계획을 세워야 낭패를 보지않을것 같습니다.

잘못하면 기차가 없어서 당일에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제 저는 비동 승강장에서 분천역까지

약 4.6km의 낙동강 오지길을 더 걸어가야합니다.

 

비록 포장길이지만 차도 거의 다니지 않은 오지라

공기도 좋고 주변 풍광도 너무나 좋습니다.

 

물론 햇살이 뜨거우면 조금은 힘들겠지만

오늘은 간간히 약한 비도 내리고 시원한 바람도 불어주어 너무나 좋은 시간입니다.

 

길을 따라 걷다가 다리를 건너니 비동마을 입구 사거리가 나옵니다.

만일 승부역을 가려면 마을 방향으로 가서

배바위산(967.8m) 고개를 넘어 가야하네요.

물론 저는 분천역으로 가야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배바위 고개길도 걸어보고 싶습니다.

 

산과 강 그리고 철교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이 가슴으로 온전히 들어옵니다.

 

승부역에서 분천역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체르마트 길 이전에 만들어진 낙동정맥 트레일 길입니다.

 

 이 길도 안내판이나 주변 편의 시설을 보니

조성이 된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네요.

이곳 의자에 앉아 물로 목도 축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어봅니다. 

 

오지 트레킹이나 낙동 정맥 길이라는 타이틀에 앞서

참 마음이 편해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길인것 같습니다.

 

또한 낙동강을 따라 줄지어 이어지는

층암절벽의 멋진 풍경들은 오늘 걷는 길의 보너스이고요.

 

분천역이 가까워지니 집들도 나오고 재미난 모습을 하고 있는 풍경도 만나게 됩니다.

이 돌과 나무를 집 입구에 설치한 뜻은 무었일까요.

 

마을 입구로 들어서니 사람들의 모습도 만나게 되고

이제 정말 사람사는 곳으로 들어선 것 같은 기분입니다.

 

더디게.. 소란스럽지 않게,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애쓰지 않으며 흘러가며,

조금 더 부지런히 조금 덜 소유하며...

 

 

 이렇게 사는 내가 나는 참 괜찮다.

내가 풀어내는 삶의 방식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어서 참 다행이기도 하다.

적당히 소유하며 사는 소박한 삶,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모든 번거로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삶이다.

 

 

 

살면서 진정 '없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그 빈자리가 쭉 비어진 채로 허망하게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정화된 새로운 차원의 의미들로 계속 채워진다는 것을.

그래서 버린다는 것이 결코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버리기 위해 오늘도 나는 걷는다.

 

전라도닷컴 잡지에서 만났던 글인데

이 길을 걷다보니 문득 그 글들이 떠올라 옮겨 보았습니다.

'버리기 위해 오늘도 나는 걷는다'는 말이 제 남은 삶의 주제이기도 하지요.

 

마을 길을 따라  바로 분천역으로 가도 되는데

동강 풍경을 좀 더 보라는 배려인지 길은 강쪽으로 이어집니다.

 

뚝방길을 걷다보니 분천 마을의 풍경이 아늑하게 펼쳐지는데

분천 마을은 주변 여우천에서 흘러내려오는 냇물이 갈라져

낙동강으로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제 분천역 입구에서 낙동정맥 트레일과는 안녕을 해야합니다.

'존중합시다'라는 문구보다는 '존중합니다 '라는 문구가 더 맞지않을까요. ㅋ

 

1시 30분경에 양원역을 출발하여

2시간 30분이 걸려서 4시경에 분천역에 도착합니다.

분천역은 고풍스런 목조건물위에 세모 지붕이 얹혀진

참 아담하고 정갈한 느낌이 드는 역사입니다.

 

V-Train의 상징역이라 그런지 귀여운 백호 인형도 만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맺어서인지 일부는 스위스 풍으로 단장을 했습니다.

 

체르마트역은 알프스의 명산인 마테호른을

오가는 관광열차 빙하 특급의 시작역이라고 하는데

오지 마을을 지나는 V-Train 시작역인 분천역과 많이 닮아서

조금 전 걸었던 길도 체르마트길이라 이름하였고요.

 

호랑이가 멋진 소나무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념 촬영을 많이 합니다.

 

이곳에는 자전거도 빌릴 수 있고 차 세어링이라고 하여

전기자동차도 짧은 시간 빌릴  수가 있습니다.

차를 빌려서 이곳에서 가까운 불영계곡이나

불영사 등을 둘러보아도 좋겠더군요.

 

저는 약 1시간 30여분의 시간이 남아서

역사 입구에 있는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먹거리 식당에서

파전과 메밀전병 그리고 시원한 진짜 동동주로

 피로도 풀고 남은 시간을 보냅니다.

큼직한 파전이 3천원, 메밀전병이 천원 그리고 동동주가 오천원으로

 시골 인심이 느껴지는 맛나고도 푸짐한 간식입니다.

애구 맛나서 먼저 먹다보니 사진도 못찍었는데

나중에 덤으로 주신 감자전만 쬐끔 남았네요.

여튼 분천역에 오시면 꼭 이곳을 들러야 후회가 없을것 같습니다. ㅎ

 

알딸딸한 기분으로 다시 분천역으로 돌아왔습니다.

느티나무 그늘진 자리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없습니다.

하긴 이처럼 몸과 마음이 편하고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 아늑하면 바로 천국이겠지요.

 

이제 태백 방면이 아닌 영주 방면으로 돌아서 제천으로 가야합니다.

물론 제가 타고가는 기차에 약 1시간 앞서 태백을 거쳐

 제천으로 가는 기차가 있는데 나중에 도착은 제가 먼저 하게 되지요.

 

O-Train 기차는 5시 45분에 출발하는 시간에 맞춰서 분천역으로 들어옵니다.

물론 아침에 타고온 기차는 아니지만 다시 보게되니 무척이나 반갑네요.

 

기차는 멋진 차창밖 풍경을 선사하며 봉화역과 영주역을 거쳐 길을 달려갑니다.

이제 오늘 하루 종일 세상 풍경을 보느라 고생한 안경도 잠시 쉬게 합니다. 

 

영주역부터는 기차가 거꾸로 달리는데 뒤에서 앞으로 흘러가는 풍경도 참 이색적이네요.

 

몇년전 소백산 자락길을 걷고난 후 찾아왔던 단양역을 마지막으로 제천역을 향합니다.

그래서인지 소백산역과 죽령을 지나 단양역으로 오는 창밖의 풍경이 제법 익숙하더군요.

(소백산 자락길-(2) : 죽령옛길을 걷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74)

 

진정한 여행은 세상의 출구이자 입구이다.

떠나야 할 때 떠날 줄 아는 것, 돌아올 때 돌아올 줄 아는 것이다.

 

물론 아직 제천역에서 대전역으로 가야하는 마지막 기차 여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제천역에 도착해서 안도현 시인의 시 한구절로

오늘 길고 길었던 하루 기차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대전역에서 아침 7시부터 시작한 여행이 저녁 11시를 넘겨

대전역에서 마무리를 하게되니 약 9시간 기차를 타고

약 7시간은 길을 걷거나 기차를 기다리거나 쉬거나 하는 시간으로

장장 총 16시간에 걸친 하루동안의 기차 여행이자 오지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