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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전주 덕진공원 연꽃길 - 분홍빛 연꽃 정취에 머물다.

by 마음풍경 2013. 7. 21.

 

전주 덕진공원 연꽃길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덕진공원(연못)은 여름이면 전체 10만여㎡의 호수 중에서

4만여의 연못에 분홍빛의 고운 연꽃이 가득 피는 군락지로

호수를 가로지르는 현수교를 걸으며 바라보는 연꽃 구경은

 '덕진채련(德津採連·덕진에서 연꽃을 감상한다)'이라고 해서 전주 8경이며

또한 동고산(승암산)의 진달래, 다가봉산의 입하화와 함께

덕진지당의 연꽃이 전주의 아름다운 꽃 3가지인 부성삼화(府城三花)중 하나라고 합니다.

 

 

참 오랜만에 덕진공원의 연꽃을 구경하기위해 공원 출입구인 연지문에 도착합니다.

한옥마을의 고장답게 공원 출입문도 고풍스럽지요.

 

덕진공원은 901년 견훤이 조성했다는 역사적 유래와 함께 동국여지승람에도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는 천년 역사를 지닌 곳입니다.

 

입구로 들어서니 고운 한복을 입은 아리따운 여자분(?)들이 반겨주네요.

 

비록 인형이지만 참 단정하고 고운 모습을 보게되니 공원에 대한 첫인상이 좋습니다.

물론 이곳을 처음 온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온게 20여년이 되니 처음이나 마찬가지겠지요.

 

연꽃과 함께 여름꽃의 상징인 붉디 붉은 배롱나무 꽃도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피어있습니다.

 

공원내에는 여러 시인들의 시비가 있는데 제가 아는 시인인 신석정 선생의 시비도 있습니다.

아마도 전북 부안이 고향이기에 이곳에 설치했나봅니다.

 

짧은 숲길을 빠져나가니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인 연꽃이 피어있는 호수가 나옵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현수교는 덕진공원의 또 다른 명물중 하나입니다.

호수와 다리 그리고 하늘의 구름이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내 눈앞에 다가오네요.

 

날이 무척이나 더운데 때마침 수상 분수도 물을 뿜어주니 몸은 더워도 기분은 무척 시원해집니다.

 

현수교 다리를 건너며 바라보는 주변 풍경은 멋진 하늘과 대비되어 더욱 푸르름이 가득합니다.

 

과거에 이곳 다리에서 사진도 찍고 했는데 20년이 훨씬 지났으니 정말 희미한 옛그림자만 남았나 봅니다.

 

그래서 그때 이곳에 와서 찍은 사진을 찾아보니 한장이 남아있네요. ㅎㅎ

학교를 졸업하고 대전에 있는 연구소로 첫 직장을 잡고

전주로 여행을 왔던 해가 1990년이니 23년의 세월이 참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그나저나 저만 지난 세월속에 늙었고 현수교 다리 모습이나 뒤 팔각정의 모습은 거의 변함이 없네요.

 

다리를 건너 팔각정 3층으로 올라가 봅니다.

 

이곳 연못의 특이한 점은 다리를 경계로 한쪽에만 연꽃들이 자라고

반대편은 자리지 않는 묘한 대비라고 할까요.

연꽃이 자라고 있는 곳의 면적은 전체 호수의 40%정도라고 합니다.

 

햇살은 뜨거웠지만 그래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멋진 풍광을 바라보니 마음은 여유로움으로 가득해집니다.

 

거기다가 연분홍 색감으로 물들인 연꽃의 풍경까지 함께 하니 그저 입가에 미소만 절로 생기고요.

좋은 풍경을 보고 있을 때의 행복함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느낌입니다.

 

팔각정을 내려와서 호수 너머 바라보이는 정자 방면으로 길을 걷습니다.

날이 상쾌해서인지 바람도 제법 불고 그늘진 곳에 있으면 무척이나 선선하네요. 

 

공원 주변이 도심으로 둘러쌓인 조금은 이질적인 풍경일 수 있지만

이 또한 무척이나 편안하게 느껴지는데

자연은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 힘이 있나봅니다.

 

이처럼 규모가 큰 연꽃 호수를 찾아본것도 참 오래된것 같아서

기록을 찾아보니 2009년 한여름에 전남 무안에 있는 회산 백련지였네요.

(무안 회산 백련지의 화사하고 시원한 연꽃 풍경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41)

 

여유롭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난 추억을 떠올려보며

아름답고 낭만이 느껴지는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분홍빛 색감을 담고있는 단아한 모습의 연꽃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감미로운 향기가 느껴집니다.

백련 꽃은 차 등 식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분홍 연꽃은 그저 관상용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곱고 청아하게만 바라보이네요.

 

 덕진공원의 마스코트가 연꽃 호수여서인지 출입문도 연지문이고 이 다리도 연지교네요.

 

더운 날이지만 그늘진 곳에 앉아 호수에 부는 바람을 맞으며 주변의 좋은 경치 구경도 하니

이 주변에 사시는 분들은 정말 복받은 것 같습니다.

물론 저처럼 이곳을 찾아 좋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구경꾼도 행복하고요.

 

최근 어느 기사를 보니 흥미로운 글이 있어서 그대로 옮겨봅니다.

 

최근 만난 출판사 편집자의 말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도 돈 모으기 힘들고 부자 되기 어렵다는 것을 느껴서인지

재태크 서적의 연기가 뚝 떨어졌다는 애기다.

대신 개인의 소소한 행복이나 마음의 평안, 힐링 등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고 한다.

 

 

하긴 가족 팽개치고 수면시간 줄이고 휴일에도 출근해 일하며 아등바등 살아봤자

그게 무슨 의미인가 싶은 회의를 단 한번도 느끼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랴.

 

 

개인생활을 희생해 남들보다 약간 더 많은 돈,

약간 더 많은 권한, 조금 더 빠른 승진을 얻는다 해도

때로는 건강의 상실, 가족간 친밀도 감소, 일 외엔 할줄 아는 것이 없는

무의미한 인생을 대가로 치러야 하니 말이다.

 

 

글을 옮겨 쓰면서 다시 읽어봐도 참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도 만약에 허황된 출세욕에 사로잡혀서 자연도 모르고 길도 모르고

 바쁘게만 살았더라면 어쩔뻔 했을까 생각하면 정말 소름이 돋네요.

 

성공적인 삶을 구성하는 요인으로는 건강과

자신이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쓸 수 있는 여유 시간,

그리고 돈을 잘 쓰는 방법을 아는 것 등이라고 하는데

자연의 길을 걸으며 풍경과 느낌을 사진과 글로 남기는 취미를 생각해보면

저도 조금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거라 자부해도 되겠네요. ㅋ

 

그래서인지 자연이 주는 이 아름답고 황홀한 선물과 인연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때론 산다는 것이 한없이 무겁고,

흘러가는 세월이 얼마나 무심한지 늘 느끼는거지만

그래도 늘 변함없는 자연이 있고 그 자연의 소중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 이상이라 생각합니다.

 

바람에 살랑 불어오는 연꽃의 향기에 빠져 걷다가

이제 정자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서 되돌아갑니다.

 

올해는 더위가 일찍와서인지 연꽃들도 빨리 개화를 시작해서 빨리 지는 것 같아

어쩌면 8월이면 이곳 덕진공원에서는 연꽃을 보지 못할 것도 같습니다.

 

호수 주변 산책로를 따라 휘돌며 연꽃 구경을 하니

같은 곳도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풍경처럼 느껴집니다.

 

이곳은 일부 건물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트여있어 새벽이나 해질 무렵에 온다면

시시각각 달라지는 햇빛을 따라 아름답게 변해가는 풍경을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하늘로 피어오른 새하얀 뭉게구름과

붉디 붉은 배롱나무꽃의 조화로움도 작은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하여 하늘로 고개를 들고 이 황홀한 풍경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옥처럼 푸르디 푸른 하늘에 하얀 새 한마리 날아가는데

문득 입구에서 만났던 신석정 시인의 시가 생각이나 적어봅니다.

 

하늘이 저렇게 옥같이 푸른 날엔

멀리 흰 비둘기 그림자 찾고 싶다.

 

느린 구름 무엇을 노려보듯 가지 않고

먼 강물은 소리 없이 혼자 가네

 

 

뽑아 올린 듯 밋밋한 산봉우리 곡선이 또렷하고

명랑한 날이라 낮달이 더욱 희고나

석양에 빛나는 가마귀 날개같이 검은 바위에

이런 날엔 먼 강을 바라보고 앉은 대로 화석이 되고 싶다.

 

< 신석정 - 화석이 되고 싶어 >

 

 

저도 이 아름다운 호수의 풍경을 바라보며 시처럼 그대로 화석이 되고싶은 기분입니다.

마음의 평화가 그득해 지는 시간이네요.

 

덕진공원의 연꽃을 감상하며 주변을 도는데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연분홍 연꽃의 정취와 함께 호수 너머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은 더운 여름 햇살을 잊기에 충분했습니다.

올해 여름은 연꽃의 정취에 푹 빠져볼까 하는데 다음번에는 부여의 궁남지에 핀 연꽃 구경을 가볼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