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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옥천 용암사 사찰길 - 비오는 날 아늑한 조망을 만나다.

by 마음풍경 2013. 8. 1.

 

옥천 용암사 암자길

 

 

충북 옥천군 옥천읍 삼청리 산51-4

 

 

충북 옥천 용암사는 신라 진흥왕 때 의신조사가 세운 사찰로 장용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서 주변 조망이 빼어나며

특히 운해와 해돋이가 아름다워서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할 곳 50선에 선정된 곳입니다.

 

 

오랜만에 대전에서 가까운 옥천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포장된 산길을 약 1km를 올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용암사를 향해 걷는데 사찰 입구가 참 운치가 있네요.

 

마음의 평온을 찾기도 쉽지 않지만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겠지요.

세상사 다 마음먹기에 달린거라고 하는데 내 마음은 늘 바람처럼 떠도니 그 마음을 어찌 붙잡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계단을 올라 경내로 들어서니 아담한 규모의 대웅전을 만나게됩니다.

 

오늘은 평일인데도 특별한 날인지 많은 분들이 불공을 드리고 있네요.

 

염불 소리를 따라 대웅전 처마끝 풍경 너머 옥천의 모습도 아스라하게 다가옵니다.

 

용암사 경내의 건물들은 전부 계단으로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계단만 따라가면 되겠네요.

 

대웅전 뒷편으로 올라가니 천개의 부처가 모셔져 있는 천불전이 나옵니다.

 

물론 이곳에서 보는 조망은 더욱 깊고 아늑합니다.

CNN에서 운해와 일출이 어우러지는 용암사 풍경을 한국의 아름다운 50곳 중 하나로 뽑았다고 하는데

오늘은 그 풍경을 만날 수 없지만 언젠가 인연이 되면 황홀한 풍경을 만날 수 있겠지요.

 

천불전을 휘돌아 올라 산신각 방향으로 길을 걷습니다.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용암사는 건물이 들어설 공간이 협소해서인지 층층 계단식으로 건물이 위치하고 있네요.

 

잠시 의자에 앉아 나무 냄새와 명랑한 새소리를 들어봅니다.

사찰의 단정함과 자연의 편안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공간이네요.

 

산신각을 내려서서 이번에는 대웅전 뒷편에 자리한 용암사 마애불을 찾아갑니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17호인 용암사 마애불은 약 3m 높이의 입상으로

신라의 마지막 태자인 마의태자가 조성했다는 전설이 있는 마애불중 하나라고 합니다.

마치 채색을 한것처럼 보이는 붉은 바위 색이 인상적이네요.

 

사찰에 머물며 발아래 펼쳐지는 너른 조망을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지난 겨울에 가본 산청 정취암의 시원한 조망이 떠오르네요.

(산청 정취암 조망길 - 정취암에서 달팽이 돌무덤 와석총까지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69)

 

마애불 아래 바람에 살랑거리는 촛불을 보니

 "소리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오면"으로 시작하는 정태춘의 촛불이라는 노래도 생각이 납니다.

참 오래된 노래이지만 지금도 가사가 전부 기억이 나는데 노래방의 영향인지 최근 노래들은 가사를 외우는 곡이 거의 없지요. ㅎ

 

마애불 구경을 하고 다시 대웅전 방향을 내려섭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게 되었네요.

 

한여름에 비에 젖은 붉은 장미꽃을 만났습니다.

이 장미꽃들은 왜 이리 더디게 피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귀한 자연의 선물이라 생각해봅니다.

 

용암사의 유일한 보물인 쌍3층 석탑이 자리한 입구쪽에 장용산으로 오르는 산길이 있습니다.

산 능선 너머 장용산 자연휴양림에서 장용산을 오를 때 이 길로 내려와서 사찰 구경을 하고 돌아가도 좋을것 같네요.

 

보물 1388호인 용암사 쌍3층 석탑을 만났습니다.

이 석탑은 고려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두탑의 모양은 유사하나 높이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거의 같은 모양의 석탑을 2개씩 만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용암사에서 만나본 풍경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마음이 편해지는 풍광이 가득 펼쳐집니다.

 

탑너머 구름에 가린 장용산 능선의 모습도 참 아름답네요.

 

병풍처럼 둘러싼 용암사 주변의 소나무도 사찰의 모습을 더욱 아늑하게 해주고요.

 

쌍3층 석탑을 구경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비가 굵어집니다.

 

하여 잠시 빗소리에 몸을 맡기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습니다.

아파트에 내리는 빗소리는 시끄러운 소리처럼 느껴지는데 이곳에서 들리는 빗소리는 참 듣기에 편합니다.

 

생각해보면 어릴적 땅을 밟고 살 때는 빗소리가 참 좋았지만

아파트에 살면서부터는 왠지 빗소리가 편안하게 들리지가 않았습니다.

하여 어린시절 툇마루에 기대어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던 추억을 떠올리면 잔잔한 행복감이 밀려오지요.

 

1시간 남짓한 짧은 용암사 구경이었고 CNN에서 추천한 운해와 일출은 보지못했지만

여름 비와 함께한 운치있고 아늑한 느낌이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와 처마를 타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평화를 새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다.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며 자유롭고 홀가분하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음을 뜻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

그리운 사람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면서 번잡한 일상 속에서 세월의 인질로 사는게 벅차고 허허롭다.

 

<전라도닷컴 - 편리를 버리고 마음의 평화를 찾아서>에서 발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