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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지리산 대성동 오지마을길 - 대성골 그집 식당을 찾아서

by 마음풍경 2013. 8. 4.

 

지리산 대성동 오지마을길

 

- 대성골 그집 식당을 찾아서 -

 

 

지리산 대성골은 의신마을에서 세석능선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는 깊은 계곡으로

특히 대성골에 자리한 대성동 오지마을에는 '그집'이라는 식당이 있어서

가벼운 계곡 산행과 함께 맛난 지리산 산채 등을 맛볼 수 있습니다.

 

 

신흥마을에서 의신마을로 이어지는 지리산 옛길을 걷기위해 인도행 대충방 분들과 함께 오랜만에 지리산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다만 지리산 옛길을 걷기에 앞서 오전에는 대성골에 있는 '그집' 식당에서 점심겸 계곡 산행을 먼저 하네요.

 

간간히 비가 내려서 주변 풍경들도 촉촉한 느낌입니다.

참 자연스럽다.. 그래서 소박하지만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석 방향 이정표를 따라 벽소령 산장 앞 마당을 지나 국립공원 지킴터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네요.

 

포장된 임도를 오르니 저멀리 삼신봉에서 세석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남부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길가에서 항일투사 17인 의총을 만났습니다.

 

비석 뒷편에는 항일투사 30인으로 나와있는데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지만

일제시대 이곳 지리산에서도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려했던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네요.

또한 이곳 의신 마을 주변에는 남부군으로 유명한 비운의 혁명가인 화산 이현상이 죽음을 맞이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구름에 쌓여있는 지리산 남부능선을 바라보니 올 가을에 백무동에서 시작해서 세석을 거쳐 청학동까지 이어지는

이 능선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집니다.

 

대성골 가는 길은 약간의 오르막도 있지만 그저 아늑하고 편안한 숲길입니다.

 

너른 조망도 그렇고 소박한 숲길도 그렇고 마치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정말 과거에 걸었던 지리산 길과 씽크로율로 따지면 100%입니다.

 

의신마을에서 대성동 식당까지 거리는 2.5km로 마을에서 조금 걸은 것 같은데 20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네요.

저는 글자보다 그뒤에 그려진 막걸리 잔이 먼저 보입니다. ㅋ

 

멀리 계곡 물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대성골 계곡도 가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간간히 비가 내려서 날은 무척이나 습하지만 골을 따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너무나 상쾌한 공기가 있어서 덥지 않게 느껴지네요.

 

대성골은 지리산 남부능선에서 서편으로 흘러내리는 물이 모여서 만들어진 계곡으로

지리산에서도 가장 깊고 깨끗한 곳중 하나입니다.

 

시원한 계곡 바람을 맞으며 걷다보니 이제 식당도 지척인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돌계단 길을 올라섭니다.

오르막 길이지만 돌 계단과 주변 숲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참 아름답게 다가오더군요.

 

아담한 돌 계단을 지나 거대한 소나무가 인사하듯 반겨주는 고갯길을 넘어가면 바로 그집 식당이 나옵니다.

 

의신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지 약 1시간 만에 대성골 식당에 도착합니다.

대성골 그집 식당은 과거 인간극장에도 소개가 된 곳으로 지리산에서도 가장 오지에 있는 식당으로

지금은 형제 두분이 나란히 식당을 운영하고 있더군요.

 

이곳 식당은 세석과 의신 사이를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음식과 숙박을 제공하는 요긴한 휴식처이지요.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초봄에 와서 고로쇠 물도 먹으며 몇일 푹 쉬고 가면 정말 좋은 안식처도 됩니다.

 

먼저 시원한 약수물로 갈증난 목을 축입니다.

물맛이 않좋을 수가 없겠지요. ㅎ

 

물론 사전에 예약을 한 산채 비빔밥과 시원한 막걸리는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지리산 오지 산골에서 자란 산나물이라 그런지 시중에서 느낄 수 없는 담백함과 감칠맛이 있더군요.

그나저나 아무 생각없이 먹다가 아차~ 인증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서 밥을 먹다말고 급하게 사진을 찍었네요. ㅋㅋ

 

후다닥 맛난 식사를 마치고 바로 옆에 있는 계곡으로 내려가보았습니다.

 

시원한 물소리를 듣고 계곡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바위에 앉아 있으니

더위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마치 신선이 된 듯 몸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욕심같으면 여름 내내 이곳에서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흘러가는 것인지 멈춘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적막한 풍경에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일까요.

이윽고 이 난장판 세상은 그 수명을 다해가는 것만 같습니다.

 

 

사람은 이 세상의 가장 잔인한 파괴자입니다.

출세와 성공은 자연을 등지고 일어선 쓸데없는 허영입니다.

그대로 두지 않으면 우리 또한 그대로 머물지 못할 것입니다.

 

<전라도닷컴 - 최명진의 청안 중에서>

 

 

"마지막 나무가 사라지고 난 뒤에야, 마지막 강물이 더렵혀진 뒤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사람이 돈으로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크리족 인디언 예언자의 말이라고 하는데 진정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자연이겠지요.

자연이 사라지고 나면 돈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청정한 지리산 오지 계곡에 앉아 다시금 자연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생각해 봅니다.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의신 마을을 향해 길을 걷습니다.

 

참 편안한 길.. 드문 드문 펼쳐지는 지리산 조망의 아늑함.

가슴으로 전해오는 뿌듯함.. 등등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그저 좋다. 참 좋다라는 말만 입가에 맴돕니다.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밤송이를 보니

올 여름의 무더위만큼 가을에 결실을 맺는 과실의 풍성함도 더할것 같습니다.

 

이곳은 지대가 높아서인지 배롱나무 꽃도 무궁화 꽃도 아직 한참입니다.

 

의신 마을에서 대성골 그집 식당까지 약 5km를 왕복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감칠 맛나는 산채 비빔밥도 먹고 시원한 청정 계곡에 몸과 마음을 잠시 맡겨보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제법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 되었지만 늘 청정하고 깨끗한 곳으로 남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