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다른 해에 비해
참 무덥기도 하고 길기도 했다.
과거 같으면 날이 더울 수록
높고 험한 산을 찾아다니며
여름 더위를 치열하게 극복했겠지만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지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힘도 자꾸만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또한 매년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도
이제는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과거와 달라진다는 것은 좋은 것일까.
아니면 나쁜 징조일까.
문득 꾸뻬씨의 시간여행에
나오는 글이 생각이 난다.
행복이란 보이지 않는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고
숨쉬고 있는 지금 이순간에 있는 것인데
지나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젊을 때는 인생이 조금 더 뒤에
정말로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이 '조금 더 뒤'가 이미
과거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거야.
그리고 책에는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어린아이에게 이세상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 뭐나고 묻는데
아이는 당장 어른이 되고 싶고
그 이유가 결정을 내리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부모가 시켜서 하는 일상이 아닌
자신이 스스로 잠을 몇시에 잘지,
언제 일어날지, 어떤 친구를 만나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책을 덮고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데
어른이 된 나는 지금 스스로 결정하고
사는 것이 무언지 생각해보니
지난 많은 시간들을 헛 산것 같아서
부끄러워진다.
흐르는 길과 바람 그리고 자연을
외사랑한 것을 빼고는
무엇하나 제대로 결정하며
사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이런 자책과 후회만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그럭 저럭은 살겠지만
정말 잘 살 자신이 없어진다.
아주 오래전 비오는 여름에 설악산
서북능선을 걷다가 만난 바위인데
이 사진이 생각이 나서 옮겨본다
사진을 보고 있으니 내 모습같다..
안개속에서 멍하게 사는
내 모습만 같아서 슬프다.
하지만 삶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인생 속에 기다림을 갖고 살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설레임과 기다림으로 늘 내일같은 오늘을 살자.
그래야 조금이나마 후회없는 삶이 될것 같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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