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들,강변,해안

청원 양성산 조망길 - 시원한 대청호를 바라보며

by 마음풍경 2013. 9. 22.

 

양성산 조망길

 

 

충북 청원군 문의면

 

문의문화재단지 주차장 ~ 독수리 바위 ~ 국태정 ~ 청원청소년수련원 ~ 주차장

(약 3km, 1시간 40분 소요)

 

 

양성산은 대청호와 청남대가 주변에 있는 청원군 문의면의 진산으로

양성산의 마스코트인 독수리 바위와 함께 양성산 상봉(378m)에 있는 2층으로 되어있는 정자인

국태정에서 바라보는 대청호의 조망이 무척이나 빼어난 조망처입니다.

 

 

추석 삼일 연휴를 마치고 정말 오랜만에 양성산 산행을 하기위해 발걸음을 합니다.

이곳도 여러번 다녀갔던 곳인데 하도 오래되어 마지막 산행이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하네요.

 

오늘은 문의문화재단지 입구 주차장에서 시작해서 시계방향을 원점 회귀 산행을 합니다.

다만 정자에서 양성산 주봉 정상(297m)은 오르지않고 청소년 수련관쪽으로 내려서는 아주 가벼운 산행이네요.

 

오늘 걷는 길이 대청호 오백리길(http://www.dc500.org) 전체 21구간 중에서 20구간에 속하는가 봅니다.

하여 집에 돌아와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20구간이 '문의과거 마을길'이라는 이름으로 되어있더군요.

 

양성산으로 오르는 길은 초입부터 가파른 길의 연속입니다.

추석이 지났지만 아직 날이 더워져서인지 땀이 비오듯 합니다.

하긴 삼일 동안 먹고 놀기만 했으니 쌓인 노폐물도 비워야겠지요. ㅎ

 

기존 산길중 일부는 자연 보호를 위해 폐쇄를 하고 새롭게 길을 만든 곳도 많습니다.

세월이 지나니 자연으로 향하는 길 또한 변하는가 봅니다.

 

대청호 오백리길을 알리는 안내판도 군데 군데 보입니다.

다만 산행 입구에 전체 대청호 오백리길 안내지도가 있어서

이곳 20구간 코스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알려주면 참 좋을것 같습니다.

 

햇살은 여름의 기운을 가득 담고 있지만

그래도 길을 걷는 동안 밤송이도 구경을 하고 조금씩 물들어 가는 가을의 정취도 물씬 풍겨옵니다.

 

첫번째 봉우리를 오르고 나서 다시 내려서서 양성상 상봉을 올라야 합니다.

 

땅에 해를 등진 제 그림자가 보여서 카메라에 담아보았습니다.

언제까지 이처럼 좋은 길을 걸으며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일은 누구도 모르는것이기에 오늘 이 순간은 늘 넉넉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걷습니다.

 

청소년 수련원에서 오르는 삼거리를 지나니 다시 소나무 숲이 우거진 아늑한 길이 이어집니다.

 

주능선으로 올라서니 저멀리 국태정과 오른편으로 아래쪽으로는 독수리바위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늘진 숲길만을 걷다가 처음 만나는 탁트인 조망처입니다.

 

뒤를 돌아보니 남쪽 오른편으로 현암사가 있는 구룡산과 대청호 건너편으로는 청남대가 아스라하게 보입니다.

아침부터 안개가 끼여서 멋진 조망은 기대하고 있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이 조망도 운치가 있네요.

기대나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것이 내 마음속 세상입니다.

 

양성산의 마스코트인 독수리 바위에 도착합니다.

그나저나 세월이 많이 흘렀나봅니다. 과거에는 이 독수리바위만이 우뚝했는데 이처럼 주변에 나무가 무성하니요.

 

그래도 하늘을 향해 부리를 쳐들고 있는 바위의 모습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독수리 바위를 지나니 국태정도 가까이 다가옵니다.

오늘은 철이 아니지만 양성산은 봄이면 진달래 꽃으로 화려하고 가을이면 단풍의 색감으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나비를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아마도 다른 해보다도 꽃이 풍성해서겠지요.

 

주차장에서 이곳 국태정까지 1.7km 거리를 약 50분만에 도착했습니다.

 

정자에 올라 대청호를 바라보니 비록 희미한 풍경이지만 마음만은 무척 시원해집니다.

정자의 위치가 마치 양 날개를 펴고 호수로 내려서려는 새의 모습처럼 느껴지네요.

 

산 정상에서 느끼는 한줄기 바람은 땀 흘리며 힘들게 오른 작은 보람이고

땀으로 푹 젖은 더운 몸을 식혀주는 고마운 바람입니다.

 

크고 볼거리가 많은 유명한 산에 오르면 산의 풍경에 빠져서 잘 모르지만

이처럼 소박한 산에 오르면 바람 한줄기가 얼마나 시원하고

작은 꽃 한송이와 하잖은 풀 한포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되는 묘미가 있습니다.

 

올 겨울 눈이 오는 날 와서 양성산에서 이어지는 작두산 길을 걷기로 하고

오늘은 이곳에서 하산을 시작합니다.

 

돌틈사이에 가녀리게 자라고 있는 꽃에게 안녕이라는 인사를 하며 길을 내려섭니다.

 

가파른 산길이나 편안한 숲길이나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것에는 실상 차이가 없습니다.

조금 가파르면 발걸음을 느리게 하고 편안한 길이면 보폭을 조금 빠르게 하면 될테니까요.

하여 마음먹기에 따라 산길이나 숲길이나 모두 차이가 없는 편안한 길이 됩니다. ㅎ

 

내려서는 길에 능선 너머 문의면의 모습도 한눈에 펼쳐집니다.

 

시들어가는게 뭐가 그리 좋아서 성급하게 단풍 물든 나뭇잎도 만나보고요.

 

편안한 발걸음을 하다보니 양성산으로 가는 길과 청소년 수련원으로 가는 삼거리를 만나게 됩니다.

양성산은 특이하게도 일모산성이 있는 정상인 주봉은 297m이고 조금전 지나온 정자가 있는 상봉은 378m로 더 높습니다.

 

청소년 수련원으로 가는 숲길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서 오늘은 주봉을 넘지않고 편안한 숲길로 갑니다.

나뭇잎 사이로 비추이는 햇살과 명랑한 새소리, 그리고 초록의 숲과 나무들이 참 조화로운 세상이네요.

 

숲속 길가에는 온통 홍자색의 물봉선 세상입니다.

산골짜기 냇가나 습지에 핀다고 해서 물복숭아라고도 하지요.

 

물봉선의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고 하는데

꽃의 뒷부분에 꿀샘이 있는 아주 독특한 모습의 꽃입니다.

 

꽃의 모양을 자세히 보면 마치 신선이 타고 다니는 봉황새를 닮았다고 해서

새 봉(鳳)자와 신선 선(仙)자를 따서 물봉선이라는 이름을 달게된 우리나라 고유의 야생화입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면 전혀 관심없는 하찮은 꽃이 될지 모르지만

인연이라는 시선으로 가만히 보면 참 멋지고 아름다운 꽃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우리네 세상의 인연 또한 그러하겠지요.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 사랑이여"

 

엄원태 시인의 싯구처럼 사랑이란 번개 다음에 오는 천둥 소리인 우레처럼

늘 멀리 멀리 사라지지만 언제가는 또 다시 오는 것처럼

이세상 사는 동안 그렇게 이어지는 인연의 그림자는 아닐까요.

 

과거에 몇번은 본 것 같은데 이름이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참 멋지고 아름다운 꽃도 만나게 됩니다.

꽃 모양과 색이 신기해서 마치 조화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수정합니다. 꽃이 아니고 누리장 나무 열매입니다.)

 

꽃들이 반겨주는 환상적인 숲길을 빠져나오니 청원군 청소년 수련원에 도착합니다.

과거에 왔을 때 보다 상당히 잘 단장이 된 모습이네요.

 

이제 다시 처음 산행을 시작한 주차장을 향하며 오늘 양성산 걷기를 마무리 합니다.

아직 햇살은 무더운 여름이지만 그래도 가을의 발걸음은 우리 곁에

한걸음 한걸음 조용 조용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 올 가을은 어떤 설레이는 마음으로 맞이해야 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