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들,강변,해안

설악산 공룡능선 길 - 마등령에서 신선봉까지 운해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3. 9. 14.

 

설악산 공룡능선

 

 

설악산 소공원 ~ 비선대 ~ 금강굴 ~ 마등령 ~ 나한봉 ~ 1275봉 ~

신선봉 ~ 무너미 고개 ~ 천불동계곡 ~ 비선대 ~ 소공원

(약 22km, 11시간 소요)

 

 

설악산 공룡능선은 외설악과 내설악을 가르는 설악의 뼈대를 이루는 능선이며

마등령에서 신선봉까지의 능선 바위의 모습이 마치 공룡의 등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지리산 종주길과 함께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은 꼭 걷고 싶은 암릉길입니다.

 

 

이른 새벽 대전을 출발하여 구름이 봉우리를 가리고 있는 새벽 5시경에 설악산 소공원에 도착합니다.

 

보통은 한계령이나 오색으로 올라 대청봉에서 일출을 보고 나서

공룡능선을 타고 소공원으로 내려서는 코스가 일반적이지만

오늘은 사람이 없는 소공원에서 시작하는 원점회귀 코스를 택합니다.

 

비선대의 모습도 구름에 살짝 가리니 더욱 멋지게 다가옵니다.

때론 세상일도 전부 다 드러나 보이는 것보다는 조금은 가려질 때가 묘미가 있기도 하지요.

 

비선대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치고 6시에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오른편 마등령으로 올라 왼편 길로 내려오는 반시계방향 코스네요.

 

마등령으로 오르는 도중에 금강굴도 잠시 들러보기로 하는데

철계단을 타고 한참을 올라가야합니다.

 

멀리서 보는 것처럼 철 계단길은 무척이나 가파릅니다.

 

하지만 주변에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너무나 황홀해서 무거운 걸음마저도 가볍게 해줍니다.

 

금강굴은 자연동굴로 그저 소박한 작은 기도처입니다.

1300여년전에 신라 원효대사가 수행한 곳으로

대사의 대표적인 금강삼매경의 머리를 따서 금강굴이라 이름했다고 하네요.

 

금강굴에서 바라보면 정말 외설악의 아름다운 비경을 감상하게 되는데

운해가 살포시 내려 앉은 비경속에서 마치 신선이 된 기분입니다.

 

멋진 풍경에 가슴을 시원하게 하고 다시 마등령을 향해 구름 안개 속 길을 걷습니다.

 

안개 진하게 낀 가파른 길을 걸으니 마치 인생의 고행 길을 걷는 기분이 이러하겠지요.

그래도 안개속에 바라보이는 자연의 모습은 참 포근하고 고요합니다.

 

하지만 힘든 인생도 인내하다보면 밝은 세상이 나오듯이

정말 거짓말처럼 안개는 발아래로 사라지고 푸른 하늘과 초록 세상이 펼쳐집니다.

 

멀리 울산바위도 운해에 쌓여 겨우 윗부분만 보이고 있네요.

아~ 장관입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구름 안개가 걷히기에

새벽에 오르지 않았으면 볼 수 없는 광경입니다.

 

오늘 하루 종일 걸어가야할 공룡 능선도 한눈에 바라보이고요.

 

공룡능선의 대표 봉우리인 1275봉 너머로는 중청과 대청의 모습도 멋지게 펼쳐집니다.

새벽에 대청부터 올랐으면 이 멋진 자연의 모습을 만날 수가 없었을 것을 생각하니 참 탁월한 선택이었네요. ㅎ

 

금강문을 지나고 계속 마등령을 향해 오르는데

운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이어집니다.

 

가끔 산에서 운해낀 풍경을 만난 적은 있지만 설악산에서 이 풍경을 만나게 되니

이 장엄한 느낌을 글이나 말로는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운해의 풍경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마등령에 9시경에 도착했습니다.

물론 이 사진은 과거 사진이라 마등령 독수리는 지금은 없습니다.

비선대에서 6시에 출발했으니 금강굴 구경을 포함해서 약 3시간이 소요되었는데

비선대에서 마등령까지 천미터가 넘는 표고차라 그런지 3.5km 거리에 비하면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이제 아름다운 운해와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따라 본격적인 공룡 능선 산행을 시작합니다.

 

그나저나 공룡 능선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이처럼 아름답고 멋진 운해까지 함께 해주니 입에서는 연신 '좋다!'라는 감탄의 소리만이 나옵니다.

 

나한봉을 지나니 산길이 험해지지만 이또한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오네요. ㅎ

 

구름에 쌓인 세존봉과 멀리 울산 바위의 풍경은 자연이 주는 멋진 그림이네요.

마치 이곳이 인간 세상이 아니고 신선이 사는 세상처럼 느껴집니다.

 

10시경에 공룡능선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1275봉을 지나도 여전히 운해낀 풍경만 가득합니다.

 

이제는 1275봉을 뒤돌아 바라봅니다.

지나온 길은 보이지 않는데 그래도 저 능선을 넘어온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네요.

  

1275봉을 지나도 눈앞으로 펼쳐지는 암릉들을 보니 가야할 길이 만만치가 않지요.

이 풍경을 보고 있으니 우리나라 최고의 암릉 코스라고 말하는 이유를 알것만 같습니다.

 

운해에 쌓여있는 울산바위의 모습이 마치 망망대해에 떠있는 섬처럼 보여서

운해에 배를 띄워 저 섬으로 가고픈 생각도 드네요. ㅎ

 

그나저나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인데 거대한 운해를 보니

하늘에 있어야 구름들이 전부 산 골짜기로 내려 앉았나봅니다.

 

설악산에 여러번 왔지만 대청봉 능선위로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은 오늘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흰 꼬리를 남기며 지나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이색적이네요.

 

이제 중청봉과 대청봉의 넉넉한 능선이 가까이 바라보이는 것을 보니

공룡능선의 또 다른 끝인 신선봉과 무너미 고개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12시경에 신선봉에도착하니 이제 운해도 많이 걷히고 공룡능선과 범봉 등 주변 바위들이 한눈에 드러납니다.

멋진 하늘과 웅장한 공룡능선 그리고 골짜기로 이어지는 운해의 모습을 만나니

이 세상을 사는게 이처럼 좋은 것이구나 하는 것을 저절로 느끼게 됩니다.

What a wonderful world!

 

잠도 설쳐가며 이곳까지 힘들게 온 보람도 충분하고요.

기묘한 바위와 멋진 소나무 그리고 바다를 향해 끝없이 이어지는 운해의 물결을 한없이 바라만 봅니다.

 

눈물이 날만큼 감동적인 풍경을 보고 있으니

문득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온 대사가 생각이 나네요.

 

내 기억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저도 언젠가는 이 아름다운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올텐데

오늘 이곳에서 만난 자연과의 인연은 흘러간 추억이 되지않고 영영 이별없는 사랑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신선봉에서 떨어지는 않는 발걸음을 겨우 겨우 옮기며

가파른 길을 따라 무너미 고개에서 식사를 하고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섭니다.

 

천불동 계곡에는 천당폭, 양폭, 오련폭 등 멋진 폭포가 많으나

오늘은 공룡능선의 조망에 홀려서인지 이곳의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ㅎ 

 

양폭대피소를 1시경에 지나고 또 2시경에 귀면암을 지나오니 나무 사이로 비선대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3시 가까이 되어 비선대에 도착합니다.

새벽에는 구름 안개에 가려있었는데 이제는 밝은 얼굴로 만나게 되네요.

 

단풍피는 가을이면 우리나라 어느곳에 못지않은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천불동 계곡을 지나서

4시에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약 11시간에 가까운 힘든 산행이었지만 너무나 사랑스럽고 멋진 풍광을 만나서인지

뒤돌아 다시 찾아가고픈 마음만 듭니다. ㅎ

 

한눈에 사랑한다는 것을 말을 믿을 수 없듯이

자연과 산을 사랑하는 마음 역시 평생을 두고 조금씩 조금씩 스며드는 것인가 봅니다.

늘 그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속에 스며들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