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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대전 계족산 황톳길 - 비온후 촉촉한 숲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3. 8. 25.

 

계족산 황톳길

 

 

장동 산림욕장 입구 주차장 ~ 장동 산림욕장 ~ 계족산 황톳길 ~ 임도 삼거리 ~

계족산 정상 ~ 봉황정 ~ 대전둘레산길 6구간(일부) ~

임도길 ~ 새뜸 마을 ~ 장동 산림욕장 입구 주차장

(9km, 3시간 소요)

 

 

계족산 황톳길은 대전 계족산 임도길에 황토를 깔아

맨발로 걷기 쉽게 만든 길로

처음에는 지역에서 시작한 길이었으나

지금은 한국인이 '다시찾고 싶은 여행지 33선'에 속하며

또 최근에는 '꼭 가봐야 할 관광지' 100선 중 3위에 뽑힌

이제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숲길이 되었습니다.

 

 

계족산은 대전에 20년 넘게 살면서

계룡산과 함께 가장 많이 찾아왔던 산으로

특히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며 가볍게 찾아

산책할 수 있는 길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곳입니다.

오늘도 당초 다른 곳으로 길을 떠나려 했으나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가까운 이곳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과거에 왔을 때는 보지못한 안내도도 새롭게 설치가 되었습니다.

찾아보니 최근에 계족산을 찾은 것이

2011년 9월로 어느새 만 2년의 시간이 흘렀네요.

 

특히 계족산 황톳길을 찾아 온 것도 그해 5월이니

바로 엊그제 다녀간것 같은데 참 세월이 빠릅니다.

(계족산 숲속 황톳길을 맨발로 걸어보세요!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42)

 

비가 온 아침 일찍이라 이곳 장동 산림욕장 주차장에

차를 세워도 되지만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오는 숲길도 참 좋고

또 오늘은 황톳길을 걷고 봉황정을 올라 새뜸 마을쪽으로

원점회귀할 생각이라 아래쪽 주차장을 이용했습니다.

 

과거에는 장동 산림욕장에서 절고개까지

일부 구간만 황톳길이 조성이 되었는데

지금은 마라톤 코스로도 이용되는 14.5km 전체 구간이

전부 황톳길로 만들어 진것 같습니다.

 

하여 과거에는 보지못한 산림욕장 입구에서부터

따로 황톳길이 만들어져 있고요.

 

비가 온 뒤라서 인지 흙길이 무척이나 질척거려 보입니다.

그나저나 비로 유실되는 황토를 보충하고

보수하는 일도 무척이나 중요할것 같네요.

 

길은 일부 변했지만 익숙한 풍경을 따라

오르니 작은 저수지도 나옵니다.

계족산은 큰 산이 아니라 물이 그다지 풍부하지는 않지만

최근 비가 많이 와서인지 제법 풍성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새소리를 들으며 한가한 숲길을 오르니

주말이면 숲속 음악회를 하는 공연장을 지나게 됩니다.

계족산 황토길은 한 지역 업체의 이익 일부를

그 지역에 환원하는 참 좋은 사례인것 같습니다.

 

과거보다는 화장실 및 쉼터 의자 등 편의 시설이 많이 늘었지만

주변 자연을 거의 훼손하지 않는 것이 참 맘에 듭니다.

 

이 질퍽거리는 흙길을 맨발로 걷고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황톳길뿐만 아니라 산길도 걸어야 하기에 오늘은 참습니다. ㅎ

 

오랜만에 내린 단비로 인해 숲길이 참 촉촉합니다.

숲속에 상쾌함이 가득하니 

일어나자 마자 일찍 찾아온 보람이 있네요

 

걷는 동안에도 간간히 비가 내렸지만 구름이 산을 떠나는 것을 보니

이제 비는 내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오는 계족산 황토길도 무척이나 운치가 있지요.

 

보통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붐빌텐데

오늘은 아침 일찍이고 비가 온후라서인지 참 한적하고 좋습니다.

 

하여 길을 걷는 도중에 길 한가운데 놀고 있는

귀여운 다람쥐도 만나는 행운이 있네요.

이 자식이 도망가지도 않고 빤히 처다보며

마치 통행세라도 내라는 듯한 표정이 너무나 귀여워서 한참을 속으로 웃었습니다.

 

거미줄에 걸려 하늘에 둥둥 떠있는

마른 나뭇잎 하나도 가볍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자연속에 동화되어 있으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소중하게 느껴지지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하나로 동화시키는 자연의 위대함에 새삼 감탄을 하게 됩니다.

 

이제 8월말이라 그런지 일찍 물든 붉은 단풍의 풍경도 만나게 됩니다.

 

투명한 빗방울이 맺힌 나뭇가지의 신선함도 느껴보고요.

자연의 모습은 넓게 봐도 좋고 이처럼 자세하게 바라봐도 다 좋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새소리를 들으며 한적하고 아늑한 숲길을 걷다보니

무척 오랜만에 찾아서봤던 '프라하의 봄'이라는 영화가 생각이 납니다.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소설을 영화화한 1988년 작품이지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다.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가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 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마저도 무의미한 것이다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마치 한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런데 인생의 첫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이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삶은 항상 초벌 그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초벌그림이란 용어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

초벌그림은 무엇인가에 대한 밑그림, 한 작품의 준비작업인데 비해,

인생이란 초벌그림은 완성작 없는 밑그림, 무용한 초벌그림이다.

 

 

무게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의 삶은 더욱 더 땅에 가깝다.

그것은 더욱더 실제적이고 참된 것이 된다.

이와는 반대로 무게가 전혀 없을 때 그것은 인간이 공기보다도 더 가볍게 되어

둥둥 떠올라 땅으로 부터, 세속의 존재로부터 멀리 떠나게 한다.

그래서 인간은 절반만 실제적이고, 그의 동작은 자유롭고 동시에 무의미한 것이 된다.

자, 그러니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무거운 것을? 아니면 가벼운 것을?

 

참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보고 나서 이제는 누렇게 바랜 책을 찾아

과거에 기억에 남았던 몇 구절을 옮겨 보았습니다.

 

20년이 넘어서 다시 봐도 여전히 난해한 작품이지만

내 삶은 무거움과 가벼움의 잣대 위 어느 부분에 서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삶에 정답은 없겠지요.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이기에

어찌 살든 많은 후회만 하지 않으면 되겠지요.

인생은 그저 '좋다'입니다. ㅎ

 

어릴적에 땅과 흙은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자연에 가지 않으면 흙을 만나기가 쉽지 않지요.

겨울이 지나 봄이오면 땅이 풀려 질퍽거리며 걷던

 어릴적 추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편하게 걷다보니 어느새 임도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아침 일찍인데도 이곳에는 제법 사람들이 많네요.

 

임도 삼거리에서 시원한 바람에 더운 몸을 식히고 이제 황톳길을 빠져나와

봉황정을 향해 약 1.2km의 산길을 걷습니다.

 

제법 가파른 길에 땀을 흘리며 오르니 계족산 정상비(423.6m)가 있는 곳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내려서니 대전 시내 조망이 뛰어난 봉황정을 만나게 됩니다.

 

구름낀 회색 풍경이지만 오랜만에 만나본 대전 시가지 조망이네요.

능선과 구름 너머 멀리 대둔산의 모습도 제법 뚜렷합니다.

 

식장산 능선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도 불어오는 바람만큼 시원하고요.

그나저나 종이상자처럼 보이는 아파트들 참 많습니다.

 

갑천을 배경으로 구름낀 계룡산 풍경도 한눈에 가득 들어옵니다.

애구 이럴줄 알았으면 DSLR 카메라를 가져올 걸 하는 후회가 드네요.

 

이미 지난일인데 후회하면 무엇하나를 중얼거리며

얼려온 티.오.피의 진한 커피 한잔 합니다.

캬~~ 커피도 시원하고 바람도 시원하고 조망도 참 시원합니다.

 

커피도 한잔하며 정자에서 잠시 쉬고 나서 다시 길을 이어 걷기위해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와서 대전둘레산길 6구간 방향으로 향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우거진 수풀 사이로

 좁다랗게 이어지는 길이지요.

 

길은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걷기에 조망이 무척이나 뛰어납니다.

물론 이곳이 산불로 인해 과거에는 조망이 정말 좋았는데

그사이에 나무들이 자라서 예전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인간이 훼손한 자연의 상처가

이처럼 빨리 치유가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앞서네요.

 

오른편으로는 계족 산성의 모습이 보이는데

저는 계족 산성의 저 나무들의 모습을 보면 늘 귀엽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와 함께

금강을 향해 흐르는 갑천의 모습이 참 좋습니다.

계족산의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풍경이지요.

 

또한 오늘 걷기 시작점이자 종점이 되는

장동 산림욕장 입구 주차장도 나무 사이로 보입니다.

그나저나 좀 더 시원한 조망을 만나기 위해

눈이 쌓인 겨울에 다시 이곳을 찾아야 할것 같네요.

 

한적한 산길과 아름다운 조망을 친구삼아 노래도 중얼거리며

내려오니 다시 계족산 임도길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이곳 임도는 계족산 황톳길은 아니고 용화사에서

임도 삼거리로 이어지는 길인데 참 아늑한 길입니다.

(계족산 용화사 임도길을 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88)

 

임도길 정자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계속 대전둘레산길을 따라 걷습니다.

 

소나무 숲길이 정말 미칠만큼 좋아서 발이 공중에 붕떠서 걷는 기분입니다.

자연이 주는 사랑이라는 묘약속에 푹 빠졌네요.

 

숲길을 걷다가 주변에 떨어진 밤송이가 많아서

가시에 찔려가며 하트를 만들어 보았는데 모양이 영 그렇네요.

내 마음에는 사랑이 부족해서 만들지 못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이 그렇게 많은 사랑을 주었지만

아직은 온전한 사랑을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가 봅니다.

 

이제 대전둘레산길과는 작별을 하고 새뜸 마을 방향으로 빠져나갑니다.

 

마을입구로 가니 예쁜 얼굴로 피어있는 도라지 꽃이 안녕하고 반겨줍니다.

 

마을길은 또 다른 매력적인 풍경이 되어 흐르고요.

 

벼 이삭을 보니 이제 무덥고 힘들었던

여름도 지나고 결실의 계절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을이 오면 난 무엇을 하고 싶을까요.

아니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그냥 무언가에 푹 빠져서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새뜸 마을로 들어가지 않고 입구를 휘돌아 걷습니다.

세상사도 그렇지만 속에서 느끼는 시선과

밖에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다르지요.

오늘은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이 더욱 매력적인것 같습니다.

 

가까움에 비례해서 욕심 또한 커지게 됩니다.

하여 이처럼 너무 멀어서 무심하지 않고 그렇다고

욕심이 커지지 않는 적당한 거리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네요.

물론 생각대로 마음이 순순히 따라와줄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오늘은 문득 제 자신의 삶을 리셋하고 싶어서 아침에 일찍 달려온 계족산이었습니다.

최근 안개속 같이 희미해져 가는 제 자신의 모습이 싫어서

비오는 숲길을 걷다보면 내 삶이 새롭게 리셋될 것 같은 엉뚱한 생각으로 길을 걸었지요.

길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산다는 것, 죽음이라는 것, 그리고 사랑과 인연이라는 것. 모두가

살아있기에 다 소중하고 감사한 생각뿐입니다.